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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어느 봄 날.

       

       겨울이 잠들고, 생명이 싹트는 계절.

       

       그런 날에 멜리나는 팔려갔다.

       

       노예상인에 붙잡힌 것도 아니오, 도적단에 호된 일을 당한것도 아니었다. 다만, 부모에게 팔렸다.

       

       은화 일곱 개.

       

       그것이 멜리나의 가치였다.

       

       상인은 멜리나의 이름조차 묻지 않았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장에 가두고, 하루에 한 번 꼴로 딱딱한 빵과 약간의 물을 건네주는게 전부였다.

       

       ‘맛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풀뿌리에 비하면 몇 배는 맛있었다. 

       

       멜리나를 태운 마차가 덜컹거렸다. 상인이 욕설을 뱉어내며 소년의 시체를 치워냈다.

       

       – 빌어먹을. 도대체 거지 새끼들은 왜 꼭 도로에서 뒤지는거야? 

       

       멜리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지금이 봄이기 때문이다.

       

       아직 나무껍질이 나지 않고, 새싹조차 싹을 틔우지 않은 봄은, 그저 따스한 겨울에 불과하다.

       

       이 때는 구걸도 불가능하다. 지난해 수확한 양식이 겨울내 바닥난 탓에, 베풀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봄은 때로 겨울보다 잔인하다. 너희를 배불리 먹여줄거라는 듯, 어줍잖은 희망을 주며 굶주린 이들을 고문한다.

       

       이미 한계에 달했던 사람들은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저렇게 포기하는 것이다. 

       

       마차가 멈추었다. 사방이 철장으로 가득했다. 노예 시장이었다. 

       

       – 검투 노예가 하나에 10골드!

       – 튼튼한 남자 아이 하나에 2골드!

       

       순식간에 팔려나가는 다른 노예들과는 다르게, 멜리나는 일주일 동안 팔리지 않았다. 상품 가치가 낮았기 때문이 아니다. 멜리나를 구매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석안은 곧 뛰어난 잠재력을 의미했다. 모든 대마법사가 보석안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보석안을 가진 이는 반드시 대마법사가 됐다. 

       

       그리고 멜리나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던 황금빛 보석안의 소유자였다.

       

       – 자자, 대수림에서 잡아온 엘프! 100골드부터 시작하겠소!

       – 200골드!

       – 300골드!

       

       어린 멜리나는 일주일만에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

       

       합당한 가치를 지불하면, 그에 준하는 다른 가치를 넘겨받는다.

       

       실로 합리적이었다.

       

       – 바보들.

       

       멜리나가 허공에 대고 제 부모 욕을 했다.

       

       멜리나의 부모는 머저리였다. 제 딸이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도 모르는 무지한 인간들이었다.

       

       – …….

       

       자신은 고작 은화 일곱 개 짜리가 아니다. 흥정을 한 번만 했어도 그 백 배는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앞으로 평생 나무껍질따위 먹지 않아도 되었을것이다.

       

       – 바보 멍청이들.

       

       제 값에 넘기기라도 했으면, 적어도 평생 배부르게 살 수는 있었을텐데.

       

       은화 일곱 개로 도대체 무얼 하겠다는 말인가.

       

       일주일이 더 지났다. 

       

       멜리나를 구매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하지만 어마무시한 가격 때문인지,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노예상은 어느날부터 딱딱한 보리빵 대신 부드러운 밀빵을 건넸다. 난생 처음으로 소젖도 맛보았다. 욕조는 따뜻했고, 새 옷은 부드러웠다.

       

       어느 날부터는 침대에서 자는게 일상이 되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 읽어봐라.

       

       멜리나는 글을 배웠다. 공용어를 터득한 그녀가 처음으로 읽은 책은, 동화가 아니라 기초 마도서였다.

       

       마도서를 넘겨받은 첫 날, 멜리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불꽃을 피워올렸다.

       

       – 자, 여러분들! 보십시오! 보석안, 그것도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금빛 보석안입니다! 마법의 기초를 단 1시간 만에 떼는 어마무시한 재능! 차기 대마법사는 예정된거나 마찬가지! 10만 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10만!

       – 15만!

       

       수백의 권력자들이 모였다. 양손이 묶인 채 단상 위에 선 멜리나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엄마 아빠는 바보야.’

       

       7실버짜리 소녀는, 700만 골드에 팔렸다.

       

       구매자는 제국의 황제였다.

       

       제국은 멜리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마법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20년 안에 대마법사가 될 것을 요구했다.

       

       실로 합리적인 요구였다. 

       

       – 화염 마법은 마나를 태움으로써…….

       

       하지만 그 무엇도 마법만큼 합리적이지는 않았다.

       

       등가 교환.

       

       건넨만큼 받는다.

       

       간단하고도 아주 합리적인 세상의 이치.

       

       이 간단한 이치를 모르는 바보 멍청이는, 세상에 단 둘 밖에 없었다.

       

       멜리나는 잠에 들기 전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왜 아비가 자신을 헐값에 팔아 넘긴 것인지.

       

       – 이 아이냐?

       – ……맞습니다.

       – 쯧. 원래는 4실버지만, 눈에 총기가 있으니 3실버를 더 얹어주마. 어떠냐?

       – 그, 귀족가에 팔리면 배는 곪지 않는다는게 사실입니까?

       

       꼴에 걱정해준다고 생각했다. 이미 팔아넘긴 주제에, 걱정해주는 척 유세부린다고 생각했다.

       

       – 그건 걱정하지 마라. 적어도 굶지는 않을테니까.

       – ……그럼 팔겠습니다.

       

       상인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고 나서야, 아비는 안도했다.

       

       멜리나는 제 아비가 왜 그런 얼굴을 지었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돈이나 받고 기뻐할 것이지.

       

       – …….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

       

       멜리나에게는 동생이 넷 있었다. 둘째는 얼어죽었고, 셋째는 흙을 퍼먹다 병에 걸려 죽었으며, 넷째는 굶어죽었다.

       

       그 때마다 아비는 원통하게 울었다. 어미는 차갑게 식은 동생들을 붙잡고, 피눈물을 흘렸다.

       

       입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한창 젖먹을 나이인 막내는 피골이 상접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할게 분명했다.

       

       숲의 나무는 모두 하얗게 벗겨졌고, 풀 대신 보이는건 썩어 문드러진 낙엽뿐.

       

       봄, 아니. 겨울이 끝나려면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았다.

       

       결국 멜리나의 부모는 결단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멜리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비가, 어미가 왜 자신을 팔았는지.

       

       7실버?

       

       얼마에 파느냐가 중요했던 것이 아니다.

       

       제 딸이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아비는 딸을 판다는 혐오감과, 죄책감과, 안타까움과, 평생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마음 속에 새긴 대가로.

       

       멜리나를 살렸다.

       

       정말 빌어먹을 등가였다.

       

       -…….

       

       똑.

        

       이불 속에서 비가 내렸다. 

       

       한 방울, 두 방울.

       

       비는 멜리나의 옷소매를 다 적실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멜리나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올리비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멜리나가 다루는 마법은 시간.

       

       그녀는 지금 올리비아의 시간을 읽는데 온 집중을 쏟고 있는 것이다.

       

       ‘……아직 못 읽을텐데.’

       

       멜리나의 경지로는 타인의 시간에 간섭하는게 한계다. 움직임을 느리게 하고, 인지 속도를 느리게 하는.

       

       고로, 눈을 아무리 크게 뜬들,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작금의 올리비아와 몰살회차의 올리비아가 바뀌는 장면뿐이다.

       

       그 이상은 허락되지 않는다.

       

       [남은 시간 : 13분 21초]

       

       그 이상을 해내려면, 저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했다.

       

       ‘내가 해봐서 알지.’

       

       타인의 시간을 읽는다는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러려면 최소한 세계의 시간에 간섭할 수준은 되어야 했다.

       

       진리에 도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숨겨진 과거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읽을 수 있지만…….

       

       지금의 멜리나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

       

       “스승님.”

       

       올리비아는 살포시 멜리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요.”

       “……무엇이.”

       

       멜리나의 입술이 열렸다.

       

       “무엇이 안된다는 말이냐?”

       “…….”

       “나는 금색 마탑의 탑주요, 동시에 대륙 최강의 대마법사다. 대륙의 그 누구도 나보다 마도에 능통하지 아니하다.”

       

       멜리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는 할 수 있다.”

       “…….”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입을 다물었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제자야. 나는…….”

       

       멜리나가 말을 멈췄다.

       

       “…….”

       

       왜일까.

       

       업적을 늘어놓으면 늘어놓을수록, 할 수 있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제 초라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기분이었다.

       

       멜리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알고 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이라는 것을.

       

       자신이 적탑주와 다른 마탑의 마법사들을 버러지 취급했던 것처럼, 자신의 업적 또한 올리비아에겐 한 줌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올리비아가 미소지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마주한 미소였지만, 오늘의 것은 무언가 달랐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모르겠다. 

       

       멜리나는 도무지 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감정이라는걸 너무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탓에, 이런 감정을 뭐라고 불렀는지도 까먹었다.

       

       다만 한 가지는 알겠다.

       

       자신의 제자는, 등가교환도 모르는 멍청이라는 것을.

       

       이제는 떠올리기도 힘든 먼 과거의 일.

       

       – 딸아, 이 아비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멜리나는, 다시는 그때의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아낌없이 받고, 하나도 돌려주지 못하는 고통을,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제자야.”

       “네, 스승님.”

       “……약속 하나만 해줄 수 있겠느냐?”

       “…….”

       

       이번에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멜리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리비아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채 말했다.

       

       “나중에, 때가 되면. 그 때 네 비밀을 말해줄 수 있겠느냐?”

       

       올리비아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네.”

       

       멜리나의 얼굴이 약간 진지해졌다.

       

       “거짓이라면 차라리 약속하지 말아다오. ”

       “아니요.”

       

       올리비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때가 되면 말해드릴게요.”

       “그러냐?”

       “네.”

       

       멜리나가 안도했다. 그런 멜리나에게, 올리비아는 언제나처럼 종이를 건넸다.

       

       “받아주세요.”

       “…….”

       

       멜리나는 처음으로 망설였다. 

       

       “안 받으시면 저도 약속 안 지킬거에요.”

       

       그제서야 종이를 넘겨받는 멜리나였다.

       

       “……고맙구나.”

       “뭘요.”

       

       문 밖으로 사라지는 멜리나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올리비아는 생각했다.

       

       사실 거짓말을 하나 했다.

       

       올리비아는 비밀을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전에, 멜리나 본인이 알게 될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1골드는 100만원입니다.

    고로 멜리나의 가치는 7조이죠.

    언뜻 비싸보이지만, 국방비 절감을 생각하면 할만한 장사입니다.

    무려 200년짜리 가디언이니까요.

    그리고 샤를정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와!!!!!!!!!!!!!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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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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