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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 ***

         

       당가의 비천마차를 타고 떠난 호천안의 배웅을 끝낸 흑묘는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을 정리했다.

         

       호천안은 자신의 출신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 요청했다.

         

       ‘모종의 이유로 기억을 잃은 것일까.’

         

       호천안에 대한 행적 파악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으나 어느 기점 이상으로 뻗어나가질 못하고 있었다. 월복당의 정보력을 생각해보면 기이한 일이었다.

         

       ‘그냥 막힌게 아니었어. 호 선배는 어릴 때는 분명 숨겨진 장소에서 살았다.’

         

       아마도 비처.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살아가려면 비처 말고는 해답이 없었어.’

         

       다른 정보상들이라면 욕설을 내뱉을 말이었다.

         

       비처(秘處). 혹은 비경(秘境).

         

       비처나 비경이란 보통 영맥에 본능적으로 기를 다룰 수 있는 어떤 생물이 자리잡으며 자연적인 진법(陣法)이 형성되어 은닉된 곳을 일컫는 말이었다.

         

       ‘영물이라던가, 마수라던가. 혹은 영초라던가.’

         

       사람들이 말하는 영물이라던가 마수는 진짜 다른 세계의 존재가 아니다. 그저 일반적인 자연환경에서 자랄 수 힘든 종류이거나 살아가기 위한 기나 번식을 위한 기를 축적하기 어려운 종들일 뿐이다.

         

       혹은 극단적인 기에 장기간 노출되어 변이되어 생존하거나.

         

       그런 비처를 찾으라니?

         

       찾기만 하면 억만금을 만질 수도 있는 곳을 찾으라는 의뢰라니 본말전도의 극치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이 비처에서 나오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지.’

         

       비처라는 곳이 일반적으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흑묘 역시 선입견에 갇혀 있었다. 사람이 필요에 따라 비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흑묘는 현천자의 비동을 경험하며 선입견의 틀이 깨졌다.

         

       ‘사람의 능력으로 그런 기오막측한 비동을 만들 수 있다면 비처를 만들지 못할 이유는 뭐람.’

         

       현천자의 비동을 만든 자가 진짜 현천자인지는 흑묘 또한 알 수 없으나 시대를 넘어서는 기인이고 실력자였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 자가 당대에 존재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흑묘는 호천안을 떠올렸다. 호천안이 직접 현천자의 비동을 경험하게 해 주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흑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결국 호천안이 자신의 과거를 알 수 있는 힌트를 준 셈일까.

         

       ‘호 선배가 타인의 깨달음을 알고 있다면 비처에서 그런 능력을 얻었다는 편이 더 타당해.’

         

       완전히 틀린 추론이긴 했지만 호천안이 트럭에 얻어맞고 다른 세계에서 날아왔다는 사실을 알 길 없는 흑묘는 호천안이 맨 땅에서 깨달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기보다는 비경에서 얻었다는 쪽이 더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아무리 월복당원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비경을 찾는 일이다.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해도 성사될지 안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니 흑묘는 시간을 내기로 했다.

         

       ‘선배 기다려요, 좋은 선물 가지고 돌아올 테니까.’

         

       흑묘는 호천안을 떠올리며 슬쩍 웃었다.

         

       *** ***

         

       철컥.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대로 마차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땅바닥을 구르긴 했지만 지면과의 충돌조차도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런, 괜찮으신가요?”

         

       “…으어어어.”

         

       나를 붙잡고 일으켜 세워 준 것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고,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이류 정도로 보이시는데 비천마차의 멀미가 심했나 봐요.”

         

       나는 잠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언덕길에서 몇 번을 날아 올랐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두 번 이상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뿐.

         

       “저런저런, 쯧쯧..당도연이 모는 비천마차를 타고 오다니.”

         

       “거 사람 혼백이 다 빠진 모양이구만.”

         

       주변에 대충 정비사로 보이는 이들이 내 모습을 보고 한 마디씩 했다.

         

       “손님께 너무 충격적인 경험을 해 드리게 해서 미안해요. 저 아이도 나쁜 뜻은 없었고…”

         

       나도 모르게 중년 여성을 쳐다보았는데 중년 여성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포권을 해 보였다.

         

       “본인은 십야장 당처예라고 해요.”

         

       “…사천낭인인지라 그저 야 낭인이라 불러주시면 족합니다.”

         

       “그래요. 야 낭인. 우선 사천당가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질까 해서 말씀드리지만 당가에서는 저런 괴물같은 마차는 만들지 않는답니다. 그저 장인 중 한 사람이 폭주한 결과물일 뿐이고 또 당도연이 아니면 저런 말도 안 되는 주행 같은 건 불가능하답니다.”

         

       당처예의 부축을 받아 의자에 앉고 건네주는 물을 받아 마셨다.

         

       “애초에 아무리 마차가 튼튼해도 허공을 나는 것이 말이 되나요. 애초에 말이 그 충격을 버티지도 못하고요. 도연이가 인마일체의 승마술로 네 마리를 완벽하게 조율하기에 그 충격을 흘리는거죠.”

         

       “…그럼 그 공중자세제어라는건 뭡니까?”

         

       “후우, 장인들 중에서도 괴짜는 있는 법이지요. 애초에 탈것이 날 일이 없는데 공중에서 균형을 잡는 기능을 왜 연구하겠어요…아무튼 도연이와 그 아이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어요.”

         

       그러니까 나는 당가에 있는 유일한 폭주 라이더와 매드 엔지니어의 콜라보에 잘못 걸려서 마차 콜러코스터를 타고 당가까지 실려 왔다 이건가? 하하하하.

         

       “그런데 도연 소저께서는 뭐 비천마차 전문 마부가 어쩌구 하시던데…”

       당처예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아이들이 비천마차를 몰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시험도 저들 스스로 만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비천마차를 몰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지.

         

       “후우.”

         

       그래 그 당도경이랑 동 항렬이 바로 당도연 아닌가. 권공을 만들겠다고 오만 난리를 피우던 당도경이랑 어울릴 정도면 당도연도 보통 특이한 성격이 아니겠지. 앞으로 당가의 도 항렬을 만나면 조심하자.

         

       “병주고 약 주는 말일 수도 있지만 비천마차를 타고 온 덕분에 빨리 당가타에 도착하긴 했잖아요? 그러니 좀 객당에서 푹 쉬시면서 원기를 보충하세요.”

         

       “…예.”

         

       “혹여나 당가타에서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도연이가 끄는 비천마차를 타고 왔다고 하면 한 번 정도는 봐줄지도 몰라요.”

         

       대체 어디까지 악명이 퍼져 있는 겁니까?

         

       그 정도면 애초에 손님을 태우면 안 되는거 아니냐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 정도 항의가 들어 먹혔으면 애초에 출발도 안 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서 관뒀다. 아무튼 실수방지권 한 장을 얻긴 했네.

         

       생각해보니 당가에는 그 여자가 있었구나. 공중자세제어장치도 그 여자가 만들었다고 하면 납득이 간다.

         

       그렇게 땅멀미에 적응하며 심신을 안정시키고 있자 마차의 인수인계를 마쳤는지 얼굴이 반질반질해진 당도연이 나타났다. 아주 신나게 달린 탓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트레스가 완전히 해소된 모양이다.

         

       “가시지요, 야 낭인!”

         

       “…예.”

         

       나와 당도연은 병기창을 나서 당가타를 걷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사천낭인 특유의 흑립 탓인지 곧바로 이목이 모였다.

         

       애초에 당가 사람들만 모여 사는 당가타다. 외부 인원도 허가 받은 사람만 드나 들수 있는 곳이다보니 생소한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만 봐도 구경거리일 텐데 거기에 그 외부인이 사천낭인이다.

         

       길을 막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선은 제법 따가웠다.

         

       “우선 객청에 짐을 풀고 가주께 인사를 드리러 가시지요.”

         

       “…가주님께 말입니까?”

         

       나는 놀라 되물었다. 당가의 가주를 만난다고? 고작해야 이 이류무사 호천안이?

         

       매담자라면 당가주 만난 설만 풀어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귀한 기회를?

         

       “후후, 예. 아, 그러고보니…”

         

       당도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당사자이니 괜찮겠지요. 혹여 도경 오라버니가 신무공을 창안했다는 소식은 들어 보았습니까?”

         

       “그, 맹호권법 다음 것 말입니까?”

         

       “들어 보셨군요? 낭인들은 꽤 소식이 밝군요…‘당가맹호암룡투법’이라 합니다. 그 무공을 창하는데 야 낭인께서 도움을 주셨다 들었습니다. 가주께서 낭인을 만나려 하는 이유는 저 역시 모르지만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음.”

         

       당도경이 만든 무공이 꽤 쓸만한 것인 모양이다. 내 지분이 있다고 하니까 좀 의아하긴 했다.

         

       사실 암기술과 가장 궁합이 좋은 제작기술이라면 단연 도박이다. 결국 암기술은 은밀함과 속임수 그리고 손재주가 핵심이니까.

         

       그리고 사실 내 도박기술은 진짜 타짜들의 것이라기보다는 마술기술에 더 가깝다. 어차피 다 대성해버린 이상 어떤 유형인지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진짜 도박기술은 속았는지조차 모르게 속이는 것이 정석이다.

         

       주목 받은 상태에서 감쪽같이 속여 넘기는 것보다는 애초에 주목을 받지 않는 것이 올바르다.

         

       내가 당도경 앞에서 기술을 시연해 보인 이유는 당도경이 깨달음을 얻은 이후 암기술의 숙련도가 부족해서 고생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박기술은 암기술에 꽤 많은 보정을 주니까 도박기술을 조금이라도 흡수할 수 있다면 암기술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호천안으로써 살아가면서 쌓인 후각이었다고 할 수 있지.

         

       당도경에게 도박 기술을 주입한 것이 내 생각보다도 더 큰 효과를 본 모양이다.

         

       “당형이 만들었다는 무공은 어떻습니까? 당가 내부의 평가 같은 부분 말입니다.”

         

       “당가의 직, 방계들을 모아 놓고 무공 시연을 벌였고 대부분이 열띤 호응을 해 주셨지요. 미완성의 무공이라도 그 자리에서 배우겠다고 아우성치는 혈족들이 한둘이 아니었지요.”

         

       “오.”

         

       이거 당가주와의 만남에서 두둑한 보상을 기대해 보아도 되는 각일까?

         

       당도경이 좋은 무공을 만들어냈다는데 나 역시 일조했으니까 이렇게 불러서 가주 면담도 하고 덕담도 하고 보상도 주고 하려고 부른 모양이었다.

         

       야 이거 잘하면 옥주자령단도 아주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돈으로 어디 상단에 제대로 투자해 볼까?

         

       어느 상단이 흥하고 망할지 그 분기를 암기하는 것이 무림천하의 기본 중 기본이다. 알아서 돈이 복사가 되는데 그걸 놓치면 무공 수련할 시간에 뼈 빠지게 뛰어다니며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 상상을 하며 가주전에 도착했다.

         

       “자네가 그 야형이라는 사천낭인인가?”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당가주 당광렬은 나를 불타는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번 회차에 당도연을 당도예로 표기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저번 회차에 등장한 인물은 당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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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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