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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7

       

        

        

        

        

        

        

       “가상현실 기준 5배속이라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15분도 안 되서 미션을 끝내고 나오다니. 현실 시간으로는 들어간 지 고작해야 3분밖에 안 되서 끝난 거란 말이죠.”

        

       “어차피 여기서 그렇게 질질 끌 생각 없었잖아. 적진에 처박혀있는 시간이 길수록 작전 성공 확률이 낮아지는 걸 네가 모를 리도 없을 거고. 속전속결로 끝냈지.”

        

       “후, 역시…통제관으로서 어지간하면 참가자와 대화를 많이 나누면 안 되는 건 알지만, 두 명이랑 대화하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니까요.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로군요.”

        

        

        

        로렌티나가 무슨…소화불량으로 고생하다 체증이 쑤욱 내려간 사람마냥 숨을 토해냈다.

        

        그리 행동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참가자들은 남이 세 번째 미션을 하는 걸 관전할 수 없지만, 일반참관인과 통제관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 다르게 말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공장 침투 작전에서 신나게 몸을 비틀고 있는지를 직관할 수 있단 소리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나나 로건이 아닌 다른 이들이 이 미션의 참가자로서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자리엔 아무리 적게 잡아도 나만큼, 혹은 최소한 나 이상의 복무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기라성처럼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리고 시뮬레이션 내에서 외통수에 몰린 친구들에겐 꽤나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반대로 복무 경력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열쇠도 아니었다. 잘못된 선택 하나가 빚어낼 수 있는 참사는 무궁무진했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죽는 사람들은 호봉을 가리지 않는다.

        

        

        바로 그 결과가 시뮬레이션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보여주었던 정찰 드론은 전부 하나같이 직접적인 전투 능력은 없었지요. 적의 위치를 허공에서 전부 마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적을 죽이는 것은 사람의 몫이니까요.”

        

       “그래. 적 병력을 무슨…3개 중대 분량을 박아놓았단 건 적만 200명에 가깝단 거지만, 두 명이 휴대할 수 있는 탄약 분량은 한정되어있기도 하고.”

        

        

        

        대략적으로 보았을 때, 한 사람당 240발 가량.

        

        두 명이 갔다면 그 두 배의 숫자긴 하지만, 한 사람을 사살하기 위해 필요한 총알의 수가 꽤 여럿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0명 가까이 상주하는 공장에 꼴랑 500발 가량만 들고 들어갔을 때, 교전이 오래 끌리기라도 한다면…그닥 좋은 꼬라지는 못 보겠지.

        

        아쉽겠지만, 방금 전에 말했듯이, 시뮬레이션 내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격 터렛은 감적수와 저격수의 역할을 통합하는 데 그 의의가 있지. 정찰 드론보다는 못하더라도 제한적으로 UI에 적의 위치를 표시하는 기능도 있고…작전 전 정보가 많은 건 좋지만, 때로는 정보를 수집할 시간에 기민하게 움직일 줄도 알아야만 해.”

        

       “교묘하게 파둔 함정으로 사람들이 걸어들어가는 걸 본 느낌이 어떤가요, 로렌티나?”

        

       “뭐어, 그들 나름대로 교훈을 얻겠지요.”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당연하겠지만 상어와 나, 북극곰은 언제나 그렇듯 시험이 끝나자마자 휴게실로 향했고, 해당 방은 우리가 들어간 순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며, 동시에 엿들을 수도 없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리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테스트가 전부 종료되는 대로, 막내랑 로건이 어떻게 이번 미션을 돌파했는지에 대한 영상을 코멘트와 함께 탈락자들에게 배부할 겁니다. 시뮬레이션 룸도 열어놓을 거고요. 전멸한 팀들도 충분한 피드백을 얻어야겠지요.”

        

       “쉽지는 않겠지만.”

        

       “뭐어, 애초에 이번 미션엔 정답이 없으니까요. 누군가는 정찰 드론을 아주 적절하게 잘 사용해서 테스트에 합격할 수도 있는 거고.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성공의 가능성 중 하나를 보여주는 거죠. 그 이상으로 해줄 것도 없고.”

        

        

        

        그리 말한 로렌티나는 다시금 스크롤을 띄웠다.

        

        탈락, 탈락, 탈락, 교전 중, 탈락, 성공…어제와 오늘을 통틀어, 존재하는 모든 미션들을 제법 무난무난하게 소화하던 양상과는 다르게, 이튿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세 번째 미션에선…말 그대로 탈락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탈락자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부분점수가 있는 다른 미션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탈락, 혹은 성공이라는 이지선다만이 존재했으니까.

        

        그러나 이번에는…그 숫자가 좀 많긴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성공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었다.

        

        

        

       “대놓고 얍삽하게 하는 친구들도 많군요. 하지만 그 덕분에 성공의 기회를 거머쥔 걸 보면, 그건 얍삽하다기보단 훌륭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정찰 드론으로 미션을 성공한 조도 한두 명씩 슬슬 보이는 걸 보니…이건 꽤 대단한데. 외부에서 대기하면서 대놓고 적 인원수를 줄여놓고 느긋하게 침투했던 조도 있구만.”

        

        

        

        제75레인저연대의 방법.

        

        이들은 말 그대로 한 사람당 500발씩, 배낭 안에 탄창이 그득그득할 때까지 낑겨넣은 다음, 적어도 700m가 넘는 거리에서 정찰 드론을 띄우고는 말 그대로 모든 것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200명 가량 중 30명의 머리에 구멍이 뚫리자 다들 무지막지하게 당황하여 건물 안으로 숨어드는 사이 이들은 거리를 좁히고는 기지를 빙빙 돌며 추가적으로 25명 가량을 더 황천으로 보내주었고, 이후 사람이 별로 없는 반대 지점까지 기동하여 침투.

        

        중앙 건물에서 데이터를 빼낸 뒤 이들이 다시 나오기까지는 가상현실 기준 7분이 걸렸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소요한 시간은 48분 22초였다. 데드라인까지 고작해야 1분 30초 가량을 남겨둔 것이다.

        

        

        

       “머리 한 번 기똥차게 굴렸구만.”

        

       “그러게나 말이에요. 아군이 적 기지 내부에서 시간을 오래 끄는 건 문제가 되지만, 오히려 밖에서 시간을 끄는 건 꽤나 흥미로운 방법이로군요. 굳이 기지에 빨리 들어갈 필요 없다는 선택지를 고른 것은 눈여겨볼 만하네요.”

        

       “관찰력과 결단력이 대단하네요. 역시 실전 경험이 많은 곳들이 우세한 건 당연하겠죠.”

        

        

        

        SAS, JTF-2, 미국의 수많은 특수부대를 비롯한…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명가들.

        

        나와 로건이 너무 압도적인 커리어를 쌓아왔기도 하고, 신체적 어드밴티지로 인해 완전히 번외로 시점이었지만, 우리가 세운 기록들을 열심히 쫓아오고 있는 부대가 너무나도 많았다. 역시 세상에 괴물들은 차고 넘치는 모양이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로렌티나가 말을 이었다.

        

        

        

       “최대한 땡땡이를 치고 싶긴 하지만 일이 계속해서 생기는군요. 특히 저쪽에 있는 저격수 학교의 교관들이 이번 컴페티션에 꽤나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단 말이죠.”

        

       “이미 진즉 구경하고 있던 것 아니었나?”

        

       “슬슬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내일 즈음 저격수 코스를 밟고 있는 후보생 친구들이 단체로 견학 비스무리한 걸 올 예정이기도 하고.”

        

       “…너무 늦은 것 아닌가요?”

        

       “어차피 첫 날, 그리고 둘쨋날 했던 것들은 전부 영상으로 녹화됐거든요.”

        

        

        

        흐음.

        

        아무튼 이곳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컴페티션에 관심을 가지는 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저격수 학교, 기초군사학교, CQB 스쿨, 기갑학교, 부사관학교를 비롯한 무지막지한 교육 시설도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여기는 아까도 잠시 말했던 제75레인저연대의 본고장이다. 그런 쟁쟁한 시설과 인간-병기들이 있는 곳에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데 어찌 다들 구경을 안 오겠어.

        

        이를 뒷받침하듯 로렌티나는 계속해서 말했고, 이를 대강 요약하자면…어제 지정된 인원들만이 시청 가능한 군사-스트리밍이 나간 그 다음 날, 그러니까 오늘, 이를 직관하고 평가하거나, 혹은 뭔가를 얻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폭증했단다.

        

        그리하여 이 상어조차 인원 통솔에 끌려가야 할 가능성도 있단 말이지. 물론 그렇겐 안 되겠지만.

        

        

        

       “나가서 맥주나 빨자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구만. 더 바빠지기 전에 즐기잔 뜻이었나?”

        

       “하하, 어떻게 보면 그렇지요. 물론 농담이긴 하지만…어차피 내일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잖아요? 둘 다 길리슈트-잠입 미션은 손도 안 댈 거고, 감적수 없이 사격하는 것과 헬리콥터 지상사격만 끝나면 완전히 프리할텐데.”

        

       “그렇지. 너도 딱히 할 일이 없을 거고.”

        

        

        

        상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예정인 잠입 미션은 아홉 명의 통제관 중 로렌티나를 제외한 여덟 명만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 여덟 명은 2인 4개조로 찢어져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4개의 벌판으로 향한 뒤, 8명으로 이뤄진 저격수들이 풀밭을 기어다니는 걸 3시간 동안 잡아낼 것이었다.

        

        두 명의 통제관으로 이뤄진 색적조가 풀밭을 기어다니는 저격수 8명을 최대한 찾아내어야만 하는 형태의 미션. 이것이 다른 곳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었고, 총 16개 조가 3시간 동안 엄중한 감시 아래에 놓일 것이었다.

        

        이번 컴페티션에 참가한 조는 총 32개였으니, 동일한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하여 6시간. 나와 로건, 그리고 로렌티나는 그 시간 동안 딱히 할 것도 없는 백수로 전락할 예정이었다.

        

        

        왜 상어가 멀뚱하게 구경만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네가 참가하면 10분도 안 되서 몽땅 발각당할 거고, 들킨 놈들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강당에 처박히겠지. 짧으면 3시간, 길면 6시간 동안 말이야.”

        

       “올리비아였으면 2분도 안 걸릴 텐데요, 뭘.”

        

        

        

        또 발현자 때문이다.

        

        모티브가 되는 동물이 누구건 간에, 한 번 발현자가 되는 순간 신체능력과 오감이 말 그대로 급속도로 발달한다. 그 상한선이 인간의 것을 아득하게 벗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인간 스캐너 그 자체인 로렌티나가 스포팅 스코프에 눈을 처박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갑자기 기준점이 너무 높아지겠지. 바로 그 때문에 상어는 잠입 미션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이리저리 생각하던 로렌티나가 입을 열었다.

        

        

        

       “총기 회수 및 손질은 막내랑 북극곰 빼면 다들 각자 알아서 할 거고, 내일 견학할 친구들을 정확하게 배분해야 하는 일이 새로 추가되긴 했는데….”

        

       “뭔 일 있나요?”

        

       “…막내. 제가 적당히 정보를 주면, 그걸 토대로 내일의 이동 동선과 차량 배차, 의자 순서, 이들 전원을 먹이기에 충분한 양의 식사 제공량, 쌍안경 수량 등등을 계산하고, 그걸 토대로 서류 몇 개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아, 짬때리기구나.

        

        하지만 이카루스 기어가 있는 이상 단 1도 문제가 없었다.

        

        나는 작게 웃음을 지어보였고, 로렌티나는 그 순간 주머니에 있는 단말기를 손으로 슬그머니 만지작거렸다 – 물론 상어가 부탁했단 사실은 사라지고, 내가 단말기를 해킹해 정보를 꺼내갔단 느낌으로 해야 뒷처리도 간편하단 말이지.

        

        작성은 그닥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몇 가지 변수들을 확인한 AI가 몇 가지 시안을 내놓으면 로렌티나가 이를 확인한 뒤 가장 적합한 것을 선정할 뿐. 그리하여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몇 개의 협조 요청 공문이 생성되었다.

        

        로렌티나는 이를 참모부에 즉각 제출했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합법적으로 기지 내의 이런저런 차량 및 식량을 동원 가능한 권한을 얻게 되었다.

        

        

        그리하여 상어가 날 껴안으며 덧붙였다.

        

        

        

       “역시 막내가 최고예요.”

        

       “그럼요.”

        

       “으휴….”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하는 모든 일이 제로로 수렴한 시점에서, 상어는 샥스핀에 묶인 모든 족쇄를 벗어던졌다.

        

        오늘 로렌티나는 술에 쩔은 상어로 종족변환을 할 예정이었다.

        

        

        

        

        

        

        

        

        

        

       “업로드 허가 떨어졌습니다! 이 정도의 검열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좋아. 얼마나 많이 볼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가보자고.”

        

        

        

        한편, 그로부터 만 하고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동아시아의 반도.

        

        스나이퍼 컴페티션 – 그 중에서도 한국의 활약상, 그리고 유진과 로건이 극소량 담긴 검열 가득한 영상이 한국 국방부 채널이라는 이름에 올라갔다.

        

        해당 영상이 실시간 인기 급상승 영상 1위에 당당히 걸리기까지 2시간 전의 일이었다.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정신이 다 어질어질하네요. 저희가 지난 번에 맞췄던 최대 거리가 아마…1.5km였죠?”

        

       “잘 기억하고 있군요.”

        

       “아직 출국도 못 했는데 이런 걸 터뜨리면 당연히 기억날 수밖에 없다구요!”

        

       “아유, 제가 업로드한 게 아니라니까요.”

        

        

        

        미국 조지아, 콜럼버스 기준 오후 10시, 한국 기준 대략 오전 9시 가량. 하모니와 다이스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왔다.

        

        아까 말한 것처럼 로렌티나가 맥주와 위스키에 쩔은 샥스핀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되어가는 와중 걸려온 것이었다 – 그리고 그 내용은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였고. 긴급히 전달된 내용에 유어스페이스를 뒤져본 결과 눈 앞에 바로 뜬 건 덤이었다.

        

        영상이 올라온 건 대략…9시간 전인가. 보아하니 한국 기준 오전 12시에 정확히 올린 듯했다. 길이는 대략 10분 정도였고, 조회수는 벌써 200만을 돌파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내가 없는 한국은 완전 생난리가 났단 소리였고.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불똥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건…아무래도 하모니와 다이스였던 것 같다.

        

        

        

       “아무튼 무척이나…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네요, 유진 씨. 로건도 옆에 있는 것 같은데….”

        

       “물론 막내 옆이지. 혹시 내가 그리웠나? 시간만 있었다면 얼굴을 보러 갔을 텐데 말이야. 간만에 또 AP에서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겠어?”

        

       “끼야아아악-!”

        

       “다이스 좀 그만 괴롭혀요.”

        

        

        

        안 그래도 로건 공포증이 생긴 예린이한테 무슨 짓이람.

        

        물론 꼴을 보니 반쯤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대리-응징을 위해 북극곰의 허벅지에 찰싹 하고 찰지게 슬랩을 갈겼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반쯤 튀어오르며 끼약 하고 여성스러운 비명소리를 터뜨렸다. 그걸 본 로렌티나는 낄낄 웃었고.

        

        그래도 본인의 잘못은 아는지 이 양반은 따로 내게 뭘 하지는 않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어지는 말.

        

        

        

       “저게 첫 날의 영상이라면, 두 번째 날이랑 세 번째 날도 있다는 거죠? 환장하겠네, 진짜. 출국이 내일이라 다행이지, 갑자기 영도가 이만큼 날아와서 깜짝 놀랐다구요.”

        

       “출국이 코앞까지 다가왔군요. 러시아어 공부는 열심히 했길 바랄게요.”

        

       “거의 상시로 같이 다니는 가이드분 덕분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한데…유진 씨가 옆에 있었으면 엄청 좋았을지도. 그건 그렇고 제때 오는 건 맞죠? 저희 먼저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하고 있을게요. 유진 씨는 여기 한 번도 안 와봤죠?”

        

       “네, 아쉽게도.”

        

        

        

        아마 저쪽 세계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러시아, 그리고 중국을 가볼 기회는 있었을 것 같긴 하다. 대신…아마 민항기 대신 수송기를 타고 갔을지도.

        

        리버스-징기스칸이 되어 유럽 대신 러시아와 중국을 짓밟고는 탱크 캐터필러보다 더 큰 친구들을 전부 네이팜-폭격으로 직화구이를 때려버리는…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보다.

        

         어지간하면 말조심을 해야만 했으니, 결국 할 말은 정해져있었다.

        

        

        

       “목소리에 상당히 여유가 깃들어있는 걸 보니, 제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이번 년도에도 무난하게 파이널 챔피언십 출전권 5개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죠. 이리 말하면 좀 그렇긴 한데, 이번 년도에는 일본도 없으니까요. 사실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저쪽은 지금 집안 싸움 비스무리한 것 때문에 좀 많이 난장판인 상황이고.”

        

       “뭔가 또 유의해야 할 점은…없겠죠, 이 즈음은.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잘 분석해놨을 거고.”

        

       “하하, 그럴 리가요.”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과 마찬가지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게 될 아시아 예선전의 1주일 전부터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입국하고, 시차 및 음식 적응을 할 예정이었다.

        

        만약의 경우였지만, 컨디션 관리에 실패해 감기 같은 병에 걸리더라도 VR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지간한 신체적인 컨디션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고…그렇다면 나 역시 안심할 수 있을 듯했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덕분에 큰 걱정 없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다다음 주 월요일에 보도록 합시다.”

        

       “…에, 어. 다다음 주 월요일이면 아시아 예선전 당일인데. 너무 딱 맞춰서 오시는 거 아녜요?”

        

       “맞아요.”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말.

        

        

        

       “출국하기 전에, 상어와 북극곰을 데리고 디즈니 월드에 가서 동심을 좀 충전해야 하거든요.”

        

        

        

        1초, 2초, 3초.

        

        내가 뭔가 잘못 말했나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 정적에 이어, 다이스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디즈니 월드에 가서 동심을 충전하는 게 아니라, 유진 씨랑 지인 분들이 디즈니 월드에 꿈도 희망도 없는 폭력을 전파하러 갈 것 같은데요.”

        

       “방금 그 말, 상어랑 북극곰한테도 잘 전달해줄 테니 기다리고 있으세요.”

        

       “에, 아니, 잠깐만요? 유진 씨, 유진 씨!?”

        

        

        

        물론 씨알도 안 먹혔다.

        

        다이스가 북극곰에게 새우꺾기, 상어에게 특제 마사지를 예약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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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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