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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게이트니 뭐니 부산스러웠던 목요일이 지난 후. 금요일.

        바깥은 난리가 났겠지만, 내 주위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굳이 특이한 일을 꼽자면…

        수연 누나에게 통화가 온 정도?

        

        

        [유진 군, 정말 괜찮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 분쇄골절.]

        “괜찮다니까요? 저 은근히 튼튼하거든요.”

        [치. 두고 봐요. 일요일 샅샅이 진찰할 거니까.]

        “괜찮은데… 뭐, 그럼 일요일에 봬요.”

        [예. 어디 아프면 꼭 저한테 전화하고요.]

        

        

        내가 두억시니한테 얻어맞은 걸 보고 걱정돼서 연락했다는 수연 누나.

        거절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워낙 단호해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잡았다.

        건강한 모습 보여주면 안심하시겠지 뭐.

        

        아무튼. 그것 말고는 전부 평소대로.

        교수들이나 다른 생도들이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평범한 아카데미 생활이 지나고…

        

        어느덧 저녁.

        아르바이트 시간이 도래했다.

        하루와 놀아주는 시간이었다.

        

        

        “아빠. 이번 주엔 꼭 하루랑 놀이공원 가. 같이 판다씨랑 만나서 반가워요 해.”

        “토요일은 아빠 어디 좀 다녀와야 하니까, 일요일에 데려다줄게. 병원 일만 끝내고.”

        “응. 약속… 읏차.”

        

        -꾸욱.

        

        “…이건 뭐 하는 거니?”

        “아빠랑 하루, 합체 놀이.”

        

        

        내가 소파에 앉자마자 목 위에 올라타는 하루.

        어찌나 신나하는지 다리를 마구 퍼덕이는데…

        

        

        -물컹물컹.

        

        ‘목덜미에 닿는 건 최면으로 막았으니 괜찮지만, 볼에 허벅지 닿는 건 좀 그런데.’

        

        

        시원하게 드러난 허벅지가 볼을 챱챱 때리는지라 조금 곤란했다.

        

        뭐, 슬슬 진짜 친딸 같아져서 엄한 생각은 안 들지만.

        겉으로 보기엔 좀 그럴 테니까.

        이만 내려놓을까.

        

        

        “합체 놀이는 이제 끝! 내려오자~.”

        “으응…? 하루랑 합체 놀이, 재미없어…?”

        “……!!? 아, 아빠도 하루랑 하루 종일 합체 놀이 하고 싶지만 있지? 슬슬 버티기 힘들어서 그래.”

        “거짓말. 아빠 세졌는걸. 이제 합체 놀이 1시간 해도 쌩쌩해.”

        

        

        내려오라 하자마자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이제 나 정도는 거뜬하면서 왜 거짓말하냐는 느낌.

        

        말이 궁해졌다.

        

        

        ‘그러고 보니… 상태창.’

        

        -띠링!

        

        [힘 [5.20(+0.41)] 민첩 [4.78(+0.41)] 지능 [3.12] 행운 [8.42] 마력 [4.74(+0.35)]]

        

        ‘어쩐지 몸이 가볍더라니. 진짜 많이 오르긴 했네.’

        

        

        하루 말대로, 난 하루 만에 제법 강해졌다.

        ‘천래의 샘물’에 더해, 처음 겪는 A+급 게이트에서의 실전 경험.

        그 덕분에 이제 C급 각성자 하위권 정도 능력치까지 성장한 것.

        

        하루 눈엔 그게 고깝게 보인 모양이었다.

        진심 헬스 능력치 펌핑도 바로 눈치챘으니.

        내가 실전을 겪고 강해진 것도 한눈에 알아봤을 거 아닌가.

        

        어라. 아빠, 강해졌는데 왜 약한 척이지?

        나랑 놀기 싫어 거짓말하는구나. 흥. 아빠 미워.

        이런 생각이라도 한 거 아닐까.

        

        얼른 설명했다.

        

        

        ‘어쩔 수 없지. 성교육 좀 해줄까.’

        “그게 아니라, 이 합체 놀이라는 거. 사실 엄청 부끄러운 놀이거든. 가랑이 사이가 아빠한테 닿으니까.”

        “하루, 하나도 안 부끄러운데? 오히려 기분 좋아.”

        “아냐. 부끄러운 일이야. 하루의 소중한 곳이 아빠한테 닿고 있으니까.”

        

        

        여자가 남자한테 목말을 타면?

        필연적으로 고간이 목덜미에 찰싹 붙는다.

        몸 다 큰 성인끼리 이러는 건 영 불건전하고.

        

        그러니 이건 부끄러운 일. 하면 안 돼.

        완벽한 성교육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이런 놀이는 그만….”

        

        -우당탕탕!!

        

        “…꺄앗!!!?”

        

        

        설명하고 있으려니, 뒤쪽에서 들린 굉음.

        그리고 앨리스의 비명소리.

        

        기겁해 얼른 뒤돌았다.

        하루도 덩달아 회전했다.

        

        

        “무슨 일… 시아야? 앨리스?”

        “…….”

        

        

        꼭 문에 귀를 대고 있다 넘어진 듯한 자세의 앨리스, 문을 벌컥 연 시아와 눈이 맞았다.

        둘의 시선이 나와 하루에게 향했다.

        

        

        “…유진. 합체 놀이라는 게 그거였어요? Shoulder ride?”

        “응? 아, 응. 하루가 갑자기 목말 태워달래서.”

        “소중한 곳이 아빠한테 닿는다거나, 기분 좋다거나….”

        “이사장 님이 안 계셔서 내가 잠깐 성교육 중이었거든.”

        “…….”

        

        

        설명해 주자 흐른 침묵.

        남자가 여자를 성교육 시켜준다는 게 어이가 없는 건지, 둘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소곤소곤.

        

        “…시아 양, 이번에도 제가 한국어가 서툴러서 오해한 거예요?”

        “아니. 이건 쟤네 잘못이야. 우린 잘못 없어. 응.”

        

        

        그러며 둘이서만 뭐라 속닥속닥.

        

        뻘쭘한 분위기를 버티기 힘들었는지, 하루가 폴짝 내려왔다.

        

        

        “읏차….”

       

        “분홍이랑 납작이도 아빠랑 합체 놀이 할래? 완전 기분 좋아. 하루 초강력 추천.”

        “당신 미쳤어요!!!?”

        “안 해 이 바보야!!!!”

        

        

        그게 아니라 재밌는 놀이기구 양보해 주려는 거였구나.

        우리 하루 참 착해라.

        

        

        * * *

        

        

        잠시 목말과 성교육 때문에 소란이 일긴 했지만, 아무튼.

        이사장실 테이블에 넷이 모여앉았다.

        

        

        “앨리스 넌… 어제 그거 때문에?”

        “네. 생각해 보니 완드 반납을 못 해서, 오늘 하려고요.”

        

        

        앨리스. 이사장에게 어제 대여한 무기를 반납코자 찾아옴.

        

        

        “시아 넌….”

        “너 보러 온 건데? 모레 병원에서 치료하는 거 찍고 싶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그거 좀 의논하려고. 이사장님한테 외출증도 받아 가고.”

        

        

        시아. 병원 치료 건으로 나 찾아옴. 겸사겸사 자기도 일요일 외출증 좀 받아 가겠다.

        둘 모두 이사장에게 용건이 있었다.

        

        이번엔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사장님은? 왜 너랑 하루만 있어?”

        “어제 그 게이트, 실은 A+급 게이트였다고 하니까 영상 분석해 보러 가셨어.”

        

        

        어제 설명하자니 추해 보일까 어영부영 넘어갔지만, 앨리스와 내가 깬 건 엄연한 A+급 게이트.

        그걸 설명하자 이사장은 큰 흥미를 보였다.

        전례가 없는 게이트니 그럴 수 있다. 한 번 보고 오겠다 한 건 덤이었다.

        

        

        “…A+급은 또 뭐야?”

        “몰라. 상태창 알림에 그렇게 떴어.”

        “저한텐 그런 알림 안 왔는데요?”

        “놀라서 못 본 거 아냐? 분명….”

        

        

        아내들도 궁금해하길래 설명해 주기로 했다.

        

        

        ‘분명 A급 게이트가 대상자의 ‘???’과 반응한다 하면서. 어라? 잠깐, 애초에 ‘???’가 대체 뭐지? 분명 내 상태창에 그런… 게…….’

        

        -띠링!

        

        [스킬 ‘완전 최면’이 발동합니다!]

        

        ‘에이, 2회차에 변수가 몇 개인데. 보나 마나 고민해도 답 안 나오는 거겠지.’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니 뭐니. 백날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봤자 답은 안 나올 테니까. 내 회귀처럼.

        

        

        “아무튼. 잠깐 다녀온다 하셨으니, 슬슬 오실 거야.”

        “유진, 방금 눈이 흐릿해졌었는데. 괜찮아요?”

        “늙으면 다 그래. 아. 루테인이랑 지아잔틴 챙겨 먹어야 하는데.”

        “풉. 우리 아빠랑 똑같은 소리 하네.”

        

        

        그러며 너스레를 떨자, 분위기는 다시금 좋아졌다.

        A+급 게이트니 뭐니 하는 것도 잊고서.

        

        그리고…

        그 분위기를 틈타, 이사장님이 복귀했다.

        

        

        -끼익.

        

        “…음? 다들 여기서 뭐 하지?”

        “아. 이사장님한테 용건 있대요 얘네.”

        “흠. 뭐, 괜찮겠지. 들어오게. 니노미야.”

        “호오. 제자야, 친구들과 놀고 있었구나.”

        

        

        그런데 이제, 스승님과 함께.

        

        

        “스승님? 왜 스승님이.”

        “설하연이 어제 네 영상을 같이 분석해달라 해서 말이다.”

        

        -털썩.

        

        “옆에 좀 앉으마.”

        “아, 예.”

        

        

        그러며 자연스레 내 옆자리를 차지하는 스승님.

        앨리스가 쑥 옆으로 밀려났다.

        

        

        “자, 잠깐만요!! 제가 먼저 앉.”

        “스승이 제자와 함께하겠다는데 불만이라도?”

        “…그, 앉으세요.”

        

        

        앨리스는 시무룩하게 맞은편의 시아 옆으로.

        

        

        -소곤소곤.

        

        “시아 양, 유진의 정조가 위험해요. 저 여자가….”

        “넌 그게 무슨… 뭐, 유진이랑 너무 달라붙는 것도 좀 그러니까. 나도 한 소리 해줄게.”

        

        

        그러고선 뭐라 중얼대는 둘.

        

        

        “제자야. 여기 이거….”

        “…핫. 그러고 보니, 바나나우유.”

        

        

        신경 쓰지 않고 내게 몸을 밀착하는 스승님.

        우유 어쩌고 하며 갑자기 머리를 싸매는 하루.

        

        마지막으로,

        

        

        “허어… 여난이로구만.”

        “네?”

        “아무것도 아닐세.”

        

        

        앞에서 한숨 쉬는 이사장.

        

        …회귀 전 생각나네. 그때도 딱 이랬는데.

        스승님은 나한테 찰싹 붙고, 앨리스랑 시아는 나중에 끼어든 여자 주제에 뭐냐고 질투하고.

        이사장한테 눈짓으로 도와달라 하면, 네가 선택한 하렘이라며 낄낄 웃고.

        

        그 당시엔 쩔쩔맸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도 그리운 추억.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은 다들 나한테 관심 없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콰아아아아아앙!!!!!!

        

        “……!!!!!!?”

        

        

        ———내 미소는, 급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깨져버렸다.

        

        평화롭던 우리들의 일상에 금이 갔다.

        

        

        “테러?! 육감에 안 걸렸….”

        “나 때문일 거야. 내가 너무 강해서.”

        “…젠장!!”

        

        

        육감의 소유자, 이사장조차 감지 못한 테러.

        

        창문 밖을 보자, 저 멀리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카데미 부지 밖. 입구 근처 번화가 쪽.

        

        내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이벤트는… 윈터러!!? 다음 주에나 오잖아 너!!’

        

        

        1회차에서도 맞이했던 이벤트.

        윈터러의 아카데미 재 습격.

        

        알고 대비하면 허무하게 끝나지만…

        모르고 당하면 억까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데.

        그래서 토요일, 하루 종일 밖을 나돌아다니며 대비할 예정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습격이 앞당겨져?

        

        

        ‘이대로면 배드 엔딩 루트 확정인데. 어떻게 해야….’

        

        -쾅!!

        

        “협회장님!! 1급 빌런 윈터러가, 인질을 잡고 있습니다!”

        “…인질? 그 살인귀들이, 바로 안 죽이고 인질을 잡았다고!?”

        

        

        내 머릿속이 복잡해진 가운데. 시끄러워진 주변.

        이사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말도 안 돼!! 빌런이 어찌.”

        “게다가 그, 협회장님과의 대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0분 내로 안 나올 시, 인질을 하나씩 죽이겠다고.”

        “……타블렛? 그걸로 나랑 영상통화 연결해서 던져주게. 내가 현장에 가는 건 너무나 위험 부담이 커.”

        

        

        당황하던 것도 잠시.

        이사장은 재빠르게 행동했다.

        우선. 빌런이 자신과의 대담을 원한다니 영상통화부터.

        

        몇 분 안 지나, 이사장의 앞에 태블릿 한 대가 놓였다.

        윈터러의 얼굴이 가득 비치고 있었다.

        

        

        [뭐예요? 튀어나오라니까 웬 영상통화~?]

        “무슨 수작질이지?”

        [흐응~ 오랜만에 보는데 쌀쌀하네. 킥킥.]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목소리로 웃는 윈터러.

        그리고…

        

        그녀의 미소는, 눈 깜짝할 새 살기가 넘실대는 정색으로 바뀌었다.

        

        

        [말로 하려니까 진짜. 사람들 떼로 뒈져봐야 정신 차리겠어요?]

        

        -스윽.

        

        [이 대머리 아저씨들은 뒈져도 상관없단 거냐? 앙!!?]

        

        

        그리고선 바뀌는 카메라.

        발끝이 얼어붙은 채 떠는 중년 5인방이 태블릿에 비쳤다.

        

        뭐, 찍히지 않게 멀찍이서 보는 내 쪽에선 시야각 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보지 않아도 알았다.

        그들은 그저 말려들었을 뿐인, 선량한 민간인이 분명하다는걸.

        

        

        ‘운도 없지. 어떻게 저 윈터러한테 걸리….’

        “……!!!? 제, 제자야. 잠시 귀 좀.”

        “네?”

        

        -소곤소곤.

        

        “저, 저기 저 대머리. 아무리 봐도 일본 총리대신이다만…?”

        “……!!!!!!!!?”

        

        

        민간인은 개뿔. 거물이었네.

        

        

        [죄 없는 일반인들이 뒈지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튀어나와. 10분 줄게요.]

        “빌런과 협상은 없다. 설령 저 다섯이 목숨을 잃는다 한들, 원칙에 예외를 둘 수는….”

        

        

        그러나, 정치에 관심 없는 이사장.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윈터러.

        

        둘은 그저 팽팽하게 대립했다.

        

        

        [히익, 히이익…….]

        ‘죽으면 안 되는데요!!? 스구루 형님 죽으면 저 스승님이랑 결혼 못 할 수도 있는데요!!!?’

        

        

        인질이 터무니없는 거물이라는 것도 모르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Jisss 님 10코인, 비공개 희망 독자님 30코인, 김이파리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행복을 주는 따봉하루를 처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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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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