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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4

        

       쥐의 머리통 아래에 매달려 있는 것은 척추이되 척추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척추에다가 무언가 가공을 거친 것이라 할 수 있으리라.

         

       “보자….”

         

       진성은 머리카락 하나를 뽑았다.

       뽑은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고 정신력을 집중하자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고, 진성의 의지에 따라 쥐의 머리통 쪽으로 스르륵 움직였다.

       실제 기생충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주 은밀하면서도 신속하게 말이다.

         

       그렇게 쥐의 머리로 파고든 머리카락은 가죽을 뚫고 근육을 헤엄쳤고, 뼈에 부닥쳤다가 다시 근육으로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맹인이 더듬더듬 물건을 만지며 앞으로 나아가듯 척추에 도달하였고, 척추의 안으로 파고들기 위하여 끝부분을 들이대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쥐의 척추는 코팅이라도 된 것처럼 빈틈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꿈틀대며 움직이며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었고, 머리카락은 그 틈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코팅이 된 벽 안으로 들어간 머리카락은 제집처럼 거기서 헤엄을 치며 놀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놀았다는 듯 밖으로 빠져나오곤 바닥에 철퍼덕 떨어져 버렸다.

       물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 한 올이 허공에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진성은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워 다시 손가락 사이에 끼웠고, 눈을 감고 머리카락이 보내온 정보를 조립하였다.

         

       본디 하나였던 것은 떨어져도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는 법이요.

       한 뿌리에서 비롯된 가지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도 그 시작이 같은 법이며.

       꽃이 피고 번성하여 숲을 이루고 꽃밭을 만든들 그 근원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라.

         

       머리카락 역시 그러한 이치에 따라, 진성의 일부.

       그리고 사람은 제 몸을 움직여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한때 떨어져 나왔다가 그의 손에 다시 들린 머리카락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하여 진성은 머리카락이 헤엄치며 느낀 것들을 음미하였고, 제대로 된 오감도 없는 얄팍하기 짝이 없는 정보를 조립하여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것들과 대조하였다.

         

       그리하여 정보를 얻었으니.

         

       “아폴론의 눈이로군.”

         

       회귀 전에 보았던 물건과 흡사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 아폴론의 눈 』

         

       미국의 국가 보안 프로젝트, ‘도데카테온(Dodecatheon) 프로젝트’의 부산물 중 하나.

       회귀 전 미국에 잠입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으며, 3차 세계대전 후반 미국이 개판이 난 후에는 유명무실화 되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던 감시체계.

         

       무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무렵부터 연구했던 감시체계이며, 현대에 이르러서야 완성이 된 감시체계이기도 했다.

         

       동물을 이용해서 감시와 정찰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동물의 몸에 영상기록장치나 도청기를 다는 것부터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나 과학이 발달하며 동물의 눈을 적출한 뒤 카메라로 대체하는 방식을,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이크로 칩.’

         

       동물의 몸에 마이크로 칩을 넣는 ‘간편한’ 방법이 발명되면서 완성되었다.

         

       유능한 마법사와 과학자들이 노력 끝에 발명한 마이크로 칩은 특정 동물의 척추에 부착되면 작동을 시작한다. 마력과 화학물질을 뿜어내며 척추를 코팅하고, 척추를 통과하는 신경계를 장악해 전기신호를 훔친다. 그리고 아주 열악한 화질이지만 눈으로 목격한 것을 영상으로 남겨 첩보기관의 서버로 보내버리기까지 한다.

         

       마이크로 칩의 발명.

       무선 통신의 발달.

       와이파이(Wi-fi)의 일상화.

       자그마한 동물이 활동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까지.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획기적인 감시체계.

         

       그것이 바로 ‘아폴론의 눈’이었다.

         

       철퍽.

         

       진성은 쥐의 머리통을 바닥에 떨군 뒤, 발로 툭 쳐서 구석으로 옮겼다.

         

       ‘그래도 어설픈 점이 많이 보이니, 프로토타입? 혹은 발전하고 있는 중으로 보이기는 한다마는….’

         

       회귀 전 아폴론의 눈은 열악한 화질이기는 했지만, 꽤 무서운 감시 수단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감시하고 그 기록을 남긴다는 역할을 충실히 행한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지하에 들어가도, 심지어는 하수도 안으로 들어가도 영상을 전송한다.

       전파를 방해하는 건물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영상을 녹화한 뒤 전파가 통했을 때 보내는 기능까지 수행했으니…. 어지간한 스파이봇 이상의 활약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수준까지는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아마 조금만 상태가 좋지 않아도 서버와 연결이 끊기고, 기껏 보내는 영상도 노이즈가 가득하고 뚝뚝 끊기는 수준이지 않을까?

         

       화질? 144p 화질이라도 유지할 수 있을까?

         

       분명 쓸만하기는 하지만….

       회귀 전과 비교하면 모자람이 있어 보였다.

         

       ‘그렇군. 회귀 전처럼 화질이 아닌, 음성을 메인(Main)으로 삼는 형태로구나.’

         

       진성은 무언가를 깨닫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유리창 밖에 보이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건물과 가로등에는 비둘기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는데, 그 비둘기들은 팔자 좋게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 푸드덕 날아 착지했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짜증을 내며 발로 차려고 하자 점프하듯 움직여 다시 가로등 위로 돌아오기도 하였다.

         

       누가 봐도 비둘기였다.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좀 흉악하게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진성은 그 비둘기들을 가만히 주시하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왼손을 가슴께에 올린 뒤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뒤집고, 오른손은 머리 위로 높이 올린 뒤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는 기기묘묘한 궤적으로 오른손을 움직여 왼손과 부딪쳤다.

         

       펑-!

         

       그렇게 손바닥과 손바닥이 만났다.

       다만 일반적인 ‘짜악’하는 소리가 아닌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물결이 움직여 비둘기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듯 비둘기의 몸을 한 번 휘감고 그대로 지나쳤고-

         

       툭.

       투둑.

       투두둑.

         

       건물과 가로등에 앉아 있는 비둘기 떼 중 몇 마리가 갑자기 제 몸을 못 가누더니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포수가 쏜 총알이라도 맞은 것처럼, 그것도 아니면 갑작스러운 추위에 꽁꽁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떨어진 비둘기는 조금 전까지 활발하게 움직이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바닥을 뒹굴었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치에 치여 구석으로 밀려났다.

         

       진성은 그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프로디테의 눈도 있었군.’

         

       ‘도데카테온(Dodecatheon) 프로젝트’의 도테카테온은 올림포스산에 사는 12명의 신을 뜻한다. 이런 이름을 붙인 이상, ‘아폴론의 눈’만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쥐는 아폴론의 눈.

       그렇다면 새는- 아프로디테의 눈이다.

         

       ‘비둘기는 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지.’

         

       비둘기는 인류가 오랫동안 잘 써먹은 동물 중 하나였다.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으로도, 관상용으로도, 애완용으로도, 훈련을 시켜서 편지를 주고받는 용도로도 사용해왔다. 심지어는 세계대전 당시 카메라를 달아서 관측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미사일을 유도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비둘기 프로젝트(Project Pigeon)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인지 꽤 인지도가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쓸모가 있으면 써먹으려 하는 것이 인간.

       비둘기 역시, 미국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비둘기는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첩보기관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마이크로 칩 하나만 달랑 이식한 쥐와는 다르게 애정이 어린 손길을 듬뿍 받았다.

       눈을 카메라로 바꾸고, 깃털의 속에 기계를 감춘다. 때에 따라서는 멀리서도 조종할 수 있도록 칩을 박아넣기도 하고, 단순히 훈련만 시킨 뒤 풀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개조된 채 풀려난 비둘기는 ‘목표’의 주변을 맴돌며 사진과 영상을 끊임없이 전송한다.

       쥐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화질로 말이다.

         

       ‘비둘기와 쥐. 대충 이 정도로 어설픈 느낌이면 아직 미국 전역에 보급이 되지 않았을 테고…. 중요 대상에게만 붙여두었겠구나.’

         

       게다가 서버 문제도 있다.

       아직 미국은 그래핀 반도체를 개발하지 못했고, 그래핀 반도체를 사용한 ‘세계 최대의 서버단지’를 짓지도 못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있는 공장들을 자신의 나라로 다시 회수하지도 않았고, 그 공장들을 이용해 감시에 필요한 장비들을 찍어내듯 뽑아내지도 않았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시설을 이용해 중요도가 높은 이들만 감시하는 것.

         

       ‘중요도, 중요도라.’

         

       진성은 루카스의 얼굴을 떠올렸다.

         

       악인.

       횔레가 방문해 마땅한 자.

       돈을 버는 것에 혈안이 된 늑대.

         

       하지만 중요도를 따지자면 최상위에 있기에는 애매한데….

         

       ‘뭔가 숨겨진 것이 더 있나 보군.’

         

       진성은 루카스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루카스에게만 묶여 있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미국은 넓고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루카스만이 나비효과의 수혜를 입지는 않았을 터.

       다른 것들도 확인하기 위해서는 돌아다녀야 하는데….

         

       ‘여기서 몸을 빼는 것은 악수(惡手)일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여기서 나온다면 루카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게 되는 것은 물론, 루카스와 연을 맺은 진성을 감시하기 위해 비둘기와 쥐를 붙일 테니까.

       아니, 어쩌면 비둘기와 쥐의 존재를 눈치챈 것으로 보이는 진성에게 ‘국가 보안을 위한 조치’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좀 귀찮아지겠지.

         

       여러모로 생각해도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 이득이다.

         

       ‘마침 잘되었다. 수행을 위해서는 견문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니, 이를 기회로 삼으면 되겠구나.’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둘 다 선택하면 된다.

       손해를 보기 싫다면 손해를 보는 선택지를 버려둔 채, 이득만을 취하면 된다.

         

       그게 어찌 되냐고?

         

       가능하다.

       적어도 그는, 가능하다.

         

       그의 몸은 하나가 아니었으니까.

         

         

         

         

        * * *

         

         

         

         

       부스럭.

       불꽃을 품은 눈이 어둠을 꿰뚫었다.

       기다란 소매가 바닥에 끌리며 소리를 내었고, 일반적인 사람의 것과는 다른 것으로 만들어진 몸이 서서히 일어선다.

         

       일본.

       신주(かんぬし)라 불리던 몸이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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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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