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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8

       *** ***

         

       “배분이 한참이나 윗길이며, 동시에 문파의 장이 예의를 갖추고 네놈을 대하셨거늘 어찌 그따위로 혓바닥을 놀리느냐! 내 오늘 네놈의 무례함을 징치하고 말겠다!”

         

       뇌검낭인와 한 합을 주고 받은 뒤 자신감에 찬 어조로 선공을 택한 이장로 척위.

         

       그런 척위의 모습에 문주인 등사평을 비롯한 문도들은 희망의 불길을 피워올렸다.

         

       특히 대형사고를 친 아들을 둔 등사평은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척위가 뇌검낭인을 제압해 주기를 바랬다.

         

       동정호에 흑립을 던지는 유행이 시작된 이래로 늘 뇌검낭인을 질시하며 근거 없는 비방을 하고 다녔다는 건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아무리 천호문이 이 악양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그런 등보위의 행실을 보고 들은 자들 모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은 불가능한 일.

         

       그러니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소문은 소문으로 덮어야 하는 법.

         

       등보위의 망나니 짓 때문에 뇌검낭인이 천호문에 쳐들어갔다는 소문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소문이 퍼지면 된다.

         

       바로 무림영웅 뇌검낭인의 충격적인 패배!

         

       척위가 뇌검낭인을 상대로 승리만 거두어 준다면 지금 사태는 얼마든지 덮을 수 있다!

         

       뿐일까.

         

       척위가 진짜 뇌검낭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천호문의 명성은 천하를 울리게 될 터이니 어쩌면 천호문이 크게 도약할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극한까지 행복회로를 가동시킨 천호문의 문주 등사평.

         

       쿠르르르르릉!!

         

       그런 등사평은 호천안이 뇌륜의 힘을 제대로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공기는 물론이요, 바닥까지 짜르르 울리게 만드는 거대한 힘의 전조.

       그와 동시에 들어올려지는 대검에서 피어오르는 뇌광. 그저 간헐적으로 반짝이는 척위의 검강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한 광채가 피어오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그런 호천안의 기세에 대경한 척위가 황급히 힘을 끌어 올려 보았으나.

         

       꽈아아아아아앙!!

         

       뇌성벅력과 함께 검을 내지르는 호천안의 기세 앞에서는 그저 보잘것없는 저항에 불과했다.

         

       호천안의 일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경지에 도달한 이들은 똑똑히 느꼈다.

         

       내공의 총량이 다르다.

         

       척위에 비하면 한참이나 나이가 어린 호천안의 기력이 척위의 경과 강기를 압살한다.

         

       그 힘을 쏟아붓는 기교의 격이 다르다.

         

       후공임에도 단 한번의 일격에 자신이 가진 힘을 온전히, 낭비없이 쏟아붓는 호천안에 비해 선공을 취한 척위는 이 일격에 몇 할의 힘을 쏟아부었을까.

         

       천호문의 장내에 있는 이들의 최고 경지는 초절정에 불과했으니 척위가 몇 할의 힘을 쏟아부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충돌을 느낄 수 있는 자들이 확실히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척위는 결코 호천안의 낙뢰를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당소열이 만들어준, 여전히 이름 없는 호천안의 대검에 휘감긴 뇌강이 척위의 검을 휘감은 강기를 단번에 찢어발긴다.

         

       그와 동시에 강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척위의 검이 산산조각났다.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척위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호천안의 대검을 타고 파고든 뇌력이 척위의 팔을 타고 내부를 휘저었고 뇌륜의 폭발과 함께 쏘아진 경력이 척위의 전신을 강타했다.

         

       “이, 이장로!”

         

       장로들은 대경하여 그런 이장로의 몸뚱아리를 받아냈고, 등사평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승리를 확신하며 자신만만하게 나섰던 척위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고작해야 한 수조차도 제대로 교환하지 못하고 패배하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등사평의 시선이 이장로를 받아낸 장로에게 닿았다. 이장로의 상세를 살핀 장로가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뇌기가 전신에 침투했는지 그저 몸에 닿은 것만으로도 찌릿한 뇌력이 느껴지니 단기간 내에 이를 떨치기는 어려워 보였다.

         

       쿵!

         

       묵직한 타격음에 등사평의 시선이 돌아갔다.

         

       언제 일어날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는 척위와 달리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뇌검낭인이 대검의 검날을 바닥에 늘어뜨리며 난 소리였다.

         

       “이제 어쩌시겠소?”

         

       호천안의 재촉에 등사평의 얼굴에 갈등이 서렸다. 합공을 통해 호천안을 잡아낼 것인가? 아니면 그냥 항복할 것인가.

         

       이대로 항복하면 자신의 아들인 등보위는 큰 타격을 입는다.

         

       입을 함부로 놀리고 바깥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문파에 재앙을 데리고 왔으니 평소처럼 간단한 처벌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소문주 직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를 큰 문제였으니 섣불리 항복을 택할 수 없는 노릇.

         

       그렇다고 합공을 한다?

         

       이 역시 문제가 여러 가지 있었다.

         

       만약 합공을 통해 뇌검낭인을 제압했다 치자.

       

       그렇게 뇌검낭인을 제압했을지라도 천호문의 위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상황이 이리 요란스러워졌으니 퍼지는 소문을 막을 수는 없을 터.

         

       등보위가 뇌검낭인을 음해했고 그 음해에 격노한 뇌검낭인이 천호문에 쳐들어갔다. 그런데 천호문은? 사과는커녕 합공이라는 비겁한 수단으로 뇌검낭인을 쓰러트렸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고 그 소문은 다른 문파들이 거리낌 없이 천호문을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니 될 것이다.

         

       즉 천호문은 호천안을 쓰러트리더라도 수많은 문파들의 공격에 직면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만약 호천안을 잡는 과정에서 문파의 정예들이 큰 피해를 입기라도 하는 날에는 힘에서 밀려 그대로 멸문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머리를 굴리던 등사평의 눈빛에 각오가 깃들었다.

         

       그냥 항복하면 자신의 아들 등사평이 큰 피해를 입고 자신의 입김이 강한 정예들을 이끌고 합공을 취하면 문파의 기둥뿌리가 흔들린다.

         

       그러니.

         

       일반 문도들이 뇌검낭인에게 먼저 달려들게 판을 짜자!

         

       “우선, 이장로의 독단적인 행동에 사과드리겠소. 문파를 위하는 마음이 뜨거운 무인이었으니 그 사정을 이해해주시길 바라오.”

         

       포권을 해 보이며 허리를 숙인 등사평이 속으로 생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중한 사과였으나 과연 뇌검낭인의 입장에서도 그럴까.

         

       누가 봐도 등사평이 고의적으로 척위의 행동을 방치한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뻔뻔하게 꼬리를 잘라내는 등사평이었으니 당연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겠지.

         

       아니나 다를까 호천안의 미간이 크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등사평의 기대와 달리 호천안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바닥을 내리쳤던 대검을 어깨로 되돌렸을 뿐.

         

       “또한, 천호문은 뇌검낭인 대협을 무림의 영웅으로 여기고 존경하고 있소. 생각해 보시오. 지금 이 악양의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동정호에 흑립을 던지며 뇌검낭인을 흠모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유행이오. 정녕 천호문에서 악감정을 품었다면 어찌 관광객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겠소?”

         

       문파의 무인들이 호응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등사평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 법. 문파의 문인들 입장에서는 얼토당토않은 모욕을 당한 처지의 외지인보다는 장문인의 억울함 호소에 더 공감하기 쉬운 법이었다.

         

       “허니 뇌검낭인께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냉정한 마음으로 상황을 분석해 주셨으면 좋겠소.”

         

       호천안의 입가에 삐뚜름한 미소가 떠올랐다. 누가 봐도 심기가 크게 상한 모습이었으니 등사평은 점차 자신이 의도한 바로 일이 이끌려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호문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이오?”

         

       “그것은 아니오. 어찌 천호문의 수장으로써 천호문의 잘못이 없다 하겠소? 소문주가 행실을 바로 하지 못한 것은 어디까지나 천호문의 책임. 그러니 반드시 소문주의 행실을 바로 잡고 말겠소.”

         

       등사평은 호천안의 분노를 돋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말장난을 쳤다. 안 그래도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천호문에 다짜고짜 처들어 온 뇌검낭인이다. 이미 머리에 피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인데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당연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겠지.

         

       흥분한 상대는 반드시 빈틈을 보이는 법. 등사평은 그렇게 믿으며 호천안의 실수를 유도해 내려고 작정했지만 이내 이어지는 호천안의 말에 가슴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좋소. 내 문주의 뜻을 받아들이리라.”

         

       호천안이 절대 받아들일 리 없는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 ***

         

       뇌검낭인이 천호문의 척위를 쓰러트렸다!

         

       이 소문은 과연 화제성이 있는가?

         

       뭐 뇌검낭인 거품설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기야 하겠지만 사실 별로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까놓고 말해서 전 무림에서 이름난 화경 고수가 그냥 동네 화경 고수 한 명을 쓰러트린 사건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장로 척위를 쓰러트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내 힘을 제대로 보였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명성을 떨치고자 하는 이유로 죄없는 문도들을 상대로 다짜고짜 칼부림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이 일을 어찌 풀어야 하는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더니 문주인 등사평이 알아서 판을 깔아주는 것이 아닌가?

         

       집도 절도 없는 어린 놈이라고 얕보았다가 한방에 최대 전력을 잃었으니 정신을 번쩍 차렸을 것이라 생각했거늘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혓바닥을 잘 놀리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믿고 말장난을 치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저런 수준낮은 말장난에 내가 긁히리라고 생각한 것일까.

         

       이건 좀 긁히네.

         

       그러니 난 괘씸함 반, 반가움 반을 담아서 등사평이 열어준 판을 이용하기로 정했다.

         

       “문주께서 소문주의 행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이리 강력하니 내 한번 믿어보겠소. 그러니 내 이 자리에서 소문주의 사과를 받는다면 이번 일은 넘어가리다.”

         

       내 말에 천호문의 문파원들이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내 제안은 이보다 더 관대할 수가 없는 제안이었으니까.

         

       그러나 내 말을 들은 등사평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망나니 등보위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나에게 사과를 할까? 당연히 그럴 확률은 아주 낮다. 그럴 눈치가 있는 놈이라면 애초에 일을 이 지경까지 벌이지도 않았겠지.

         

       상황이 이러함에도 등보위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등사평의 주장은 순식간에 힘을 잃는다. 그러니 등사평의 입장에서는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등사평은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문파원들을 살폈지만 문파원들의 시선은 이미 등보위를 향하고 있었다.

         

       우리 문주님께서는 외적 앞에서 문파원들이 일치단결할 것이라 생각하신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제 아들내미에 대한 객관화에 실패한 모양이다.

         

       외적인 뇌검낭인과 소속 문파의 대립이라면 당연히 문파를 택하겠지만.

         

       관대한 제안을 한 뇌검낭인과 문파의 망신거리인 소문주의 대립이라면 내 편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등보위는 쏟아지는 시선에 눈알만 굴리며 눈치를 보았고 등사평은 승낙도 거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등사평이 기대할 수 있는 변수라고는 등보위 스스로 나서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지만…그런 기적적인 이변이 일어나더라도 사실 변하는 것은 없다.

         

       등보위가 내 앞에 나서면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등보위를 도발하면 그만이니까. 뭐 대단한 기술조차 필요없이 그냥 고까운 표정 한번 보여주면 한방에 발작을 일으키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갑자기 등보위가 대오각성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으니 나는 성난 표정을 지으며 등사평을 몰아붙였다.

         

       “그저 당사자의 사과만을 듣겠다 했는데도 이를 망설이시오? 천호문의 문주께서는 대체 내 호의를 몇 번이나 짓밟아야 직성이 풀리시겠소?”

         

       “그것은 오해입니다…!”

         

       “오해? 오해라고? 지금 이 상황에 어찌 오해가 있을 수가 있나? 내 선의를 베풀었거늘 끝까지 세 치 혀로 나를 기만하려 드는가!”

         

       내 발언 수위가 강해졌음에도 천호문의 무인들은 분노하기보다는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으니 이미 상황은 종료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다! 천호문의 문주 등사평은 검을 뽑아라!”

         

       이대로 등사평을 포함하여 내 역량으로 딱 감당할 만한 고수의 숫자만 붙여 해치우면?

         

       뇌검낭인이 단신으로 천호문의 주력 고수들을 모조리 쓰러트렸다는 자극적인 소문의 완성이다.

         

       “마음 같아서는 단칼에 베어 버리고 싶지만 십 인까지의 합공을 허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등사평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으니 등사평은 아홉 명의 장로들과 함께 나에게 달려드는 수밖에 없었고.

         

       꽈르르르르릉!!

         

       나는 아무 이변도 허락하지 않은 채 천호문의 일을 마무리했다.

         

       *** ***

         

       등보위를 질질 끌며 천호문을 향했던 호천안이 돌아왔다.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앞으로 천호문은 본인이나 소가포목점에 어떠한 행패도 부리지 못할 것이니 안심하시지요.”

         

       호천안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리 말했으나 손미옥은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호천안이 그 천호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조차 믿기 어려운 판인데 훗날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리까지 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 참. 엄마 괜찮다니까요?”

         

       태평하게 웃어보이는 흑묘를 보면서 손미옥은 한숨을 내쉬었다. 배우자에게 신뢰를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나 이리 맹신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복잡했다.

         

       “나도 뇌검낭인 대협을 믿는다. 허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확인은 해 봐야지.”

         

       “뭐, 그러세요.”

         

       손미옥이 초조함을 달래는 사이에 상황을 파악하러 나간 하인이 돌아왔다.

         

       “그래, 알아왔느냐?”

         

       “예! 모든 소문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싹 긁어 모아 왔습니다!”

         

       손미옥은 잔뜩 흥분한 하인이 쏟아내는 정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천호문이…봉문을?”

         

       “예. 삼 개월간 봉문에 든다고 공표했고 그 현판도 내려간 상태였으니 확실합니다!”

         

       문파가 봉문한다는 것은 그 어떤 대외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으니 이 악양에서 나는 막대한 수익을 삼 개월간 포기한다는 말과 동일했다.

         

       문파의 크기와 구성원이 다른 문파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천호문은 당연히 엄청난 유지비가 필요하다. 현재의 덩치를 유지하며 삼 개월간 모든 수입을 끊는다면 문파의 재정이 바짝 마를 터.

         

       이는 그만한 지출을 감안하더라도 문파의 문을 닫아 걸어야 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는 뜻이었다.

         

       “뇌검낭인께서는 단 일합에 화경 고수인 척위를 제압하신 것도 모자라 문주를 포함한 장로들 열 명으로 구성된 합격진도 단신으로 제압하셨다는군요!”

         

       초절정 고수 열 명을 단신으로 제압했다는 소리에 손미옥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초절정이 몇 명 모이면 화경 고수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는 호사가들이 늘 갑론을박을 벌이는 주제 중 하나였으나 보통 초절정 고수가 세 명에서 다섯 명이면 화경 고수를 상대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런데 호천안은 무려 열 명의 초절정 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으니 전 무림이 뒤집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뇌검낭인 대협의 무공은 범인들과 완전히 궤를 달리 하시는구나.”

         

       그리고 흑묘는 진심으로 탄복하는 손미옥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호천안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흑묘가 판단할 때 호천안은 초절정 고수 열 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초월적인 고수는 아니었다.

         

       흑묘는 호천안이 쓴 수를 속으로 짐작해 보았다.

         

       ‘필시 문주 등사평을 집중적으로 노렸겠지.’

         

       문주인 등사평의 경지는 초절정이었으나 흑묘는 등사평의 실력이 크게 떨어져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거대 문파의 문주가 된 지 오래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등사평이 과연 호천안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등사평은 열 명의 합격진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천호문의 수장이었으니 장로들은 등사평을 보호할 수밖에 없었을 터. 호천안은 그렇게 발이 묶인 장로들을 하나 둘 처리하며 승리를 거머쥐었을 터였다.

         

       그러니 호천안이 초절정 고수 열 사람을 압도할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는 손미옥의 생각과 실상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흑묘는 그 점을 설명할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결국 단신으로 초절정 고수 열 명을 쓰러트리는 판을 만들어냈으니 이 역시 호천안의 역량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힘낸 호천안이다. 그런 호천안을 자신이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길까.

         

       ‘미안해요 엄마.’

         

       그러니 흑묘는 손미옥의 착각을 바로잡는 대신 손미옥의 품에 안기며 짐짓 밝게 말했다.

         

       “어때요,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그래. 그렇구나.”

         

       미옥은 자신에게 안겨 응석을 부리는 흑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생각했다.

         

       뇌검낭인 호천안의 힘을 믿고 자신을 다시 찾아온 딸아이. 그런 딸아이가 반갑지 그지없었으나 가슴 한편으로는 딸의 결정이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혹시 소문이 만들어낸 거품이 아닐까 싶었던 호천안의 힘은 손미옥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강했으니까.

         

       “연회를 열자꾸나.”

         

       그러니 이제 손미옥은 걱정을 떨쳐버리고 각오를 굳혔다.

         

       “네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연회를 말이다.”

         

       소가포목점을 떠나며 딸아이가 잃어버렸던 그 모든 것을 되찾겠노라고.

         

       “내일 뇌검낭인과 그 일행분들과 자리를 가지고 싶은데 말을 전해 줄 수 있겠느냐.”

         

       그런 어머니의 각오를 느낀 흑묘가 힘차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재를 펑크내서 죄송합니다!

    놓친 분량은 오늘 중으로 채워놓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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