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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3

    <523 – 오크노디 수색구출조 시즌2>

     

    “후후. 그럼 출정인가요?”

    “그래. 2차 오크노디 수색구출조를 결성하자.”

     

    의욕 넘치는 지젤과 이사벨과 달리, 손오천은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이름을 붙여도 하필 그거로 붙이냐? 그때도 야심 차게 찾으러 갔다가 역으로 쥐방울한테 전부 구출 당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되는 거 아니냐?”

     

    퍽!

     

    이사벨의 중식도가 손오천이 헝겊으로 닦던 봉의 바로 옆을 스쳐서 벽에 틀어박혔다.

    손잡이만 남기고 그 큰 중식도가 벽에 전부 박혀버린 광경에 손오천의 눈이 동그래졌다.

     

    “손오천, 밥 먹기 싫어?”

    “그런 좋은 경험 나만 빼놓고 하지 말자고 같이 가자는 말이었지.”

     

    손잡이만 남기고 벽에 박힌 중식도를 가볍게 뽑아서 회수하는 이사벨을 보며 손오천은 생각했다.

    요리는 먹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강해지는 거 아닐까?

     

    “근데 우리끼리 가면 진짜 그렇게 될지도 모르니까 도와줄 인원은 좀 구하고 가지 그러냐?”

     

    오크노디가 우릴 버리고 행복하게 살 거라며 망연자실한 남정네들은 당연히 전력 외였다.

    여자들 사이에서도 헛된 망상에 빠진 도로시나 아카디아 백작영애,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낙담한 아이린 같은 부류는 전부 전력 외였다.

    구출 의지가 있는 자.

    오크노디를 포기하지 않은 자.

    이 조건에 부합되는 이들이 과연 남아있을지는 자신들로서도 의문이었다.

    제국 4황녀가 된다는 소식은 흔히 생각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처럼 들리니까.

    지젤만 해도 혁명가와 혁명군의 목적을 몰랐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로 남들에겐 오크노디와 헤어져서 아쉽지만 오크노디 개인에게는 인생팔자 핀 것처럼 느껴졌으리라.

     

    “나한테 맡겨.”

    “즈앙?”

     

    지젤 본인조차 회의적이던 가능성을 실현한 인물이 나타났다.

    잔심부름을 들어주는 일도 없고 점점 몸값이 비싸져서 도움 한 번 얻기도 쉽지 않은 즈앙이었다.

     

    “저한테도 맡겨주세요!”

    “그 조명대… 티토소가 양이 틀림없군요.”

     

    겁쟁이로 유명한 티토소가까지.

    즈앙과 티토소가라는 기묘한 조합에 손오천이 어이없어했다.

     

    “쥐방울만큼 꼬맹이들인 너희가 가서 어쩌겠다는 거냐. 구해주러 갔다가 잡힌 인원만 둘이 더 늘어나게 생겼네. 설마 제국 5황녀 6황녀 노리고 있냐?”

    “혹시 모르지. 조명대는 멀리서도 빛이 반짝이니까 구조요청을 하면서 오크노디가 있는 위치를 안에서 알려주려는 걸지도.”

     

    이사벨의 거드는 말에 티토소가가 울상을 지었다.

     

    “힝힝잉! 왜 그런 못된 말만 해요!”

    “아, 미안하다. 울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거 머시냐. 솔직히 니들이 좀 작잖아?”

     

    즈앙은 손오천의 의구심에 답했다.

     

    “키만 보면 그렇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래도 우리는 오크노디 구출에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해. 근거도 있어.”

    “그 근거, 저도 들어보고 싶군요.”

     

    손깍지를 끼고 턱을 괸 지젤의 재촉에도 즈앙은 순순히 대답했다.

     

    “나는 암살자야. 티토소가는 카넬레 시의 시장을 아버지로 둔 시장집 막내딸이고. 도적길드의 지원을 받으며 뒤를 캐기에 우리만큼 적합한 인선은 없어.”

    “이유는 정말로 그것뿐입니까?”

     

    지젤의 날카로운 시선.

    즈앙이 처음으로 망설였다.

     

    “솔직하게 말해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개별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꼬마숙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같으면서도 서로 따로 행동한다면 그만한 인력낭비가 없겠지요. 부디 믿음을 주십시오. 저희가 아닌 꼬마숙녀를 위해서라도.”

     

    즈앙은 마지못해 토로했다.

     

    “오크노디가 안 돌아오니까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강도가 자꾸 올라가고 있어.”

    “예?”

    “이러다가 우리들, 오크노디가 돌아오기 전에 교수님의 손에 언데드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드드드득.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림이 느껴졌다.

    지진의 근원지는 트라우마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갑자기 떨기 시작하는 티토소가였다.

     

    “음차원에 숨겨진 인형 찾기… 고위언데드 피해서 숨기… 비명 지르면 안 돼… 어깨를 두드려도 고개 들면 안 돼… 등이 차가워도 달리면 안 돼… 히끅히끅… 울음도 꾹 참아야 해…!”

     

    진정성이 넘쳐나는 중얼거림에 손오천과 이사벨이 정색하고 말했다.

     

    “내년 수강신청기간에 어떤 강의를 고를지는 몰라도 사다코 교수의 강의만큼은 반드시 피해야겠군.”

    “동감이야.”

     

    지젤은 신뢰가 생겼는지 신분패를 내밀었다.

     

    “암흑상회의 조력을 얻을 수 있는 증명패입니다. ‘밖’의 암흑상회 또한 이것을 지니고 다니거든 여러분을 도울 겁니다.”

    “고마워.”

     

    즈앙은 남몰래 생각했다.

    암살자의 무감을 뚫고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지젤의 관찰력은 범상치 않다.

    실눈들은 눈이 작아서 보이는 게 적으니 반대급부로 관찰력이 좋아지는 건가?

    하지만 이번엔 그녀가 한 수 위였다.

    티토소가는 사다코 교수의 강의가 무서운 것이 이유의 전부였겠지만 즈앙에겐 오크노디 수색구출조에 합류하는 또 다른 목적도 있었으니까.

     

    ‘여아용 흰색 곰돌이팬티란 말이지?’

     

    딱히 근력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팬티에는 관심이 없지만 오크노디는 그 팬티만 입는다고 했다.

    여기서 떠오른 생각.

    베스트프랜드라면 같은 종류의 팬티 하나쯤은 구비해야 하지 않을까?

    <우정팬티>처럼 말이다.

    온천에 놀러 가서 탈의실에서 옷을 벗다가 같은 속옷을 보고 어 너도? 야 나두! 하면서 호감도가 오르는 상상을 하며 비장하게 주먹을 꼭 쥐는 즈앙.

     

    ‘즈앙이 오크노디를 정말 많이 걱정하나보다!’

     

    티토소가는 즈앙의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이를 훈훈하게 지켜보며 손오천도 지젤도 결의를 다지는 그때.

    이사벨만이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다.

     

    ‘그놈의 휴학생 선배들은 대체 뭘 하고 있어서 응애들을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걸까.’

     

    그 사람들 진짜 어디서 뭐 하는 거야?

     

     

    * * *

     

     

    살인마 우르가스는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진짜 좆됐네.”

     

    오크노디의 행적을 밟아가며 암흑하피를 찾아내고 녀석들을 탑승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몬스터군단을 쫓던 제국의 추적자들이 지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빼애애애액!

     

    허공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울음소리.

    암흑하피들이 혼비백산했다.

     

    “히에엑!! 하피찢어먹기너무좋아 와이번이야!!”

    “붙잡히면 와이번한테 짐승처럼 범해질 거야!!”

    “싫어어어어!! 인간이 아니라 짐승한테 범해지다니 하피의 수치야아아!!”

     

    암흑하피들은 울며불며 초상집 유가족마냥 울음을 터뜨렸지만 끝내 와이번들의 추적을 떨쳐내지 못하고 따라잡혔다.

     

    “제기랄. 이안!”

    “헤에. 제국 놈들도 꽤 하네. 와이번을 길들이다니. 화염내성은 얼마나 올렸나 볼까?”

     

    13년을 휴학생 전용구역의 화산지대에서 속성작을 해온 휴학생이 와이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파이어.”

     

    1위계 기초마법.

    단순히 불을 생성할 뿐인 마법.

    화력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범위를 지정하는 것도 아니다.

    기체를 불사르며 단숨에 폭발하지도 않고, 액체화염처럼 몸을 덮는 유류성 화염을 불러내는 것조차도 아니었다.

    그저 불.

    라이터를 킨 것처럼 단순한 동작.

    그런 기초마법의 위력이라고 해봤자 그리 대단할 리가 만무했다.

     

    콰과과과과!!

     

    그런데 달랐다.

    원인은 압도적인 화염친화력에 있었다.

    친화력이 낮은 이의 마법은 라이터의 불처럼 작고 하찮다.

    지속시간도 짧고 불의 세기도 낮다.

    그러나 친화력이 높다면?

    근방의 화속성 마나퍼즐이 스스로 모여든다.

    불을 일으키라는 단순한 명령을 전력을 다해 수행하고자 애쓴다.

    말하지 않아도 술사의 의지를 읽고 그가 바라는 최적의 형상을 추종한다.

    그 결과가 하피의 앞을 가로막은 와이번을 통째로 불사르는 거대한 화염이었다.

     

    ‘고작 1위계 기초마법조차 이 정도면 이 녀석이 진심으로 고위계 마법을 펼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소름끼치는 녀석.

    우르가스는 생각했다.

    이안, 저 녀석은 결코 자신보다 아래가 아니며 샤를로테조차 능가할지도 모른다고.

    뭐, 그 샤를로테조차도 소유자의 주변공간을 제어하는 유실물 <황금사과>를 지닌 자신은 절대로 이길 수 없겠지만… 어라?

    우르가스는 무언가 머리에서 맞물리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황금사과가 있으면 샤를로테는 자신을 이길 수 없다.

    샤를로테의 공간을 뛰어넘는 일점도야는 공간을 제어하는 자신의 유실물의 기능에 카운터를 맞으니까.

    그런데 자신은 유실물을 잃었다.

    왜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으니 와이번의 등에 엎드려있던 기사가 몸을 일으켜세웠다.

     

    “통하지 않는다. 군단의 비행정찰조여. 그 뛰어난 마력조차 온갖 금역을 넘나드는 우리 고공기사단의 방어갑주를 불사르기엔 부족했구나.”

    “저 녀석, 그 정도의 화력에 당하고도 불타 죽기는커녕 쓰러지지도 않았다고?”

     

    와이번이 세차게 날갯짓하자 불길이 사방으로 꽃잎처럼 흩날리며 사라졌다.

    반짝이는 광채를 보고 우르가스는 깨달았다.

    가뜩이나 강력한 와이번이 전신에 마법내성이 있는 레어메탈로 만든 갑주까지 입고 있다.

     

    “이안, 고위계 마법을 쓰지 않고 뭐하는 거냐!”

    “음~ 생각해보니 제국 고공기사단과 척을 지느니 그냥 후배 하나 죽으라고 보내는 게 낫겠더라고.”

    “뭐?!”

    “알아서 하라는 뜻이야.”

     

    견적이 애매해지자 바로 발을 빼는 비겁한 이안.

    우르가스는 치를 떨었다.

    그래, 현역 3학년 시절에도 아카데미 학생들은 이랬지.

    포인트를 나눠 먹을 수 있어도 굳이 동기를 탈락시켜서 포인트를 독식하길 바라는 놈들.

    자신 역시 그런 배신에 눈이 뒤집혀 독식의 길을 추구해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유실물의 전력이 낮아진 지금은 모두가 쓰러질 때까지 방관하다가 마지막에 모두 쓸어담는 독식전략을 구사할 역량이 부족했다.

     

    “우르가스. 비보공격을 개시해.”

    “명령하지 마라, 건방진 계집!”

     

    입으로는 힐난하면서도 우르가스는 비보를 작동했다.

    저것들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것은 자신들 모두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곤란해질 것은 아마도 이들 중 최약체가 된 자신일 테니까.

     

    <방어역장>

     

    “내장마법인가? 하찮군. 틀에 박힌 단일형 방어마도구 따위, 조금만 술식을 손보아 공격하면 얼마든지 뚫을 수 있지!”

     

    <비보개조술식>

    <파장투과>

     

    감지된 역장파장과 동일한 파장값을 지니도록 설계된 파장투과의 한 수.

    그 수를 펼치면서 우르가스는 자신의 종합역장을 투과하던 한 소녀의 수류탄을 떠올렸다.

    이미 4학년 수준의 강함을 지닌, 오직 넘버즈 아티팩트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비보를 노리고 휴학생으로 머물렀을 뿐인 자신에게 한 방 먹인 소녀.

    분명 그 한 방에 자신은 당했었다.

    보기 좋게 기절해버렸지.

    그래, 그 아이다.

    그 아이에게 유실물이 털리고 빼앗겼구나.

    그러면 이해가 간다.

    황금사과가 없는 이유가.

    그런데 샤를로테가 왜 자신을 살려두었지?

    그녀와는 쌓아온 악연이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

     

    “하찮군. 마나파장의 변동은 경지에 달한 고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제국 최정예기사단으로 손꼽히는 창공의 고공기사단원은 전원이 고수다.”

     

    정신이 딴 데 팔린 탓일까?

    유실물을 훨씬 수준 낮은 물건으로 대체한 탓인가?

    아니다.

    그 이전에 상대가 강했다.

    우르가스는 자신의 비보공격이 저들에게는 어림도 없음을 깨달았다.

    와이번의 등에 탑승한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단.

    레어클래스 고공기사를 취득한 제국 최정예기사단으로 손꼽히는 고공기사단은 오크노디보다 강한 자신들의 기척을 감지하고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손해 보는 역할을 강제당했군!’

     

    고공기사단이 이번에는 창을 내세우며 역공에 나섰다.

     

    <섬뢰질주>

    <인마일체>

     

    창공을 회전하며 상하좌우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와이번과 섬뢰처럼 뻗어나가는 투창.

     

    콰장창창!!

     

    ‘일격을 막아내는 데 종합역장의 10%가 파손됐다!’

     

    방어력이 낮아진 만큼 수복에 힘을 준 역장은 빠르게 형상을 되찾아갔지만 상대 또한 술식구조를 읽어내고 변주를 줄 수 있는 아카데미 4학년급의 실력자.

    제국의 진정한 고수라 불리는 표면상의 고수, 일마삼왕오탑십투로 불리는 궁중 수석마도사, 삼대검왕, 오색마탑주, 무투십대고수의 19인의 강자들.

    그들에 준하는 강함을 지닌 이들이 하나의 기사단에 모인 강자들이다.

     

    사실상 제국최강을 논할 자격이 있는 기사단.

    그런 이들이 지상도 아닌 공중에서 와이번을 이용한 인마일체의 기동력을 선보인다.

     

    이런 강자들이 있기에 아카데미가 매년 무시무시한 4학년들을 배출해도 제국이 무력으로 국가전복의 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다.

    직전에는 열 겹의 역장 중 한 겹으로 막아내었던 투창이 두 겹, 세 겹을 파고들기 시작하며 우르가스는 그 사실을 처참하게 실감했다.

    이젠 기도메타뿐이었다.

    교수들이 제발 조금만 더 똑똑하기를.

    오크노디를 구할 구조대를 보냈으면 오크노디를 구할 구조대의 구조대도 제발 보낼 생각을 해달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 수색구출조의 수색구출조가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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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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