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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5

       

        

        

        

        

        

        

        

        

       “가장 가혹한 환경에서도 무리없이 동작해야만 하는 최고의 기술력…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납품 경쟁에 진입할 수조차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돌아가면 좀 더 강도 높은 모의 테스트에 대해 고려해야만….”

        

       “그렇죠. 아, 그건 그렇고 이번에 새로이 출시하는 8.6mm 블랙아웃 탄환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숙성이 굉장하다고 들은 거 같은데, 위력도 정숙성과 비례할지 탄도 젤로 실험해봐야겠군요.”

        

       “해당 리뷰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은 저희 역시도 최대한 열심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늘상 개발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잘 집어주시더군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지요.”

        

        

        

        11월 4일 오후 12시.

        

        어제보다 두 시간 가량 빠르게 시작된 스나이퍼 컴페티션 이튿날이 그 막을 올렸다. 어제보다는 덜 소란스러웠지만, 그와 반비례하여 분위기는 훨씬 더 날카로워졌다. 참가자들 전원이 본격적으로 마음을 다잡고 승리를 갈구하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무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과는 별개로, 오늘은 이를 지켜보는 다섯 쌍의 눈이 있었다.

        

        일반참관인.

        

        근 십수 년간 했던 것보다 두 배 가량 거대해진 이번 년도의 대회에는 작년에는 볼 수 없었던…참관인이란 이름의 일종의 대회 관중들을 모집하였고, 미 국방부는 얼마 전부터 이를 모집하기 위해 몇 번 가량의 투표를 거쳤다.

        

        그 중 첫 번째 투표는 미국에 존재하는 직업군 중 가장 포괄적인 5개를 뽑는 것이었으며, 그리하여 투표 결과 – 정치와 경제 계열 인물 한 명씩, 그리고 예술 쪽에서 둘, 컨텐츠 크리에이터 하나가 선택되었다.

        

        그 후 미국은 뽑힌 직업군들에 종사하는 수백 명 가량의 인물 리스트를 추리고, 합법적인 선에서 파악 가능한 신상을 통해 해당 인물의 성격과 성향이 어떠한지 등을 포함한 수많은 검사가 물밑에서 이뤄진 뒤, 이들은 다섯 명의 인원을 뽑아내었다.

        

        한 명의 배우.

        

        한 명의 법조인.

        

        한 명의 패셔니스트.

        

        한 명의 군산복합체 개발팀장.

        

        한 명의 밀리터리 계열 전문 리뷰어.

        

        여러 나라에서 날아온 32개의 조를 좀 더 다른 위치에서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는 다섯의 일반참관인이 바로 이들이었다.

        

        

        

       “콜린스. 액션 영화 촬영하면 이런 광경은 자주 보지 않나요? 물론 그땐 공포탄을 쓰거나 CG로 합성할 것 같긴 합니다만.”

        

       “하하, 영화 나름이지요. 어떤 내용을 찍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예 문외한은 아니긴 합니다만…어제는 정말 대단했죠. 솔직히 오늘도 이 분위기에 압도당할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제 채널에서는 총 들고 오만가지 물건에 사격하는 영상을 찍거나 새로 출시된 액세서리를 리뷰하곤 합니다만, 여기 무더기로 계신 진짜배기 분들에게는 명함도 못 내미는 신세지요.”

        

        

        

        본래라면 서로 안면을 틀 이유조차 없는 다섯 명의 사람들.

        

        그러나 이 자리에서만큼은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 직위가 어떤지는 의사소통의 변수도 아니었고, 상수 이하로 격하된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하는 것이었다.

        

        

        

       “전 10년 전 로스앤젤레스 인근을 관할하는 연방검사장으로 있었지요. 직위가 직위인지라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씩 SWAT 팀의 훈련을 참관한 적도 있고, 바디캠 영상을 통해 실제로 강력범죄에 대처하는 경찰특수부대 병력도 봤죠. 그때가 떠오르는군요.”

        

       “하하, 이곳과 방향성은 조금 다르지만 그곳도 저격수로 근무하는 훌륭한 분들이 있죠.”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표적이 뭔지조차 보이지 않는 먼 거리에서 적을 사살하는 전문적인 분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본 적은 처음입니다. 대단하군요.”

        

        

        

        밀리터리 리뷰어.

        

        전 연방검사장.

        

        배우.

        

        군산복합체 소속 개발팀장.

        

        이들은 각자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밖에서 들려오는 총성을, 그리고 강당 내에 있는 수많은 캠을 통해 보여지는 작전 진행 현황을 그 무엇보다도 생생하게 눈으로 체감 중이었다.

        

        컴페티션 이틀차의 첫 번째 종목은 CQB 후의 화력지원이었고, 감적수와 저격수로 이뤄진 하나의 조는 홀로그램 적이 가득한 건물을 성공적으로 청소한 후 옥상으로 올라가 퇴각하는 아군 홀로그램을 지원하고 적군을 처리해야만 했다.

        

        반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던 어제와는 다른 스탠다드한 종목들이었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는 그만큼 표준적이면서도 저격수들이 실제 작전에서 마주칠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 그리고 그 때문에라도 버벅거리는 사람은 단 한 팀도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4명 – 5명이 아닌 – 은 이를 굉장히 인상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이런…근접 전투에 대해선 그닥 아는 바가 없지만, 이 자리에 참가한 분들이 전부 고도로 훈련받았다는 것만은 잘 알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분들도 그렇고. 파이브 아이즈 이외의 나라도 대단합니다. 특히 한국이 그렇군요.”

        

       “제가 아는 정보망에 의하면, 근 1년 가량 본국이…대한민국에 좀 더 직간접적으로 군사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 이번 년도에서 한국 팀이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는 것에 그도 조금이나마 관여하고 있지 않을지.”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그렇고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저희 역시도 번외로 해당 종목에 참전해본다고 하는데, 50이 넘은 이 몸으로 뭐가 잘 돌아가기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검사장님만한 나이에도 현역에 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특히 이카루스 다이나믹스에서 최근 발표한 의족이나 의수, 대체신체 등은 차세대 이상의 혁신이라고 평가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저런 이야기. 하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 즈음 무언가 이런저런 메모를 하고 있던 올리비아의 펜이 멈췄다. 메모라고 하기엔 상당한 양이었고, 바로 그것이 그 자리에 모인 여타 일반참관인들이 그녀에게 말을 걸지 못했던 이유기도 했다.

        

        한 시도 화면에서 떼어지지 않는 눈과 그에 깃든 무시무시한 집중력.

        

        

        그것이 잠시 멈추었을 즈음, 그 광경을 힐끔 바라보던 누군가가 기민하게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스나이퍼 컴페티션에 대해 올리비아 양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가장 듣고 싶었습니다만, 이제라도 질문할 수 있게 되어 실로 다행이로군요. 어제 인사했던 크리스입니다.”

        

       “이런, 다들 저만 기다리고 있었나보네요.”

        

       “하하, 개인적으로는 많이 궁금합니다. 편견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분야가 꽤 낯설지 않을까 했거든요. 하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테고,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은 저희처럼 머리가 꽤 굳어진 사람에겐 신선하게 들릴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올리비아의 노란 눈동자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흡사 맹금을 연상하게 만드는 소름끼치는 눈빛. 인간 대 인간으로서가 아닌 포식자를 앞에 둔 피식자가 된 듯한 감각이 그녀의 시선을 받아낸 모든 이들의 척추를 아주 예리하게 훑으며 사라졌다 – 물론 당사자는 1도 신경쓰지 않았다.

        

        몇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그녀 자신의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4명은…그램을 살펴보지 않은 듯했다. 하와이에서 쏴제낀 총이 몇 정이고, 올린 영상이 몇 개인데 – 라고는 해도, 그저께 처음 만난 인원들이다. 표면적인 부분만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

        

        

        그것과는 별개로, 올리비아는 이 자리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털어놓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사실상 선택지는 많았고 뭘 골라도 상관은 없었다. 말 그대로의 스테레오타입마냥 아무런 것도 모르는 척을 해도 상관은 없었고, 혹은 대놓고 알고 있는 걸 전부 다 털어놓고는 저들이 놀라는 표정을 그대로 직관해도 무방했다.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녀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로 했다.

        

        

        

       “이번 스나이퍼 컴페티션은 근 10년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그만큼 입상자를 예상하기 어려울 거라는 말이 돌더군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지금 시행 중인 첫 번째 미션은 변별력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기본적으로는 쉬어가는 느낌이 더 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음. 굉장히 디테일한 분석이군요.”

        

       “어제 치뤄졌던 불특정 거리의 목표물 저격, 초장거리 저격, 랜덤한 총기 조립 후 사격. 오늘 있을 미션은 CQB 후 화력지원, 아군구출사격, 신형 드론 및 저격 터렛 테스트…미션에 있어서 체력 소모는 중요한 변수지만, 종목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증거가 바로 어제 행해졌던 초장거리 저격이었다.

        

        뛰지도 않는다. 멀리 가지도 않는다. 그저 강당과 백수십 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10분 동안 12발을 사격한다. 이 과정 중 철저한 계산으로 인한 정신력 소모는 있을지언정 지금 치뤄지고 있는 CQB 후 화력지원 미션보다 체력 소모는 적다.

        

        하지만 난이도는 초장거리 저격이 극적으로 더 높다 – 다시 말해 변별력이 더 높다. 요컨대 얼마나 변수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자연이라는 이름의 변화무쌍한 요소를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미션이었다.

        

        

        한 번 뚫린 입은 중요한 정보들을 끝도 없이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번 컴페티션의 진정한 실력자를 보고 싶다면, 오늘 마지막 미션에서 눈을 크게 뜨고 각 팀이 얼마나 많은 점수를 획득했는지를 확인하면 될 겁니다.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상황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가 오퍼레이터의 존재 이유이자 실력의 척도니까요.”

        

       “….”

        

       “일단 이번 컴페티션에 대한 생각은 그 정도고, 다들 사용하는 총기가 비슷비슷한 걸 보면…저격수들의 실력은 점차 가파르게 상향평준화가 이뤄질 것 같네요. 볼트액션은 논외로 치더라도, 반자동 라이플은 거의 아말라이트 계열이니 사표도 교범도 점차 한 지점으로 수렴할 거고….”

        

        

        

        물론 나중에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만.

        

        막내의 손에 들려있는…아마 미국이라는 땅덩이가 가진 가치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시계 정도는 아니더라도, 알보병에게까지 전자의 권능이 미치는 순간 모두가 특등사수가, 그리고 저격수가 될 테니까. 한참 전에 나온 XactSystem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고.

        

        그리 생각하며 올리비아는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모두의 표정이 보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길을 가다 곰을 마주치고, 그 곰이 갑자기 백덤블링을 돈 뒤 자신의 눈 앞에서 사라지면 저런 얼굴이 아닐까 하는 벙찐 표정이었다.

        

        하지만 저들의 반응을 들어줄 시간은 없었다. 아까 말한 대로 첫 번째 미션이 끝나면 원하는 사람에 한해 미션 체험 비스무리한 것이 가능했고, 올리비아는 이 화약 냄새 가득한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와 동시에 교관이 총기와 장구류를 그녀의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부탁한 대로의 세팅입니다. 요청사항이 굉장히 디테일했던 관계로 원하는 만큼의 퍼포먼스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문제없어요.”

        

        

        

        찰캉!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퍼진다.

        

        노리쇠를 후퇴 후 고정하여 약실을 확인, 멈치를 눌러 다시 전방으로.

        

        M110A3, M110 SASS의 개량판이자 6.5mm 크리드무어 탄환을 사용하는 반자동 스나이퍼 라이플이 그녀의 손에 들렸다. 완전한 상부 리시버 어셈블리와 배럴 규격에 맞는 소음기, 그 외에도 부착된 수많은 총기 액세서리까지.

        

        그 모든 것을 아주 익숙하게 다룬 그녀는 첫 번째 미션을 해야만 하는 조의 숫자가 4로 수렴한 것을 보았고, AACPC를 착용한 뒤 탄창 파우치에 능숙하게 20발들이 탄창 다섯 개를 끼워넣었다. 남는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응급처치키트 정도.

        

        무릎과 팔꿈치에는 보호대, 오른쪽 허벅지의 홀스터에 끼워진 무광 도색 TTI 컴뱃 마스터 글록 34, 마지막으로 언제든지 손이 닿는 곳에 놓여진…온갖 장비가 장착되어있는 옵스코어 헬멧까지.

        

        

        순식간에 한 명의 특수부대원으로 변신한 올리비아.

        

        그녀는 스코프 위에 달린 캔티드 사이트가 원활히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며 덧붙였다.

        

        

        

       “2인 1조로 하는 미션이지만, 저는 혼자 가죠.”

        

       “아, 예. 그러시길.”

        

        

        

        그 목소리에 주체할 수 없는 기대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막간을 이용한 일반참관인-사격이 있기까지 10분 전이었다.

        

        

         

        

        

        

        

        

        

        

        

        

        

        

        

        

        

        

        

        

        

       “…여긴 올리비아. 시작 지점 도착.”

        

       “확인.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전방에 있는 건물의 곳곳에 홀로그램이 팝업되는 것을 기점으로 미션이 시작됩니다. 맘껏 날뛰시길.”

        

       “물론이지.”

        

        

        

        얼굴을 간지럽히는 듯한 약간의 바람, 그 사이에 섞인 흙냄새, 어렴풋이 가시는 화약 내음.

        

        오로지 나와 로렌티나만이 존재하는 인컴 네트워크, 전방에 존재하는 4층짜리 건물 한 채. 해당 지점으로부터 대략 250m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스코프를 통해 근방을 확인하고 – 홀로그램이 생성된다. 부유 드론에서부터 뻗어나온 빛무리가 적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6분이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이번 미션의 참가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이었으니. 차라리 참가자로서 나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준에는 지장이 없었다.

        

        바람을 느끼고, 감을 잡는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그게 무슨 저격수냐고 하겠지만, 나는 언제나 이렇게 해왔으며 –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탄환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피잉!

        

        

        

        하나, 둘, 셋.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적들이 하나씩 지워진다. 옥상의 저격수와 3층 난간의 소총수,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는 순찰조. 그 모든 것들이 전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이번 미션은 완벽한 잠입이 아니었고, 바로 그렇기에 이토록 대담하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대략 30초 가량이 지나 적들이 전부 건물 안으로 숨어들었을 즈음이 움직일 시간이다. 첫 번째 탄창의 탄환 잔량은 13발. 약실 안에 있는 것까지 포함하여 8발을 사격했다.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전진하며 건물로 향했다.

        

        반자동 저격소총은 건물 내부에서 사용하기엔 길이가 꽤 길었으므로, 홀스터에 잠들어있던 권총을 꺼내고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초록색 레이저, 그리고 인위적으로 재현된 총소리가 터져나왔다.

        

        

        

       “어우.”

        

        

        

        정확한 타이밍을 재고 – 타앙.

        

        몸을 빼꼼 내밀어 안면에 탄환 한 발을 갈겨주자 홀로그램이 사라진다. 머릿속에 그대로 입력한 청사진에 따라 1층을 휩쓸기 시작했다. 실제 건물보다는 조금 덜 복잡하고 조밀한 형태의 배치였지만 층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했다.

        

        기초적인 파이 슬라이싱, 그리고 방 내부 수색. 코너에 숨어있던 친구들이 반응하기도 전 머리와 가슴에 한 발씩. 적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담도 줄어들었다.

        

        총구에서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와 짙은 화약 냄새.

        

        

        

       “후우.”

        

        

        

        가슴 한 켠에 뚫려있는 공허가 메워지는 느낌.

        

        정말 인정하기 싫었지만, 결국 내 몸은 화약과 강철로 이루어져있는 게 틀림없었다.

        

        헤드셋과 가변형 이어플러그에 의해 감소된 사격 소음조차 사랑스러웠고, 손을 타고 퍼지는 권총의 반동이 즐거웠으며, 정교하게 동작하는 신체가 자랑스럽다. 추후 외부로 퍼질 일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느새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 왠지 모를 편안함.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채 다시금 과거에 몸을 맡겼다. 권총 탄창을 교환하고 중앙 계단을 올라 다음 층으로 향한다.

        

        

        미션은 이제 시작이었다.

        

        

        

        

        

        

        

        

        

        

        

       “저거 봐라. 절대 못 참는다고 했지?”

        

       “그럼 그렇죠.”

        

       “아무도 반대편에 안 걸었으니 이번 내기는 무효인 걸로.”

        

        

        

        한편, 그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강당.

        

        당연하겠지만, 올리비아의 지인들은 이를 진즉 예상한 지 오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참…지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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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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