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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5

   미행이 따라 붙었다는 이야기에 순간 발을 놀라 발을 멈췄던 나였지만 잠시 생각을 하고 나니 무언가 이상하단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미행이 실력 있는 사람들인 건 알겠는데요. 그게 베네딕을 속일 정도에요?’

   

   베네딕이란 괴물의 감각을 속여 넘길 수 있는 미행이 존재할 수가 있나? 그런 사람들이 따라 붙은 거라면 그냥 얌전히 미행을 허락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진 않을 거다. 네 아비는 진즉에 눈치를 챘을 걸.>

   ‘그럼 알고도 내버려 두는 거에요?’

   <둘 중 하나지. 저들의 존재가 네게 무해하다고 여기거나. 마구잡이로 건드리기에 귀찮은 상대라 보거나.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까울 듯 싶구나.>

   ‘왜요?’

   <그렇지 않고서야 네 아비가 널 미행하는 놈팽이들을 가만 내버려 둘 리 없잖은가.>

   

   그건 그렇지.

   

   베네딕의 딸사랑은 다소 과하다 싶은 수준이니까.

   

   나한테 위협이 되는 사안을 내버려 둘 인간이 아냐.

   

   가능했다면 즉석에서 날 미행하는 놈들을 찢어발겼을 걸.

   

   베네딕이 건드리기를 껄끄러워하는 이들이라.

   

   누굴까. 저 괴물이 무력적으로 귀찮다 생각하는 경우는 없을테니 분명 정치적인 쪽일 텐데.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다만. 네 아비에게 명분을 만들어 줄 생각 없느냐?>

   ‘혹시 지금 제가 생각하는 그거에요?’

   <그래. 네가 제일 잘하는 그거다.>

   

   할아버지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를 들은 나는 저도 모르게 키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옆에 있던 조이가 내 웃음소리를 듣고 의아하단 듯 고갤 갸웃한다.

   

   “뭐가 웃긴 거에요?”

   “내 눈 앞에 있는 건 하나밖에 없잖아.”

   “…저요?”

   “푸하핳. 잘 아네. 얼빵이의 피폐해진 얼굴이 너무 불쌍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웃었어.”

   “그. 그 정도인가요?”

   “머리카락은 마른 걸레처럼 푸석하고. 눈가의 주름은 늘어져있고. 입가에는 침이 줄줄.”

   “흡?! 뭐. 뭔가요! 침 같은 건 없잖아요!”

   “당황한 거 보니까 흘렸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구나? 푸흡. 푸하하핳!”

   “루시. 친구를 너무 놀리면 안 된단다.”

   

   얼굴에 열을 올리던 조이는 뒤늦게 따라 온 베네딕을 보고서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알른 경. 지금 제가 그렇게 피곤해 보이나요?”

   “…흠.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예. 그렇습니다. 쉬러 가시는 편이 나을 듯 하군요.”

   “그으. 그렇군요.”

   

   베네딕의 진지한 조언을 들은 조이가 잔걸음으로 재빨리 떠나간 후. 나는 베네딕과 함께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저 나무 위에 하나. 건물 뒤편에 하나.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녀석이랑. 또…>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미행들을 확인하던 나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판타지 세계의 미행들은 진짜 장난 아니네. 마법이니 마력이니 신성이니 하는 비현실적인 힘이 존재하는 세상이라 그런가 진짜 알아차리기 어려워.

   

   만약 나한테 미적감각이 없었다면 할아버지가 말을 해줘도 못 알아챘을 거야.

   

   <어떠냐. 건드리기 좋은 녀석이 있느냐?>

   ‘하나 적당한 녀석이 있긴 하네요.’

   <좋다. 그럼 바로 결행을 하자꾸나.>

   

   왜 할아버지가 이렇게 즐거워하는 거람? 내가 다른 사람 도발하는 게 그렇게 재밌나?

   

   나는 여자애가 지껄이는 말에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가축들을 보고 있으면 즐겁지만.

   

   귀족이자 성기사인 할아버지가 이걸 좋아해도 되는 거야?

   

   이런 할아버지를 반신 취급 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며 발을 움직이던 나는 태연히 거리를 걷다가 갑작스레 걸음을 멈추고 홱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니. 루시?”

   

   베네딕이 의아한 듯 물음을 던졌지만 난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서 벤치에 앉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교복을 입고 있던 남자는 책을 읽다가 뒤늦게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든 채 했다.

   

   “…알른 영애?”

   

   당혹이 잔뜩 서린 그의 눈빛은 한 극단의 주연이라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그렇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었다. 까탈스러운 까마귀 여신의 권능이 이 녀석의 표정에서 꾸역꾸역 이상한 부분을 찾아낸 것이다.

   

   “제…가 무얼 했습니까?”

   “이제와서 순진한 척을 하는 거야?♡ 발정난 원숭이마냥 성욕으로 가득 찬 눈빛을 내가 봤는데?♡”

   “…예?!”

   

   내 도발에 당한 것인지. 험악해진 베네딕의 눈빛에 겁을 먹은 것인지. 학생인 체 하고 있는 녀석은 진심으로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지금도 내 다리 힐끗힐끗 하고 있잖아♡ 그렇게 핥고 싶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데 내가 못 알아챌 줄 알았어?♡”

   “아닙니다! 저. 저는 결코 그런 의도로 영애를 바라본 적이 없습니다!”

   “헤에♡ 그런 것치고는 내 뒤를 바라보는 눈이 너무 음험하던데?♡ 바보 파파가 아니었다면 나 덮쳐졌을지도?♡”

   

   내 턱을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의문어린 목소리를 내자 베네딕의 눈빛이 한층 더 악귀처럼 변했다.

   

   당사자가 아닌데도 등줄기가 섬짓해지는데 이 살의를 그대로 받아내고 있는 이 녀석은 어떠려나. 숨을 쉬는 것조차 힘이 들지 않을까?

   

   “정말 아닙니다! 베네딕 알른 경! 저 따위가 어찌 감히 영애께 추악한 마음을 품겠습니까!”

   “흐으응♡ 그래?♡”

   

   내가 이 녀석을 도발의 대상으로 고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냥 이 녀석이 제일 시비 걸기가 편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 녀석의 시선이 진짜로 날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고? 이 세상에 페도 변태가 가득하단 거지 뭐겠어.

   

   내가 키득거리면서 한 쪽 어깨를 내리자 어깨 위에 걸쳐져 있던 윗옷이 흘러내리며 하얀 피부와 깊게 파인 쇄골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를 따라 자연스레 시선이 끌렸던 남자는 뒤늦게 태연한 척을 하려 했지만 생리적인 현상마저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러엄 이건 뭘까아?♡ 응?♡ 응?♡ 어디 대답을 해볼래? 역겨운 변태씨?♡”

   “아니. 이건.”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원래 그런 크기라고 말하지는 마♡ 안 그래도 자그마한 녀석이 그런 식으로 자존감을 채우려 그러면 진짜 웃다가 죽어버릴 것 같단 말야♡”

   

   들으라는 듯 비웃음을 흘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선 나는 노골적으로 가운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보니까 변태는 맞아도 페도는 아니겠네♡ 이렇게 자그마한 사람이 어른일 리 없으니까 말야♡ 그치이?♡”

   

   턱 바로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면서 신경을 건드리자 눈이 돌아간 남자의 몸에서 감춰져 있던 기운이 스며 나온다.

   

   그 기운을 느낀 나는 베네딕이 어째서 이들을 눈치챘으면서도 내버려두었는지 이해했다.

   

   할아버지가 왜 내게 상대를 도발하게 만들었는지도 말이다.

   

   그도 그럴게 남자의 몸 안에서 흘러나온 기운은 분명 신성이었으니까.

   

   “이거 참.”

   

   남자가 내 멱살을 붙잡기 위해 뻗은 손을 가뿐하게 잡아챈 베네딕은 상대의 손을 으스러트리면서 살벌한 웃음을 지었다.

   

   “곤란하신 분이군요.”

   

   분노에 잠식되어 있던 남자의 얼굴이 일순에 창백한 빛으로 물든다.

   

   “교회의 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얌전히 있었던 것인데 제 배려를 이런 식으로 되갚아 주시다뇨.”

   “아. 알른 경. 여기에는 오해가.”

   “오해라. 어떤 오해인지 부디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디 그 설명이 제대로 된 것이길 바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나로부터 시작된 소란은 금새 주변으로 번져나갔다.

   

   안 그래도 눈에 띄는 것이 베네딕이고 나다.

   

   그런 우리가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필연.

   

   베네딕의 분노와. 나의 비웃음과. 다른 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 속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남자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란이 커질 것임을 모르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베네딕 알른 경. 루시 알른 영애.”

   

   그를 대신하여 목소리를 낸 것은 호기심 어린 눈동자들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남자였다.

   

   나나 베네딕이 눈치 챌 수 있도록 희미하게 신성을 내비치며 찾아 온 그는 공손히 고갤 숙이고 나서 말을 이었다.

   

   “따로 설명을 드릴테니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무얼 믿고 그래야합니까?”

   

   베네딕의 반문을 들은 남자는 자신의 품 안에서 특이한 모양의 십자가를 꺼냈다.

   

   …저거 심문관의 증거잖아.

   

   아니. 아니. 잠시만. 지금 날 미행하고 있던 녀석들이 주신 교회의 심문관이라고?

   

   이단을 처단하고 다니는 미치광이들이 왜 내 뒤를 따라온 건데!?

   

   “제가 모시는 위대하신 분께 맹세컨대 따님께 폐를 끼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찌 성녀님의 친우분께 저희가 무언가를 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부디 그 설명에 저희의 마음을 달래길 바랍니다.”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

   

   교회의 심문관이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아카데미의 개인실이었다.

   

   다른 이에게 명령하여 자리를 잡아두었던 듯 개인실 안에 머물던 이는 심문관을 보자마자 고갤 숙이더니 재빠르게 방을 떴다.

   

   그리고서 외부에서 안의 대화를 엿들을 수 없도록 결계를 친 남자는 나와 베네딕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금 인사드리겠습니다. 주신 교회의 심문관 니안이라고 합니다.”

   “교회의 적을 상대하느라 바쁠 심문관께서 어찌 이 곳에 오셨는지요.”

   “얼마 전 소울 아카데미에서 기적이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기적?”

   “제가 말하는 기적은 추상적인 무언가가 아닙니다. 위대하신 분의 의지에 따라 일어났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현상이지요.”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에 베네딕은 의아함을 드러냈지만 난 아니었다. 이 자를 불러들인 기적의 당사자인 나는 심문관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밖에 없었다.

   

   “으음. 예. 그 기적이란 게 있었단 건 알겠습니다. 헌데 그게 저희 딸과 무슨 상관입니까?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성녀님을 찾아뵙는 것이 우선일텐데요.”

   “본래라면 그렇습니다만.”

   

   심문관은 베네딕의 물음에 수긍하면서 눈가에 힘을 더했다.

   

   “이번에는 아닙니다.”

   

   광증이 번뜩이는 그의 눈이 베네딕을 지나쳐 내게 닿는다.

   

   “성녀님께서는 기적의 당사자가 아니기에.”

   

   …

   

   어.

   

   걸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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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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