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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7

    <527 – 이해가 가는 의심>

     

    지젤이 의도치 않게 혁명을 너무 잘하고 있는 사이, 궁중에 입성한 즈앙과 티토소가는 무난하게 시월별궁에 입성했다.

     

    “가져오신 물품은 4황녀전하께서 정해주신 태그별로 나눠서 배치해주세요.”

     

    ━━━

    [납품리스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세트(12/12)

    파랑머리띠(카츄샤).

    파랑원피스.

    흰색앞치마(에이프런).

    흰색허리띠.

    흰색나시티.

    흰색속바지.

    흰색 스포츠브라.

    흰색 곰돌이팬티.

    흰색장갑(글로브).

    하양오버니삭스.

    검정로리타슈즈.

    회색망토.

    *소품세트(5/5)

    흰색토끼인형.

    물약벨트.

    물약병.

    케이크박스.

    케이크.

    ━━━

     

    리스트를 보자마자 알았다.

    이건 전신장비다.

    덤으로 간식을 곁들인.

     

    “정말 구조요청 하려고 뽑은 목록 맞아…?”

    “아닌 거 같네.”

     

    티토소가와 즈앙은 금방 눈치챘다.

    오크노디는 그냥 맘 편히 쇼핑하고 있었음을.

     

    “힝. 너무해. 우린 진짜 걱정했는데.”

    “붙잡힌 건 사실이라고 봐. 오크노디는 효율충이니까 잡힌 김에 겸사겸사 장비를 모을지도 몰라.”

     

    절친의 안목을 적극적으로 뽐내는 즈앙의 발언에 티토소가도 다시 의욕을 되찾았다.

     

    “머리띠는 아직입니다. 지금 옮기지 마세요!”

    “하양오버니삭스 12강 시작합니다. 운반 시작하세요!”

    “스포츠브라 물량 전부 창고로 빼세요. 13강 터지고 황녀님 빡치셨습니다. 늦으면 사탕막대기로 꿀밤 맞아요. 빨리 움직이세요!”

     

    정신없이 대량의 물자가 담긴 상자를 두세 개씩 들고 다니는 시녀들과 머리에 혹을 달고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돌아오는 시종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다가 왔나 물어보고 싶어지는 광경에 즈앙과 티토소가는 잽싸게 오버니삭스 상자를 들어올렸다.

     

    “너희들 보기보다 힘이 좋구나?”

    “헹. 당연하죠. 아카데미에서 이 정도는…”

    “아카데미?”

    “헉!”

    “티토 바보.”

     

    조금 칭찬을 듣자마자 우쭐해져서 안 해도 될 소리를 해버린 티토소가.

    정체가 들키거든 마취침부터 사방팔방 날려야겠다며 즈앙이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시종장은 티토소가를 향해 눈을 빛내며 상자 몇 개를 더 들고 왔다.

     

    “아카데미면 어느 아카데미? 제국아카데미? 기프트아카데미?”

    “기, 기프트요…”

    “잘됐네! 그럼 넌 다섯 박스 옮겨!”

     

    쿵.

     

    “히에엑! 앞이 보이지 않아요!”

    “하하, 엄살 부리긴. 그 정도는 마나스캔이나 기감으로 읽어내면 그만이잖아? 근무를 위해 사용하는 마법은 마법감지기에 걸려도 공격받지 않으니까 안심하고 팍팍 써도 돼.”

     

    운 좋은 1학년은 넘어져도 식당티켓을 줍는다더니 잠입임무에서 경계해야 할 중요정보를 얻어낸 티토소가의 행운!

    즈앙은 저 정도 운이면 암살자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시종장의 시선에 시치미 뚝 떼고 대답했다.

     

    “전 아카데미 안 나왔어요.”

    “즈앙 이 거짓말쟁이!”

    “불필요하게 솔직한 네가 바보인 거야. 몇 개 들어줄 테니까 조용히 해.”

     

    감지안을 켜고 슬쩍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시종들도 시녀들도 가벼운 기술은 누구나 쓰고 있었다.

     

    걸음이 빨라지는 헤이스트.

    힘이 늘어나는 스트렝스.

    발소리를 죽이는 잠행보법.

    대량의 물자를 운반하면서 발을 내딛는 행위만으로 주변사물을 감지하는 마나스캔.

     

    ‘응? 잠깐, 이 기운은…’

     

    즈앙은 조잡하고 투박하지만 시끄러울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한 마나파장 몇 개가 자신과 티토소가의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눈치챘다.

    자세히 보니 다른 시종시녀들도 그런 파장을 받아들였다가 다른 이에게 쏘아보내기도 했다.

     

    ‘흐응. 강의 시간에 보았던 그건가?’

     

    교수들의 지루한 강의에 지쳐 잡담을 하거나 지 혼자 필기를 다 하고 칠판을 지우는 이기적인 교수들에 대항하여 학생들이 깨우친 집단기술.

    <마인드링크Mind link> 마법.

    다수의 인원들이 정신을 연결하여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고 귀로도 들리지 않는 심어, 마음의 목소리를 주고받는 전음술의 일종!

     

    ‘연결해볼까?’

     

    기운을 받아들이기 무섭게 목소리들이 마구 쏟아졌다.

     

    -너 뭔데 이쁜 척이야? 화장 어디서 하고 왔어!

    -신입들이면 조용히 짜져있을 것이지 왜 시종장님 앞에서 나대고 그래?

    -멍청이들. 육성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니 시종장님이 달려와서 꼽을 주지!

     

    시샘, 질타, 충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며 오고 가던 시종시녀들이 뒤에서는 이런 졸렬한 통신을 주고받고 있었다니!

    티토소가에게도 알려줄까 고민하다가 겁먹은 티토소가가 힝잉잉 울면서 상자들을 내팽개칠까 우려되어서 즈앙은 그냥 비밀로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기프트 아카데미의 철칙.

    한번 호구로 얕잡혀 보이면 죽어라 착취당하는 것이 아카데미의 실태 아니었던가.

    아카데미의 교수나 고학년들에게도 얕보이면 안 되는 나날을 보냈던 그녀가 고작 황궁의 시종시녀들 따위의 괴롭힘에 굴복하고 권위를 인정해줄 리가 없었다.

     

    <마인드링크>

    <심어전송 – 울음소리:화염견>

     

    -활활!

     

    “엄마야 깜짝이야!”

    “어디 불 났어?!”

     

    음성을 전달하고 되돌아가야 할 마나의 흐름에 공격을 실어 되돌려보낸 즈앙.

    오크노디가 하던 재주를 어깨너머로 따라 했지만, 보고 배울 당사자의 숙련도가 워낙 뛰어난 탓에 쓸데없이 고퀄리티로 재현됐다.

    즈앙표 고퀄리티 화염견의 울음소리에 꼽을 주던 시종시녀들은 혼비백산했다.

     

    “거기, 무슨 소란이야!”

    “불이 어디에 났다는 거야?”

    “진짜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기분을 느껴봐야 정신 차리겠구나? 너, 상자 다섯 개 추가해!”

    “아니 정말로 들었다니깐요?!”

    “끝나고 상표수거도 네가 해.”

    “아니 정말로…”

    “빈박스도 니가 치워.”

    “…”

    “아직도 뭐가 더 들리고 그러니?”

    “아니요…”

     

    설마 사람이 화염견의 울음소리를 내었다고 상상도 못 했기에 즈앙을 의심조차 안 하는 시종시녀들!

     

    “헉, 즈앙. 여긴가 봐!”

     

    즈앙의 소소한 복수가 끝날 무렵, 박스를 든 시종시녀들이 일개미처럼 드나드는 시설이 나타났다.

    대량의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응집되고 오색찬란한 빛이 번쩍번쩍 뿜어져나오다가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는 장소.

     

    “조명대 제작소인가 봐!”

    “응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

     

    티토소가는 노골적인 아쉬움을 드러냈다.

     

    “힝. 아깝다… 조명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끔 궁금했었는데.”

    “거의 다 왔으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상자를 내려놓는 곳에 도착하니 깐깐한 시녀장이 마나패널을 들고 들어오는 상자 수량을 직접 체크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뭐죠?”

     

    시녀장은 티토소가와 즈앙을 발견하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 복장은 9개월 차 궁중시녀 이타치와 모모치의 것인데 당신들은 왜 두 사람의 시녀복을 입고 있는지 설명하세요.”

     

    눈비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째려 보며 주눅들게 만드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시선에 강약약강의 티토소가의 어깨가 곧장 움츠러들었다.

    즈앙은 시녀장이 줄 달린 안경을 한 손으로 밀어 올리는 행위를 보고 안경에 달린 <장치>를 조작하여 언제든지 구속마법을 전개하려는 의도를 느꼈다.

    즈앙은 핑크베리 교수의 변장술 강의를 떠올리며 천연덕스럽게 마인드링크를 걸었다.

     

    -시녀장, 우리는 궁중재무부에서 나온 자금추적자Treasury chaser이며 최근 들어오는 여아용 장비들의 특별지출이 보고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테러물자의 출납을 위한 눈속임은 아닌지 확인 절차를 거치는 중이다.

    -…재무부에 그런 직급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앞으로도 없어야 할 거다. 우리가 나서는 경우는 주로 조만한 신변상에 문제가 생길 고위관료들의 주변을 캐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알겠습니다. 그럼 재무부에서 여러분의 신원을 조회할 열람 코드를 알려주십시오.

     

    그런 것도 있어?

    더럽게 까다롭네.

    즈앙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시녀장에게 다가갔다.

    품에 손을 집어넣어 시녀장의 모든 신경을 집중시킨 뒤, 단숨에 <그림자밟기>로 시녀장의 움직임을 속박하고 소매에 찬 팔찌, 목걸이, 허리에 찬 아티팩트 등을 와다다다 뜯어내었다.

    상태이상 감지, 자동해제, 경보알림 등의 효과를 지닌 아티팩트들을 무효화 자루에 집어넣어 무효화시키고는 시녀장이 체술을 발휘하기 전에 티토소가에게 마인드링크로 심음을 보냈다.

     

    -티토. 시녀장의 안경에 빔을 쏴.

     

    “헉! 알았어!”

     

    대답하는 동안에 쏘라고 바보야.

    그 잠깐 사이에 시녀장이 그림자밟기의 작동원리를 간파하고는 제 몸에서 빛을 내뿜어 그림자의 방향을 역전시켰다.

     

    <궁중무투술>

    <스위프트 무브먼트Swift movement>

     

    기민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우아하게 펼쳐지는 위치변경이 즈앙을 단숨에 불리한 위치로 몰아넣었다.

    티토소가와 즈앙을 일자로 두어 티토소가의 지원을 방지하는 움직임!

    그러나 빛을 다루는 티토소가에게는 오히려 등을 진 자세가 이득이었다.

     

    “티토빔!!”

    “윽?!”

     

    안경에 정통으로 날아드는 빛 때문에 순간 눈이 멀어버린 시녀장.

    그녀의 움직임이 멈춘 잠깐 사이에 달려든 즈앙이 마비침과 수면침을 번갈아 가면서 마구 꽂아 시녀장을 기절시켰다.

     

    ‘갓 즉위한 허접황녀의 시녀장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제국도 제법이네.’

     

    즈앙은 쓰러진 시녀장의 손에 들린 암기를 보고 그 수준을 가늠했다.

    암살자로서의 역량은 능히 상급에 견줄 수준.

    황제도 아주 글러먹은 생각으로 오크노디를 황녀를 임명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지나치게 강해서 오크노디의 탈출을 저지할 정도의 실력자를 시녀장으로 심어두진 않았다.

    반대로 어중이떠중이들이 신분을 감추고 접근하거나 암살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눈썰미가 좋고 절차에 꼼꼼한 인물을 시녀장으로 세워두었다.

    어쩌면 진심으로 오크노디를 황녀로 삼고 싶어서 삼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녀장 언니! 강화재료는 언제 들어와?”

     

    황제의 마음을 훔친 요망한 절친의 목소리가 저 안에서 들려왔다.

    여기서 나타나면 오크노디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깜짝 놀라며 히야악 하는 표정?

    그럴 줄 알았다며 후후후 하는 표정?

    의류상자를 들고 들이닥쳐서 얼굴을 마주치자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히야아아악!!!”

     

    오크노디는 사색이 되어서 방어진을 다섯 겹이나 펼치며 백 대쉬를 밟고 책상 위의 철판을 발로 박차 전면에 들어 올렸다.

    이것은… 예상했던 놀람보다 훨씬 더 티토소가스러운 놀람이 아닌가.

    오크노디가 왜 이렇게까지 날 보고 놀랐지?

    조금 기분이 뾰루퉁해진 즈앙.

     

    “왜 그래? 내 얼굴을 보고 그렇게 놀랐어?”

    “즈앙, 사실대로 말해!”

     

    오크노디는 주거지에 쳐들어온 인간을 보고 햐악거리는 고양이수인처럼 햐악거리며 사납게 물었다.

     

    “어느 교수님이 보냈어! 누가 날 아카데미 밖에 있는 동안 다른 교수님들 모르게 납치해서 실험실로 데려오라고 시킨 거야! 역시 사다코 교수님이지?!”

     

    아… 이건 놀랄만하지.

    굉장히 합리적으로 이해가 가는 의심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수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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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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