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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그 날밤…

         

       “당신… 제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했어요? 당신이 지면 이 제국이 음흉한 요아네스에게 넘어갈지도 모르는데? 감히 저한테 그딴 말을 했나요?”

         

       항상 새벽에 퇴근하고 오면 곤히 자는 테오도라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안 자고 화를 내는 걸 보며 내가 피곤함에 쩔은 목소리로 말한다.

         

       “으윽… 나 오늘 피곤해…”

         

       -털썩.

         

       내가 항상 잠자는 소파에 몸을 눕는다.

         

       “피곤한 건 피곤한 거고요. 당신만 피곤해요?”

         

       그 말에 내가 자세를 바로 하며 테오도라와 눈을 마주치며 말한다.

         

       “당신… 오늘 몇 시에 퇴근했어?”

         

       “으윽…”

         

       “내 기억이 맞는다면… 4시였지?”

         

       테오도라가 당황스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그… 그게 뭐 어때서요?”

         

       “루키우스가 오늘 몇 시에 퇴근한 줄 알아? 지금 나랑 같이 퇴근했어. 당신은 황제잖아?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지.”

         

       즉 나와 같이 새벽 3시까지 일을 하다가 퇴근한 거다.

         

       사실 뭐 거창한 일을 한 게 아니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다가 늦게 퇴근했다.

         

       내일 국무회의 때 제출할 자료를 정리하는데.

         

       이곳은 컴퓨터가 없다 보니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한다.

         

       하아… 오늘 진짜 욕 나왔지.

         

       자료 중에서 숫자가 이상한 게 있어서 루키우스가 퇴근 못 하고 있어서 거들다가 이리 늦게 퇴근할 줄이야.

         

       “잠깐만요. 지금 제가 그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황제이면서 동시에 대공비라는걸…”

         

       나에게 잔소리를 시전하려는 테오도라에게 내가 말한다.

         

       “맞아. 대공비면서 황제지. 근데 왜 제국의 주인인 황제가 대공과 보좌관보다 먼저 퇴근하지? 너무 주인의식이 없는 거 아닌가? 근데 그런 주인 의식도 없는 사람을 뭘 믿고 의논한다는 거지?”

         

       이건 절대 내가 오늘 일이 많은데 혼자 퇴근한 테오도라가 부럽거나 퇴근하고 지친 상황에 잔소리해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아마도… 아닐 거야.

         

       “으윽…”

         

       내 말에 붉은 눈동자를 굴리는 테오도라에게 내가 오히려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아무리 월급을 준다지만 제국민인 루키우스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당신은 황제로서 자각도 없는 거야?”

         

       나와 노예계약으로 일하는 루키우스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국의 충신으로 포장한다.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충신을 보며 제국민이 더 잘살게 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지.”

         

       “하… 하지만 루키우스는 당신이 매일 부려…”

         

       무언가 반박하려는 테오도라에게 내가 눈을 부라리며 말한다.

         

       “어허! 내가 부려 먹다니? 제국의 공무원으로서 제국을 위해 일하는 숭고한 충신한테 그런 말은 너무 하지 않아? 루키우스는 충심으로 제국을 섬기는 거라고!”

         

       아마 루키우스가 이 말을 들었다면 피를 토할 거 같지만 어쩌겠나?

         

       이미 아카데미로 돌아갈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아? 슬슬 새끼치기하라고 말해야 하는데?

         

       루키우스 한 명이 들어와서 그런지 일이 좀 더 편해지긴 했다.

         

       기존에 100% 정도의 효율이었다면 루키우스 덕분에 업무 효율이 올라 150%로 늘었다고 해야 할까?

         

       몇 명 더 노예를 잡아… 아니 채용해야 하겠네.

         

       “으윽! 저… 저도 야근할 테니까… 앞으로는 좀 더 저를 존중 해줘요.”

         

       내 기세에 밀렸는지 한풀 꺾이는 테오도라의 기세를 보며 속으로 미소 짓는다.

         

       “그래그래, 알았어! 앞으로는 너랑 좀 더 상의 할게.”

         

       절대 지킬 리 없는 말을 내뱉으며 소파에 누워 잠에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이른 아침.

         

       해가 아직 뜨지 않아 어두운 방에 마법으로 작은 불꽃을 일으킨다.

         

       초에 불을 붙여 주변을 비추자.

         

       “으음… 당신 벌써 일어났어요?”

         

       잠에 취해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린다.

         

       “응. 졸리면 더 자.”

         

       그렇게 말하며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에서 씻고 나오자.

         

       “하아암… 매일 이 시간에 출근해요?”

         

       침대에 누워 나와 눈이 마주치는 테오도라를 보며 말한다.

         

       “매일은 아니고 앞으로 좀 바쁠 거 같아서.”

         

       최근에 대공부의 업무만 보는 게 아닌 대공국의 업무도 두루 살펴보고 있다 보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다.

         

       전쟁이 끝나면 조금 한가해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서려 하자…

         

       “같이 가요…”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는 그녀.

         

       “안 졸려? 있다가 피곤하다고 칭얼대도 난 모른다?”

         

       내 말에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하품하는 테오도라.

         

       “후암… 피곤하긴 한데… 당신이나 루키우스가 더 피곤할 테니까 참을 수 있어요.”

         

       잠결이 가득해 보이는 붉은 눈을 바라보며 내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씻고 나와 기다려 줄 테니까.”

         

       내 말에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향하는 테오도라를 소파에 앉아 기다린다.

         

       그렇게 씻고 대공부에 도착하자, 피곤해 보이는 루키우스가 나와 테오도라를 보며 말한다.

         

       “어…? 오늘은 폐하도 일찍 나오셨네요?”

         

       웬일이라는 듯 놀란 표정의 루키우스를 보며 테오도라가 차갑게 대꾸한다.

         

       “짐은 제국의 주인이다. 신하들이 이리 일찍 나와 일하는데 짐이 어찌 쉬겠나?”

         

       어제 내가 한 말을 하는 테오도라를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테오도라. 생각보다 얼굴이 두껍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집무실로 향한다.

         

         

         

       ***

         

         

         

       어제부터 대공국과 반데비앙파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매일 아침을 같이 먹던 사위가 바빠서 그런지 오질 않았다.

         

       “언니?, 형부는 괜찮아?”

         

       조이의 말에 피곤해 보이는 테라가 시큰둥하게 답한다.

         

       “괜찮겠지. 매일 같이 밤새던 사람인데.”

         

       오랜만에 딸들과 먹는 식사.

         

       사위가 없을 때. 테라에게 그걸 줘야 하는데.

         

       최근 알게 된 딸의 취향.

         

       어떻게든 그 취향을 억누르지 않으면 손주가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시종을 시켜 구해온 물건이 있다.

         

       하아… 내가 설마 이 나이를 먹고 딸의 부부관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니.

         

       그렇게 생각하며 테라를 힐끔 바라본다.

         

       분명 생긴 거는 청초하고 아름다운데. 어쩜 그런 기괴한 취향을 갖고 있는 걸까?

         

       스산한 얼굴로 말하는 테라.

         

       -현장을 잡으면… 사지를 묶어서 다시는 황궁 밖으로 못 나가게…

         

       내 딸이지만 그때 딸아이의 말을 듣지 못했다면 믿지 못했을 거 같다.

         

       “크흠… 테라. 오늘 아침 식사가 끝나면 단둘이 차라도 마시자꾸나.”

         

       내 말에 조이가 슬픈 표정을 꾸미며 말한다.

         

       “엄마… 너무해… 나도 티타임 좋아하는데…”

         

       “후후. 너는 매일 티타임을 하잖니? 테라는 일 때문에 시간이 많이 없잖아?”

         

       내 말에 조이가 삐진척하며 말한다.

         

       “엄마는 맨날 언니만 챙기는 거 같아.”

         

       그 말에 테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에구… 우리 조이 삐졌어? 그러면 언니랑 점심에 티타임을 갖자.”

         

       그 말에 조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진짜? 그럼 내가 점심때 대공부로 가면 되는 거야?”

         

       그 말에 테라가 은은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내 딸들이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애들이야.

         

       테라는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이 찬란하게 빛나며 아름답고, 그 누구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이를 보며 내 딸들이지만 정말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식사를 마저 다하고 조이가 눈치껏 자리를 뜬다.

         

       최근 나를 찾아오는 손님이 없기에 가끔 끓이던 홍차를 꺼내 다기에 담는다.

         

       이내 우러나는 홍차를 테라의 찻잔에 따라주며 건넨다.

         

       -탁.

         

       그리고 내 찻잔에 홍차를 따르자, 테라가 찻잔을 살며시 들며 향을 즐긴다.

         

       어디선가 천사가 내 몸을 통해 세상에 내려온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테라.

         

       그 아이에게 내가 입을 뗀다.

         

       “그래… 요새 데비앙과 사이는 어떠니?”

         

       저번에 황궁을 나선 데비앙과 같이 들어왔던 테라가 떠올라 물어보자. 테라가 난감한 얼굴로 말한다.

         

       “그건… 제 오해였던 거 같아요. 그이는 암행하러 나간 거더라고요.”

         

       그나마 안도가 될 만한 얘기.

         

       하지만 그 얘기에 사위한테 딸을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크게 느낀다.

         

       사위… 미안하네… 내가 딸을 잘못 키웠어.

         

       설마 저런 아름다운 얼굴로 그런 변태적 취향이 있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부모로서 이렇게 충격이 큰데… 사위인 데비앙 입장에서는 아마 충격이 더 클 것이리라.

         

       사랑하던 짝사랑.

         

       결국 그녀와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때리는 걸 좋아하는 변태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하지만 테라 앞에서 이런 걸 티를 내고 싶지 않다.

         

       착하고 순수한 아이니까. 잘 타이르면 이해할 거야.

         

       그런 생각으로 내가 살며시 입을 연다.

         

       “테라야, 내가 널 위해 선물을 준비했단다.”

         

       그렇게 말하며 책장으로 향한다.

         

       불그스름한 가죽 커버가 인상적이지만 차마 책 제목이 남사스러워 따로 마련한 가죽 커버다.

         

       최근에 시녀를 통해 산 [뜨거운 성교술]라는 책.

         

       기혼인 귀족들과 제국민의 필독서라고 할 법한 책이다.

         

       어떻게 성행위를 해야 하는지와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이라고 들었다.

         

       차마 남편이 살아있던 때도 보지 않았던 책을 남편이 죽고 그것도 딸아이 때문에 사게 될 줄 몰랐는데.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이따가는…

         

       사랑스러운 손주를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갖고 샀다.

         

       “어머니…? 이건?”

         

       내가 책을 건네며 황급히 말한다.

         

       “테라… 네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상대가 싫어하면 하면 안 되는 걸 알고 있지?”

         

       내 말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테라를 보며 아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게 아니라는 사실에 진한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니 이 책이 너와 데비앙의 사… 사이를 부드럽게 해줄 거란다. 그러니 단둘이 있을 때 한번 읽어보렴.”

         

       혹시나 여기서 이 민망한 책을 읽을까 두려워 말하자 테오도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이건 무슨 책이에요?”

         

       “그… 그건… 있다가 혼자 있을 때 한번 읽어보렴.”

         

       혹시나 이걸 받고 바로 책을 열어 볼까 허겁지겁 대답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작게 끄덕이는 걸 보며 안도감을 느낀다.

         

       다행이야… 내 앞에서 책을 읽지 않아서.

         

       결혼한 딸아이가 아무리 특이한 취향이 있다고 이런 걸 사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데비앙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취향을 강요하는 테라의 마음이 조금 바뀌고, 건전한 성생활을 하기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갖고 준비했다.

         

       이걸로… 테라의 엇나간 취향이 정상적으로 되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 테라가 책 커버를 만지며 물어본다.

         

       “근데 책 이름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책이에요?”

         

       “어… 그… 그건…”

         

       책 제목부터 내가 말하기 민망해서 둘러댄다.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보면 알게 될 거란다.”

         

       내 말에 테오도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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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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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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