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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9

    <529 –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되네>

     

    티토소가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들어온 시녀들이 서로에게 마인드링크를 마구 걸어댔다.

     

    -4황녀 전하는 다크프린세스 출신이라더니 정말 피도 눈물도 없나봐. 애를 저렇게 서럽게 울리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상자를 잘못 내려놔서 옷에 기스가 났다고 영혼에도 흠집을 내주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을지도 몰라.

    -헉. 저렇게 귀여운 애를 학대하다니, 이번 황녀님은 시녀학대파구나…!

    -저질. 쓰레기. 황태자. 사람도 아닌 것!

     

    힝. 괜히 엿들었다가 마음에 상처만 입었어.

     

    -얘, 그만 뚝 그쳐. 그러다가 황녀전하가 더 진노하시면 어떡하려고 그래?

    -재수 없으면 황태자전하의 시녀로 보직이 변경될지도 몰라. 태자전하의 시녀들은 궁중에서 툭하면 실종되어서 위험한 소문이 많아!

    -얼른 황녀전하한테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않으면 정말 태자전하한테 끌려갈지도 몰라!

     

    불난 데 부채질하는 시녀들의 겁주기에 티토소가가 더욱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으앙앙앙! 난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자꾸 나한테만 머라구 하구 너무해…! 흐엉엉엉!”

     

    잠입이고 나발이고 광역어그로를 끌면서 모두를 난처하게 만드는 티토소가의 3단계 울음!

    이러다가 울음소리 때문에 두통이 생기고 두통 때문에 강화가 실패하고 아이템이 터져서 제국의 경제가 위태로워지고 경제대공황이 닥칠지도 몰라!

     

    “여기 케이크 줄게. 이거 먹고 뚝 해!”

    “케이크 안머거어어! 으앙앙앙!”

    “인형도 줄게!”

    “필요없어어! 으앙앙앙!”

    “사다코 교수님 강의 안 들어도 돼!”

     

    티토소가가 울음을 멈추고 훌쩍거리며 눈을 부볐다.

     

    “정말…?”

    “정말루!”

    “약속이야…?”

    “근데 지금까진 잘 들어놓고 갑자기 왜 그래?”

    “오크노디는 바보야! 너땜에 사다코 교수님이 더 무서워지고 있는 것도 모르면서!”

    “이건 오크노디가 잘못했어. 사과해.”

     

    즈앙도 동의를 표했다.

     

    “미안…?”

    “알면 됐어. 앞으론 티토소가 울리지 마.”

    “응…”

     

    근데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를 듣자고 말하게 된 계기는 즈앙의 괘씸한 속바지 때문이 아니었나?

    맞잖아.

    난 무죄야.

    이게 다 속바지가 잘못한 거야!

     

    “그래서, 어쩔 거야? 강화 계속 할 거야, 이제 그만 돌아갈 거야?”

    “일단은 돌아갈거긴 한데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

    “지금 돌아가면 2학기 끝나서 겨울방학이야!”

     

    돌아가는 의미가 없다는 말씀!

     

    “하아. 그럼 방학 내내 황궁에 눌러앉으려고?”

    “힝. 안 돼?”

    “혁명군 행세를 하면서 열심히 선동 중인 지젤이 제국감옥에 갇히는 꼴을 보고 싶다면 상관없어.”

    “그건 곤란하지!”

     

    지젤은 내가 아니면 아카데미에 올 일도 없었던 사람이니 감옥에 갇힐 운명도 아니었다.

    그런 사람을 내 욕심 때문에 험한 일을 겪게 만들 수는 없지.

    고도로 발전된 고인물도 가끔은 뉴비처럼 마음씨를 곱게 쓸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근데 가기 전에 머 하나만 하고 가도 돼?”

    “뭘 하려고?”

    “음~ 시설파괴?”

    “…무슨 파괴?”

    “지금 여기에 있는 것들부터 다른 금기들까지, 내가 쓸 수 있는 건 다른 황족도 다 쓸 수 있는걸. 내가 못 쓰면 남도 못써야지!”

     

    그게 3학년 챕터보스로 등장하는 황태자라면 더욱 저지해야 마땅하고.

    이게 다 친구들의 평온한 학창생활을 위한 고인물의 부지런한 노력 되시겠다.

    즈앙은 그런 내 노력을 알아줄까?

     

    “재밌겠네. 나도 할래. 불부터 지르면 돼?”

     

    알아줬다!

    …그냥 부수고 파괴하는 재미가 들린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럼 잔뜩 놀 시간이다.

     

    “화, 황녀님? 시설파괴라니요, 제국의 금기구역을 파괴하실 작정이신가요?!”

     

    궁중시녀들이 잔뜩 얼어붙었다.

    아. 이 사람들은 여기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사람들이었지?

    사회초년생의 함정이라 불리는 냉난방이 안 되는 <복층집>보다 두려운 <숙식제공>이라는 함정에 빠진 불쌍한 인생 1회차 뉴비들!

    으휴, 불쌍한 것들.

    이대로 버리고 가버리면 황녀를 보살피라고 붙여줬더니 테러를 방조했겠다? 너 참수.

    이런 판결을 받고 줄지어 단두대에 끌려가겠지.

    어둠의 단톡방마냥 마인드링크로 못된 말을 주고받는 짓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이 불쌍하니까 살 길은 열어줘야겠다.

     

    “여러분! 몬스터군단도 부리는 저를 막을 자신 있으세요?”

     

    작정하고 깽판을 치려고 들면 막을 수 없으니 곧 다가올 단두대를 직감하고 안색이 창백해진 시녀들.

    그녀들에게 우호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니 같이 부숴요!”

    “예…?”

    “그럼 같이 데리고 나가줄게요!”

     

    어쩔 바를 모르고 눈치만 보는 시녀들의 뒤에서 깐깐하고 엄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황녀전하의 지시를 따르십시오.”

    “시녀장님?!”

    “…대형종도 이틀은 잠재울 수면독에 걸렸으면서 벌써 일어났어?”

     

    즈앙의 말에 시녀장은 묵묵히 근무복의 에이프런을 들추어 그 아래에 덧댄 메이드아머를 보여주었다.

    시녀장이 자신을 봐주었음을 깨달은 즈앙이 소매에 집어넣었다가 꺼낸 손으로 손가락을 펼치며 암기 여럿을 날릴 준비를 했다.

     

    “황녀전하의 목적이 파괴 후 탈출이라면 실력자의 도움이 간절할 겁니다. 저희의 조력을 얻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왜 오크노디를 도와주려는 거야? 당신은 황궁의 사람이잖아. 말단시녀들은 몰라도 시녀장인 당신은 추적을 피할 수 없지 않아?”

    “제국황궁의 시녀장으로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재단의 메이드로서는 경우가 달라집니다.”

     

    즈앙의 눈이 커졌다.

    시녀장이 다시금 내게 묵례하며 인사를 올렸다.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립니다. 황궁에 잠입하여 근무 중이던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암살메이드 카타리나, 금일 부로 황녀전하의 황궁테러를 돕겠습니다.”

    “히에에에엑?!”

     

    재단의 암살메이드가 궁중에 들어와 있었다니, 정말 상상도 못했다!

     

    “파파네 메이드가 왜 여기에 있어요?”

    “암살메이드는 메이드를 고용하는 모든 고위층에게 접근합니다. 제국황제 및 황족들은 당연히 최우선 접근대상입니다.”

    “저 따라서 같이 철수해도 괜찮아요?”

    “이사장님도 분명 이해해주실 겁니다.”

    “잘됐당. 그럼 원래 부수려던 곳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겠네요! 일단 반출금지 마법진 벗기고 강화도구부터 싹 다 모아주세요!”

     

    모두가 시녀장 카타리나처럼 재단 소속 암살메이드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내가 사고 치면 연좌제로 줄줄이 붙잡힐 걸 알기에 열심히 도와주셨다.

    우선 보안장치를 해제하고 강화도구의 출납을 방지하는 마법진의 술식을 해제한다.

    배낭배낭에 들어가는 물건은 집어넣고 마도구의 충돌현상이 일어나서 들어가지 않는 고강템은 챙길 수 있는 사이즈는 허리춤이나 주머니에 넣고 축소마법도 안 걸리고 가져갈 수 없는 물건은 마구 부쉈다.

     

    [당신은 제국황실의 <금역:외부강화소>를 철저하게 약탈 및 파괴했습니다.]

    [훔치기 경험치+100]

    [관찰 경험치+100]

    [함정해제 경험치+50]

    [축소마법 경험치+50]

    [안목 경험치+20]

    [카리스마 경험치+20]

     

    신화가챠를 돌리는 내부강화소에 비하면 강화확률보정수치나 확정강화수치는 적은 편이지만 적이 쓸 도구는 하나라도 줄어드는 편이 이득이지!

     

    “다음 금역은 이쪽에 있습니다. 단, 메이드의 자격으로 출입할 수 있는 금역은 외부강화소가 한계였기에 이 너머는 저로서도 알지 못합니다.”

    “괜찮아요, 카타리나 시녀장 언니! 저기는 제가 알거든요!”

    “황궁에서 암살메이드로 정체를 감추고 지내왔던 저조차도 모르는 금역을 말입니까?”

    “넹!”

    “…역시 이사장님의 후계자시군요. 어떤 어둠을 지니고 계시는지 들춰보기도 두려우니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지시만 내려주십시오.”

     

    강화소의 다음은 제국금기 중의 하나인 사자부활을 다루는 <금역:시체안치소>.

    인큐베이터에서 부활을 위해 특수한 약물을 주입받고 싱싱하게 보관 중인 신체들을 보고 여기까지 따라온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즈앙은 신기하게 여기며 캡슐 속의 사람들을 보았고, 티토소가는 그런 즈앙의 등 뒤에 숨어서 오들오들 떨었다.

    궁중시녀들도 할수만 있으면 시녀장 카타리나의 등 뒤에 숨고 싶어하는 기색이었다.

     

    “꽤 하네.”

    “히끅!”

    “황제폐하는 대체 무슨 짓을 저질러왔던 거지…?”

     

    그리고 우리를 발견한 연구가운을 입은 제국의 연구원들도 화들짝 놀랐다.

     

    “메이드들이 이런 곳까지 무슨 일이지?”

    “호오. 황제폐하가 새로운 실험체를 주시는 건가?”

    “M190약물부터 주입하자고. 의식을 유지한 채로 고통을 주어서 제물로 바치면 사자부활의 가치가 높아질지도 몰라.”

     

    연구원들 사이로 황제와의 식사 자리에서 보았던 황태자의 뒤를 지키던 고관 중 하나가 나타났다.

     

    “이런. 4황녀전하가 아니십니까. 금기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좀 둘러봐도 되나요?”

    “황족이라면 금기에 대한 모든 접근 및 사용허가가 있으니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단, 황태자전하께서 진행 중인 사자부활의 실험을 방해하신다면 전하께서 무척이나 화가 나실 겁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심하면 되는데요?”

     

    고관은 턱을 들고 가슴을 펴며 자랑스럽게 흑색 라벨이 붙은 캡슐들을 가리켰다.

     

    “흑색라벨이 붙은 캡슐들은 모두 제국의 영웅안치소에 잠들었던 영웅들이 잠든 캡슐입니다. 시신확보 및 사체보관이 양호한 경우를 추려서 실제 부활의식을 진행 중인 영웅캡슐은 도합 99개입니다. 그리고 흑색라벨 사이에서도 라벨이 세 개 이상 붙은 캡슐은 특히 더 주의하셔야 합니다.”

    “왜요?”

    “보통의 영웅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 역대용사들의 묘를 파헤쳐 용사의 시체를 부활 중인 캡슐이기 때문입니다.”

     

    저승으로 은퇴한 역대용사들까지 부활시켜서 부려먹는 사악한 황태자 파케 히우그마그!

    계획을 들은 티토소가가 두려움에 힝잉잉 울어대기 시작했다.

     

    “여기 무서워.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실 같아!”

    “그보다 사자부활이 어떻게 가능해? 언데드로 일으켜세우는 것이 아니고서야 죽은 자가 부활하는 건 불가능하잖아.”

     

    즈앙의 지적은 합리적이었다.

    파케 황태자의 파벌에 속한 고관이 사악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것도 새 황녀분에게 잘 보일 기회이겠지요? 태자전하는 좋아하지 않겠지만 저는 오크노디 황녀전하가 아주 크게 되실 분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특별히 서비스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국의 사자부활의식은 연금술의 등가교환을 이용하여 진행합니다.”

    “살아있는 영웅을 잡아다가 죽여서 제물로 바치고 죽은 영웅을 부활시키나요?”

    “허어. 그래서는 영웅의 숫자는 변하지 않고 똑같지 않습니까. 그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가치가 있는 제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슨 제물인데요?”

    “호문쿨루스라는 연금술의 금기를 아십니까? 인간의 배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인공배양을 통해 급속탄생한 존재들. 이를 오직 제물로서의 가치를 늘리는 방향으로 성장시킨 존재가 바로 제물인간입니다.”

     

    고관이 손짓하자 캡슐들의 반대편 벽이 개방되며 캡슐에 연결된 혈액탱크가 나타났다.

    혈액탱크와 이어진 연료관의 끝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압축기와 벌벌 떨면서 이를 올려다보는 제물인간들이 있었다.

    얼어붙은 사람들 사이에서 즈앙이 태연하게 말했다.

     

    “암살 일을 하면서도 가끔 이런 적이 있었지. 오랜만에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되네.”

     

    지금, 굉장히 암살이 하고 싶어졌어.

    목격자를 다 죽이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며 즈앙이 분노를 드러냈다.

    가끔 했던 생각이지만 즈앙은 악성향이 아니라 선성향인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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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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