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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9

       

        

        

        

        

         

        

       “아까 했던 이야기나 좀 다시 해보자. 국방부가…뭐?”

        

       “말한 그대로지요. 더 디테일한 내용은 아마 당신 매니저 쪽한테 메일로 가지 않을까 싶긴 한데…아무튼 저는 위쪽에서 얼추 흘러나오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거예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같은 걸 짜는 친구들이 꽤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거든요.”

        

       “다큐멘터리라. 무슨 느낌인지 알겠네.”

        

        

        

        3일차가 끝났다.

        

        일반참관인 하나와 최선임 통제관 하나, 그리고 번외 참가자 두 명 – 요컨대 발현자 4인방이 날이 끝난 후 포트 무어 깊숙한 곳의 소규모 바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이제 반쯤 일상이 되었다. 점수 및 경쟁과는 크게 인연이 없는 위치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도 그렇거니와, 내일부터는 저녁에 이렇게 바에 와서 술잔을 기울일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4시간 후에는 우리를 포함한 총합 66명의 인원들이 각각 북쪽으로 270km, 그리고 540km 떨어진 차타후치-오코니 국유림과 대니얼 분 국유림에 투입될 예정이었으니까.

        

        이번 스나이퍼 컴페티션의 꽃, 2박3일에 달하는 시간 동안 대략 60km 가량을 기동하여 요새로 향하고, 그 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꽉꽉 찬 적 기지를 돌파하여 각자의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당연히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즉시 탈락이었고.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고개를 돌려 다시 원래의 토픽에 집중한다.

        

        

        

       “다큐멘터리인지 뭔지, 그걸 제작하는 게 지금 가능한지의 여부는 잠시 뒤로 밀어두고…지금까지 올리비아가 보여준 건 저격수로서의 모습 뿐이었으니, 한다면 그쪽으로 나가려는 건가?”

        

       “그렇겠지요. 일단 제가 들은 건…평소 사격에 조예가 깊은 일반인들이나 이번에 일반참관인으로도 참여한 밀리터리 리뷰어 같은 사람들을 실제 해병대 저격수 코스에 꽂아넣는 그런 것 정도일까요. 간혹 유어스페이스에 돌아다니는 엔터테인먼트 위주 군 다큐멘터리 같은 거죠.”

        

       “대충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네. 그런 거라면 이해는 가는데…뭐, 누구 말마따나 내가 실제로 참가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지만.”

        

        

        

        어디서 꽤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진지함보단 좀 더 흥미 본위로 흘러갈 것만 같은 느낌.

        

        유어스페이스에서 그런 걸 본 적이 있긴 했다. 조금 방향성이 다르긴 하지만, 과거에 실제 있었던 일을 재현하거나, 혹은 트레이닝 캠프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훈련 등을 영상으로 찍어 편집하고 방영하는…그런 느낌의 TV 프로그램 말이다.

        

        물론 올리비아가 참여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는 프로그램이 진지한 쪽일지,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일지는 잘 모른다. 말했다시피 실제로 참여할지 안할지조차 알 수 없었고.

        

        

        그리하여 당연하게도 대답은 보류. 로렌티나도 이 수리부엉이가 해당 요청을 수락 혹은 거절할지에 대한 여부는 1도 궁금하지 않았는지, 화제를 후다닥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사실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말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건 애초에 기대도 안 했고…저격반 외부 교관 제안도 사실상 거기서 거기일 것 같네요. 실적에 눈이 먼 친구들이 이 즈음 한 번씩 으레 하기 마련인 급발진이었던 걸로.”

        

       “감으로 대충 쏴갈겨도 백발백중인 놈한테 교관 제의라고? 말세구만.”

        

       “그러게나 말이야.”

        

       “저도 옛날에 저런 비슷한 제의를 받은 적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갑자기 그때 기억이 생각나네요.”

        

       “아, 그거 말이군요.”

        

        

        

        그게 뭐냐 하니, 대략…몇 개월 전에 방영했던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대충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특수부대에서 전역한 분들을 모아 서로 대결을 시킨다는 컨셉이었고, 나한테도 뭔가 연락이 오긴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문제는 그 당시에는 내가 꽤나 바빴단 말이지. 한창 미 서부를 탈환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잊혀졌고, 그 이후는 따로 말할 것도 없었다.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으로 향하는 무한경쟁이 시작되었으니까. 근데 이 이야기가 지금에 이르러서 조금 다른 형태로 가공되어 내 귀에 들려오게 될 줄이야.

        

        어쩌면 몇 개월 후의 나는 방금 말했던 TV 프로그램의 어드바이저 비스무리한 걸로 나가있지 않을까. 세상 일이란 게 다 그렇게 예측 불가능하단 점을 감안하면 나중엔 그럴지도 모른다.

        

        물론 참가자 비슷한걸로 나갈 예정은 없을 확률이 높았다.

        

        

        

       “막내는 그런 거에 관심이 있나요?”

        

       “글쎄요. 제 실력을 자랑하러 어디 나가는 건 그다지 좋아하진 않거든요. 나가야 하는 곳에 나가서 목적을 달성하고 오는 거라면 몰라도.”

        

       “그럼 됐어. 얼추 마무리가 된 것 같으니 슬슬 내일 있을 침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북극곰 당신, 그 토픽에 제가 관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조금 더 느긋하게 떠들다가, 한 몇 시간 후에 제가 퇴장한 뒤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게 좋지 않을지?”

        

       “어림도 없지, 이 자식아.”

        

        

        

        크리스토퍼 로렌티나, 이번 컴페티션의 선임 통제관.

        

        우리가 지금부터 나눠야만 하는 이야기는 내일 있을 요새 침투 작전에 관한 것이 될 예정이었고, 상어는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뭔가 잘못 덧붙이기라도 했다간 내일 있을 초대형 미션에서의 힌트로 작용할 수도 있었으니까.

        

        아무리 우리가 번외 참가자라고 하더라도 그건 치팅이다.

        

        

        상어는 부루퉁한 얼굴로 술만 홀짝홀짝 마셔댔고, 그 사이 나와 로건은 작은 가방 안에서 대형 지도 하나를 꺼냈다. 축척 단위가 10km에 달하는 거대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부속된 좀 더 작은 지도 여럿. 거기에는 나와 로건의 착륙 지점과 예상 기동 루트가 그려져있었다.

        

        마지막 미션인 요새 침투를 위해 들어간 비용과 난이도는 정비례했고, 사전에 들었던 정말 수두룩한 예외 케이스을 적어놓은 종이들이 별도로 지도 아래에 테이프로 붙여져있었다.

        

        일단 기본적인 흐름부터 살펴보자면-

        

        

        

       “68시간 안에 60km 가량을 가로질러야 해. 제한 시간 안에 목표 지점에 도착하지 못하면 당연히 그 순간 탈락이고.”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대충…1만 칼로리 가량이라고 치면 전투식량을 한 끼에 두세 개씩 까먹어야겠네요. 전투식량 무게만 24kg 가량 되겠는데, 뭐어. 그건 크게 문제는 없을 거 같고. 나머지는 죄다 탄약이랑 오만가지 장비들. 한 사람당 90kg 이상 들고 다니겠군요.”

        

       “90kg라. 그 정도면 그닥 무거운 수준도 아니지. 비만 안 오면 좋겠는데.”

        

       “비 오면 논스톱 행군이죠, 뭐. 땅 파고 비닐 씌워서 비박하기도 싫으니까요.”

        

        

        

        60km를 68시간만에 돌파해야 한다면 언뜻 쉬워보일수도 있지만, 그게 싸그리 산지라면 이야기는 당연히 달라진다.

        

        거기다 아까도 말했듯 우리는 군장 무게만 90kg였고, 다른 팀을 기준으로 한다면…대략 한 사람당 50kg 이상 짊어져야만 했다. 거기다가 정찰 드론이나 저격 터렛을 들고 갈 수도 있었으니 그것까지 포함하면 무게는 확 불어날 것이었고.

        

        아까도 말했듯이 지정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자동으로 탈락.

        

        그러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고, 예외 케이스가 꽤 문제였는데….

        

        

        

       “저격과 역저격, 지뢰 지대, 은닉 초소와 철조망 지대, 휴머노이드 패트롤…난리도 아니구만.”

        

       “이러니까 다들 실시간으로 바이탈 사인을 확인하죠. 안전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니.”

        

        

        

        우리가 받을지도 모르는 미션 하나.

        

        모의탄이 장전된 저격총을 든 휴머노이드 저격수가 기동 중인 우리를 발견하고 사격을 하게 되면, 우리는 해당 저격 로봇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역저격을 하여 이를 사살해야만 했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사격은 더욱 정교해지고,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마일즈 훈련에나 사용되는 레이저를 쏴서 피탄 판정을 먹인다 – 경상이면 몰라도 중상 판정을 받게 되면 당연히 기동에 제한이 걸리고, 사망 혹은 아군 포기로 이어질 시 당연히 점수에 페널티를 받는다.

        

        지뢰 지대는 기동 루트에서 피해가야만 하는 지점이고, 진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반대로 철조망 지대는 만약 마주하게 될 시 직접 극복해야만 했다. 니퍼로 자르든 총으로 쏴서 부수든 해야 한다는 소리.

        

        휴머노이드 패트롤은…뭐어, 말 그대로 순찰대였다. 발각되면 많이 곤란해질 것이었고, 시간을 오래 끌면 기동타격대가 와서 마일즈 레이저를 쏴재끼겠지. 맞으면 총상 판정이었다.

        

        

        아무튼 이런 준비가 각각 차타후치-오코니 국유림과 대니얼 분 국유림에서 이뤄질 것이고, 전자에 16+1조, 후자에 16조, 따라서 총 32조 전부가 미션에 투입될 것이었다.

        

        물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로렌티나가 지난 번에 미션을 설명할 때 말하기로는 대략 10개 조 정도만이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 당시엔 다들 하하호호 웃으며 그럴 리가 있나 하고 말하긴 했지만….

        

        

        

       “아주 그냥…대놓고 죄다 탈락시키려고 작정을 했구만. 실제로 이딴 작전이 벌어지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는 게 더 문제긴 한데.”

        

       “바로 그 때문이죠. 가혹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답니다.”

        

       “어련하겠어.”

        

        

        

        참가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전장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지.

        

        이번 요새 침투가 언젠가 이들이 직접 들어가야만 하는 잠입 작전에서 일종의 예방주사 비슷한 게 될 것이었다. 이렇게 높은 기준점을 제시해야만 다들 나중에 돌아가서 우는 소리를 안 하기도 하거니와…여기선 실수하면 단순한 탈락일 뿐이지만, 실제 작전에선 어떻겠어.

        

        그냥 죽는 거다.

        

        

        숨을 깊게 토해낸 다음 덧붙였다.

        

        

        

       “아, 맞다. 전투식량 불출은 언제인가요?”

        

       “훈련 전에 급하게 아무거나 골라가지 말고, 그냥 지금 가져가시길. 창고 안에 그득하게 쌓여있을 테니까요.”

        

       “그래야죠. 근데 이제…MRE 말고 RCIR로 갖고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충분한 물량이 있길 바라야겠네요.”

        

        

        

        그 말에 로렌티나는 잠깐 어처구니가 상실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딱히 무르기도 그랬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로건이 설명해주었다.

        

        

        

       “MRE 같은 출구 전략도 없는 지랄같은 물건을 2박3일 동안 내 뱃속에 쑤셔박으면 어떻게 되겠어, 망할. 냉동 피자라도 한 대여섯 판 가지고 가는 게 훨씬 낫겠네.”

        

       “…무슨 소린지 알겠네요. 그딴 쓰레기를 계속 먹다 보면 변비에 걸린다는 건 저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니 더러운 얘기는 그만 해요. 다른 나라의 전투식량 여유분이 있는지 창고에 가서 확인해볼 테니 그런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그만 보라구요!”

        

       “내일 작전에 나가기 전에 픽업할 전투식량을 확인했을 때 MRE만 그득하게 쌓여있으면, 그것만 3일 밤낮을 처먹은 내가 돌아오자마자 너한테 뭔 짓거리를 할지 궁금해해야 할걸.”

        

       “…밤을 새서라도 창고를 뒤져서 MRE 빼고 전부 찾아오지요. 북극곰이랑 병신같은 페티시 짓거리를 하다 죽었다는 명목으로 장례식을 치르고 싶지는 않으니.”

        

       “제발 그런 지랄같은 농담 좀 그만 하면 안 돼요?”

        

        

        

        왜 이런 더러운 이야기를 계속 끌고 가는 거야, 방금까지 먹었던 술이랑 안주 다 나오겠네.

        

        올리비아와 의기투합하여 등짝 스매싱으로 두 명의 개소리를 완전제압한 뒤, 슬슬 묵던 방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였다.

        

        내일은 하루종일 헬기와 배 위에 있어야만 했다.

        

        

        

       “아무튼 내일 보자구요.”

        

       “무사히 잘 끝내길 바라지요. 저는 막내랑 북극곰이 산지를 싸돌아다니는 와중 디즈니 월드용 헤어밴드랑 마법 지팡이를 사러 갈 테니, 우후후후.”

        

       “미친 련….”

        

        

        

        올리비아의 통렬한 일침에도 불구하고, 상어는 그 어떠한 부끄러움도 없이 쓸데없이 고풍스럽고 귀족적이기까지 한 웃음소리를 실컷 흘려댔다.

        

        마지막 미션을 앞둔 3일차는 그렇게 흘러갔다.

        

        

        

        

        

        

        

        

       “각 기체 상황 보고해라.”

        

       “MQ-9C 오로라 4기 전부 언제든지 운용 가능합니다.”

        

       “좋아. 이젠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친구들이 산 속 깊은 곳에 처박혀서 뭘 하는지 알 수 있겠군.”

        

        

        

        한편, 그로부터 백수십 킬로미터 가량 동쪽으로 떨어진 로빈스 공군 기지.

        

        이 순간 미군은 참가자 64명, 그리고 번외 참가자 두 명이 마지막 미션 와중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들 아주 단단히 준비했군요.”

        

       “그럴 수밖에. 앞으로 3일 동안 잠을 못 잘 테니까.”

        

        

        

        시끄러운 소음을 토해내는 블랙호크 한 대가 띄엄띄엄 놓여진 헬리포트에 착륙하고, 우리를 포함한 4명이 이에 탑승하자 날아올라 조지아 주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오늘 동원된 헬리콥터는 총 8대로, 블랙호크 6대와 치누크 2대로 이루어졌다. 전자는 이곳으로부터 270km 가량 떨어진 차타후치-오코니 국유림, 통칭 작전구역 A로 향할 예정이었고, 후자는 540km 떨어진 대니얼 분 국유림, 통칭 작전구역 B로 향할 예정이었다.

        

        작전구역 A로 향하는 이들은 5대의 헬리콥터에 각각 6명씩 탑승하였고, 남은 두 명과 로건, 그리고 나는 마지막 한 대에 힘겹게 탑승했다. 물론 무게비를 따지자면 나랑 로건이 탄 쪽이 훨씬 높을 확률이 높았다.

        

        다른 헬기들은 제각기 시간에 맞춰 먼저 떠났다. 두 대의 치누크 헬리콥터에 나눠 탄 32명은 작전구역 A보다 두 배는 먼 B로 향해야만 했고, 아마 지금쯤 우리가 가야만 하는 작전구역의 상공을 지나가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바깥은 새카만 어둠이 가득했다. 암흑 사이를 관통하는 듯한 도로 곳곳의 가로등과 차량의 전조등만이 아스라히 보였다. 좌측으로는 아직도 밝은 빛을 토해내는 애틀란타 시내가 보였고, 해당 도시와 연결된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가득했다.

        

        그걸 수백 미터 위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와 같이 탑승한 SAS 출신의 저격팀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제야 인사를 나누게 되는구만. G 스쿼드론의 사이먼 원사일세.”

        

       “칼 스패츠 중사입니다. 마찬가지로 G 스쿼드론이죠.”

        

       “JSOC 소속, 유진 중사입니다. 반갑습니다.”

        

       “마찬가지로 JSOC 소속입니다. 로건이라고 불러주시죠. 계급은 원사지요. 반갑습니다.”

        

        

        

        손을 맞잡는다.

        

        신체 특성 때문에 나와 로건의 손은 그 누구보다도 고왔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전술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그 부분은 딱히 드러나지 않았다.

        

        두 명은 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맞잡은 손을 떼었고, 이내 덧붙였다.

        

        

        

       “인상깊은 실력이었네. 대단하더군. 번외가 아닌 정식 참가자였다면-이라는 IF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파진단 말이지. 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이야, 하하.”

        

       “마찬가집니다. 누군가에게 따라잡힐 만한 기록을 세우고 싶진 않거든요.”

        

        

        

        모든 특수부대원들은 그 어떤 순간에서도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고, 인간에서 특수부대로 탈바꿈하는 모든 부대 특유의 입소 및 훈련 과정에서 해당 마음가짐을 기저심리에 새기게 된다.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스패츠 중사는 외부의 광경에 매료되기보단 측면에 실려있는 나와 로건의 군장 크기를 보고는 쾌활하게 덧붙였다.

        

        

        

       “무지막지하게 크군요! 저거 전부 군수물자입니까?”

        

       “그럴 리가요. 먹을 것도 많이 들어있지요.”

        

       “하하, 나중에 기동하다 만나게 되면 뭔가 하나 얻어먹어야겠군요. 어디 내리실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하겠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내리는 장소는 전부 다르다.

        

        정확하게는 작전구역 중심에 존재하는 요새를 중심점으로 두고, 대략 60km 가량 컴퍼스를 벌린 뒤 한 바퀴 빙 돌려 생성되는 원형의 라인에 띄엄띄엄 배치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그래야 누구는 가깝고 누구는 먼 곳에 내리지 않을 터였다.

        

        헬리콥터가 출발한 시각이 각각 다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차피 1시간 가량 계속해서 같이 가야만 하는 사람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던 와중 사소한 꿀팁도 전수받았고.

        

        

        

       “…이런 침투 미션은 보통 단독으로 있지 않지요. 앞에 무조건 힘을 빼기 위한 다양한 전술적 미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숨돌릴 틈도 없이 잠입 및 침투에 필요한 물자 목록을 제출하라고 하지요. 하지만 이를 미리 계산해둔 뒤 제출하면 훨씬 편해집니다. 오늘 아침도 그랬지요.”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부터 물자 반출 요청서를 제출한 분들이 꽤 많더군요. 그것 때문인가보네요.”

        

       “하하, 그렇습니다. 그렇게 미리 해두면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낮잠을 자서 좀 체력을 보충해둘 수도 있지요. 현실에서 실질적인 작전을 수행할 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전술 훈련을 할 때는 꽤 유용합니다.”

        

       “아주 뺀질거리는 건 도가 텄구만, 이 자식.”

        

        

        

        헬리콥터 내부에 퍼지는 웃음. 하지만 그 역시 오래 가지 않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좌측에 보이는 애틀란타 시내가 점점 좌측 후방으로 사라지고, 빛 한 점조차 찾아볼 수 없는 어둠이 내린 산기슭이 보인다 – 작전구역 A, 차타후치-오코니 국유림. 그리고 그곳에서 좀 더 우측으로 이동해야만 나타나는 나와 로건의 투입 지점.

        

        열화상 시야로 어둠 속을 확인한다. 저 멀리 수 대의 헬리콥터가 각기 다른 위치에서 기동하며 헬리콥터에 탑승한 참가자들을 내려주고, 다시 떠올라 이동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느덧 속도가 줄고, 하강하여 호버링을 시작할 즈음, 새까만 어둠 아래로 굵은 줄을 내던진다. 땅바닥에 줄이 턱하고 맞닿자 군장을 메고는 등강기를 걸었다. 지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아래로 빨려들어가듯 내려가는 사이, 로건 역시 내가 착지함과 동시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손을 흔들며 덧붙였다.

        

        

        

       “요새 근처에서 봅시다!”

        

       “하하, 괜히 가다가 죽지 말게나!”

        

        

        

        대기 시간 30분, 타이머 세팅.

        

        모든 인원이 전부 지면에 발을 디딜 때까지는 이 자리에 계속해서 앉아있어야만 했기에, 칠흑처럼 어두운 주변을 확인하며 야간투시경을 작동시켰다. 열화상 시야는 나이트비전과 동일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생각하는 것마냥 야시경을 작동시키면 보이는 초록색 화면이 아닌, 마치 밤을 낮으로 뒤바꾼 것만 같은 광경.

        

        잘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작동 종료. 오늘은 배터리와 예비 배터리도 휴대해야 했고, 계속 켜둬서 낭비할 수는 없었다. 이카루스 기어의 광증폭 기능을 켤까 했지만 포기했고.

        

        

        그 광경을 뒤로 한 채 로건에게 덧붙였다.

        

        

        

       “드디어 이 시간이 왔군요.”

        

       “그러게나 말이다.”

        

        

        

        요새 침투 미션 시작까지 30분.

        

        월광이 가득한 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삼시세끼 MRE라니 그 무슨 끔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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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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