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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8

       

        

        

        

        

        

       “…참 바쁘셔, 우리 유진 쌤.”

        

       “어쩌겠어요. 부르는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의 꿈틀거림 한 번에 한국이 들썩이는중www

       -이게 그 아난타세샤인가 하는 그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두렵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분 가량의 영상 중에서 꼴랑 1분 정도밖에 안 나왔지만 녹껄룩과 주사위한테 시청자수 40만명을 추가로 몰아줄 수 있음(진짜)

        

        

        

        하모니-다이스 합방, 현재 시청자 수 90만 명.

        

        다르게 말하면 바다 건너 미국에서 있었던 유진이라는 지진에 의해 생겨난 해일이 한국을 강타하며 생긴 참사 아닌 참사. 물론 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뽕 드링킹 중에서도 극히 일부였고, 당연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새끼 비얌들의 의사는 단 1도 개입되지 않았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믿기 힘든 행보로 인해, 유진이 한 번 방송을 켤 때마다 평균 시청자 수만 180만 명에 달하는 넘사벽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았지만, 하모니와 다이스는 그 사람이 한동안 방송을 쉴 때마다 시청자가 이쪽을 향해 역류한다는 사실을 잠시 까먹고 있었다.

        

        상당히 긴 스트리밍-휴식 기간을 가지고 있는 유진.

        

        공개된 지 불과 24시간도 안 된 스나이퍼 컴페티션 영상.

        

        갈 곳을 잃은 시청자들.

        

        출국까지 남은 시간 하루.

        

        그 모든 요소들이 한 점으로 집약되자, 내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날아오를 예정이었던 하모니와 다이스의 스트리밍은 말 그대로 격동하는 혼돈으로 화했다.

        

        프로게이머이기 이전 경력직 스트리머였던 하모니가 도네이션 자체를 잠가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방송은 여러 의미로 터져버렸을 것이었다.

        

        

        하모니는 개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유머 카테고리를 눌렀다.

        

        혼란한 현 시점을 그대로 대변하듯, 유진이 출연한 영상에 대한 리액션 및 분석 영상 혹은 글이 범람하고 있었다.

        

        

        

       “와우.”

        

       “이제 시작이에요, 예린 씨.”

        

        

        

        두 명의 머릿속에 얼마 전 보았던 컴페티션 영상의 내용이 떠올랐다.

        

        랜덤 타깃 맞추기, 초장거리 사격, 그리고 총기 조립 후 사격. 영상의 흐름은 유진과 로건이 미션을 가장 첫 번째로 수행하고, 그 후 한국 팀이 미션이 수행하는 것을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 그것이 세 번 반복된 뒤, 남은 1~2분 동안은 인터뷰.

        

        당연하겠지만 인터뷰 부분은 다들 하나도 신경쓰지 않았고, 유진과 로건이 감적수와 저격수를 번갈아가며 맡은 뒤 미션을 초고속으로 밀어버리는 장면만이 모두의 뇌리에 가득히 남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장면은 유진과 로건이 3발만에 2.1km를 맞추는 장면이었고, 불과 수십 초밖에 안 되는 해당 부분은 클립이 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주 신속하게 국뽕 코인에 탑승한 분들도 계시는 것 같고.”

        

        

        

        그 말대로.

        

        요컨대 리뷰 영상, 혹은 리액션 영상인지 뭔지 하는 게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장 보이는 언어만 해도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를 막론하고 자기가 과거 특수부대 출신이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리액션들이 한무더기였고, 또 그걸 캡쳐한 후 자막을 번역해서 올려놓은 글도 십수 개였다.

        

        이 정도 눈치가 없으면 유어스페이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어렵다는 듯, 리뷰 영상이 올라온 시각도 무지막지하게 빨랐다. 특히나 이는 미국 및 유럽 쪽에서 더욱 그러했는데, 업로드 시간이 미국 기준 오전 11시 정도란 점을 감안하면 서양 쪽에서 더 빨리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먼저 올린 만큼 조회수는 보장되어있었다. 구독자 수가 7천 명 가량밖에 되지 않는 채널에서 올린 영상이 무려 10만 뷰가 넘는 경우도 왕왕 있었으니까.

        

        

        물론, 어떻게든 이 흐름에 탑승해서 조금이라도 인기를 끌어보려 아등바등하는 소규모 채널들까지 합세해 말 그대로 유진을 향한 용비어천가를 불러대자, 1절과 2절을 넘어 뇌절까지 하는 이들이 역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왜 결론이 저랑 다이스 찬양으로 이어지는 건데요?”

        

        

        

       -진짜로모르는거임 아니면 모르는척하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한민국에서 1.55km 저격한 유일한 두 명이잖어 ㅋㅋㅋㅋㅋㅋㅋ

       -어딜 발뺌을 할라고 ㅋㅋㅋ

       -지금부터 두 새끼비얌 찬양이 있겠습니다

       -감적수 있더라도 1마일 떨어진 걸 어떻게 맞추냐고 ㅋㅋㅋㅋㅋ

        

        

        

        당연하게도, 여론은 그 어려운 걸 비슷하게라도 해낸 하모니와 다이스 찬양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어쩌면 대한민국에는 진즉 1.5km를 저격한 여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적어도 그걸 200만 명 앞에서 간접적으로 시행한 사람은 온 역사를 통틀어도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어스페이스를 쥐잡듯이 뒤진다면 해외의 저격 영상이 몇 개쯤 나올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두 명은 기회가 날 때마다 자랑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지언정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연스러운 셀프-자랑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

        

        

        

       “…근데, 음, 하와이에서 사격했을 땐 좀 힘들긴 했어요. 그쵸?”

        

       “아유, 당연하죠. 유진 씨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 전부터 호흡법 같은 걸 많이 배워놔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희 둘 다 허공에 탄만 낭비했을 걸요. 안 그래도 라우포스 그거, 한 발당 만 오천원씩 하는데….”

        

       “그쵸. 그거 무지막지하게 비싸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현아는 뭐 하나 맞추고는 그만 하겠다고 그랬다는데,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랬을지.”

        

       “쉽게 할 만한 건 아니죠, 그거.”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자랑스럽다! 대 하 모 니!

       -무슨 훈련소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군인들이 뭔 총 쓰는지도 모르는 문외한을 고작 1년 언저리만에 여기까지 끌고 온 걸 보면 무섭긴 하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정도면 진짜 어디 PMC 같은 데 취직해서 전술어드바이저 해도 되는 거 아니냐?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멀리 온 것도 사실이었다.

        

        고작 1년 하고도 3개월 정도밖에 안 지났지만, 하모니는 더 이상 보정이 있음에도 탄창을 떨구고 당황하던 과거를 떠올릴 수 없었다. 태어난 이후로 평생을 모를 수도 있었던 군사적 영역에 있는 온갖 소규모 전술과 총에 대한 지식을 배웠고, 그것을 몸으로 완전히 체득했으니.

        

        이는 다이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수류탄 트랩으로 초살당했다며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당사자는 없었다.

        

        유진의 커리큘럼은 비단 가상현실에서의 실력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고, 이는 하와이에서 어지간한 사람들보다도 훨씬 능숙하게 총기를 다루며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그것도 그렇고, 유진 씨랑 같이 다니면서 눈치가 보여서라도 운동을 하게 되더라구요. 다이스도 그렇지 않아요?”

        

       “당연하죠.”

        

        

        

        볼과 배, 팔뚝에 붙어있던 찹쌀떡같은 지방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남에 의한 강요가 아니라 이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였다 – 가상현실이었더라면 몰라도, 현실의 부족한 체력으로는 유진이 제시했고 두 새끼 비얌이 달성하고자 하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결코 구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두 명은 자연스럽게 유산소운동을 시작했고, 매일 최소 한 번에서 두 번 이상은 온 몸이 땀범벅이 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트레드밀을 달리고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실로 어메이징한 선순환이었다.

        

        

        이번에 러시아를 다녀오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 당장 아시아 예선전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당일에 유진이 입국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그리 생각한 하모니와 다이스는 거기에 가서도 먹는 양을 좀 조절해야겠다고 판단한 지 오래였다.

        

        유진만 올 확률이 높긴 했지만, 느닷없이 휴가라면서 갑자기 북극곰이나 상어가 나타나면 그건 그것대로 참사였다. 그 두 명이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지만, 친분 이전에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먼저 생각났으니.

        

        

        그것과는 별개로, 두 명은 의자에 몸을 푹 기대며 덧붙였다.

        

        오후 11시가 넘었고, 내일은 아침부터 공항으로 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대장정이 하모니와 다이스를 포함한 스무 명을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아무트은…잘 하고 오겠습니다, 여러분. 아마 내일은 따로 스트리밍을 하진 않을 것 같아요. 다음 스트리밍은 러시아에서 켜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봐요.”

        

       “여유롭게 1등 박고 오겠습니다. 안녕!”

        

        

        

       -하바

       -하바(하모니바이라는뜻)

       -빨리 유진은 AI를 개발해서 AI하모니다이스유진이 24시간방송을 하게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 진이랑 레인 데려와서 스트리밍시키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픽.

        

        그렇게 방송은 슬그머니 꺼졌고, 두 명은 그제야 침대에 몸을 뉘였다.

        

        하모니와 다이스는 같은 집에 있었다. 1년 전, 파이널 챔피언십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유진의 집에서 하루 묵고 출발했던 것이 일종의 전통 비스무리한 것으로 변질된 탓이었다.

        

        

        어둠으로 가득한 집안에서 이어지는 말.

        

        

        

       “그건 그렇고, 유진 씨는 지금쯤 뭘 하고 계실까요?”

        

       “글쎄요. 또 진기명기 비슷한 짓 하고 있겠죠.”

        

        

        

        그 말을 들은 하모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신빙성이 있는 말이었으니까.

        

        그렇게 두 명은 서로 다른 침대방으로 향했고, 점차 쏟아지는 졸음 사이로 유진이 헬리콥터에 탄 채 50구경 저격총을 쾅쾅 쏴대는 괴상한 상상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을 뒤로 한 채 수마로 빠져들었다.

        

        

        

        

        

        

        

        

       “…표적 우측 최하단 명중. 수고했다.”

        

       “후, 진짜 헬기에서 쏘는 건 이래서 힘들다니까요. 하강기류 때문에 죽겠네요, 아주.”

        

       “그러니까 헬리콥터가 발생시키는 하강기류에 따른 사표 보정값이 외부로 안 알려지는 거지, 막내.”

        

        

        

        그러게나 말이다.

        

        조지아의 포트 무어에서 보내는 컴페티션 3일차는 실로 험난했다.

        

        

        

        

        

        

        

        

        

        

        

        

        

        

        

        

        

        

        

        

        

        

       “기어코 여기까지 엉덩이를 들이밀게 됐군요, 올리비아.”

        

       “아무 것도 안 하기엔 너무 지루했거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얕게 진동하는 동체 내부, 시끄럽다 못해 귀가 터질 것 같은 소음, 그리고 하늘 아래의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아득한 높이.

        

        한 대의 블랙호크에 탑승한 세 명의 발현자와 정찰 드론 및 센서를 통해 저 멀리에서 표적에 탄환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로렌티나까지 – 스나이퍼 컴페티션 3일차가 그 막을 올렸고, 첫 번째를 지나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드넓은 포트 무어 곳곳에서 헬리콥터 특유의 강렬한 프로펠러 회전음이 울려퍼지고, 그것도 모자라 그 위에 시끄러운 사격음까지 겹친다.

        

        그리고 그 사격음 중 하나는 어제의 일 이후로 몸이 근질근질해진 올리비아의 것이었다.

        

        

        

       “그래서,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대놓고 400m, 500m, 그리고 600m 거리에 있는 표적까지 원샷원킬로 맞추니 속이 좀 후련한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럴 수 있겠어. 대놓고 한 번 해보라고 등까지 살살 떠밀어주는데 말이야. 실력이 녹슬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알았으니 이제 얌전히 앉아 계셔요.”

        

        

        

        아주 스포트라이트를 혼자서 싹 쓸어가시는구만.

        

        조금 늦었지만, 두 번째 경기인 헬리콥터 사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간단하게 설명해보자 –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헬리콥터를 타고 90m 이상 상승한 뒤, 저격총을 끈에 걸거나 미리 가져온 대형 배낭 위에 올려놓고 저 멀리의 목표를 맞추는 것이었다.

        

        목표물은 아까도 말했듯 400, 500, 그리고 600미터에 하나씩 놓여있었다. 주어지는 탄환은 무려 15발. 총기는 어떤 걸 사용하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올리비아는 나, 그리고 로건과 함께 올라왔기에 우리가 쓰는 걸 그대로 썼다.

        

        그리고 3발을 쏴서 3개의 타깃을 맞추고는 바로 들어갔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일부러 몇 발 못 맞추는 척하는 건데….”

        

       “요상한 소리 하지 말고 앉아있어요, 아유. 증말.”

        

       “내가 잡고 있을 테니까 빨리 쏘기나 해, 막내.”

        

        

        

        그 말대로.

        

        그건 그렇고 헬기에서의 사격은 꽤 오랜만이다. 예전에는 맨날 이카루스 기어의 도움을 받아 쐈고, 가장 최근에 했던 건 하모니와 함께 했던 인커젼이 마지막이었으니까. 제대로 계산까지 해가며 사격했던 적이 언제더라….

        

        하지만 우는 소리는 당연히 불가능. 하지만 예전에 배웠던 지식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었다 – 첫 발에 맞으면 당연히 좋지만, 이렇게 흔들리는 것도 모자라 바람까지 제멋대로 요동치는 곳에서는 거리가 가깝지 않은 이상 첫 발 명중이 거의 불가능했다.

        

        바람을 무슨 제 수족처럼 읽는 저 맹한 수리부엉이 정도가 아니면 말이다.

        

        

        400m에 상하영점을 맞추고, 사전에 측정해놨던 외부 풍속 및 풍향 제원을 입력한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였다. 거기에 이제는 조금 더 여러가지 데이터를 추가해야만 했다.

        

        첫 번째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로 인해 생겨난 강력한 하강기류와 지면 효과로 인해 생겨난 양력. 서로 반대되는 힘은 헬기가 지상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있는지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졌고, 이런 호버링 슈팅의 경우엔 높이가 어떤지에 따라 클릭 조정을 다르게 해야 했다.

        

        지금은 대략 90-100m 사이였으니, 그걸 감안하고는 빠르게 계산을 마친다.

        

        나머지는 진동을 감안하며 최대한 안정적일 때 사격하는 것뿐.

        

        

        프로펠러 소음 사이로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콰앙!

        

        

        

        눈 한 번 깜빡이는 사이 목표 근처를 향해 날아가 땅에 박힌 탄환.

        

        사격과 동시에 눈을 크게 뜨고, 스코프를 통해 궤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한 결과…하탄. 생각보다도 하강기류가 강했나보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약실에서부터 탄피가 튕겨나오고, 옆에서 로건이 좌측 하탄이라고 말해주었다.

        

        두 번째 보정, 그리고 차분하게 다음 사격 차례를 기다린 다음 – 타앙!

        

        캉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400m 위치에 있는 표적이 크게 뒤흔들리는 사이, 후다닥 영점을 조절해 그 다음 목표인 500미터로 총구를 향했다. 탕. 당연하지만 상하 클릭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500m 거리에 있는 표적이 맞을 리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탄. 오차는 그리 안 크지만 제대로 쏴야 할 거야.”

        

       “물론이죠.”

        

        

        

        400m에서 500m에 있는 표적으로 넘어가며 총구 각도가 위로 – 아주 조금 – 들려올라가고, 탄환이 헬기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바람의 돔을 통과할 때 비교적 더 큰 오차가 된다. 400m에서는 맞았던 것이 500m에서는 목표를 스쳐지나가는 것이다.

        

        남은 탄환의 수는 13발. 실로 많아보였지만 순식간에 다 쓸 수 있는 숫자였고, 그 말대로 순식간에 탄환 잔량이 줄어가기 시작했다 – 그리고 7발이 남았을 때, 드디어 500m를 맞추었다.

        

        하지만 600m에서는 당연히 죽을 쑤기 시작했다. 거리도 멀고, 헬기 근처를 지나가며 생긴 오차가 먼 거리에서는 훨씬 거대한 오차로 발전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탄환을 약실에 넣고, 장전손잡이를 앞으로 밀어 약실을 폐쇄한 뒤 – 탕.

        

        

        

       ───까앙!

        

        

        

       “표적 우측 최하단 명중. 수고했다.”

        

       “후, 진짜 헬기에서 쏘는 건 이래서 힘들다니까요. 하강기류 때문에 죽겠네요, 아주.”

        

       “그러니까 헬리콥터가 발생시키는 하강기류에 따른 사표 보정값이 외부로 안 알려지는 거지, 막내.”

        

        

        

        그러게나 말이다.

        

        순식간에 몸이 땀에 절었다. 그 사이 얼마나 집중했으면 이제야 이걸 알게 되나 싶었다. 15발 전부를 쓰긴 했지만 아무튼 목표를 전부 맞췄으니 체면치레는 한 셈이었다.

        

        땀을 훔치며 안전검사를 끝내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헬기에 걸터앉아 스포팅 스코프를 확인하는 사이 로건 차례가 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람은 이전과 그닥 다를 바 없었다 – 바로 그 때문에 로건은 내가 어떻게 했는지를 대충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그 결과-

        

        

        

       “후아, 13발 컷! 내가 이겼다!”

        

       “이래서 절 먼저 시킨 거였군요, 로건 언니….”

        

       “후하하, 이제 알았구만. 수리부엉이 자식은 감인지 뭔지 모를 걸로 쏘니 도통 훔쳐올 데이터가 없단 말이지. 아무튼 고생했다, 15발을 다 쓴 막내.”

        

       “이씨….”

        

        

        

        헬리콥터가 빠르게 하강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지면으로 내려옴과 동시에 아래에서 대기하던 16명 – 다른 48명은 세 개의 조로 쪼개져 타 지역으로 이동한 후 거기서 시험을 치르게 될 예정이었다 – 과 로렌티나가 박수를 신나게 쳐댔고, 그렇게 셋에서 넷이 된 발현자는 휴게실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하던 와중 보이는…강당 안에 빼곡한 수많은 군인들. 각자 테이블 위에 랩탑이나 공책 등을 올려놓고는 실로 열심히 무언가를 필기하고 있었다.

        

        저게 어제 로렌티나가 말했던 그건가, 그리 생각하는 와중 상어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올리비아한테 이 말을 안 했군요.”

        

       “뭔데?”

        

       “요 2일 가량 당신이 한 걸 보고 꽤 감명을 받은 친구들이 많은 모양이에요. 국방부 쪽에서 그쪽이랑 뭔가…협업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든데 말이죠. 그 와중 외부 교관 노릇도 좀 해줬으면 하는 눈치고.”

        

       “…아니, 뭐?”

        

        

        

        당연하겠지만, 그 순간 로렌티나를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어처구니가 증발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게…그 실력만능주의인가 하는 그건가보구마잉.

        

        세상은 실로 기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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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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