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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간담이 서늘했지만, 유혈이 낭자했던 폭력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이한은 가벼운 ‘꿀밤’ 한 대로 그를 봐주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참을 만하다.”

       “…주군, 그거 제가 아니라 벽돌입니다.”

         

       뭐, 가벼운 꿀밤이라고 해서 그가 무사하단 건 아니지만.

       그렇게 건방지게 스승에게 명령인지 통보인지를 내밀었던 생도는 응징 당하였다.

       마법사들이 당한 것에 비하면 한없이 약소한 응징을 말이다.

         

       이후, 대충 죽거나 혼절한 마법사들을 질질 끌며 일행은 무단으로 술집 건물에 들어갔다.

       잠겨 있었으나.

         

       콰앙!

         

       “기어가라, 이 쥐새끼들아.”

         

       “히이익!”

         

       무법거리 기생나락에서만큼은 어떠한 무법도 허용되는 법.

       술집 주인인 척하는 무법자를 쫓아내며 그들은 강제로 술집을 차지했다.

       이후, 대충 선반을 뒤진 이한은.

         

       “자, 저년 죽이고 싶은 거 아니면 이거 뿌린 다음 대충 치료해.”

       “…예에.”

         

       잭은 그가 던진 주정(酒精)을 받아냈다.

       웬만한 술집에선 구비가 되지 않을 터이지만, 부상자가 넘쳐나는 거리답게 소독용 주정이 있던 모양.

         

       잭은 정보를 뽑아낼 자들을 살려내고자 다가갔고, 이한은 반대로 너저분한 의자에 털썩 앉아 몸을 풀었다.

         

       “안 죽이고 제압만 하려니까 여간 힘든 게 아니야.”

       “…가볍게 상대하신 것 같습니다만.”

       “나름 머리 굴려서 상대한 거다.”

       “…….”

       “그보다 도련님아.”

       “…저도 도련님입니까.”

       “반박은 됐고, 너 나한테 빚진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알면 됐다. 개념은 있네.”

         

       …빚이 없다고 했을 때 후환이 두렵다.

         

       ‘나는 이 사람을 이용한 거니까.’

         

       로엔은 마법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제 흔적을 남길 수가 없어 나서지 못했었다.

       그가 싸운다면 어쩔 수 없이 가문의,

       대공가의 핏줄이 가진 ‘힘의 흔적’이 남고 만다.

         

       그렇게 된다면 안 그래도 주목 받는 대공가의 후계자인 그의 움직임이 제한될 터.

         

       하여.

         

       “솔직히 그 편지는 도박에 가까웠습니다. 교관님이 그들을 확실히 알고 있으리란 확신이 서진 않았으니 말입니다.”

       “좋겠네, 잭팟이 터져서.”

       “…마법사를 워낙 싫어하시는 것으로 보인지라.”

       “눈썰미 좋네. 맞다. 본 교관이 가장 혐오하는 벌레 중 하나지.”

       “…….”

         

       …사람 취급도 못 받는구나.

         

       생각보다 더욱 마법사 혐오가 심한 그였고, 그의 표정에도 얼핏 만족스러움이 깃든 것이 보인다.

       마법사의 멱을 따거나 뭉개는 일 등에 일종의 성취감이 있는 듯하다.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만, 혹시 마법사에게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으십니까?”

       “별건 아니고, 10년 정도 실험 노예로 산 적이 있지.”

       “…….”

       “참 별거 아니지?”

       “…음.”

         

       아무리 눈치가 없는 바보일지언정, 저 말이 결코 진심이 아님을 알 수밖에 없으리라.

         

       로엔은 괜한 걸 물었다며 쓰게 웃었다.

         

         

         

         

         

         

       “-그놈, 6년 전에 자기가 왜 날뛰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더군.”

         

       “…오드왈 교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척하면 척이라고, 역시 눈치 좋고 머리 좋은 놈이랑 대화하면 편하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아먹어서.

       이한은 암기와 손도끼 등을 손질하며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 멍청한 놈.”

       “으음.”

         

       인성은 모나지만, 천재로 소문이 자자한 최연소 마법학부 교수 오드왈 버나드에게 내리기엔 박한 평가였다.

       허나 이한은 주문쟁이 따위가 지닌 명성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그에겐 주문쟁이란 죽일 놈이거나, 아니면 살릴 놈과 같이 두 종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녀석은 그냥 멍청한 주문쟁이였을 뿐이야. 이용당한 것도 몰랐던 거지.”

       “진범이 있었다는 거군요.”

       “6년 전 입학식 전날에 한스랑, …아니 이름 모를 저 기생충이랑 술 한 잔 했다고 하더군. 근데 그 이후로 기억이 없대.”

       “약물, 혹은 정신 착란 마법이 동원됐겠군요. 하나같이 위법 마법입니다.”

       “뭐, 정말인지는 몰라. 어차피 그놈은 다친 놈들한테 사과도 안 했고, 왜 자기가 그 지랄을 했는지도 관심이 없으니까. 하여튼 양심 터진 놈이야. …어쩌면 기억이 안 난다는 것도 거짓부렁일지도 모르겠지.”

       “평가가 박하시군요.”

       “박한 게 아니라, 지극히 사실인 거지.”

         

       이한은 피식 웃으며 손질한 무기들을 품속에 넣었다.

       잭은 그런 이한을 뜻밖이라며 쳐다보았다.

         

       “왜?”

       “무, 무기 손질을 잘 하시는군요. 이미지만 보면 그냥 대충 일회용품처럼 쓰실 줄 알았는데.”

       “맞을래?”

       “…아니요.”

       “평범아, 너도 날붙이 쓰는 놈이면 알아둬. 무기를 대충 다루거나 일회용품처럼 다루는 녀석치고 제대로 된 놈 없어. 이게 내 목숨 줄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알겠냐? 이 건방진 암살자 놈아.”

       “저는 평범이도, 암살자도 아닙니다.”

       “그래, 전직 암살자 평범아.”

       “…젠장!”

         

       부정할 수가 없는 게 서글프다.

         

       허나 과거 전직이 그보다 더 화려한 이한으로선 이상한 데 민감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소한 데 상처를 받기 쉬운 20대 젊은이의 감성이란, 그에게 어려운 학문이었다.

         

       그렇게 이한은 무기 손질을 모두 끝내며 몸에 착용했고, 이후 로엔을 향해.

         

       “그래, 시건방지게 본 교관한테 명령질이나 하는 도련님 놈아.”

       “…수식어가 좀 그렇군요.”

       “이것도 봐준 줄 알아, 자. 그보다 이제 좀 생산적인 얘기를 해보자.”

       “말씀하십시오.”

         

       로엔은 굳은 표정으로 이한을 직시했다.

         

       그가 무슨 질문을 하든 피하지 않을 생각이란 듯.

       대답할 건 대답하고, 하지 못할 대답은 변명으로 넘기리라.

       무수한 계산을 끝낸 로엔은 자신 있게-.

         

       “‘진짜’ 한스와 도로시, 캄, 덴, 알렝. ……그 사람들은 찾아봤냐?”

         

       “…….”

         

       …전혀 예상치 못한.

         

       상식적이고도 당연히 해야 할 질문이 나오자 로엔의 말문이 처음으로 막혔다.

         

       위법 마법사들에 의해 신분과 얼굴을 빼앗긴 사람들.

       저 질문에 대해 어찌 답해야 할까.

       아니, 이미 그도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실상, 위법 마법사에게 걸렸다면 이미 그건….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살아있을 가능성이 1%라도 있다는 거다. 설사 죽었다고 해도 유해는 가족들한테 전해줘야지.”

       “…….”

       “너에겐 권력과 정보력이 있다. 그리고 정보를 아는 해충들이 있지. 고문이든 뭘 해서든 찾아라.”

       “…….”

       “할 수 있겠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됐다.”

         

       그 말을 끝으로 이한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상은 궁금하지 않다는 듯이.

         

       로엔은 저도 모르게.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가 도리어 묻고 말았다.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느냐고.

         

       저가 어떻게 위법 마법사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저들을 감시하고 있던 이유.

       대공가의 아들인 자가 무슨 목적을 갖고 있는지.

         

       그러한, 너무나 당연한 질문들을 그는 조금도 입에 담지 않았다.

         

       상식적이지 않다.

       한데 실종된 사람들은 걱정하며 찾으라 한다.

         

       뭐, 이런…?

         

       “로엔 드미트리 드 라이오넬.”

         

       “!”

         

       그가 처음으로 부른 저의 풀 네임.

       로엔은 몸을 움찔거렸다.

         

       혼나는 것도 아닌데, 어딘지 뱃속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이한이란 사내의 푸른 눈동자가 그를 직시했다.

         

       “네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네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도 난 모른다. 네가 날 이용하려거나, 어떠한 계략을 꾸미는지도 난 모른다. 하지만, 난 관심이 없다.”

       “…….”

       “왜냐고? 알 필요가 없으니까. 사람은 호기심을 너무 많이 가지면 안 돼. 궁금증과 호기심은 가끔 억누를 필요가 있는 마물에 불과하니까. 특히 나 같은 일개 월급쟁이는 더더욱.”

       “…일개 월급쟁이라니.”

         

       백은사자 기사 직위와 아카데미 교관이란 직위가 그리 하찮은 것은 아닐 터인데.

         

       “나한텐 뭐든 똑같다. 대장장이건, 목수건, 제빵사나 정원사건, 어차피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며 하루를 먹고 살아가는 인생이다. 기사라고 하여, 귀족들 다니는 학술원 교관이라 하여 내가 앞서 언급한 이들보다 특별해지는 것도 아니란 뜻이다. 그리고, 내가 아닌 타인의 인생과 목숨 또한 모두와 ‘동등’하지.”

         

       “!”

         

       “로엔 드리트리 드 라이오넬. 네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난 여전히 관심이 없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어기지 마라. 도리를 어기면서까지 네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넌 결국 저들과 똑같은 인간이 될 뿐이다.”

         

       땅에 널브러져 있는 위법 마법사들.

       그들을 가리키며 이한은 말했고, 로엔의 눈은 좀 더 침중해졌다.

       그러며 그는 이를 악물었다.

         

       말할 수 없다.

         

       이미 그는 ‘악’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저들과 똑같은 놈들이 될지언정 목표를, 비원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

         

       하여 그는-!

         

       툭.

         

       “…?”

       “망할 제자 놈아. 너무 혼자서만 하려고 하지 마라. 어린놈이면 어린놈답게 어른한테 상담할 줄도 알아야지. 아니면 부모님한테 기대. 넌 부모가 권력자잖아.”

       “……무슨 그런 논리가 다 있습니까?”

       “어린놈이 너무 죽상이라서 하는 조언이다. 자고로 본인은 제일 힘든 일도, 남이 봤을 땐 별거 아닌 경우가 있다. 이걸 꼭 알아두도록. 아, 그렇다고 나한테 의지하란 말은 아니다. 난 귀족이니 권력이니 하는 거랑 어울리는 건 딱 질색이다.”

       “…하.”

         

       참으로 무책임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허나, 왜일까.

         

       들을수록 저 비논리적이고도 합당하지 않은 말이 가슴을 파고드는 건.

         

       담백하고도 진솔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지 그라는 사람이 가진 존재감 때문일까.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건.

         

       “어째, 애 취급을 당한 것 같군요.”

       “20대면 애지, 뭐.”

       “으음….”

         

       그가 저보다 한참은 ‘어른’이란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는 것이리라.

         

       머리를 가볍게 토닥거리듯 두드려주는 것이….

         

       어린이 취급을 당하는 것이 유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 * *

         

       그는 정말 홀연히, 미련 없이 떠나버렸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이런 경험도 다 해보는군.”

         

       로엔은 ‘시간의 기적’을 겪은 이후부터, 타인을 대할 때 늘 어리게 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설사 그것이 그보다 어른이라고 한들.

       설사 기적을 겪기 전 저보다 오랜 세월을 산 인물일지언정, 그보다 더 농후한 세월을 살았을 사람은 드물기도 했으니.

         

       하여 그는 남들을 어리게 보거나, 애송이처럼 봤었다.

         

       한데 오늘.

         

       ‘내가 반대로 애송이 취급을 받는군.’

         

       그렇다고 썩 나쁘지 않다는 것도 묘한 일이리라….

         

       “……잭.”

       “예, 주군.”

       “이놈들 치료하고 심문부터 시작해라. 가지고 있는 정보를 모두 토해내게 해.”

       “단계는 어느 정도로?”

       “정신이 망가지지 않도록. 절대 수명이 끝날 때까지 죽이지 말라 전해라. 끝없이 고통을 줘야 한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살아남은 세 마법사가 저지른 죄질은 앞서 죽은 이들이 샌님으로 보일 정도로 극악무도하다.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여자와, 여자를 강간한 뒤 죽이는 자.

       그리고 납치와 고문 등에 특화된 놈까지.

         

       결코 편하게 죽음을 선사할 순 없는 바.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고통을 줘야 할 따름이지-!

         

       “또한, 실종당한 사람들을 찾아라, 살았다면 어떻게든 살리고, 죽었다면, 그들의 유해를 어떻게든 무사히 보전해야 할 것이다.”

       “…….”

       “왜 그리 보지?”

       “…그저, 주군한테서 간만에 사람다운 냄새를 맡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여겼을 뿐입니다.”

       “헛소리.”

       “하하, 맞지요, 헛소리일 뿐이지요, 하하!”

       “…….”

         

       로엔은 침묵했다.

       수하가 저를 놀라는 일에 대한 분노보다, 저에게도 아직 이러한 감정이 남아있음을 몰랐다는 것에 대한 이질감.

       그래도.

         

       ‘사람답다…라.’

         

       왜인지 그 말이.

         

       ‘기분 좋은 말이구나.’

         

       나쁘지는 않았다.

         

       *

       *

       *

         

       ‘…골치 아픈 녀석이랑 엮였어.’

         

       회귀자란 놈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앞날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음을 깨닫고는 있었다.

       그리고 오늘.

       예측대로 ‘기생충’이 나왔다.

         

       더 문제는,

         

       ‘앞으로도 자꾸 나올지도 모른다는 거지.’

         

       이는 예측보단 확신이다.

       회귀자 놈은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고 있고, [적]으로 규정한 자들이 있음이 분명했다.

       자신은 그 일에 한 번 엮인 것이고.

         

       ‘다만 두 번은 없지.’

         

       오늘은 그가 유독 혐오하는 부류였기에 ‘당해’줬지만, 다음은 알짤 없다.

       제자건 뭐건 상관없이 파문(破門)해버릴 거다.

         

       무협식 파문을.

         

       ‘으음, 무협지마다 다르긴 한데, 사지근맥을 으깬 다음, 단전을 없앴던가?’

         

       아니면 차라리 ‘분근착골’을 궁리해볼까?

       그 편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물리적으로 가능할지도?’

         

       포션과 트롤의 피만 있으면 산 채로 ‘살과 뼈를 분리(分骨錯筋)’하는,

       그러니까 인간 해체-쇼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살벌한 파문 형벌을 고심하며 걸음을 옮겼다.

         

       어느 순간.

         

       “기사님! 오셨어요.”

       “…아.”

         

       그는 정처 없는 발걸음에 마침표를 찍었다.

         

       귀소본능이라도 있었던가.

         

       멍하니 고심하며 발걸음을 옮기니 그가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자신의 보금자리였다.

         

       자그마한 마당이 딸린 오두막.

         

       그리고 그곳에는 시녀복을 입은 채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레이라 윈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여기 있습니까? 파티는요?”

         

       오늘은 편히 파티를 즐기라고 했는데, 왜 집에 있는 걸까.

         

       이한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니 그녀는 눈웃음과 함께.

         

       “기사님이랑 같이 놀려고요!”

       “?”

       “아, 왕녀님도 같이 놀고 싶으셨나 봐요.”

         

       …그제야 안 것이지만, 오두막에는 그녀만 있지 않음을 알았다.

         

       또각.

         

       “늦었구나.”

       “…….”

       “호스트(Host)가 게스트를 기다리게 하면 어쩌잔 거냐. 예의가 되지 않았구나.”

       “…일하고 온 사람한테 그게 할 말입니까, 지금?”

         

       구두 굽 소리와 함께 등장한 그녀를 이한은 어처구니없다며 보았다.

       이러한 자그마한 오두막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고귀한 여인, 아이시스가 도도한 걸음걸이와 함께 다가왔다.

         

       “…연회는 어쩌고 여기 있습니까?”

       “주최자는 원래 주최만 하고 빠져야 게스트도 파티를 즐기는 법이다. 기본적인 사항이지.”

       “그럼 성에 돌아나 가시지, 뭔….”

       “동생을 챙기는 것도 누이의 의무란 것이지.”

       “…….”

       “눈을 예쁘게 뜨도록.”

       “참 나….”

         

       하여튼 지 마음대로지.

         

       “레이라.”

       “네, 왕녀님!”

       “왕녀가 아니라 전하라 하여야지.”

       “헤헤, 네에.”

       “후, 되었으니 핑거 푸드와 와인을 가져와라. …네가 먹을 것도 가져오고.”

       “네엥!”

         

       차려지는 건 금방이었다.

       그가 나가 있을 동안 이미 밑 준비가 완벽히 완료되었던 모양이다.

         

       이한은 두 여자에게 어딘지 놀림 받는 느낌도 받았으나.

         

       ‘뭐라고 할 수가 없네.’

         

       저를 위해 기다려준.

       항상 홀로 있던 집에서 그를 맞이해준 정성에 고마우면 고마웠지, 따질 거리는 없었다.

         

       오로지 그를 위해 열린 연회.

         

       이한은 이제 포기한 듯 준비된 자리에 털썩 앉으며.

         

       “…늦은 집들이 선물, 잘 받겠습니다.”

       “여가 온 것 자체가 선물이겠지, 감사하도록.”

       “아니, 그건 아니고요.”

       “…못돼먹은 녀석.”

         

       따악!

         

       부채가 불을 뿜었고, 이후 이한과 아이시스, 레이라는 가볍게 백포도주를 나눠 마셨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았으나.

         

       “왜 맛있어, 이거?”

       “왕가의 와인창고에서 가져온 와인이다. 분명 50년 전쯤 브리튼 지방에서 천 병밖에 생산되지 않은 것이었던가?”

       “진짜 귀한 거였네.”

       “귀하긴, 그저 금화 백 개면 구할 수 있느니라.”

       “…그냥 술이나 마십시다, 우리.”

         

       아주 편안한, 마음이 여유로운 연회임은 분명했다.

         

         

       기사와 왕녀, 시녀의 고즈넉한 연회는 제법 오랫동안 이어졌다.

         

         

       비처럼 쏟아지는 별밤을 배경으로 삼아.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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