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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6

        

       갑자기 난입한 방해꾼들에 원수들이 아주 진지한 표정을 했다.

         

       “이보시오, 서로의 원한을 건 생사결에 끼어드는 법도는 없는 법이오.”

         

       “원한을 건 생사결? 여인 하나를 상대로 아홉 명이 나서놓고는 아주 당당하네? 하. 참.”

         

       “그건 천화검이 공언한 바이니-”

         

       “흥. 그럼 절정 중기 하나 더 구해서 열 명 채워서 오라니까? 아냐, 너네들도 같이 싸울 거니까, 절정 중기 둘 초절정 초기를 더 데려오면 되는 거 아닌가? 우리는 딱 경지만큼 감당이 되니까 그만큼 더하던가.”

         

       “그건 억지요!”

         

       그러자 제갈이현이 앞으로 나선다.

         

       “억지라니, 도대체 무엇이 억지입니까? 어차피 아홉 대 하나로 당신들이 승리한다 한들, 저희는 후환으로 남게 될 터. 그럴 바에야 함께 상대하는 편이 당신들에게도 이득이 아니겠습니까?”

         

       “원한이라더니. 병기를 들 이유가 있나? 딱 논검이나 하면 좋겠군.”

         

       거기에 팽대산이 덧붙인다.

       청이 생각하기에는 뭐 얼굴이 어쩌느니 여인이 달라붙느니 매양 질색하는 주제에 꼭 멋진 척을 하는 팽대산이었다.

         

       “크흠. 그러면 우리는 사람을 더 구해볼 터이니-”

         

       순간 당난아의 눈이 번뜩인다.

       사변을 짓누른 사각형의 꼴로 번쩍!

         

       “-숫자를 맞춰서 다시, 음?”

         

       대표로 입을 열던 무인이 따끔한 통증에 제 발등을 바라본다.

       미세한 세침이 바늘머리만 빼꼼 머리를 내민 채로 볼록 솟았다.

         

       순간 무인의 머리가 새하얗게.

       뭐지? 방금 저기 쪼끄만 여인이 대놓고 손을 휘두르지 않았나? 이러한 때에?

         

       “암습이라니! 이런 비겁한!”

         

       “흥! 비겁한 놈에게는 그래도 되거든!? 자, 여기 해독제가 있다! 이제 나도 원수 자격 있지? 안 싸울 거야?”

         

       “독, 독이다!”

         

       당난아의 암기 수련은 취미, 저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본래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한 분야에 있어서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미칠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셨으니.

       그리고 당가의 암기술은 원래 하나씩 안 던진다.

         

       “난아야?”

         

       “초절정 아홉? 머리나 굴리는 비열한 놈들인데 지금 안 죽이면 두고두고 쫓아다니면서 귀찮게 굴 거 아냐?”

         

       사천당가의 지존쯤 되면 굳이 세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당가 식구들은 제발 눈치를 좀 봐 줬으면 싶지만, 원래 악녀는 그런 것은 모른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이렇게 쌓은 악명이 곧 제 수치이자 소속 단체, 이 경우에는 사천당가의 수치가 되니 저로 인해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 생각할 테지만.

       악녀는 그 반대다.

       제 가문 제 추종자들이 당연히 저를 위해 나서야 한다 생각하니, 저까짓 것들이 비겁하다 수근대면 어쩔건데.

       당가를 감당할 능력은 되고?

         

       “자, 덤벼랏! 아직 한참 남았거든?”

         

       손가락 마디 사이사이마다 비수를 끼운 당난아가 보란 듯이 소리를 친다.

       물러나거나 내공을 운기해 독을 몰아내려 들면 눈치 안 보고 던지겠다는 뜻.

         

       “젠장! 해독제를 뺏어!”

         

       격분한 무인들이 달려든다.

       정확히는 일곱, 세침이 맞은 놈과 또 그 놈의 인연들만 와락 인상을 쓰며 달려든다.

       나머지 둘은? 눈치를 보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다 이내 군중 속으로 쏘옥.

         

       본래 아홉으로 하나를 상대할 계획인데 그게 넷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미쳤다고 뻔히 질 싸움에 끼어드나?

       너희가 독 맞았지 내가 맞았냐? 해독제 필요한 건 너네지 내가 아니다.

         

       초절정의 무인은 작은 도시라도 한 명쯤, 큰 도시에는 제법 큰 무관마다 한 명씩은 자리를 잡고 있지 않던가.

       즉, 아홉이 뭉쳤으나 서로 간에는 잘 모르는 사이, 원수를 갚기 위해 힘을 합쳤으나 그게 안 될 것 같으면 당연히 흩어질 수밖에는.

         

       “아씨, 제갈이, 난아 지켜!”

         

       “옙! 누님!”

         

       청이 곧장 낭아월도에 검강을 두른다.

       그 옆으로 어깨를 맞추는 인기척.

         

       청이 씩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혼자보다 둘이 더 낫기는 하네.

         

       본래 군용 월도의 제원은 손잡이가 네 척 칼날이 세 척이다.

       칠 척에 달하는 거대한 반원이 휩쓰는 기적과 같은 사거리, 길어봐야 칼날이 두 척 정도인 도검은 흉내도 못 낸다.

         

       “비켜라! 그 계집이 암습을-”

         

       “문답무용! 변명은 필요없다!”

         

       “아니, 변명이 아니라 그쪽이 먼저-”

         

       “죽어랏!”

         

       자꾸 떠들어봐야 난아의 평판만 까인다.

       그러니 청이 계속 말허리를 자르며 맹공을 펼칠 수밖에는.

         

       월녀검 사 초, 월아출도.

         

       어느 날 월아가 싸우는 소리에 놀라 나서니, 산적 떼에 맞서 싸우는 청년을 본다.

       이때의 청년이 심하게 다쳐 피를 흘리니 깜짝 놀란 월아가 서둘러 싸움을 말린다.

         

       월아의 천하는 남림(南林)이라 하는 월국 남쪽의 작은 산자락이었을 뿐이다.

       또한 월아의 삶은 그저 원숭이와 뛰놀며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장난을 치는 것 뿐.

       그러니 아직 미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 큰 아이는 어째서 여럿이서 한 사람을 괴롭히느냐, 모두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무구한 소리나 하며 끼어드는 것이었다.

         

       산적떼는 그저 갑자기 하나 더하기 하나로 끼어든 미인을 보고 낄낄거릴 뿐이었다.

       적어도 곧게 뻗어 잘생긴 나뭇가지에 얻어맞아 바닥을 구르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연신 경쾌하게, 무게 없는 버들가지처럼 종횡무진 허공을 누비던 언월도다.

       이십오근, 물론 반대편에 붙은 철추를 제외하면 그 정도의 무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육중하기 짝이 없는 쇳덩이가 길이를 가지고 휘둘러지는 풍채가 어떠했겠는가.

         

       이는 월아가 최초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으니, 태어나 최초로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휘두름이다.

         

       응? 그런가?

       문득 청이 주변을 살핀다.

       월녀에게는 몰라도, 청은 이미 핏물에 손을 담든, 아니 손뿐만 아니라 아주 코 막고 첨벙 뛰어든마냥 온갖 혈업을 뒤집어썼다.

         

       심상 속 월녀는 산적을 해하지 않았으니 아직은 그저 무구하여 사람의 미움이 어떠한 것인가를 모르기에.

         

       하지만 청은?

       산적 놈들을 굳이 살려줄 필요가 있었나?

       그냥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잖아.

         

       심상이 깨어지고, 언월도가 그리던 선에 빈틈이 샌다.

         

       “죽엇!”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는 중인 적이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검강을 뻗어온다.

         

       청의 손아귀가 쥔 주먹을 느슨히 풀러내리니, 보다 무거운 뒤쪽의 철추로 무게가 쏠려 창대가 주욱 타고 내려와 월도의 칼날받이가 검지를 툭 두드린다.

       마치 철추를 역수로 쥔 듯한 형상.

       청의 손이 나아가며 팔꿈치를 접으니, 긴 창대를 타고 육중한 철추가 부웅!!

         

       열 근에 이르는 철추가 적의 볼따구 깊숙히 틀어박힌다.

       돌아가는 턱, 순식간에 팍 터져 나오는 코피, 제딴에는 초절정 고수라고 호신경을 두르기는 한 모양으로 머리가 터져나가지는 않았지만.

       뛰어들던 속도보다 세 배쯤 빠르게 튕겨 나가 치이익 반대쪽 뺨으로 추락하며 긴 고랑을 그린다.

         

       안면으로 땅을 긁는 불시착에, 적들이 멈칫하며 물러나 고개를 돌린다.

       아예 관중 앞까지 날아가 꿈틀대는 원수 호소인.

       그리고 푹! 엎어진 무인의 펑퍼짐한 양쪽 엉덩이 가운데에 한 자루 비도가 날아와 꽂힌다.

         

       그에 관중들의 시선이 당난아에게.

       당난아가 흥 콧김 한 번을 뿜어 주고는 제갈이현의 거대한 덩치 뒤로 쏙 숨는다.

         

       한편, 팽대산은 초절정 둘을 맡아 나름 분전을 취하는 중이다.

         

       꽈릉 꽈르릉 울려 퍼지는 은은한 뇌성,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 어울리지 않는 대기의 울부짖음이다.

         

       혼원벽력신공.

         

       태초에 하늘도 땅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저 모든 것이 뒤섞여 하나의 혼돈을 품었을 뿐이라.

       그렇기에 만물이 하나, 일원(一原).

       거대한 근본이기에 태원(太原).

       그리고 모든 것이 뒤섞였기에 혼원(混元).

         

       어느날 팽씨가 천하가 불안정한 날씨에 빛으로 세상을 절단하여 분리하는 빛과 함께 덮쳐오는 벽력을 들었다.

       귀가 아닌 몸으로 와닿는, 흉포한 파괴의 소리, 태초에 무엇이 존재했는지는 몰라도 그 소리만은 저러했으리라.

       그리하여 벽력을 닮은 도가 세상에 나왔으니, 우주의 근원, 가장 두려운 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고 한다.

         

       초절정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안정한 도강이 칼날 얇은 예검 위로 일렁이며 불규칙한 파형을 그린다.

       그럼에도 둘을 붙들어 밀리지 않고 연신 뇌성과 함께 버티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신공절학이 가진 진정한 위력이었다.

         

       예도는 날렵하여 휘두르기가 섬광과 같고 또한 낭창하여 휘니 무수한 꺾임, 분절하여 뻗어나가는 벼락을 닮았다.

         

       정작 팽대산은 이를 악무는 중이었지만.

         

       고작 같은 경지의 야인 둘을 상대하면서 쉬이 승기를 잡지 못한단 말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려 누님 말씀대로 대도를 들 것을 그랬던가.

       매일같이 육참골단 육참골단, 살을 내 주고 뼈를 가르는 육중함, 이것이 바로 사나이 대장부의 싸움 방식, 그야말로 팽가의 진정한 힘이다 소리치시더니.

       물론 려 누님이 사나이는 아니지만, 외려 사나이보다 더한 짐승이니 진작 한 놈 갈라버리고 한 놈을 찍어누르고 계시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팽대산이 대도를 버리고 얇은 예도를 잡은 것도 다 매일 같이 근육최강을 외치며 괴력제일론을 설파하던 누구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자 문득 울컥!

         

       팽초려의 동생 사랑은 상당히 과격한 면모가 있었으니, 지금이야 다 큰 사내자식을 껴안고 휘두를 수 없어서 망정이지 어릴 때야 어떠했겠는가.

       허구한 날 머리를 죄고 목을 죄고 관절을 붙들어 엉겨 붙던 누이고, 반대로 말하자면 매양 괴롭힘을 당하던 동생이라는 뜻.

         

       어쩌면 팽대산의 여인 혐오는 제 누이에게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고.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니, 정교하게 벼락을 모사하던 도강이 돌연 크게 치솟으며 궤도를 이탈해 섬광으로 내려꽂힌다.

       쾌에서 중으로의 급격한 변화, 적이 다급히 땅을 짓밟아 물러난다.

       쾅! 땅속을 깊숙히 파고드는 칼날.

         

       그러나 적은 둘, 남은 하나가 이때다 하고 칼을 치드니, 팽대산의 눈가에 불길이 확 치솟으며, 손을 뻗으니, 꽈릉!

         

       오랜 역사를 가진 명가의 신공이 무서운 점은, 바로 이러한 깔맞춤이다.

       같은 심상을 가지고 통일된 무공은 서로 보완하여 단점을 지우고 함께 써서 상승을 일으키는 것이다.

       내공은 혼원벽력신공에서.

       다리를 움직이는 방법은 혼원보에서.

       오른손에는 도를 뒤로 혼원벽력도를 휘두르니, 그러면 왼손이 하나 남고야 만다.

         

       그래서 왼손에는 무엇?

       혼원벽력장.

         

       적이 벽력에 깜짝 놀라 칼을 눕히고 칼날을 받쳐 방어를 취한다.

       쩡! 돌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팽대산이 주춤, 뒤로 두 발짝.

       상대는 뒤로 두 줄기 고랑을 패며 쭈욱 밀려나니, 비슷한 거리를 물러난 두 사람이라도, 자세를 지킨 원수 호소인의 판정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

         

       쐐액!

       원수 호소인의 옆구리에 비수가 푹, 손잡이만 밖으로 나와 빼꼼.

         

       이러니 청의 고향에서도 다대다의 싸움에서는 원거리 공격수를 먼저 잡으라 하는 것이다.

       하물며 그게 독까지 쓰는 년이면?

         

       “커흑.”

         

       원수 호소인이 축축한 기침을 내뱉는다.

         

       그에 예도를 들어 재차 달려드는 팽대산.

         

       원수 호소인이 생각했다.

       씨벌, 생사결 진짜 더럽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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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tch

I Am This Murim’s Crazy B*tch

이 무림의 미친년은 나야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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