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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9

        

         

       뒤바뀐 하나의 몸은 루카스의 빌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른 몸은….

         

       “계산하겠습니다.”

         

       카페에서 계산하고 있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돈을 지불한 뒤, 달러 몇 장을 따로 종업원에게 건네주었다.

       팁이었다.

         

       “자, 가자꾸나.”

         

       그렇게 진성과 리세는 카페에서 사라졌다.

       평범한 손님처럼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고, 계산하고, 팁을 건네고.

         

       그렇게 둘은 카페 종업원들에게는 흔히 찾아오는 관광객 중 한 명으로 머릿속에 자리매김하였고, 진성과 리세가 월 스트리트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었을 무렵에는 그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는 자그마한 흔적조차도 모조리 치워졌다.

         

       그렇게 두 몸은 무사히 카페에서 벗어났다.

         

       무사히…말이다.

         

         

         

         

        * * *

         

         

         

         

       푸드덕.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The owl of Minerva spreads its wings Only with the falling of the dusk).

         

       철학과 관련된 경구(警句).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경구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철학이나 시대정신, 지혜, 인간성 등의 뜻이 아닌…. 말 그대로, 황혼이 저물어서야 날개를 펴는 새가 존재하였다.

         

       푸드덕.

         

       그것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간다.

       황혼이 저물고 곳곳에 가로등이 켜지고, 켜진 가로등에서 발하는 신호가 스위치가 되어 작동한다.

       어두운 갈색의 깃털이 일어나고, 날개가 양옆으로 활짝 펴진다. 가볍게 스치는 것만으로 살점을 썰어버릴 것 같은 날이 서 있는 발톱에 윤기가 흐르고, 감은 눈이 뜨이고 그 눈에 총기가 흐른다.

         

       Hooooot.

         

       목에서는 기묘하게까지 느껴지는 낮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Hoot.

       Hoot.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그것은 여덟 번 울며 날개를 움직이고, 몸을 띄워 날아오른다.

       그러다가 문득 무엇이 생각나기라도 한 듯 건물의 그늘에 자리를 잡고, 횃대에 자리를 잡는 것처럼 좁고 가느다란 곳에 발톱을 깊이 박은 채 고개를 떨군다.

       날카로운 부리는 아래를 향하고, 어둠을 꿰뚫는 눈은 시퍼렇게 빛을 발하며 사람을 눈에 담는다.

         

       눈.

       눈에 들어온다.

         

       지이잉.

         

       아주 자그마한 소리가 넓은 돔 모양의 머리뼈의 안에서 퍼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눈동자가 움직일 때마다 그 소리는 들리며 신경을 거스르게 하건만.

         

       길가를 주시하는 새는 그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듯 신경을 쓰지 않는다.

         

       Hoot—.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절묘한 장소에 자리를 잡은 부엉이.

       부엉이는 가로등의 불빛으로 시퍼렇게 빛내는 눈동자를 가리고, 마치 자신이 CCTV라도 되는 것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스스로 각도를 조절한다.

         

       지이잉-

         

       그리고 그렇게 각도가 조절되면, 동공은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마치 렌즈가 초점이라도 맞추는 것처럼.

         

       그리고 초점이 맞춰진 렌즈는 ‘목표물’을 녹화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그를 관찰하고, 목표물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계속, 계속 바라본다.

         

       푸드덕.

         

       목표물이 사라지면 부엉이는 다시 날갯짓하여 움직인다.

         

       옆 건물로.

       뒷골목으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감시가 용이한 곳으로.

         

       목표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그렇게 부엉이는 움직이고 또 움직이다가-

       마침내 목표물이 실내로 들어서고 나서야,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것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곳은 어디일까.

         

       또 다른 목표물을 관찰하기 위함인가?

       그것도 아니면-

         

         

         

        * * *

         

         

         

         

       밤은 포식자의 시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피식자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피식자 중에는, 가장 흔하고, 가장 많이 보이고,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짐승이 존재한다.

         

       쥐.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지금까지 활발하게 살아남은 짐승.

       수많은 일화와 상징이 있는, 친숙한 그 동물이 바로 그것이다.

         

       찍.

       찌익.

         

       월 스트리트의 쥐들은 유독 밤만 되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어째서일까?

         

       사람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낮을 피해 생활하다 보니 그들의 유전자에 밤에 활발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각인이라도 된 것일까?

       아니면 사람이 싹 빠져나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 곳곳에 널브러진 음식물 쓰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들의 몸에 있는 칩 때문일까?

         

       찍.

       찍찍찍.

         

       다다다다닥.

       다다다닥.

       터엉.

       터엉.

         

       쥐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관을 타고.

       하수구를 누비고.

       골목 곳곳을 뛰어다니고.

       벽면의 홈을 밟으며 위로 올라가고.

       쥐구멍 속에 몸을 쏘옥 넣었다가 머리만 살짝 내밀어 사람을 관찰하고.

       묘하게 눈길을 끄는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고.

       두려움 대신에 묘하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인간을 쫓기도 한다.

         

       그렇게 쫓고, 관찰하며 그들의 소리를 뇌에 똑똑히 담는다.

         

       마치 그 순간을 유전자에 각인이라도 시키려는 듯.

       혹은, 그들의 몸에 삽입된 어떠한 장치를 통해 서버로 전달이라도 시키겠다는 듯.

         

       쥐들은 활발히 움직였다.

         

       그 활발한 움직임은 목표물이 실내로 들어간다 해도 멈추지 않는 것이니.

         

       쥐는 자그마한 환풍구를, 배관을, 건물 곳곳에 만들어진 틈을, 엘리베이터 천장을 타고 움직이며 끝없이 따라붙었다.

         

       목표물을 담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명을 행하기 위해서.

         

         

         

         

        * * *

         

         

         

         

       날개를 편 부엉이는 누군가의 눈이 되었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쥐는 누군가의 귀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무엇인가?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엉이와 쥐를 부리고, 그들을 눈과 귀로 삼는 이들은 누구인가?

         

       하늘의 신이 전지(全知)하심과 같이, 동물을 이용하여 그 전지의 편린이나마 행하려 하는 불경한 자들은 과연 누구인가?

         

       “SJ. 마이크 포인트로 들어갔음을 확인.”

         

       그들은 한 사람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사람’이 아니다.

         

       한 거리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월 스트리트.

       그 짧으면서도 긴.

       좁으면서도 거대한 거리.

         

       수많은 돈이 오가는 추악한 욕망의 그 거리를, 그들은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리 안에서도 중요도가 높은 곳-

       그들이 마이크 포인트(M point)라고 부르는 그곳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곳이었다.

         

       M point.

       메타트론 인베스트먼트 포인트(Metatron Investment point).

         

       루카스의 회사, 메타트론 인베스트먼트가 있으며, 진성이 현재 숙소처럼 이용하고 있는 바로 그 건물.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열상 감시 드론(Thermal Observation Drone).”

         

       “체온 정상입니다.”

         

       “스캔 드론(Scan Drone).”

         

       “스캔 결과 수상한 물건은 없었습니다.”

         

       “파우더 체이서(Powder Chaser)는?”

         

       “반응 없습니다. 화약도, 마약도 탐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 건물에서 나갔다가 들어선 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밤중에 잠시 나갔다가,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고 얌전히 돌아온 사람.

       바로 박진성에 대해서 말이다.

         

       “그럼 정말로 나갔다가 커피만 마시고 돌아온 거라고? 그것도 혼자?”

         

       “그런 것 같습니다.”

         

       “흠…. 한국인이 커피 좋아하는 건 유명한 이야기이긴 한데…. 뭐 다른 특이사항은 없나? SJ 말고, 그 카페라도 말이야.”

         

       “카페의 특이사항은- SJ가 커피를 마신 카페의 소유주가 영국인입니다.”

         

       “영국인? 단순 부자인가?”

         

       “아닙니다. 남작 가문의 장손입니다. 사업가이며,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계와의 관계는?”

         

       “더 자세히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자료상에서는 약간의 연결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SJ가 그곳을 간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나?”

         

       “더 관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박진성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건물 밖을 이동한 것에서부터, 그가 이용한 카페-심지어는 그 카페의 주인에 관해서까지, 정말 편집증적으로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수상한데. 그 카페로 요원 한 명 보내고, SJ가 이동한 경로를 조사하게 해.”

         

       “예.”

         

       “자세하게 조사할 수 있으면 편한데…. 하필 오너가 영국과 관련이 있군. 대충 손님으로 위장해서 보내고- 에너지와 주술흔을 찾아보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게다가 그냥 멀리서 관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사람을 보내서 꼼꼼하게 확인까지 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단순하게 눈으로 훑어보거나 묻는 것 정도가 아닌, 제대로 된 장비까지 사용해서 말이다.

         

       “특이사항 발견. SJ가 이동한 장소 중, 화장실에서 주술흔이 검출되었습니다.”

         

       “에너지 패턴은?”

         

       “에너지 패턴- 확인 불가. 너무 미약해서 요원이 가지고 있는 장비로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쯧. 다른 장비를 들고 가면 검출은 할 수 있겠나?”

         

       “에너지의 휘발성이 매우 강합니다. 다른 장비를 가지고 올 때쯤이면 완벽히 증발해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역시. 그냥 커피만 먹고 갈 리가 없지. 영상과 음성은?”

         

       “카페에서 설치한 설비 때문에 ‘드론’이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접근 못해도 찍을 수 있잖아?”

         

       “현재 스펙으로는 특수 제작 유리와 방음 설비를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쯧, 그 카페로 간 게 그 이유 때문인가….”

         

       커다란 덩치의 남자는 부하의 보고에 머리를 긁었다.

         

       “어쩔 수 없지. 요원 철수시키고, SJ는 계속 감시해.”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 외 특이사항 있나?”

         

       부하는 남자의 말에 카페와 관련된 자료를 빠르게 훑었다.

         

       적은 숫자의 관광객이 카페를 이용한 것 말고는-

         

       “-특이사항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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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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