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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음 벌써 금요일이라니.’

       

        이번 주는 살면서 가장 정신이 없고 다사다난했었던 주였다고 생각했다.

        채수현에게 차이고, 블루길드에 들어가서, 이수아와 만나고, 심지어 유하나에게 까지 파견.

       

        사람 인생이란 모르는 일인 것 같았다.

        이렇게 S급 헌터 둘과 알게 될 줄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니까.

       

        ‘예쁘긴 예쁘네.’

       

        유하나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언제나 저랬다.

        TV로 봤던 모습 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이정도는 되어야 연예인을 하는 구나.’

       

        누구나 저 모습을 보기만 해도 곧바로 납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잠깐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반할 수 밖에 없다.

       

        “뭐 해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

       

        내가 너무 빤히 유하나를 쳐다보고 있었나보다.

        살짝 날카로운 말이 날아왔다.

       

        “아. 아뇨. 너무 예쁘셔서요.”

       

        나도 모르게 그냥 본심을 내뱉었다.

       

        “네?”

       

        유하나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무슨 그런 소리를. 저 예쁜 거 아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러더니 휙 촬영준비를 하러 가는 것이었다.

       

        ‘내가 왜 그런 실없는 소리를 했지…’

       

        유하나의 반응을 보고 퍼특 정신이 들었다.

       

        “아휴~ 백지훈 씨. 그런다고 해서 유하나가 안봐줍니다~~~”

       

        별안간 매니저가 내 옆에 앉으면서 커피를 내밀었다.

       

        “휴. 이것 좀 드시죠.”

        “넵.”

       

        딸깍.

       

        “아니. 근데 말이에요. 어쩌다가 저희 쪽에 파견 오신 거예요?”

        “네?”

        “지금까지 왔던 15명은 다 A급이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이었거든요? 근데 백지훈 씨 E급이라면서요?”

       

        그는 상당히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쓰읍. 그러게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갑자기 가라고 해서 온 거였거든요.”

        “흠. 정말요? 정말 모르시는 거 맞아요? 블루길드에서 그냥 갑자기 턱 하고 보낼리 없을 텐데요?”

       

        내 말을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정말입니다. 이번 주에 갓 입사를 했거든요.”

        “에? 이번 주에요?”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었다.

       

        “예. 3일차에 갑자기 여기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원래 어디 부서였는데요?”

       

        그의 목소리는 점점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A팀 헌터 6과 소속이었습니다.”

        “에…A팀이면 이수아 헌터 소속 아닌가요?”

        “네”

        “헉. 그래서 이수아 헌터가 자꾸만 그렇게 쫓아온거 였구나.”

       

        뭔가 이해가 된다는 듯한 표정.

       

        ‘그럼 지금까지 왜 온 거라고 생각한 거지.’

       

        “난 또. 이수아 헌터가 그냥 우리 유하나 헌터에게 괜히 시비를 걸고 싶어서 얼렁뚱땅 핑계대고 온 건 줄 알았네~”

        “하하…”

       

        “근데 그럼 그 전에는 뭐 했어요? 블루 길드에 들어가기 전. 블루 길드에는 뭐 어떻게 들어간 거에요? 나도 거기 가고 싶었는데.”

        “아하…”

       

        뭐 쓸데없는 얘기가 될 것 같아 대충 둘러댔다.

        채수현 얘기까지 나오면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근데 유하나 씨 말이에요.”

        “예에.”

        “블루 길드에 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을까요?”

        “으음… 전~~혀 없을 것 같은데요? 헌터는 너무 싫다고 그래서.”

        “그런가요?”

       

        ‘조금 어려운 일이 되려나.’

       

        어쨌든 채수현과 헤어지고 난 지금, 나는 S급 헌터로 올라서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다.

        뭐 그러다 보면 채수현, 이 년이 후회를 할 수도 있고.

        애초에 내가 채수현과 하고 싶었던 것도 S급 헌터가 되는 것이었으니까.

       

        오히려 나는 S급들의 호감을 사는 것이 나에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분명 채수현 이 년, 아주 열받고 안달이 날테니까.

        자신이 먹고 싶었던 그 자리, 내가 올라선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뻔하다.

       

        그러려면 S급들을 하나씩 정복해나가야 한다.

       

        유하나를 꼬셔야 아무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다.

        그녀를 블루 길드로 복귀시킬 수만 있어도 꽤 괜찮아 질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유하나 씨 앞에서 헌터 얘기를 꺼냈다간 아주 진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블루 길드 얘기는 더더욱. 지금 블루 길드에서의 파견을 받아주는 것도 겨우겨우 하는 거라니까요? 블루 길드에서 납작 엎드리니까 받아주는 거지~”

        “흐음.”

       

        그렇다.

        아무래도 내가 해야 했던 일은 유하나에게 납작 엎드리는 것.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 일이 해결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일이 끝나기 전까진 6과로 복귀할 수도 없을 것 같고.

        그럼 퇴사를 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전의 15명 처럼.

       

        하지만 기껏 블루길드에 들어오고 그럴 순 없지.

        나는 조금 다른 전략을 세워보기로 했다.

       

        ***

       

        ‘흠… 백지훈…’

       

        유하나는 아주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내가 예쁘다고?’

        ‘하. 참. 뭐 당연한 소리를 그렇게? 당연히 내가 예쁘지, 안예쁘겠어?’

        ‘괜히 나 꼬시는 거야 뭐야? 내가 그런 아부성 멘트를 듣고 자기를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한 건가?’

        ‘흥. 국물도 없다고.’

        ‘내가 그런다고 블루길드로 돌아갈 것 같아? 나는 여기가 좋다고.’

        ‘뭐로 꼬신다 한들 나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아.’

       

        툴툴대며 화장을 받았다.

       

        ‘아니. 근데 이 백지훈이란 사람 말이야. 왜 자꾸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나 몰라. 뭐야? 도대체? 뭔데?’

        ‘나한테 뭐 이상한 거라도 걸어둔 거야? 왜 이러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어… 유하나 씨.. 혹시 오늘 화장이 마음에 안 드세요…?”

       

        열심히 화장을 해주던 스탭이 아주 당황한 표정으로 얼어붙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더 잘 해보도록 할게요.”

        “아니에요. 화장 때문이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다시 툴툴 대는 모습이었다.

       

        ***

       

        “자자~ 갑니다. 씬 138 들어가볼게요.”

       

        유하나는 수많은 촬영 스탭에 둘러싸여 있었다.

        꽤 인기 있는 드라마의 절정 씬.

        오늘은 아주 중요한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진석 씨… 혹시 저…다시 받아주실 거예요?”

       

        엄청난 악녀로 설정이 되어있는 유하나의 캐릭터가 후회하며 남자 캐릭터에게 다시 매달리는 장면이었다.

       

        “미안해요. 저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면…제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유하나는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컷. 쓰읍…”

       

        별안간 컷이 나버렸다.

       

        “저 유하나 씨…?”

       

        감독은 살짝 찌푸린 표정, 그리고 조금은 미안하다는 표정.

       

        “오늘 조금 뭔가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거든. 왜 그럴까? 유하나 씨 지금까지 잘 해놓고? 그리고 오늘 최 절정 씬인 거 알잖아요? 완전 하이라이트라고~ 근데 좀 그래… 뭐라 말해야 할까… 진심이 우러나오는 느낌이 아니야.”

       

        상당히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별로예요?”

        “아니~ 별로라는 소리는 아닌데. 좀~ 그렇다 그런거지.”

        “그게 그 소리잖아요?”

        “아니야. 아니야~ 그냥 좀만 더 집중을 해줄 수 있을까 싶어서~”

        “알겠어요.”

       

        유하나는 자존심이 살짝 상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시 재촬영이 시작되었다.

       

        “제발.. 제발…나를 다시 바라봐줘요. 내가 다 잘못했다고요.”

       

        “컷.”

       

        이번에도 감독은 영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음.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뭐 얼마나 원하길래?’

       

        당연히 나는 멀리서 유하나가 연기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확실히 연예인 매니저 역할은 바쁘고 빡세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촬영을 하고 있을 땐 딱히 할일이 없다.

        수발을 들 것이 없으니.

       

        “하.. 좀 원하는 각이 안나오네~”

       

        감독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연신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 이것도 아니에요? 저 되게 열심히 했는데.”

        “내 생각엔 말이야. 유하나 씨가 막 후회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감정이 막 끓어오르는 느낌이 없달까? 유하나 씨 자체가 문제란 건 아니고… 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 여러가지 죄책감과 과거에 대한 반성,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고찰 이런 것들이 느껴져야~ 그래야 그 사과를 받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음…”

       

        유하나는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겠다는 표정.

       

        “하… 일단 다시 한번 가봅시다… 이번에도 안되면 이 씬은 좀 미루든 해야지..”

       

        유하나는 그럴 수는 없다는 표정이었다.

        최대한 이번에 끝내보겠다는 태도.

       

        ‘쓰읍. 이거 뭐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으려나.’

       

        몇 번을 컷이 나는 걸 보면서 나도 슬슬 답답해졌다.

       

        ‘이거 오늘도 퇴근이 늦어지는게 아닌가 모르겠네.’

       

        상태창.

       

        유하나의 상태창을 열었다.

       

        ‘연기와 관련된 스텟이 있을 것 같은데… 음…’

        ‘찾았다.’

       

        워낙 스텟의 종류가 방대해서 평소에는 있는지도 모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음. 후회와 관련된 감정들을…이것저것…’

       

        괜히 쓸데 없는 걸 건드렸다가 망할 수도 있으니 맛보기로 조금 조정을 해보기로 했다.

       

        ‘이러면 좀 나아지려나?’

       

        “자~ 갑니다~~~ 고!”

       

        “진석 씨!!!!”

       

        유하나는 와락 상대 남자 배우에게 안겼다.

        그리고는 얼굴이 완전히 슬픔과 과거의 반성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점점 촉촉해졌다.

       

        마치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그 모든 행동을 하나씩 떠올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이따금씩 몸을 부들거리며 떨기 시작했다.

       

        “나를.. 나를… 용서해줘요….”

       

        그녀의 목소리도 점점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잔뜩 슬픔과 회한이 가득찬 얼굴로 남자 배우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나… 잘못했다고요…”

       

        촬영장의 모두들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아주 고요해졌다.

        아주 짧은 순간 모두의 시선이 유하나에게 집중이 되면서 엄청난 몰입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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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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