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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5

    <525 – 선동메타>

     

    기말고사를 끝내고 제도로 오크노디 수색구출에 나선 1학년들.

    지젤, 이사벨, 손오천, 즈앙, 티토소가.

    지젤의 암흑상회 건으로 사적인 의뢰를 맡기거나 보상을 받고 수행하느라 오고가며 마주친 적은 다들 한 번씩 있었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머, 먼데 다들 날 바라보는 거야…?”

     

    시선이 모여든 것만으로도 주눅이 드는 찐따미의 소유자, 티토소가.

    괜스레 손발을 꼼지락거리고 어색하게 휘파람을 불다가 잘 나오지 않는 휘파람이 쪽팔려서 민망함을 감추고자 조명 밝기를 높이는 티토소가.

     

    “티토. 눈부셔.”

    “미, 미안!”

     

    옆자리에 앉은 즈앙의 한 마디에 허겁지겁 조명대의 광량을 내리고 얼굴표정을 감추지 못해 더욱 울상을 짓는 아싸력 만렙의 티토소가.

    가만히 보기만 해도 재밌는 그녀의 모습에 입학시험 3인방은 오크노디가 티토소가랑 곧잘 놀러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아이, 괴롭히는 재미가 넘쳐난다!

     

    “자자. 티토소가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잠시 집중해주십시오. 제도로 향하는 이동마법진에 오르기 전에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그런 거 이해하지 말아주세요!”

    “현재 우리의 꼬마숙녀 오크노디는 제국 4황녀의 신분으로 황궁에 유폐되어 있습니다. 꼬마숙녀는 흰색 곰돌이팬티를 비롯해서 각종 아동용품을 품절시키며 황궁의 인력을 동원해 필요한 물자를 황궁으로 이송시키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지젤은 바로 이 대목을 짚었다.

     

    “이것이 우리가 노릴 공략포인트입니다. 이송되는 물자를 습격하여 일시적인 혼란을 일으킨다면 물자수급에 시간이 지연되고 우리가 공작을 벌일 기회가 생깁니다.”

    “무슨 공작을 벌이려고?”

    “물론 꼬마숙녀를 빼내고자 황궁에 당당하게 입성하기 위한 공작입니다. 혼란을 틈타 기존 시종과 시녀를 매수하여 막대한 돈과 함께 먼 변방으로 보내고 그들의 신분으로 저희가 잠입할 겁니다.”

     

    이사벨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습격은 누가 하고 시종과 시녀 행세는 누가 하는데?”

    “물론 저와 손오천 씨, 이사벨 셋입니다.”

    “저런 눈에 띄는 조명대를 들고 있는 애보단 내가 들어가는 게 낫지 않아? 쟨 조명대가 없으면 생활도 못 하잖아.”

    “하하. 티토소가 양에게 속은 사람이 또 한 명 늘어났군요.”

    “헤헹.”

     

    지젤의 신호에 티토소가가 싱글벙글 웃으며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전 사실… 조명대가 없어도 활동할 수 있어요!”

    “뭐어?!”

     

    이사벨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그럼 조명대는 왜 가지고 다닌 건데? 마나과포화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던 거 아니었어?”

    “그냥 인기가 좋아지려고 가지고 다니는 매력 상승용 인싸템인데요?”

    “거짓말. 그 말이 진짜라면 조명을 꺼봐!”

     

    티토소가가 당당하게 조명을 껐다.

    그러자 이번에는 손오천의 입이 쩍 벌어졌다.

     

    “뭐냐, 이 천사는. 매력상승용 인싸템이 아니라 매력억제기였잖아.”

     

    지젤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 외모면 궁중시녀, 황궁메이드로 들어가는 역할에 납득가십니까?”

    “충분히.”

    “쟤가 못 들어가면 궁중메이드는 진짜 외모는 쥐뿔도 안 보고 실력만 보고 뽑는 자리겠지.”

     

    이동마법진을 이용하여 도착한 제도.

    그런데 정식인증을 받고 대로와 인접한 시설에 도착해야 할 그들을 기다리는 맞은편의 광경은 다 무너져가는 슬럼가의 허름한 건물들이었다.

     

    “지젤. 여기는…?”

    “제도의 슬럼가입니다. 무분별한 확장계획으로 인해 상업지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구역에 사람이 빠져나가고, 무너진 집값을 되찾을 길이 없어 재산이 수어 토막이 난 채로 살게 된 벼락거지들이 즐비한 곳이죠. 물론 혁명군을 비롯한 반제국세력이 아주아주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설이 왜 아카데미의 정식 이동마법소와 연결되어 있는 건데?”

    “이동신호를 탈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보다는 얼른 작전을 실행하죠. 이러는 와중에도 황제에게 억류된 우리 꼬마숙녀가 황궁 안에서 무슨 일을 겪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사벨은 의구심을 뒤로 미루었다.

    지젤의 말이 옳다.

    이동마법진의 탈취원리 따위, 궁금하지도 않다.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

    은혜를 갚으려고 따라왔는데 언제나 더 큰 은혜만 입히는 아이.

    그런 오크노디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닌가.

     

    “어서 오십시오, 다크…”

    “쉿.”

     

    지젤의 손짓에 사전준비를 해놓고 그들을 기다리던 남자가 급히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동료들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봤지만 지젤은 안면에 철판을 깔고 할 말만 했다.

     

    “물자수급처와 수송자들의 리스트는 땄습니까?”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마법패널 위로 위치가 표기되며 감시자들이 적의 수송자 및 호위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손오천이 뒤에서 고개를 내밀어 내려다보니 과연 제도전역을 담아낸 지도 위로 녹색의 수급처표식과 황색의 수송자표식, 적색의 호위표식이 산재했다.

     

    “검정으로 뒤덮인 지역은 뭐냐?”

    “제국십구강을 비롯하여 여러분이 반드시 피해야 할 위험 대상입니다. 그들과 가까워져 붙잡힌다면 체포는 피할 수 없습니다.”

    “제국십구강이 그렇게 강한 놈들이냐?”

    “아카데미 졸업생들도 대부분은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제국의 핵심전력입니다.”

     

    손오천은 충격을 받았다.

     

    “아카데미 졸업생이 못 이겨? 이거 순 괴물들 아니야. 그런 게 열아홉이나 있어도 되는 거냐?”

    “그러니 제국이 대단한 겁니다. 제국십구강도 표면상의 강자들일 뿐, 제국이 드러내지 않은 강자들은 더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 작전이 위험한 것이지요.”

    “그런 위험한 짓을 도와주다니, 너희도 제법 의리가 있군. 평지의 인간들치고는 제법이야.”

     

    손오천의 칭찬에 암흑로브에 두건까지 두르고 온몸을 꽁꽁 싸맨 남자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희는 어디까지나 다크… 아니, 지젤 님의 부림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

    “암만 봐도 수상해. 이 인간, 샌님에게 뭔가 있다고 아까부터 티를 엄청나게 내고 있어.”

     

    손오천의 부릅뜨며 속을 읽으려고 들여다보는 시선을 지젤은 특유의 실눈 미소로 흘려보냈다.

     

    “그런 건 됐고 얼른 옷이나 갈아입읍시다. 아카데미 학생이 습격했다고 대놓고 제도 방방 곳곳에 자랑하고 다닐 건 아니지 않습니까.”

    “변장을 할 거면 신분도 위조해야 해. 사용하는 무기, 사용할 기술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정체가 특정될 위험이 커.”

    “즈앙의 조언이 아주 시의적절했군요. 손오천, 이사벨. 두 분은 생각해둔 위장 신분이 있습니까?”

     

    습격은 지젤, 손오천, 이사벨 세 사람의 몫.

    위장 신분도 각자 고민해야 했다.

     

    “에소니아의 형제자매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으면 뭐든 상관없어. 추천하는 대로 받을게.”

    “그럼 이사벨은 혁명군의 신분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손오천 씨는 희망사항이 있습니까?”

    “있지. 기회만 되면 꼭 하고 싶었던 놈들이.”

    “호오. 사감이 느껴지는군요.”

    “수인부흥회. 툭하면 수인인권증진이 뭐니 헛소리하면서 엿 먹이던 놈들 때문에 애먼 이 몸까지 덩달아 욕 먹느라 은근 짜증났단 말이지.”

    “하하. 이참에 역으로 수인부흥회에 한 방 먹이겠다는 거군요. 제대로 준비해드리죠.”

     

    수인부흥회는 재단의 하부조직.

    아카데미에서 대판 깨진 이래로 숨죽여지내던 녀석들이 손오천의 뜬금없는 위장으로 수면 위로 끌려 나와서 평판이 나락으로 처박히게 생겼다.

    지젤은 그 사실에 조금도 유감을 느끼지 않았다.

    대부분의 수인들이 수인부흥회의 테러행위 때문에 싸잡아 욕을 먹는 건 사실이니까.

     

    “자, 가봅시다.”

     

    처참하게 실패했던 1차 오크노디 수색구출조 시절과는 다르다.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들의 힘으로 오크노디를 되찾아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힘 있는 인간들이 시비가 붙으면 무엇으로 우열을 가릴까.

    제국은 그 답을 알려주었다.

     

    “헉. 결투다!”

    “패싸움 아니야?”

    “설마 제도 한복판에서 진짜 패싸움이 벌어지겠어? 분명 법적으로 허가받은 결투겠지!”

     

    공증인을 둔 사석결투재판!

     

    “그래, 이건 결투다. 한판 겨뤄보자!”

    “우와아아아!”

     

    옷 가게에서 여아용 의류품을 수배하던 황실의 신분을 감춘 시종들은 몹시 당황했다.

    갑자기 한 무리의 사내들이 마차에 옷을 싣던 그들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뭐냐! 우린 그저 옷을 싣고 있었을 뿐인데 무엇이 불만이라고 덤벼드는 것이냐! 상대를 오해했다면 당장 물러나라!”

    “오해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제국에서 금지한 노예들에게 입힐 옷을 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조직, 혁명군입니다!”

    “뭣…! 혁명군은 망했을 텐… 아니, 누가 여아용 노예에게 입힐 옷을 구매한다는 거냐! 오해다. 우린 노예 따윈 취급도 하지 않는단 말이다!”

     

    황궁시종의 억울함이 가득 담긴 하소연을 사내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마차를 걷어차고 옷을 싣던 시종들을 마구 쥐어패고 그들이 싣던 박스를 부숴서 만천하에 내용물을 공개하였다.

     

    “보아라! 여기 여아용 흰색 곰돌이팬티가 가득 실린 상자를!”

    “헉. 정말이잖아?”

    “저런 변태 같은 녀석들. 여자아이들을 노예로 납치해서 어디다 쓰려는 거야?”

     

    분개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이사벨이 말했다.

     

    “분명 높으신 분들의 더러운 취향을 위해 변방에서 강제로 납치한 가엾은 아이들이겠지.”

    “맙소사! 요즘 같은 시대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이런 야만적인 녀석들!”

     

    때마침 멀리서 호각을 부르며 치안대가 급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마나패널에 표기된 바로는 치안대로 신분을 위장하고 혹여나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근처에 주둔해있는 궁중보병들이었다.

     

    “마차를 습격하는 자들을 당장 체포하라!”

    “저들은 정당한 결투재판을 벌이고 있지 않다!”

    “제국법에 반하는 사적폭력을 행사하는 무리들을 막아라!”

     

    저 말이 사실이냐고 묻듯이 공증인에게 몰려드는 시민들의 시선.

    지젤은 권력자들의 권위 앞에서 주눅 든 국선변호인처럼 머뭇거리면서도, 끝내 정의를 위해 용기를 쥐어짜내듯이 다시금 앞으로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여아용 노예를 바라는 수도귀족들에게는 하찮은 공증인의 결투공증 따위는 없던 일로 무마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제국시민들의 의로움을 믿습니다. 정의를 믿습니다!”

    “그러니 감옥으로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공증인의 의무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저의 마지막 공증을 지켜봐 주십시오!”

     

    우연히 아기들의 옷을 입히러 의류점을 방문했던 제국의 상류층 여인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정말 감동적이야.”

    “저런 잘생기고 용감한 분이 부당한 핍박에 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없어요.”

    “여러분, 우리가 몸으로 치안대를 막아요. 정의롭지 못한 귀족들의 사병으로 전락한 치안대가 결투를 저지하지 못하게 막는 거예요!”

     

    격분한 시민들은 멀리서 호각을 부르며 달려오는 치안대에게 역으로 달려들었다.

    여인들이 용기를 내어 소리치니 거리를 걷던 행인들도 분개하며 행렬에 합류했다.

    아이와 노인,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순식간에 수백이 넘는 시민들이 도로를 일자로 봉쇄했다.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야?”

    “추악한 귀족들의 사병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변방의 가엾은 어린이 노예들을 해방하라! 해방하라!”

     

    지젤과 이사벨이 시간을 버는 사이, 손오천은 신이 나서 제국시종들을 모조리 때려눕혔다.

     

    “우리가 이겼다! 놈들의 마차를 빼앗아 감추자!”

    “와아아!”

     

    졸지에 마차들이 부서지고 빼앗기고 황궁에 납품해야 할 강화재료도 모두 잃어버린 시종들은 마차를 뒤쫓기도 전에 시민들이 던지는 돌에 머리를 감싸고 제 몸을 지키기 급급했다.

    사전에 약속된 골목에 접어든 마차가 속도를 늦추기 무섭게 즈앙과 티토소가가 마차에 올라탔다.

     

    “어떠냐?”

    “짱 멋있었어요!”

    “흐흐. 이 몸도 아카데미에서나 기를 못 폈지, 밖에선 일당백도 거뜬하다고.”

     

    티토소가의 따봉을 받은 손오천이 히죽 웃었다.

     

    “근데 즈앙은 어디 갔냐?”

    “어? 방금 같이 들어왔었는데요. 진짜 어디 갔지?”

     

    마차 바닥에서 즈앙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

    “히에엑! 왜 그런 곳에서 나오는 거야!”

    “직업병.”

    “으하핫! 잠입 임무에 투입하기에 아주 든든하군.”

    “지젤도 쓸데없이 사람을 부리는 실력이 좋던데. 저 사람 저렇게 선동하고 다니다가 2대 혁명가라도 되는 거 아니야?”

     

    즈앙의 말에 손오천도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에잇, 머리 아픈 얘기는 나중에 해라. 마차는 조직의 인간이 대신 궁전으로 몰아줄 테니, 안에서는 너희가 해낼 차례다!”

     

    강화재료를 잔뜩 실은 마차와 함께 즈앙과 티토소가가 궁전으로 향했다.

    지젤의 선동은 완벽하게 먹혀들었지만 때로는 엄한 사람이 역풍을 맞기도 한다.

     

    “저 심상치 않은 선동실력, 어쩌면 혁명군의 소행일지도 몰라.”

    “민중들의 지지를 봐. 아무리 봐도 저건 혁명군 아니야?”

    “잠깐, 공증인 녀석의 옷깃의 표식을 봐. 저건 진짜 혁명군 간부 표식이야!”

     

    혁명군에게 덤터기를 씌우려던 지젤의 계획이 완벽히 적중해버린 결과, 제국치안대가 혁명군 잔당을 노리고 불심검문 및 색출작업을 개시했다.

    그 여파는 진짜 혁명군 잔당들을 접수하고 구출작전을 벌이려던 3학년 휴학생 제토에게 향했으니…

     

    “보고에 올라오지 않았던 비허가 수송마차다!”

    “당장 체포해!”

    “제국의 개 녀석들, 갑자기 보안을 강화하다니. 더럽게 운이 없었군.”

    “제토님, 이제 어떡합니까?!”

    “들킨 이상 어쩔 수 없다. 여아용 속옷 박스 사이에 감춘 폭탄을 성문에 꼴아박는다!”

     

    이날, 제국외궁성문은 폭탄 세 박스를 받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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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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