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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8

    “대체 그대가 어떻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의 등장에 루크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건 환상인걸까?

    시간상 그녀는 이제 막 타워에서 귀환했을 터, 이미 한번의 ‘게이트’를 열었으니 다시 순간이동을 할 순 없는 상태였을 텐데….

    하지만 케이트, 아니 레니에는 여전히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렇죠?”

    긴급탈출좌표에 시루드 일행이 있는 걸 확인하자마자 루크에게 무슨 일이 발생한 것임을 깨닫고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온 몸이 과열로 녹아내릴 것 같긴 했지만, 인형에게 몸이야 나중에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러자 의식 한켠에서 케이트가 한숨을 쉬듯 중얼거렸다.

    -폭발 스크롤로 추진력을 얻어 발차기라니…. 여러모로 문제삼을 구석이 많은 활용법이군.

    아무리 마법을 사용할 수 없기로서니, 그런 무지막지한 수단을 쓰다니…….

    그녀는 뒷일따윈 생각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러자 레니에는 스스로를 변호하듯 말했다.

    “하지만 효과적이었죠? 코트의 방마코팅 덕분에 별다른 피해도 없었구요. 즉흥적으로 떠올린 것 치곤 좋았잖아요.”

    -하지만 궤도가 빗나갈 가능성이 다분했다. 또는 그 정도의 마스터라면 소리를 듣고 반응했을 수도 있고…. 리스크가 너무 컸어.

    폭발에 휩쓸리는 것에 대한 안전은 둘째치고, 그만한 소드마스터가 스스로의 위치를 외치며 하는것과 다름없는 그 엉성한 기습을 받아치지 못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극도로 은밀했던 리브의 암습조차 태연하게 받아넘겼던 자인데, 무시무시한 폭음을 내며 다가온 그녀의 공격을 맞아준다는 건 정말 큰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제 주인인 루크도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하고 상황을 냉정하게 따지면 자신과 똑같은 의견을 표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레니에는 전혀 반성하지 않은 듯 태연하게 대꾸했다.

    “케이트, 과정 말고 결과를 보도록 하세요. 하여간, 성격도 참 제 주인 닮아가지곤…. 말투까지 업데이트 했더니 더해졌어. 그냥 제가 똑똑했음을 인정하면 어디 덧나나요?”

    솔직히 운에 맡긴 건 사실이지만, 그 방법 외엔 딱히 그만한 거리를 단숨에 도약할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신체강화도 과열 때문에 더이상 운용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아군오사없이 정확히 그를 저지할만한 충격량만을 발생시킬 수 있겠는가?

    유일한 방법은 그 터무니없는 발차기 뿐이지 않았나.

    확실히 케이트의 말대로 어째서 그만한 전사가 그 정직한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내지 못했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일단 결과만 보면 통하지 않았는가.

    그러자 케이트는 할 말이 없다는 듯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주인께 듣기론, 당신은 결과보단 과정을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들었다만…….

    “원래 사람은 바뀌는 법이죠.”

    그렇게 레니에가 의식 속에서 케이트와 한창 대화를 주고받을 무렵.

    문득 루크가 흙먼지 한켠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일단 그대들에게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지금은 방심할 때는 아닌 것 같군.”

    상황을 인식했는지 조금은 차분해진 루크의 목소리.

    그에 레니에는 루크의 시선을 따라 그가 날려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천이 바닥에 쓸리는 소리, 무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흙 바닥에 긁히는 소리…….

    그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였다.

    “어라라, 이상하네요. 분명 제대로 맞췄는데….”

    레니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케이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조했다.

    -그 정도의 소드마스터다. 이상할 건 없겠지.

    하지만 아무리 소드마스터라해도 오러가 없으면 기본적인 신체조건은 생물의 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무장상태의 리브와 겨루며 생긴 수많은 자상과 루크의 아티팩트로 인해 생긴 치명상, 거기에 그 거대한 몸뚱이를 저만치 날려버릴 정도로 강한 충격량을 몸으로 전부 받아내고도 간단히 털고 일어선다는건, 역시 어딘가 이상하다.

    아무리 언데드라해도, 또 소드마스터의 신체라고해도 일반적인 생물과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닐텐데.

    ‘다른 법칙이라….’

    엄밀히 말하면, 이 세계엔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자들이 있긴 하다.

    그가 정말로 그런 존재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판단한 레니에는 나즈막이 중얼거렸다.

    “……케이트, 저희 교대할래요? 알다시피, 전 싸움엔 그다지 자신이 없어서요.”

    “……뭐, 그렇게하지.”

    그렇게 케이트에게 다시 육체의 주도권이 돌아온 뒤, 케이트는 먼저 루크의 앞을 막아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보통의 경우, 마나를 전부 소진한 마법사 케이트가 ‘소드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 ‘무장’을 걸친 리브가 저렇게 조각조각 땅바닥에 굴러다니고, 자신따위보다 훨씬 더 훌륭한 마법사인 제 주인이 저렇게 엉망진창으로 당해버렸는데, 과열과 방전으로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는데다 준비한 전투자원조차 테러에 거의 소진한 자신은 기껏해야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 내지는 화풀이용 샌드백의 역할밖엔 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자신이 그런 결과를 체념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서 레니에의 교대제안을 수락한 것이 아니고.

    “조금 물러나주겠나?”

    “….”

    목소리 톤의 변화로 의식의 주도권이 변경되었음을 눈치챈 루크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피했다.

    케이트가 의식을 쥔 이상, 이어질 상황은 뻔했으니까.

    곧, 케이트는 루크의 예상대로 그녀가 본 적 없는 무언가를 들어 그에게 겨눴다.

    -철컥.

    케이트가 손에 쥔 것은 적당히 자세를 잡고 상대를 조준해 발사하는 것 만으로도 마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혼자서 고화력의 탄막을 형성할 수 있는 ‘드워프의 지팡이’. 

    내장된 고속 철갑탄을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으로 연속해서 발사시킬 수 있도록 개량된 그 무기는, 지금의 상황에선 매우 효과적인 대응수단이었다.

    “…….”

    케이트는 타워에서 그들이 사용하던 자세를 참고해, 조준점을 찾고 그를 향해 정렬했다.

    노획한지 몇시간이 채 되지 않았기에 손에 익지는 않았지만, 조준의 설계 자체가 꽤나 직관적이어서 크게 헤메진 않았다.

    그렇게 정렬된 조준점이 정확히 그를 가리키는 순간, 케이트는 곧바로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탕, 탕!

    귀를 먹먹하게 하는 소음과 함께 금속 탄환이 빠르게 발사된다.

    이는 소드마스터의 육체를 취한 세이어조차 일격에 절명시킨 위력을 지닌 금속의 세례.

    하지만, 관을 멘 노인은 지쳐서 그 뻔한 발차기에 당했던 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움직임으로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탄환들을 피하고, 쳐내고, 견뎌내며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한다.

    “……!”

    케이트는 그가 미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쏘아지는 탄환을 손으로 쳐내거나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라웠지만, 딱히 당황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다가오면, 그만큼 거리를 벌리면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무기가 없는 자를 상대하는데 원거리 대응수단이 있다면, 얼마든지 불합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허수아비를 상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건 명중이겠군.’

    그러다 문득, 방아쇠를 당겼음에도 공허한 금속음이 울렸다.

    -찰칵.

    “……!”

    이는 노획한 무장에 익숙치 않은데다 상대를 조준하여 발사하는 것에만 집중한 탓에 내장된 탄환의 갯수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자신의 실수.

    새 탄환을 장전해 넣기엔 아직 능숙하지도 못했고, 시간도 없었던 케이트는 곧바로 탄환이 떨어진 지팡이를 던져버리고, 가방 속에서 여분의 새로운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으나-

    -타타탕–!

    이미 지근거리에 도착한 그가 케이트의 손을 쳐냈다.

    -탓-!

    그 충격에 케이트는 지팡이를 손에서 놓쳤고, 이미 발사된 탄환은 허공을 가른다.

    그 찰나의 순간, 이미 두번째 공격을 출수할 준비를 마친 그의 자세를 본 케이트는 지체없이 다른 손을 움직였다.

    -쾅–!!

    “…큿-!”

    인간의 주먹에서 났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커다란 굉음.

    순간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들어 막은 게 아니었다면 맞은 부위따위 형체도 없이 뭉개져버렸을 법한 위력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의 일격을 막아낸 가방은 산산히 부서져나갔다.

    -콰직-!

    파괴된 아티팩트 운송가방.

    물건을 더이상 담아낼 수 없게 되어버린 가방은, 그렇게 루체스트 타워 테러에 사용되고 남은 스크롤과 플라스크들을 전부 흩뿌렸다.

    가속된 사고, 찰나의 인지 속.

    흩뿌려지는 스크롤과 플라스크를 바라보던 케이트는 순간 괜찮은 발상이 하나 떠올랐다.

    상당히 위험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있는 선택지.

    케이트는 루크가 자리를 피한 곳을 한번 확인했다.

    과연, 저 나무 뒤편인가.

    ‘엄폐물로는 썩 괜찮은 두께지만…. 안전하지는 않겠군.’

    적당히 계산을 마친 그녀가 손을 움직여 코트자락을 움켜쥔 순간-

    ——!!

    숲을 뒤흔드는 폭발이 일어났다.

    평평했던 지형을 완전히 갈아버릴 지경에 이른 그 폭발은,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땅울림을 지진으로 착각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폭발의 굉음은 진작 끝났지만, 이른 기상에 혼란스러워하던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고요했던 숲을 더욱 소란스럽게 뒤섞는다.

    -뀌이익-! 뀌이익-!

    -퍼드득, 퍼득-!

    -쿵, 쿵, 쿵-

    새가 날고, 멧돼지가 운다.

    다람쥐가 나무에서 뛰쳐나오고, 곰이 숲을 내달린다.

    숲은 더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혼란을 야기한 이는 누구보다 침묵을 바라고 있었다.

    -휘이잉….

    “…….”

    ‘더이상의 움직임은… 없나.’

    다행히 별다른 움직임이나 생명반응은 느껴지지 않는다.

    안전을 확인한 케이트는 그제서야 품에 감싼 루크를 놓아주었다.

    아까전 레니에의 폭발을 활용한 날아차기를 조금 참고해서 응용한 거였다만, 제대로 주인을 폭발에 휘말리지 않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푸하!”

    그렇게 케이트의 품에서 벗어난 루크는 그간 막혔던 숨을 몰아쉬었다.

    과연, 그때 시루드는 이런 느낌이었던 건가.

    아무튼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케이트? 지금 대체 무슨….”

    케이트를 향해 무언가 물으려 했던 루크는, 문득 바라본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마, 마당이…..!”

    마당이, 말 그대로 사라져있었다.

    케이트에게 들려준 것들은 일단 견고한 루체스트타워를 흔들어야한다는 목적이 있었으므로 하나같이 강력한 아티팩트들이긴 했지만, 이만한 파괴력이라니.

    그만한 상대였으니 최선을 다한 케이트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걸 대체 다 어떻게 수습하지…?’

    철거용역이라도 왔다 간 것 같은 저택, 마당이 있던 자리를 온통 소멸시키고 자리한 구덩이, 그리고 무슨 갓 세탁을 마친 빨랫감처럼 정신을 잃고 널브러진 경찰들….

    도무지 깔끔한 해결방안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상황에 루크의 골머리가 썩어갈 때 쯤.

    “루크! 방금 전에 엄청나게 큰 폭발이 있었는데, 괜찮아?! 다치진 않았어?”

    “도련님! 글쎄, 위험하다니까요!”

    저 멀리서 시루드와 미셸이 뛰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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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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