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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루크가 들고다니기 간편한 악기를 원했기에, 엠마는 현재 음악실에 있는 악기들중, 가장 가벼운 악기를 꺼냈다.

    “들고다니기 가장 편한건 아무래도 하모니카나 오카리나같은거겠지.”

    루크의 손 위에 놓여진 조그만 사각형과, 오리의 실루엣같은 악기. 한손에 쏙 들어오는것이 참 조그맣고 귀엽다.

    오카리나는 루크도 비슷한 형태의 악기를 본적이 있었다.

    꽤 단순하고 가지고 다니기가 편한 모양새였기에, 과거에도 종종 정령사가 가지고 다니는것을 본적이 있다.

    헌데 하모니카라고 불린 그 악기는 처음보는 형상이었다.

    “이건 어떻게 연주하는거지?”

    “아, 간단해. 거기 입을 대고 한번 불어볼래?”

    “이렇게 말인가?”

    “응, 이제 힘껏 불어봐.”

    후욱, 하고 숨을 집어넣자, 불어넣은 숨이 진동하면서 음이되어 악기에서 빠져나왔다.

    파이는 후웅, 하고 소리를 따라했다.

    루크는 대충 어떤식으로 음을 조절하는 것인지 알았고, 낮은음부터 높은음까지 한차례 후루루룽- 하며 음을 냈다.

    “어때, 괜찮은 것 같나?”

    -…….

    파이는 고개를 저으며 음을 따라했다.

    도,레,미,파,솔,라,시……. 허나 파이는 하모니카로 낼 수 있던 음 그 이상과 그 이하를 만들었다.

    이건 음역대가 모자라다는걸까.

    하긴, 이론상 모든 음을 만들어내 대화에 사용 할 수 있는 정령과 대화하는데에 이 작은 악기가 가지는 음역대론 부족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것보다 조금 더 음역대가 넓은 것은 없는가?”

    루크의 요구에 엠마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악기를 꺼냈다.

    “그런거라면……. 이건 어때?”

    “이게 무엇이지?”

    “플루트야. 관악기치곤 꽤 넓은 음역대를 갖고있거든.”

    “오호, 그렇군.”

    루크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요리조리 살피다가 엠마를 바라보았다.

    마력시는 이런데선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루크의 시선을 받은 엠마는 살짝 미소지으면서 자신의 플루트를 꺼냈다.

    “알려줄게, 악기를 이렇게 쥐고, 입을 이렇게해서 프으…….”

    그러자 플루트는 간단하게 소리를 만들었다.

    루크는 그것을 유심히 보고는 똑같이 입을 가로로 늘리며 프으, 하고 바람을 쏘아낸다.

    삐익-!

    “…….”

    몇번의 실패 끝에 어떻게 소리를 내는데엔 성공하긴 했다.

    삑사리였지만.

    더 괜찮은 소리를 내보려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처음 만져보는 악기를, 처음듣는 연주법으로 연주를 하다니, 솔직히 쉬울리가 없지않은가.

    하지만 몇번정도 더 연습해본 결과, 곧 소리를 제대로 낼 수는 있게 되었다.

    루크는 거기서 살짝 성취감이 들었고, 파이도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루크에게 가볍게 축하하는 소리를 냈다.

    “어떠니? 그걸로 할래?”

    “흐음.”

    루크는 파이에게 눈짓했다.

    하지만 파이는 조금 더 찾아보자는 듯 고개를 젓는다.

    아니면, 입으로 부는 악기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걸까.

    하긴, 아직 악기의 대부분은 손에 들어보지도 않았으니, 조금 더 살피기로 했다.

    ‘아, 그러고보니.’

    파이는 처음부터 기타에 꽤 관심을 보였었다.

    마나방벽을 이용해 연주한 첫번째 악기가 기타였으니.

    또, 루크도 그 생김새는 꽤 익숙하기도 했다.

    비슷하게 생긴 악기는 과거에도 존재했으니까.

    플루트를 엠마에게 조심스럽게 건넨 뒤, 루크는 기타에 다가갔다.

    “어머, 기타에도 관심이 있는거니?”

    엠마는 여러가지 악기에 골고루 관심을 보이는 루크에게 조금 들떴다.

    피아노를 그렇게 쳤던걸 보면, 분명 음악적재능도 있다는건 분명한 것 같았으니까.

    선생의 입장인 엠마로서는 재능있는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찾는걸 도와주는것이 기쁜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녀는 루크가 기타에 손을 대자마자, 곧바로 루크에게 기타를 들려주며 자세를 알려주었다.

    얼결에 자세를 잡게된 루크는 얼떨떨했지만, 파이는 재밌다는 듯이 꺄르르 웃는다.

    루크는 하는 수 없이 기타의 현을 튕긴다.

    띠링, 띵.

    -……!

    그러자 파이는 이번엔 마음에 드는지 음을 따라하며 킥킥 웃었다.

    아무래도 파이의 취향은 줄로 소리를 내는 현악기에 있는 모양이었다.

    루크는 파이가 음에 맞추어 춤추는듯 몸을 마구 흔들고 회전하고, 뒤집는것을 보면서 현을 계속 튕겨본다.

    그러고 있자니, 확실히 재미있는 것도 같고…….

    하지만, 마구잡이로 현을 긁을 뿐이니 별로 좋은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걸 본 엠마가 기초적인 코드를 잡을 수 있게 손가락을 조정해주자, 그럭저럭 괜찮은 화음이 완성되었다.

    ‘어머, 손가락힘이 꽤 좋네?’

    어린아이들은 보통 악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고는 했는데, 루크는 여아치고는 악력이 꽤 좋은편인 모양이다.

    수인이라서 그런걸지도.

    어쩌면, 기타에도 소질이 있는게 아닐까?

    엠마는 방금전의 피아노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은 탓인지, 루크가 조금만 잘하는 모습을 보여도 영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열정적으로 지도했다.

    그녀의 열정과 루크 자신이 가진 기억력덕분에, 금방 몇가지 코드와 음을 배웠고, 아주 간단한 반주정도는 가능하게 됐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것은 확실히 빠른 습득이었다.

    영재라는 오해가 더욱 깊어질만큼.

    “기타는 어떤 것 같아? 연주해볼만 하겠니?”

    “흐음, 현재로서는 가장 마음이 가는 중이구나. 역시 현악기가 좋아보이는군.”

    관을 울려서 내는 소리보다 줄을 튕겨서 내는 소리가 정령에겐 조금 더 듣기좋은걸지, 아니면 파이만 그런 경향을 보이는건지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어쩌면, 정령은 화음을 중시하는 걸지도.’

    관악기는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니, 단일음밖에는 낼 수가 없었다. 

    반면에 현악기는 여러 현을 동시에 울릴수가 있었으니, 정령에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게 아닐까 싶다.

    ‘일단은 적당히 기타를 배워보고, 다른 악기로 넘어가도록 할까…….’

    뭐, 한가지를 골라 마스터하겠다는 생각은 사실 처음부터 없었다.

    적당히 연주할 수 있게되면 또 다른 악기를 다루어볼 생각이었지, 한 악기의 끝을 보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루크가 목표한것은 마법사이지, 음악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타로 마음이 기울어가는 무렵, 루크는 파이가 멍하니 바라보는 곳에 시선을 옮겼다.

    ‘저건 크군.’

    생김새는 뿔이 방해되어 연주할 수 없었던 그 악기와 닮았으나, 크기가 너무 달랐다.

    저것을 그때의 연주자처럼 어깨위에 올려두고 연주하려면, 최소 4미터이상의 거인은 되어야하지않을까?

    “응? 왜 그러니?”

    엠마는 문득 루크의 시선을 빼앗은 악기가 무엇인가 궁금하여 아이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악기를 발견한 그녀는 아하, 하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저기에도 관심이 있니? 저건 첼로라고 하는건데.”

    “첼로? 흐음, 저건 대체 어찌 연주하는게지?”

    “알려줄게, 기타 내려놓고 이리 앉아볼래?”

    루크는 순순히 지시에 따라 기타를 내려놓고 엠마의 곁을 향했다.

    엠마는 첼로를 꺼내 루크의 앞에 세우며 여길 받치고, 여길 쥐고, 등등 지시를 내렸다.

    역시 자세를 잡는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루크는 과거에도 수준급의 검술과 까다로운 귀족식 교양을 익힐 수 있었던만큼, 육체를 다루는것에도 어느정도 재능이 있었으니까.

    엠마는 금방 태가 나오는 루크의 모습에 짝짝, 박수를 쳤다.

    “금방 배우는구나? 역시 넌 음악에 재능이 있어.”

    그도 그럴게, 여태껏 루크는 두번이상 같은 지적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엠마는 루크가 정말 천재가 아닌가하는 생각밖엔 할 수 없는것이다.

    “글쎄, 내가 금방 배웠다면 그것은 가르침이 좋았기 때문이겠지. 고맙네.”

    실제로 엠마의 가르침은 좋기도 했다.

    열정적인 음악 교사는 루크가 더욱 완벽한 자세가 될 수 있게 딱히 묻지않은 정보까지 풀어놓으며 설명을 해주었으니까.

    덕분에 더욱 정확한 자세가 나올 수 있었으리라.

    ‘헌데, 예전에도 보았지만 참 특이한 연주법이로군.’

    현을 활로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니, 꽤 독창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과거에서도 타 대륙에서 왔다는 정령사가 그러한 악기를 다루는것을 보기는 했다만, 그때는 생김새도 꽤 단순했고 현도 이것처럼 많지 않았다.

    그러니 음역대도 그리 넓지는 않았으리라.

    ‘허나 이 악기는 가장 넓은 음역대를 가진 악기라고도 불리운다지.’

    피아노와 하프를 제외하면, 가장 넓은 음역대를 가졌다는 설명.

    루크는 흘깃, 피아노와 하프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저런걸 들고다니는것은 완전히 불가능하겠지만…….’

    첼로역시 들고다닐수만 있다 뿐이지, 당초 예상했던 크기에선 크게 벗어나는 거대한 악기였다.

    과거에 첼로를 누군가 발명한대도, 음유시인인 정령사들이 이런걸 들고다니면서 연주할수는 없었으리라.

    -루크!……!

    파이는 굉장한 기세로 눈을 빛내며 루크가 현을 마찰시키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루크는 그런 파이의 시선을 신경쓰고있자니, 괜히 가슴이 술렁인다.

    “후우…….”

    루크는 심호흡을 하며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루크가 낸 것은…….

    -끼기기긱–!!!

    “윽.”

    끔찍한 소음이었다.

    ———

    루크는 악기를 대여하곤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왜 한숨을 쉬고있느냐하면…….

    -끼기기긱–!!!

    “이런. 또…….”

    파이가 루크에겐 끔찍한 소음이 되는 그 소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간헐적으로 외쳐댔기 때문이다.

    대체 그게 무슨 뜻이길래? 그렇게 재미있는건가?

    아니, 그보다도.

    “분명 처음엔 가볍고 다루기 쉬운 악기를 배울 생각이었건만…….”

    루크는 곤란한듯 눈을 감았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이 너무나 신경쓰였기에.

    어쩐지 쑥덕대는것처럼도 들렸다.

    그도 그럴게, 제 몸만한 악기케이스를 등에 맨 10살짜리 여자아이는, 주변인들의 시선을 돌려 빼앗기엔 너무나도 좋은 소재였으니까.

    ‘이건 너무 눈에 띄는데다 배우기도 어려울 것 같지않느냐…….’

    파이는 그런 루크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는듯, 또한번 끼기긱–!!을 외쳤고, 루크의 표정에 담긴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만다.

    정말 괜찮은건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삽화가 짱많음…

    원래 한두개만 하려고 했는데….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악기추천이들이 있어서 작중설정에 맞고 삘타는것마다 그리다보니 5장이나 되었습니다!
    어우 힘드렁……

    그리고 왜 뜬금없이 첼로냐?하고 물으신다면…..

    그리다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일단 삽화를 그려보고 제일 귀여운걸 고른다!

    처음엔 저도 리코더나 하모니카나 오카리나 하려고 했는데 ㅋㅋㅋ

    애초에 하모니카로 삽화도 그려놓고 글쓰고 있었는데 ㅋㅋㅋㅋ

    그려보니 첼로가 왠지 간지인거임…..;
    죄송합니다. 제가 룰 브레이커입니다.

    근데 첼로도 귀엽지않나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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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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