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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얘들아. 나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데, 대회 랭크 끝날 때까지 방송 시간을 바꿀까? 아니면 저 분 랭크 돌리고 있을 때는 좀 쉴까?”

        

        

        

       -노이로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쫄보 타이틀을 붙여주기엔 상대가 너무 ㅈ같았다

       -유진련아 도대체 어디까지올라갈셈이야!!!!!카토그만좀줘패!!!!!

       -학창시절에도 없었던 담당일찐을 여기서 만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략방송(내가 공략을 당하겠다)

        

        

        

        게임 오버.

        

        화면 위로 색깔이 점점 사라져간다. 신체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듯 어느새 그는 발 밑에 자신(이었던 것)을 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죽음을 의미하는 흑백 화면이 눈 앞을 가득히 덮고 있었다.

        

        처참하게 죽은 시체. 그 옆에는 2등임을 의미하는 2/100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오른 상태였고, 그 옆에는 RP가 소량 올랐다는 안내문이 나와있었다. 한 번에 백 명의 인원이 플레이하는 배틀로얄 특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딱히 등급이 하락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프라이빗 부스의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고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어으….”

        

        

        

        유진.

        

        그 존재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자신 역시도 스트리머인 이상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민감해야만 했고, 그것이 더군다나 주력 컨텐츠인 배틀로얄에서의 일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게다가 언제나 그렇듯이 랭킹전의 인구 분포도는 다이아몬드의 형태였고, 이는 즉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유저풀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까놓고 말해서, 똑같은 사람을 또 만나기가 쉬워진다는 뜻이었다.

        

        어느 한 쪽의 실력이 모자라거나 월등히 뛰어났더라면 이러한 불상사를 멈출 수 있었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까지는 일어나고 있단 점이 문제였다.

        

        

        게다가 이는 실질적으로 저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적당히 전투를 하던 도중 의도적으로 자신만을 찾아와 죽이거나 아이템을 헌납하는 등의 일을 했다면 비판을 넘어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나, 최근 들어 카토가 유진을 만난 시점은….

        

        평균적으로 적어도 TOP 5 이내, 많은 경우에는 유진과 카토의 1 : 1 매치로 귀결되는 시점이었다.

        

        배틀로얄 특성 상 만나고 싶지 않아도 그러는 게 불가능했고, 만약 이게 저격이라면…한 사람을 쫓기 위해 매 판마다 꼬박꼬박 최후의 5인 안에 드는 고생을 생각하면, 그것도 미친 짓이었다.

        

        그러니 저격일 가능성은 논외.

        

        

        이 정도의 레벨에서 고작해야 유저 한 명을 피하기 위해 방송 시간마저 바꾼다는 건 사실상 과도한 조치 그 이상에 가까웠지만, 그렇다고 어거지로 무시하고 이어가기엔 만났을 때 벌어질 일이 더 가혹했다.

        

        당장 방금만 하더라도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가. 거리가 살짝 좁혀지자마자 안면에 단검 투척을 얻어맞고 황천길 고속도로에 오른 시점이었다.

        

        우연히 같은 방에 겹친 건 횟수로 따지면 대략적으로 일곱 번이었지만…밥을 먹다가 목에 생선 가시가 일곱 번이나 걸려도 개의치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렇기에 그는 풀릴 리 없는 의문을 담아 외쳤다.

        

        

        

       “하, 거 진짜. 아니, 저 사람 대체 뭐하는 사람이래요? 내가 여태껏 에펙 랭크 돌리면서 벽 느낀 적이 거의 없었거든? 여기 최상위 티어가 좀 그런 면이 있어요. 영원한 1위가 없어.”

        

        

        

        아바타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사람의 의사가 개입한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행할 수 있는 퍼포먼스보다도 훨씬 많이.

        

        

        그렇기에 최상위 티어의 순위는 끊임없이 순환하였다.

        

        반사신경과 반응속도, 에이밍 실력과 센스보다도 훨씬 많은 변수를 창출 가능한 사람의 피지컬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즉, 이는 전 시대의 프로게이머가 티어 2에 상주하는 인원에게 한순간의 실수로 뜬금없이 개쳐발리는 모습이 창출되기도 한단 걸 의미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진짜 군인인가? 군인이었나? 어이가 없네.”

        

        

        

       -결국 이형도 유진 전직군인설로 귀결하네 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피지컬이랑 퍼포먼스 보면 좀 돌아버린 것 같긴 함

       -누군 미군 특수부대로 복무하다가 전역하고 한국 온 사람이라 그러더라

       -까놓고 말해서 아무도 모름ㅋㅋ

       -저 정도 피지컬을 하드코어로 뽑아내는데 군인이 아닐수가 없다

        

        

        

        저 사람은 기복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정신나간 피지컬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손쉽게 격파한다.

        

        어쩌면 저 사람은…말로만 듣던 북미 서버 유저라도 되는 건가?

        

        약한 자들은 전부 도태당하고, 최상위권에는 전직 군인들이랑 PMC랑 전술 컨설턴트로 추정되는 이들이 심심찮게 돌아다닌다는 그곳?

        

        물론, 유진은 애초에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라 들었다. 다크 존은 모든 플레이 기록이 전부 남는 게임이고, 만약 북미에서 왔다면 진즉에 관련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었겠지.

        

        

        손가락이 상당히 근질거렸다.

        

        아마 두어 번 더 만나서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죽게 된다면…자신은 아마 더 이상의 고통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 사람한테 친구 추가 요청을 보낼 듯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두어 번 정도 더 죽게 된다면, 아마 제발 살려달라는 내용으로 5700자 분량의 메시지를 휘갈겨 보내지 않을까.

        

        어쩐지 그런 미래가, 그다지 멀지 않은 느낌이었다.

        

        

        

        

        

        

        

        

        

        

        

        한편 그 와중,

        

        

        

       ───철퍽!

        

        

        

       “…쓰읍.”

        

        

        

        쓸데없이 경쾌한 소리.

        

        점프 높이 조절에 실패하여 벽에 부딪힌 캐릭터가 놀랍도록 하찮은 이펙트와 함께 낙하하더니, 적잖아 다섯 번 이상의 화면 변환과 함께 저 아래로 떨어진다.

        

        바닥에 부딪힌 캐릭터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어나는 것을 보며, 유진은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숨을 작게 들이마시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게임은 잡히지조차 않았다. 티어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서식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매칭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이거 상당히 개같은 게임이네요.”

        

        

        

        유진은 하모니가 추천해준 게임을 하며 스멀스멀 치미는 짜증을 견디고 있었다.

        

        여름이었다.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아니, 어떻게 방송한지 2주도 안 지났는데 벌써 이렇게 커지셨어요!?”

        

       “그러게요. 이게 다 누구 덕분일까요.”

        

       “어…저요?”

        

        

        

        그로부터 며칠 후.

        

        아직 방송을 켜기 전, 프라이빗 부스의 의자에 걸터앉아 오늘은 뭘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던 와중, 친구 설정이 되어 있는 하모니가 갑작스럽게 방 안으로 난입했다.

        

        상당히 느닷없이 벌어진 일이라 그런지 할 말을 찾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지금이 방송 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말투를 조금 편하게 바꾸었다.

        

        참으로 자연스럽게 의자를 생성한 하모니가 내 옆에 걸터앉는다.

        

        꽤나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었다.

        

        

        

       “아무튼, 어…계속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같이 게임 안 한지도 조금 됐는데, 편하게 유진 씨라고 부르세요.”

        

       “그게 좋겠죠?”

        

        

        

        잠깐 고민하던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덧붙인다.

        

        

        

       “그러면 이렇게 둘이 있을 때는 그냥 하모니라고 불러요. 뒤에 누구누구 씨라고 일일히 지칭 안 하셔도 되니까.”

        

       “그럼 그렇게 할게요.”

        

        

        

        짧은 정적 이후 이어지는 사소한 잡담들.

        

        먼저 입을 연 것은 저쪽이었다.

        

        

        

       “방송은 좀 할 만해요?”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네요. 그래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봐주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그 부분은 여전히 생소하죠.”

        

       “방송하신 지 얼마 안 되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계속 방송을 하실 거면 컨텐츠도 다양하게 해보세요. 시청자들은 하나만 계속 보여주면 질려하거든요.”

        

        

        

        나름 일리가 있다 생각하던 찰나 드는 생각.

        

        양쪽 손으로 말캉한 볼따구를 하나씩 쥐고 좌우로 주우욱 늘리며 말했다.

        

        

        

       “그래서 추천해준 게 그런 게임들이에요?”

        

       “아, 아아! 아으야아아아아!”

        

        

        

        추천해준 게임들이 하나같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면, 한 번의 실수가 내 캐릭터를 저 멀리 나락까지 떨어뜨린다는 점이었다.

        

        그럴 때마다 채팅창은 태초마을이야 전기쥐! 라는 기괴한 채팅으로 뒤덮히기 일쑤였고, 나는 그것을 보며 또 익숙한 곳에 돌아와버렸구나 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로그라이크?

        

        그 부류랑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미스가 나면 여태까지 쌓아왔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진다는 점에선 동일하지 않을까.

        

        내가 이런 부류의 게임을 잘 못한다는 점을 알게 된 건 덤이었고.

        

        

        

       “아으…저도 영상 도네이션으로 봤어요. 진짜 재밌어서 다시보기로 몇 번 돌려봤는데, 매칭 중간중간에만 하셔서 아쉬웠어요. 혹시 예열 게임으로 하실 생각은 없어요?”

        

       “…진짜 좋아서 하는 거였어요?”

        

       “네!”

        

        

        

        쫓아낼까.

        

        그런 충동 아닌 충동이 정수리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현대인이자 사회인이었다. 고작해야 남의 취향을 가지고 다시 보내버릴 수는 없지.

        

        아무튼 이 민트맛 고양이의 기괴한 취향은 대강 알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말이 이어진다.

        

        

        

       “원래 이런 류의 게임들이 그래요. 처음 하면 엄청 어려운데 익숙해지면 할 만해요. 저도 이런 거만 하도 하다 보니…이젠 한 번 했던 것들은 쉽게 깨는 편이죠.”

        

       “어련하시겠어요.”

        

       “…으, 내가 이런 게임 한다고 하면 다들 똑같은 눈으로 쳐다봐….”

        

        

        

        내 기준에선 오히려 그 이외에 무슨 반응을 더 바랄까 싶긴 하나…어쨌든 매칭이 돌아가는 동안 해보기에는 참으로 적절한 게임이긴 했다.

        

        땅바닥에 처박혀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야만 하긴 해도, 막상 랭크 게임이 잡히면 크게 신경조차 쓰이지 않으니까. 물론 다시 그 게임창을 띄우면 한숨이 나오지만.

        

        

        

       “그건 그렇고, 생각했던 것보다도 다크 존을 훨씬 잘 하시네요! 저는 메인 미션 미는 것도 쪼금 어렵던데, 언제 벌써 그런 높은 곳까지 올라가셨어요?”

        

       “열흘보다 조금 더 걸린 것 같기도 하고…그냥 E스포츠에 한 번 참가해보겠단 생각으로 무지성 플레이를 하다 보니 여기에 와있더라구요. 이건 방송에선 말 안했어요.”

        

       “히히, 그렇죠. 그렇게 말했으면 다들 극딜했을 거예요.”

        

        

        

        잠깐 손을 휘저은 그녀가 내게 무언가를 하나 보여주었다.

        

        

        

       “별로 궁금해하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지난 번 저격한 사람에 관련한 법적 조치의 진행 상황이에요. 오늘은 이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왔어요.”

        

       “아, 그거…잘 되가고 있나요? 그 이후로 정신적으로 힘들다거나 한 건 없으신가요?”

        

       “네, 다행히도. 처음 며칠 동안은 밤에 잘 때 살짝살짝 깨곤 했는데, 며칠 정도 지나니까 평범하게 완화됐어요.”

        

        

        

        여러 전문 용어들이 나열되고 있었지만,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정상적으로 접수가 처리되었으며 등기우편으로 보내진 경찰서 출석 요구 등이 갔고, 변호사 상담 결과에 따르면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죄목에 더불어 다크 존의 방송 송출 관련하여 행한 위법까지 섞여들어간 탓에 처벌이 꽤 셀 거란다.

        

        어떻게 보면 이게 권선징악이 아닐까. 법정대리인도 있어서 직접 피의자와 대면할 필요가 없는 것도 다행인 일이었다.

        

        

        

       “다들 합의하지 말라면서 난리도 아니에요, 아주. 게다가 이런저런 기록 조회를 해 보니 상습 저격범이라서…아무래도 그 사람한테 좋은 결과는 안 나오겠죠.”

        

       “그 정도로 괜찮으신가요?”

        

       “그런 측면에서는 생각 안 하려고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거니까요. 그 뿐이죠. 처벌을 고민하는 건 법조인들이 할 일이지, 제가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했다.

        

        나도 어찌 보면 사건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긴 했지만, 직접적인 피해자인 그녀가 그리 말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나눈다.

        

        방송을 켜기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었고, 잡다한 주제로 시작했던 대화는 어느덧 내 스트리머 데뷔 기념 다크 존 합방을 하면 어떠냐는 방향으로 치달았다.

        

        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기에 흔쾌히 승낙하는 순간, 갑자기 날아드는 메시지.

        

        다크 존 메시지였다.

        

        

        

       “잠깐만요. 뭔가 왔네요.”

        

        

        

        그것을 클릭하니, 그다지 길지는 않은 내용이 팝업했다.

        

        

        

       -[Cartographer 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유진 님]

        

       -[Cartographer 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까 도네한 사람인데 뭔진 몰라도 제가 잘못했습니다]

        

       -[Cartographer 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죽일 거면 제발 평범하게 죽여주세요ㅠㅠ]

        

       -[Cartographer 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같은 방송업계 종사자로서 명예롭게 탄환에 죽고 싶습니다]

        

        

        

       “제가 보면 안 되는 내용일까요, 혹시?”

        

       “아, 그런 건 아닌데….”

        

        

        

        아마 제 업보 같아요.

        

        그 말은 미처 내뱉을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되도록이면 편히 보내주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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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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