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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오늘 자 천마님 솔랭 주요 장면]

       

       <괴수 빙의해서 도시 박살내는 영상>

       <해병대 잡기를 모두 피하는 영상>

       <해병대를 정상인으로 만드는 영상>

       

       ….

       

       <한 손으로 2군프로 농락하는 영상>

       <허공섭물과 삼매진화로 화형을 하는 영상>

       

       – 대체 하루에 나오는 짤이 몇 개냐

       – 해병대 만날 때마다 극혐이었는데 공손해진 거 보니까 기분이 좋네

       – 근데 저 2군 프로는 뭐하는 애길래 아마추어 상대로 아무것도 못함?

       └ 쟤 성적 잘 내는 애임. 얼마 전에도 1:1 대회에서 준우승 했음.

       └ 근데 왜 마스터 권에서 발림?

       └ 주캐가 아닌 것도 있고. 그냥 딱 봐도 화령이란 사람이 괴물이라 그런 거 아닐까.

       └ 2군프로 쟤도 30연승하고 화령 만난 거임. 걍 화령이 규격 외야.

       

       [화령님 왜 방송 안 켜줘?]

       

       왜 게스트로 다른 방송에만 출현해?

       

       이제 이 정도 했으면 본인 방송 킬 때도 된 거 아냐?

       

       나 더 이상 방송 기웃거리면서 화령님 기다리기 싫어. 화령님이 직접 방송 켜주면 좋겠어.

       

       방송 키자마자 도네하려고 저금도 하고 있는데.

       

       – 바로 프로로 갈 생각인 거 아냐?

       └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 너도 그래?

       – 난 요즘 매일 화령님 영상 다시보기로 재탕하는 중인데.

       

       [님들. 데케이 대회 참가자 명단 나왔음.]

       

       매달 데케이가 대회 열잖음? 이번엔 천하제일 무술대회 이름에 맞게 기 캐릭터 장인들만 모았댄다.

       

       상금도 많고 참가하는 멤버들도 짱짱해서 볼 맛 날 듯?

       

       – 와. 공식 대회 때문에 참가 못하는 프로들 빼면 아마추어 고수들은 다 튀어 나왔네.

       – 화령? 화령님이 나오네?!

       └ 또 리딸할 영상 늘었다. 개이득임.

       – 재밌긴 하겠는데 네임드 아닌 사람은 좀 힘들겠다.

       

       [아니 마교들 요새 너무 나대는 거 아니냐?]

       

       아무리 화령이 잘해도 아직 아피스 시작 한 달 밖에 안 된 아마추어잖아.

       

       솔랭이랑 대회랑 다른 거 모름?

       

       맨날 유망주니 신성이니 하던 애들 중에 대회 나가서 광탈한 애들이 몇 명인데.

       

       – 데케이랑 십 선 한 거 못봤음? 전략이고 뭐고 무력 앞에 안됨.

       └ 데케이 퇴물 된지가 언젠데 그거 가지고 난리임?

       └프로도 빡집중한 데케이는 다르다 그러는데. 니가 왜 평가질이냐.

       – ㄹㅇ. 외신 잡은 거 그냥 싱글겜에서 빡센 보스 잡은 거잖아. 그거 가지고 왜 이렇게 난린지 모르겠음.

       └ 그래서 님은 외신 잡아 보셨죠?

       └ 외신 보면 질질 짤 애들이 맨날 이러더라.

       – 삼장로 잡은 것만 해도 실력이 나오는 데 왜 저평가 하려는 건지 모르겠네.

       └ 운이 좋았겠지.

       └ 씹ㅋㅋㅋㅋ. 운이 좋았대. 그럼 왜 아직 삼장로 잡은 사람이 세 명 밖에 안 됨?

       – 여기서 백날 뭐라 해봐라. 어차피 화령 광탈할거임. ㅅㄱ.

       

       

       [그래서 우승후보 누구야?]

       

       여태 대회에서 낸 성적 생각해보면 이순이나 권존이라고 보는 게 맞는데 최근에 화령이 보여준 게 너무 많아서 애매하네.

       

       님들은 어떻게 생각함?

       

       – 다른 거 다 빼고 순수실력만 보면 화령이 정배지. 마스터 전승 달성이 좆으로 보임?

       – 난 이순이라고 봄. 얼마 전에 대회 우승한 거 보니까 폼 빨딱 섰던데. 얘 좀 있으면 프로팀에 스카우트 될 걸?

       └ 이순이 그렇게 잘하냐?

       └ 지난 대회 우승 영상 보고 와. 2군 프로 상대로 3대 떡 냈음.

       – 최근 폼 생각해면 이순이 맞지. 화령이 아무리 잘해도 대회는 처음 나오는 건데 성적이 나오겠어?

       – 권존은 왜 언급도 안 해주냐.

       └ 걔 요즘 솔랭 성적 박아서 그런 듯.

       └ 챌로 강등 당함?

       └ 강등당하기 일보 직전임.

       

       [다 꺼져. 이번엔 편사가 우승할 거임.]

       

       편사러브님 지금 솔랭 폼 장난 아니다.

       

       편사가 고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줄 거라고 난 믿고 있음.

       

       – 얘 머리에 뭐 흐른다.

       – 이제 편사 좀 놔줘. 몇 번을 죽여야 만족할 건데.

       – 몇 년 동안 프로 리그 한 번 못 가본 인간이 우승은 무슨 우승이냐.

       └ 너무 그러지마. 편사 하는 애들 유일한 희망이 편럽이라 그럼.

       └ 편럽 응원할 시간에 화령한테 편사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빠르지 않겠냐.

       └ 화령은 가짜 편사잖아. 난 가짜는 응원 못해.

         

       *

       

       편사러브. 줄여서 편럽이라고 불리는 편사 원챔 유저 김도현은 오늘도 일을 끝내자마자 아피스에 접속했다.

       

       최근 들어 하루에 네 시간도 자지 않고 일과 게임을 반복하는 중이라 도현의 피로는 극에 달했지만 그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

       

       그가 가히 십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들여온 노력이 보상을 받는 중이었으니까.

       

       “한 판만 더 이기면 프로리그다!”

       

       프로 리그.

       

       언제나 닿을 듯 말 듯 결코 닿을 수 없었던 그 장소가 바로 눈 앞에 있었다.

       

       저기에 가기 위해 몇 년이라는 세월을 아피스에 바쳤던가.

       

       그 세월은 단순히 도현 한 사람만의 세월이 아니었다.

       

       이제는 얼마 되지 않는 모든 편사 유저들의 세월이었다.

       

       편사는 아피스가 출시되었을 당시부터 존재했던 캐릭터다.

       

       아직 다들 게임에 관해 잘 몰랐을 무렵엔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채찍 때문에 많은 유저가 유입됐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됨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편사의 성능이 구리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물론 편사도 아피스의 캐릭터이기에 초인이라 불러 마땅한 존재다.

       

       일반인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힘을 지녔다.

       

       그렇지만 성능이란 건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었다.

       

       다른 캐릭터들은 편사보다 강했다. 같은 노력을 들여도 훨씬 더 강한 성능을 자랑했다.

       

       캐릭터의 모든 성능을 뽑아냈을 때를 가정해도 편사보다 좋은 캐릭터는 널리고 또 널렸다.

       

       실력이 모자라건 좋건 간에 편사를 할 이유는 애정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번의 패치가 있었다.

       

       많은 캐릭터가 출시되었고 수많은 변화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편사에게도 영향을 줬다.

       

       그렇지만 편사는 여전히 최악의 캐릭터였다.

       

       한번 시작된 암흑기는 끝나지 않고 영원히 이어졌다.

       

       몇 년 동안이고 계속.

       

       편사에 유입되었던 이들의 애정도 무한하지는 않았다. 사람의 감정은 영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함께 편사를 시작했던 유저들이 사라졌다.

       

       편사를 좋은 캐릭터로 만들어 보겠다며 그와 함께 연구를 하던 이들이 떠나갔다.

       

       편사 장인이라 불리던 다른 이들도 다른 캐릭터를 하러 가버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도현은 아피스 유일의 편사 장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도현은 편사를 놓지 못했다.

       

       놓아서는 안 됐다.

       

       그마저 편사를 버리면 정말 편사를 사랑하는 이가 하나도 남지 않을 테니까.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서 편사라는 캐릭터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는 언젠가 편사의 암흑기가 끝나리라 믿으며 편사를 계속 플레이했다.

       

       자신의 손으로 긴 암흑기를 끝내고 황금기를 불러올 날을 기대했다.

       

       도현은 어둠이 영원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여명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히 찾아오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도현은 여전히 챌린저에 박힌 지박령이었고, 편사는 공식 대회에서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쓰레기 캐릭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아피스에 접속했어야 할 도현은 너무 힘들고 지쳐서 아피스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떨어지고 또 떨어져서 챌린저에서 마스터까지 낙하한 그는 좌절에 빠져 버렸다.

       

       이젠 한계였다.

       

       그의 한계였고, 이는 곧 편사의 한계였다.

       

       내가 뭣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다른 캐릭터를 했다면 프로로 성공했을 분이라던 어느 프로팀 코치의 말이 자꾸만 그의 귀를 맴돌았다.

       

       너무 우울했던 그는 맥주와 치킨을 시키고 인터넷 방송을 보러 갔다.

       

       그렇게 그는 데케이의 방송을 보게 되었다.

       

       이유는 여럿이었다.

       

       시청자가 너무도 많아서.

       

       최근 유명한 화령이라는 이름이 그의 흥미를 끌어서.

       

       데케이와 아는 사이여서.

       

       어쨌건 그는 무의식적으로 데케이 방송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고.

       

       기적을 마주했다.

       

       화령은 데케이를 상대하기 위해 편사를 택한 채였다.

       

       추측은 무성했지만 본인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모두가 공감했던 것은 화령이 편사를 선택한 이유를 보여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보여 준 편사 플레이는 도현의 이상향이나 다름이 없었다.

       

       채찍이란 무기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몸놀림.

       

       미약한 힘에서 시작해 거대한 폭음을 일으키는 채찍.

       

       자유자재로 편을 다루는 그 손놀림과 정확성.

       

       화령은 손 하나를 움직일 때조차도 도현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의 이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걸 보며 도현이 느낀 감정은 놀라움도 경이도 경외도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혐오였다.

       

       그는 자신이 편사의 모든 성능을 끌어내는 중이라고 믿었다.

       

       자신이 프로 리그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편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편사의 성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여겼다.

       

       마음 한 구석으로는 자신이 편사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했다면 더 높은 곳에 도달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건 오만이었고, 게으름이었고, 무지였고, 몽매였다.

       

       도현은 편사의 끝은커녕 시중간에도 도달하지 못한 주제에 자신이 구름 위에 서있다 믿는 멍청이였다.

       

       내가 과연 화령님의 발끝이라도 흉내 내고 있었나?

       

       아니.

       

       저 경지에 이르기 위해 노력을 했나?

       

       아니.

       

       그럼 다른 방식으로라도 나아질 노력을 했나?

       

       아니.

       

       아니었다.

       

       도현은 어느새부터 편사를 연구하는 걸 포기했다.

       

       제자리에 멈춰 서서는 이게 끝이리라 단정을 지은 후 편사를 탓했다.

       

       그 어느 때에도 본인의 잘못을 의심하지 않았다. 모든 잘못을 편사에게로 돌리고 있었다.

       

       편사를 미워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아피스 최후의 편사장인이라는 말에 자부심을 가지던 남자가 실은 편사를 미워하고 있었다니.

       

       이건 촌극조차 되지 못하는 무언가였다!

       

       자괴감에 빠진 도현이었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그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니. 눈을 떼서는 안 됐다.

       

       그에겐 이 광경을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었다.

       

       편사를 내버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에서 완성된 편사를 보고서 그 결정체를 눈에 새겨야만 했다.

       

       도현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데케이와 화령의 십선을 지켜봤다.

       

       화령이 하는 모든 일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짓발짓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려 노력했다.

       

       허나 도현은 십선이 끝날 때까지 화령이 지닌 깨달음의 조각 하나를 해석하지 못했다.

       

       도현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저 화령의 수준이 아득히 높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도현은 이게 부끄러웠다.

       

       다른 이의 발자취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이 장인을 자칭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해서라도 이 부끄러움을 떨치고 싶었다.

       

       도현이 선택한 방식은 그저 시간을 들이는 것이었다.

       

       화령이라는 거인이 한 걸음을 내딛는다면 도현이라는 소인은 수십, 수백, 혹은 수천에 달하는 걸음으로 그 뒤를 따라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도현은 그저 계속해서 화령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화령이 가진 깨달음이 너무도 높아 모든 것을 알아채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 일부라도, 조각이라도, 아주 작은 무언가라도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의 상사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였다.

       

       “야! 뭐 한다고 회사도 안 오고 전화도 안 받냐?! 무슨 일 있어?”

       “…예?”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을 한 도현은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었다.

       

       어젯밤 그가 시켰던 치킨은 싸늘하게 식은 뒤였고, 맥주는 탄산이 다 빠져 보리물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상사가 한 번만 전화를 건 것도 아니었다. 이전에도 수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도현이 전화를 받지 못한 것뿐이었다.

       

       그 모든 상황을 파악한 도현은 고민도 하지 않고 상사에게 몸이 안 좋아 월차를 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화령의 영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은 광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아피스의 랭크 게임에 접속한 도현은 하루 만에 마스터까지 떨어졌던 자신의 계정을 챌린저에 올려두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도현은 프로들의 부계정을 만나기도 했고.

       

       아피스 스트리머로 이름을 떨치는 이들을 마주하기도 했고

       

       현지에서 몇 번이고 도현과 치고 박던 이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도현이 하루 만에 점수를 올린 것은 어디까지나 그 모든 이들을 압도적으로 박살을 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본래 점수대까지 돌아온 도현이었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에겐 확신이 있었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몇 년 동안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프로 리그에 진입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화령에게서 배운 것들이 자신을 그 곳으로 데려다 주리라는 확신이!

       

       그리고 지금 그 확신은 단 한 번의 승리만을 더 거두면 현실이 될 예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 선작 덕분에 언제나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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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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