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27

   “교회에서 미행이 따라 붙었다고?”

   “…영애님을 감시하고자 했단 말입니까.”

   

   방금 전의 일을 설명해주자 카리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고, 페이비는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불쾌함과 함께 다소 차갑게 들리는 목소리를 냈다.

   

   “영애님. 그 심문관의 이름이 어찌 된다 그랬지요?”

   “내가 그딴 정신병자 이름을 기억할 것 같아?”

   “니안. 니안이라고 했습니다. 성녀님.”

   

   메스가키 스킬 탓에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게 거의 불가능한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옆에 서 있던 베네딕이 나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니안이라면 교황 비서분께 직속으로 있는 분 중 하나네요. 다소 과격한 부분이 있으나 이외에는 부족한 부분이 없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황 직속!?

   

   아니. 씹. 잠시만. 그러면 나 지금 교황한테 찍힌 거야!?

   

   기적을 일으키는 바람에 교황의 주시를 당하게 된 거냐고!

   

   갸아아악. 이 세상에 오고 나서 좆 됐다고 생각한 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번에는 지이이인짜 좆 된 것 같은데.

   

   아직은 그 인간 상대하기엔 이른 시점이란 말야!

   

   허접 주신! 왜 나한테 기적 같은 걸 줘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만든 거야!

   

   왜 함정을 파 둔 거냐고!

   

   내가 요즘에 사는 게 편해보여서 실망스러웠냐!?

   

   콧대 세우고 흐흐흥하면서 다니는 게 그리도 고까웠냐아아아!

   

   “아냐. 성녀님. 지금은 좀 이야기가 달라.”

   “…예?”

   “최근에 주신 교회 내부의 분위기가 이상하단 이야기는 들어봤지? 성하께서 내부의 세력을 개편하는 중이라고 말야.”

   

   저 이야기 지난 번에 들어본 것 같아. 교회 내부가 혼란스럽다고 그랬었던가?

   

   그 때가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인데 아직까지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단 거야? 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관련해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작금의 교회를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원래 숙청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핑계를 대.”

   

   숙청이라는 단어가 오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일순에 싸늘해진다.

   

   사랑과 자비를 이야기하는 교회에서 결코 나와선 안 될 단어이지만 그 어떤 단어보다도 더 잘 어울리는 숙청이란 말은 작금의 현실이 어떤지 명확하게 설명했다.

   

   “예전에 왕국에서 한창 난리칠 때도 그랬어. 반란의 진압이라느니. 구역의 정형화라느니. 그렇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해서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야. 성녀님.”

   “…”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성녀님도 교회가 마냥 깨끗한 곳이 아니란 걸 알잖아?”

   “…사실 저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는 있었습니다.”

   

   교회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성녀라한들 그녀가 여태까지 성녀라는 이름하에 해 온 행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지어니.

   

   그녀의 옆에 서 준 고마운 사람들을 통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들어 온 페이비는 교회의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싸움은 교회 내부의 부패를 해소하기 위 한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현재 심문관들에 의해 사라지고 있는 이들은 교회의 권위를 빌려 착복을 하던 자들이다.

   

   신앙의 씨앗조차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은 숙청의 전조를 눈치채고 시끄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하나하나 사라져가는 중이었다.

   

   “원래 숙청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을 한다. 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이 경우에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그 분들은 정말… 믿음이 없는 분이셨거든요.”

   

   중간에 잠시 말을 망설였던 페이비는 입술을 꾹 깨물고서 다시금 목소리를 이었다.

   

   “나도 알아. 성녀님. 이번만큼은 예외야.”

   

   그리고 카리아는 페이비의 말을 조금도 부정하지 않았다.

   

   얼마나 그 대답이 단호했는지 되래 목소리를 냈던 페이비가 당혹스러움을 드러낼 지경이었다.

   

   “반나 르나트로. 르나트로 가문의 이남이자 네비도 영지의 주교. 아동납치와 부녀자 희롱 등 여러 범죄행위가 존재함. 최근 목이 베인 채 발견됨.”

   

   느릿하게 말을 이으며 품 안에서 수첩을 꺼내든 그녀는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몇몇 이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프라비 케나. 케나 가문의 삼남. 현재 케나 가문 영지에 주교로 파견되어 있음. 가문과 결탁하여 기부금이란 명목으로 영지 내 세금 착복 중. 최근 교회의 사람들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케나 가문의 사람들 또한 나라의 조사를 받고 있음.”

   

   카리아는 그 후로도 몇의 이름을 더 말하면서 휙휙 종이를 넘기다 어깨를 으쓱이며 그를 품 안에 넣었다.

   

   “이외에도 숙청당한 이들은 여럿이 있는데 하나 같이 속이 검은 쓰레기들뿐이었지. 성녀님께서 말한 대로.”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의 교회가 저런 범법행위를 대놓고 저지를만큼 부패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카리아는 그를 언급하지 않고 다시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다시 심문관 니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이 녀석은 과격한 이들이 많은 심문관 중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부류였어. 명령으로 하달 받은 이상의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징계를 받았는데 마음을 고쳐먹는 쪽보다는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쪽을 택했지.”

   

   니안의 은밀한 일처리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실제로 니안이 주신의 은혜를 받아 마음을 고쳐먹었노라 생각한 이들조차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그렇지만 그의 잔혹한 본성이 어디에 가는 것은 아니었고 교회 내부에선 그가 저지른 잘못의 행적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니안과 비슷한 짓을 했던 녀석이 감옥에 들어갔어. 죄목은 여러 개가 걸렸고 아마 사형을 당할 테지.”

   

   숙청의 대상은 신앙이 없는 자만이 아니었다. 왜곡된 신앙을 지닌 이들에게도 그 칼날이 향했다.

   

   “자기가 잘못했다고는 절대 생각 안 할 녀석으로 보이니 어떤 식으로건 자신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했겠지. 그러다가 기적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들려오니 움직인 거고. 주신께서 기적을 허락해 준 사람에게 옳았음을 증빙 받는다면 당당히 소명할 수 있으리라 여긴 거 아닐까.”

   

   교회의 분란에 대해 조사해 둔 것이 많았던 듯 카리아의 이야기 사이사이에는 그 어떤 공백도 존재하지 않았다.

   

   “믿을 만한 정보인가?”

   

   그럼에도 베네딕은 쉬이 속단하지 않고 증거를 요구했다.

   

   “요한 주교를 통해서 선을 몇 개 퍼트려놨거든. 신뢰도는 충분해.”

   “심문관의 독단이라 확신할만한 증거는?”

   “우선은 차기 추기경이 될 예정인 요한 주교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는 것. 성녀님은 물론이고 아카데미 교회의 사람들도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교황 성하와 그 아래 사람들이 교회 내의 혼란에 대처하느라 소울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사건에 얼굴조차 못 들이밀고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그렇네.

   

   이번 일만큼이나 고개를 뻣뻣이 세울 수 있는 일이 흔치 않을 텐데 교회 고위층의 얼굴이 보이질 않다니.

   

   원래라면 페이비 옆에 추기경 하나 정도는 서 있는 게 정상이잖아.

   

   그런 것조차 못할 만큼 바쁜 상황에 나 하나 감시하겠다고 심문관을 보낸다? 말도 안 되는 일이네.

   

   “애초에 말야. 거의 백년 만에 기적이 일어난 건데 그 당사자를 찾겠다고 저 미친놈이 떡하고 오겠어? 최소한 추기경 급이 찾아와서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정상이지.”

   <이해가 됐느냐? 내가 왜 개판일 것이라 이야기를 했는지?>

   

   카리아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할아버지가 목소리를 냈다. 카리아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모자랄 텐데. 심문관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걸 추측한 건가.

   

   ‘역시 할아버지! 천성이 정치꾼이시네요! 영웅이 아니었다면 나라를 세우셨겠어요!’

   <…칭찬하는 거 맞느냐?>

   ‘그럼요! 이게 칭찬이 아니면 뭐겠어요!’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꼬는 것 같은데.>

   

   미묘해진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흘려들은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그럼 나 아직 교황한테 찍히지 않은 거네?

   

   아직 그 미친 놈을 마주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잖아.

   

   다행이다. 만약 교황한테 찍힌 거였다면 현실에서 타임어택을 할 각오를 했을 거야.

   

   …근데 지금 교회 내부 상황이 내가 알던 거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네. 원래 교회 내부의 부패 세력이 척결되는 건 페이비가 진짜 성녀로 각성한 후의 이야기인데.

   

   정확하게는 페이비가 선두가 되어 교회 내부의 청렴한 자들과 함께 내전을 일으키는 게 내가 아는 교회 측 스토리야.

   

   헌데 지금 교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개혁은 페이비와 전혀 상관 없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뭐지?

   

   대체 교황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으으으. 1왕비와 마찬가지로 진짜배기 미치광이인 그 녀석의 생각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네.

   

   “그러니까. 이번 일은 성녀님께서 교회에 이야기를 전하면 그걸로 끝날 거야.”

   “예. 아카데미 교회의 주교님을 통해서 니안 심문관의 행동에 대해 전하겠습니다. 저의 이름이 있으니 그의 과격한 행동은 금방 잠재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어쨌든 당장의 문제는 이렇게 해결된 거잖아. 교황이 진짜 뭔가 저지르려고 그러면 허접주신이 나한테 알려주겠지.

   

   그 작자가 벌이는 일은 게임오버라는 살벌한 문구가 담기는 게 기본인 대 사건이 될 테니까. 지금 당장 내가 생각해야 할 건 역시 1왕비와의…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갤 돌리자 그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프레테입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 안에 알른 영애께서 있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새끼 벌써 일어난 거야!? 어떻게?! 내시로 만들 생각으로 발을 휘둘렀는데?! 이 세계의 강자는 거기도 단련할 수 있는 건가!?

   

   “왜. 무슨 일인데.”

   “옷의 조정을 끝마쳤으니 이제 그림을 그려야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