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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EP.53

     

   3층 경쟁전의 첫 무대는 숨겨진 보물을 각자가 찾아내야 하는 개인전이다.

     

   한 사람당 모아야 하는 보물은 5개 이상.

   5개부터 더 많은 보물을 모으면 추가적인 보상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 5개를 모으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단서가 하나도 없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말만 있는 걸로 봐서는 보물 상자 같은 게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어쩌다 보니 사막 한가운데에서 만나게 된 두 남자.

   개인전에 입장한 뒤, 처음으로 접촉한 박조철과 남궁천호는 현재 이렇다 할 목표 없이 정처 없는 걸음을 내딛는 중이었다.

     

   “그런데 조철 씨는 2층에서 뭘 하셨나요?”“……2층에서요?”

     

   남궁천호의 말에 박조철의 어깨가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들썩인다.

     

   “그… 사실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데…… 약간 초능력자들이랑 괴물들이 있는 세계관이었거든요.”

   “오, 초능력이요? 혹시 초능력 같은걸 배웠다는 말씀이세요?”

     

   흥미롭다는 남궁천호의 말에 박조철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박조철의 다소 소심한 반응에 남궁천호는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초능력이라면 좋은 게 아닌가?

     

   염력을 써서 멀리 있는 물체를 움직이기도 하고 하늘을 날 거나 순간이동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힘이 세지기도 하는 초능력도 있기는 하지만 이미 초인이 된 상태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면 분명 특별한 기술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초능력을 배웠다는 박조철의 표정은 뭐랄까……

     

   “기분 탓 인지는 모르겠는데 왜 표정이 화가 나신 것 같죠?”

   “아, 어, 죄송합니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요.”

   “……?”

     

   남궁천호의 물음에 박조철이 자기도 모르게 나온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헌터 학교. 그리고 그곳에서 했던 모진 훈련들, 그리고 그를 가르쳤던 교관의 얼굴들이 스쳐가는 순간.

   그는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악몽과도 같은 잡념을 혼신의 힘으로 털어냈다.

     

   “제가 어떤 초능력이 생겼는지 궁금하신 거죠?”

   “아, 예 그렇죠?”

   “그럼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조철은 바닥에 앉아 눈을 감고 뜨거운 모래밭 위에 두 손을 올렸다.

     

   쿠구구구…

     

   그리고 서서히 떨리기 시작하는 사막의 모래알들.

   처음에는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진동이었지만 점차 깊어지는 모래의 파동에 남궁천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어…?”

     

   사막 한가운데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무슨 능력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것이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지진! 지진 능력인가요?! 대단하십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분명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한…”

   “……이거 제가 한 거 아닌데요?”

     

   남궁천호의 격한 반응에 박조철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지진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강도가 강해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고운 모래 위에 서 있던 두 사람은 슬슬 땅을 딛고 있는 것조차 힘들 지경.

     

   쿠구구구구!!!

     

   “……천호 씨.”

   “네?! 시끄러워서 잘 안 들립니다!”

   “땅 밑에 뭔가 있습니다!!!”

     

   박조철의 손끝의 감각에 걸리는 이질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2층에서 얻게 된 초능력은 초감각.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끼는 능력을 얻게 된 그는 지금 자신의 손의 감각 끝으로 느껴지는 이상하리만치 딱딱한 무언가를 감지하며 옆구리에 있던 검을 뽑았다.

     

   “천호 씨! 제가 셋을 세면 점프하세요!”

   “네?”

   “하나!”

     

   당장 땅에 검을 박을 듯, 역수로 쥔 박조철.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남궁천호는 마찬가지로 검을 뽑아 든 뒤, 그의 신호를 기다리며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이런 씨발! 셋!”

   “둘은요?!”

     

   콰아아앙!!!

     

   하나 씨발 셋.

     

   조금 이상한 숫자가 중간에 끼여 있었지만 남궁천호는 자신의 발아래에 나타난 집채만 한 지네를 보고는 마음속으로 그 숫자 셈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우와아아악!”

     

   띠링.

     

   [Lv.3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습니다.]

     

   —

   [거대 사막 돌지네 Lv.3]

   : 사막에 사는 모래 지네의 일종. 눈이 나쁘고 턱 힘이 강해 입 닿은 것은 다 씹어 먹고 본다. 참고로 독은 없다.

   – 사냥에 성공할 시, 반지나 목걸이를 드랍합니다.

   —

     

   괴물이 나타나는 순간 놈의 머리 위로 마치 게임을 보는 듯한 설명이 떠올랐다.

     

   독은 없지만 다 씹어 먹는다는 괴물.

   거대한 사막의 돌지네라는 건지 사막의 거대한 돌지네라는 건지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턱에 달린 꿈틀거리는 이빨들을 보고 있자니 그딴 게 뭐가 중요한가 싶다.

     

   ‘이건 보물찾기가 아니지 않나?’

     

   서칭이 아닌 헌팅.

     

   지네의 이마에 시원하게 박힌 검.

   그것을 중심으로 뿜어지는 보라색 피가 메마른 사막을 적시고 있었다.

     

   ***

     

   저벅저벅.

     

   내가 놈들을 인식했다는 사실을 안 것인지, 나무와 풀에 은폐를 하고 있던 놈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로브라…’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복장을 보니 낯이 익은 느낌이 들었다.

   접점 하나 없었고 하다못해 인사 한 번 나눠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리만치 내적친밀감이 있었다.

     

   “크큭… 이런 곳에 사람이 있다니 반갑네?”

   “오, 뒤에는 어인도 한 놈 있어! 재밌겠다! 재밌겠다!”

     

   놈들이 들고 있는 단검에는 이미 차게 식어 버린 피가 바짝 마른 채,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검은색이라 인지를 못 했던 것이지 옷에도 피가 튄 흔적이 보인다.

     

   “아, 기억났다.”

     

   검은 로브와 음침한 분위기.

   살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대놓고 악인이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미친놈들.

     

   토끼가 고막이 아주 닳도록 반복 설명한 뱀 도우미 ‘에키온 좌표의 플레이어’들이었다.

     

   “금린, 뒤로 빠져 있어.”

     

   전방에 보이는 세 놈. 좌우로 숨어 있는 넷, 총합 일곱 명.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벌써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기에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스윽.

     

   나는 조심스레 금린을 나의 뒤로 숨겼다.

   상대가 어떤 놈인지 알았고 인원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방심할 수 없었다. 그저 살해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놈들이다 보니 대화가 통할 것 같지도 않았고.

     

   “호오… 지킬 것이 있으시다?”

     

   하지만 나의 행동이 놈들을 자극한 것인지 가장 앞에 있던 놈을 선두로 뒤에 있던 놈들까지 콧소리를 내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킥. 우리가 제안을 하나 할 테니까 잘 들어.”

   “……”

   “둘이 무슨 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인을 그대로 놓고 꺼지면 네 목숨은 살려줄게. 그런데 만약에 덤빈다? 그러면 너도 죽고 쟤도 죽어.”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통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보면 꼭 저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는 악역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런 매체에서 저런 악당의 말을 듣는 사람은 꼭 제일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막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사,사,살려 준다고 했잖아!’ 그런 거.

     

   “흐음…”

     

   하지만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최대한 고민하는 척했다.

   은근슬쩍 뒤를 한 번 돌아보기도 하고 내 검을 힐끗거리기까지 했다.

     

   충분히 선택의 기로에 놓여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제스처.

   그 모습을 본 금린의 하얗던 얼굴이 더 새하얘지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되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겠네요. 저는 버리고 가세요.”

     

   하지만 녀석은 생각보다 착했다.

     

   “시인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지만 세 명을 상대하는 건 무리예요.”

     

   그리고 안목은 생각보다 더 떨어졌다.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놈들이 방심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조금 더 방심하고 내게 다가오도록, 그리고 옆에 있는 놈들이 달려들기 전에 일격으로 세 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크크큭. 이 새끼 생각보다 쓰레기잖아?”

   “푸하핫!”

     

   놈들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정말 웃긴 건지 분위기 봐서 중2병스럽게 웃는 척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푸하핫’은 대게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응시하는 채로 터트리는 웃음이 아니었으니까.

     

   서걱!

     

   “어?”

     

   나는 잠시 눈이 감긴 놈들을 향해 최소한의 도약으로 검을 내질렀다.

   사람을 죽이는 건 확실히 꺼림칙하다. 하지만 이놈들이 사람의 범주를 넘어선 악마라는 것을 토끼에게 들은 이상, 거리낄 것은 없었다.

     

   푸확!

     

   나에게 목이 달아난 한 놈이 선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 양익의 놈들이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나는 검을 휘둘러 앞의 두 놈을 베어 넘겼다.

     

   스걱! 캉!

     

   하나는 베었고 하나는 막혔다. 세 명을 한 번에 처리하고 싶었는데 조금만 더 기다렸어야 했나…

     

   “이런 미친 새끼가!”

   “죽여!”

     

   총 4개의 검이 나를 향해 내질러진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애초에 여기까지는 염두에 두고 달려든 것이었으니.

     

   “시인님! 옆에!”

   “흐읍!”

     

   나의 뒤로 중계하듯 터지는 금린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제야 놈들을 발견한 녀석의 입장에서는 나는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월광검법 제이식 月光劍法 第二式

   황홀경 怳惚境

     

   나의 검에서 여덟 갈래의 빛줄기가 터져 나갔다.

   눈이 부신지 순식간에 인상이 찡그려지는 놈들.

     

   천월신공의 월광검법은 일대일의 상황보다는 일대다의 상황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상대를 현혹하는 기술이었기에 다대다의 상황에서는 우리 편도 홀릴 수 있었지만, 아무렴 지금은 거칠 게 없었다.

     

   촤아아악!

   나의 검에서 뿜어진 빛줄기들이 놈들의 어깨와 복부를 찔러 들어간다.

   이미 가까워진 상황에서 펼쳐진 초식은 눈으로 보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막았다 치더라도.

     

   챙그랑!!!

     

   Lv.30을 넘겨 버린 나의 내력을 감당할 수 있는 검은 이곳에 없었다.

     

   “크아악!”

   “으, 으아아악!”

     

   순식간에 양쪽에서 달려들던 네 놈이 빈사 상태가 되었다.

   확실히 목숨 줄을 끊을 수야 있겠지만 이대로 두기만 해도 오래 버티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그때.

     

   “이이익! 이 괴물 새끼가!”

     

   처음 나의 검을 막아 냈던 검은 로브 한 놈이 어느샌가 금린의 목에 단검을 들이대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시인님…!

   “우리가 네놈을 과소평가한 건 인정하지!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능력치가 높아도 이것까지 막을 수 있을까?”

     

   쐐애액!

     

   놈의 칼이 당장이라도 금린의 목을 꿰뚫을 듯 움직인다.

     

   사천현무신공 四川玄武神功

   추뢰신법 追雷身法

     

   나는 나의 발끝에 마력을 집중시켜 금린에게 튕겨지듯 달렸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한계. 아무리 발을 빨리 놀린다고 해도 단검이 목을 찌르는 속도보다 빠를 것 같지는 않았다.

     

   뜨드득!

     

   하지만 그때, 날카로운 병장기에 살이 썰리는 소리라기에는 다소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서서히 뜯겨 나가고 있는 남자의 팔. 그리고 그것을 붙잡고 있던 건 언제부턴가 놈의 뒤에 서 있었던 누군가의 그림자였다.

     

   “끄아아악!!!”

     

   콰아앙!

     

   추뢰신법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놈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공중을 휘감듯 튀어 오르는 팔 한 짝과 뒤로 쭈욱 밀려나는 그림자.

     

   나는 고개를 들어 새로 나타난 무언가를 바라봤고 새로운 알림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띠링.

     

   [Lv.4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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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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