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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8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은 오묘하여 언제, 어떤 사이가 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신은 여러모로 교활했다.

         

       하나의 세계를 구원하는 데에 들이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리고 좋든, 싫든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인연과 악연을 쌓아 올린다.

         

       그들은 여정 내내 너무나도 큰 힘이 되어준다.

         

       그들의 존재가 없었다면 여정의 끝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지 확신할 수 없을 만큼.

         

       하지만 아는가?

         

       여정이 끝난 이후에는 그토록 힘이 되어주었던 그들의 존재가 도리어 족쇄가 된다는 사실을.

         

       한 사람, 한 사람이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이들이다.

         

       그들을 놓고 원래의 세계로 떠난다는 건 자기 혼을 떼어놓고 떠나는 것과 다름없기에.

         

       여정의 끝에 백유성은, 그리고 백우진은 같은 선택을 했다.

         

       이들의 곁에 남아 살아가기로.

         

       하나 백유성의 삶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이제 평화를 누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세계에 끝도 없이 사건이 휘몰아쳤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다쳤고, 소중한 이를 잃었다.

         

       그래서였다.

         

       일상을 포기한 채 세상을 떠돌며 ‘절(絶)’이라는 초식을 후대에 남긴 까닭은.

         

       ‘자기가 겪은 불운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랐겠지.’

         

       바랐을 것이다.

         

       세상을 구한 이가 응당 누려야 마땅한 자유와 평화 속에서 살아가기를.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겠지.’

         

       죽는 순간까지도 제게 평화 한 자락 내어주지 않은 무정한 신.

         

       그에게 날릴 수 있는 가장 통쾌한 한 수가 바로 이것이기에.

         

       그렇게 남겨진 선대의 유산이자, 바람.

         

       거기에 부족한 하나의 글자를 더 새겨 넣으며 백우진은 느꼈다.

         

       ‘이 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이 뜨거운 힘의 근원.

         

       그것은 하나의 서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중원 무림을 구한 무인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일대기.

         

       점점 불러오는 배를 끌어안은 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는 여인의 모습.

         

       그리고 그 책이 세상에 널리 퍼지는 순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한 사내의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의 가슴에 들끓는 경외(敬畏).

         

       그것들이 소설 속 세상을 넘어 이곳 신의 거처에까지 당도한 것이었으니.

         

       결국 또 그들이었다.

         

       고난의 여정 속에서 제 등을 받쳐주었던 이들이.

         

       이번에도 제 등을 떠밀어 주고 있었던 것.

         

       ‘이 마음을 어찌 갚아야 할지.’

         

       잠시 걱정했으나, 금세 떨쳐낸다.

         

       괜한 걱정이다.

         

       갚을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그들 곁에서 오직 그들만을 위해 살아가면 그뿐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돌아가야만 한다.

         

       온전한 미래를 거머쥐고서, 그들의 곁으로.

         

       당당하게.

         

       “스으으.”

         

       용솟음치는 기운을 오로지 검 한 자루에 쌓아 올린다.

         

       바닥부터 한 층 또 한 층.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운이 검을 가득 메운 뒤 그 위로 뻗어 나와 눈부신 광채를 뿌린다.

         

       검기(劍氣)도.

         

       그렇다고 검강(劍罡)도 아닌 무언가.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운이고, 형태이기에 무언가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의 근원은 의기(意氣).

         

       하늘에까지 닿은 의지로 벼린 한 자루의 검.

         

       ‘의천검(意天劍).’

         

       그 의지로 행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절필(絶筆).”

         

       눈부신 광채로 화한 검이 백우진과 신의 권능 사이에 놓인 거리를 갈라 없앤다.

         

       기다랗게 뻗어 나온, 강인하다는 말로도 가늠키 힘든 의지가.

         

       세계의 명운을 써 내려가는 신의 권능에 열 번째 상흔을 남긴다.

         

       이를 바라보는 신은 전율했다.

         

       “맙소사….”

         

       수십, 수백 개의 세상을 굽어보는 신의 눈조차 일순 멀게 만드는 순백의 광휘.

         

       그 속에서 명확한 형태를 띤 검날이 제 권능을 갈라 나가고 있다.

         

       빠직!

         

       광채에 휩싸인 붓에 선명한 금이 새겨진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주인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권능이 한 인간의 검에 멈춰 선다.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신의 손길 아래 태어난 이래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감에 권능이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이 맞부딪쳐 자아내는 굉음.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은 채 백우진과 신은 세계의 명운이 달린 격돌을 지켜보았다.

         

       신의 의지를 꺾기 위해.

         

       신의 의지를 온전히 이어가기 위해.

         

       힘과 힘의, 의지와 의지의 격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말에 다다랐다.

         

       격돌 내내 세상 전체를 부술 듯 토해내던 굉음과 달리, 끝은 단조로웠다.

         

       빠각!

         

       요란하게 저항하던 붓이 끝내 신의 의지를 관철하지 못하고 부러졌다.

         

       그것도 아주 초라한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나 바닥을 나뒹굴었다.

         

       “…….”

         

       이를 본 신은 아무 말 없이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붓의 파편을 손에 쥐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한 번 써 내려가기 시작한 세계의 명운을 돌릴 이유 따위는 없었다.

         

       하물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낱 인간이 꺾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

         

       하여 손에 쥔 붓의 파편에 힘을 다시 불어넣어 보았지만.

         

       카앙!

         

       소용없었다.

         

       한 번 부러진 붓은 더 이상 그의 권능을 품기를 거부했다.

         

       그 말인즉, 덩그러니 종이만 남아버린 세상의 명운이 그의 손아귀를 벗어났다는 뜻.

         

       “하…….”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하…, 하하하하!”

         

       기뻐서가 아닌, 허탈함과 허무함으로 얼룩진 웃음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인간의 한계를 얕보았나?

         

       그것도 아니면 가능성이 가진 힘이 제 예상을 웃돌았던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애초에 이런 내기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던 건가.

         

       “아니, 아니지.”

         

       마지막이 되어서야 알아차렸다.

         

       백우진이 마지막으로 선보인 초식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백유성….”

         

       미래를 보게 해달라는 얼토당토않은 능력을 제게 소원으로 빌었던 주인공.

         

       백우진 이전에 그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아주 단편적으로나마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내어주었다.

         

       “설마 그것이 내 심장을 찌를 줄이야….”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신 앞에서 제 의도와 의지를 말끔히 숨겼으니 이 어찌 대단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으랴.

         

       거기까지 떠올리니 갑자기 속이 후련해졌다.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

         

       이야기를 자아내는 신의 권능을 거부한 채 오로지 그곳 세계의 주민들이 자아내는 선택이 모여 써 내려가는 세계가 하나쯤 있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다.

         

       제 권능과는 어떤 다른 이야기를 자아내는지.

         

       또 언제, 무엇으로 끝에 도달하는지 보는 것만으로 색다르지 않겠나.

         

       이를 깨달은 그가 부서져 버린 붓의 파편을 망설임 없이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백우진을 향해 시원한 미소와 함께 선언했다.

         

       “그대의 승리다. 내 패배를 인정하지.”

         

       처음이자 마지막이리라.

         

       인간의 승리를 선언하고, 자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은.

         

       더 많은 흐름을 자아내기 위해 그들의 세상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더욱 완벽한 이야기를 자아내리라.

         

       백유성이, 백우진이 그러했던 것처럼.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그가 물었다.

         

       “세계의 명운은 이제 온전히 그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것이 되었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너와 백유성의 의지가 해낸 일. 내가 들어준 소원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지.”

         

       마음 같아선 이대로 입을 싹 닦고 싶었지만, 그가 달성한 위업에 비해 들어준 소원의 크기가 너무나도 작았다.

         

       불가능하다고 여긴 기회 몇 번 던져준 게 전부 아닌가.

         

       그것을 이뤄낸 것은 온전히 그의 의지였기에.

         

       “다른 소원을 말해 보아라. 이번에는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으로.”

         

       그러자 백우진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한 대만 때려 보자.”

       “…뭐라?”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묻는 신을 향해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죽빵 한 대만 갈겨 보자고.”

         

       이쪽은 아직도 원한이 가득 쌓여 있는데, 왜 자기 혼자 후련한 표정 짓고 있어, 새끼가.

         

       뿌득!

         

       백우진이 주먹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신의 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어, 음.”

         

       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 * *

         

         

       눈을 뜨자 익숙한 광경이 들어온다.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빳빳한 서책들로 가득한 곳.

         

       신계로 향하는 영웅비록을 펼쳤던 제 서재였다.

         

       “…돌아온 건가.”

         

       사실 모르겠다.

         

       자신이 신이 있는 곳까지 떠났다가 돌아온 건지.

         

       아니면 그저 한바탕 꿈을 꾸고 일어난 것인지.

         

       그만큼 정신이 몽롱하고, 현실감이 떨어졌다.

         

       “끄응.”

         

       은은하게 느껴지는 두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

         

       양손에서 선명한 감촉이 느껴진다.

         

       하나는 손등과 손가락에서.

         

       다른 하나는 손아귀 안에서.

         

       손등과 손가락은 감촉이었다.

         

       신의 면상을 주먹 뼈를 으스러뜨릴 각오로 호쾌하게 후려갈겼던 신살(神殺)의 감촉.

         

       “기분 죽였지, 음.”

         

       굳이 환산하자면 마왕의 목을 벨 때보다 3만 배 정도는 더 기뻤던 것 같다.

         

       백우진은 주먹을 꼭 쥐고 있는 반대쪽 손을 펼쳐 보았다.

         

       “이건…?”

         

       그곳에는 두 동강이 나 부러진 붓이 고이 놓여 있었다.

         

       크기는 작지만, 분명했다.

         

       이 붓은 세계의 명운을 써 내려가던 신의 권능이 담겨 있던 바로 그 붓의 파편이었다.

         

       이를 보니 떠오른다.

         

       “…기념품 챙기겠다고 들고 왔었지, 참.”

         

       어쨌든 이제 두 번 다시 갈 수 없는 신의 세계 아닌가.

         

       그곳에 다녀왔다는 기념 정도는 있으면 좋을 듯하여 부랴부랴 챙겨온 물건이었다.

         

       “이제부터 이게 우리 집안의 가보다.”

         

       자신을 제외한 누구도 이를 가치 있게 여기지는 않을 테지만, 뭐 어떤가.

         

       그렇기에 가문이 쫄딱 망하더라도 이 가보만큼은 이어질 터다.

         

       두 동강이 나 부러진 붓 따위를 돈 주고 살 사람은 없을 테니.

         

       “그나저나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신의 세계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길어 봐야 달포 정도 되었을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더 긴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했다.

         

       제게 새로운 힘을 안겨주었던 서책.

         

       그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쓰이고, 유통되려면 달포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을 테니.

         

       “…나가 보면 알겠지.”

         

       서재에 덕지덕지 붙여둔 부적을 거침없이 떼어내고 손잡이에 손을 가져갈 즈음이었다.

         

       응애-!

         

       집안 어디선가 들려온 아기의 울음소리가 백우진을 충격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헉.”

         

       태어난 게 틀림없다.

         

       그녀들과 자신이 맺은 사랑의 결실이 말이다!

         

       “이런 젠장…!”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고 안뜰로 향하는 백우진.

         

       마루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비단보에 폭 감싸진 아기를 안고 있는 당선영과 그들을 둘러싼 여인들.

         

       “아루루루, 까꿍!”

       “어쩜 이리도 귀여울까…!”

       “서방님 얼굴이 많이 보이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게. 우리 서방님도 어릴 때 딱 이렇게 생겼을 것 같아.”

       “아아, 곧 태어날 우리 아이도 서방님을 닮아야 할 텐데.”

         

       쏟아지는 부러움 가득한 말들 속에서 칭얼거리는 아기를 달래던 당선영의 시선이 멀찍이 서서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백우진에게로 향한다.

         

       “당신…!”

         

       놀란 그녀의 한마디에 돌아보는 여인들.

         

       이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서방님!”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온 거예욧!”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나 해요?!”

       “가면 간다고 말이라도 하셨어야죠!”

         

       비처럼 쏟아지는 잔소리.

         

       그 속을 뚫고 당선영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장 신발을 신고 안뜰을 가로질러 백우진의 앞에 서서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그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자, 봐. 이게 당신과 내 아기야.”

         

       마침내 보인다.

         

       비단보 안에서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아기의 얼굴이.

         

       새하얗다.

         

       눈은 당선영의 것을 빼다 박은 듯 요요히 빛나고, 코는 제 것을 닮아 오뚝하다.

         

       그 작고 오밀조밀한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던 백우진이 물었다.

         

       “어, 언제 낳은 거야…?”

       “이제 달포 정도 지났어.”

       “그, 그렇구나.”

         

       벌써 달포나 지났다니.

         

       “그렇다면 아이 이름은….”

       “아직 안 지었어.”

       “어…?”

         

       백우진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당선영을 바라보자, 그녀가 쓰게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이름 지어줄 아비가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무슨 수로 아이 이름을 짓니?”

       “아…….”

         

       원한다면 이름이야 얼마든 지어줄 수 있었을 터다.

         

       소림사의 고승에게 물어도 좋은 이름을 내주었을 것이고, 당장 그녀의 본가인 사천당가의 가주에게만 부탁해도 아이에게 더없이 좋은 이름을 지어주었을 터.

         

       그런데도 기다려 준 것이다.

         

       아비가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 수 있도록.

         

       백우진이 감격 어린 표정을 짓고 있자, 그녀가 재촉했다.

         

       “자, 얼른 받지 않고 뭐 해? 안아보지 않을 셈이야?”

         

       그러자 백우진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내, 내가? 그러다가 아이 다치면 어쩌려고…!”

         

       무섭다.

         

       혹여 자신이 아이를 잘못 안아 울음을 터뜨릴까 봐.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 작고 가녀려 제 손이 흠집이라도 날까 봐.

         

       그러자 당선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그에게 억지로 아이를 품에 안겨주었다.

         

       “자, 여기 한쪽 손으로 목을 받쳐주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등 전체를…, 옳지.”

       “어, 어어…!”

         

       그녀의 손길에 얼떨결에 아이를 안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는 울지 않았다.

         

       아니.

         

       “빠아아아!”

         

       뭐가 그리도 기쁜지.

         

       제 얼굴을 마주하고선 방긋 웃으며 팔과 다리를 조금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여 댄다.

         

       “아…….”

         

       모르겠다.

         

       이 기분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가슴 속에 가득 차오르는 이 감정을 대체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그저 그것들을 가슴 한쪽에 켜켜이 쌓아둔 채, 백우진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영희….”

       “응?”

       “아이 이름은 영희로 하자.”

         

       길 영(永).

         

       기쁠 희(喜).

         

       영원한 기쁨.

         

       백우진에게는 이 순간이 평생 그리 기억될 것이기에.

         

       이에 당선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좋은 이름이네.”

       “그렇지?!”

       “그런데….”

         

       그리고 기뻐하는 백우진을 향해 되물었다.

         

       “그 아이, 사내아이인 건 알지?”

       “어, 음.”

         

       중원 무림을 위기 속에서 구해낸 영웅의 가문.

         

       백가장에서 태어난 장남의 이름은 백영희(白永喜)로 결정되었다.

         

       “…나중에 괜찮은 별호 하나 얻으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

         

       먼 훗날, 이름 대신 별호로 불리기 위해 중원 무림을 떠도는 백가장의 장남, 백영희의 구슬픈 운명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침이 안 멎어서 컨디션이 회복되려다 자꾸 땅에 처박히는 바람에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었네요;;

    마지막 에피소드의 끝은 여깁니다.

    내일은 이야기를 닫는 마지막 에필로그와 후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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