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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아헤-”

       

       요나의 아헤가오 더블피스!

       

       효과는 굉장했다!

       

       리디아은(는) 혼란에 빠졌다…!

       

       “어, 그. 어어?”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릴 뿐,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는 리디아.

       

       기본적으로 감정표현이 옅은 리디아다. 이 정도로 알기 쉽게 당황한 모습을 보는 건 그리 흔치 않다.

       

       …그래서 더 장난의 수위가 높아진 감이 있지만! 아무튼 기겁한 리디아를 볼 수 있었으니 됐다.

       

       어버버거리는 리디아의 옆구리를 검지로 쿡쿡 찔렀다. 하프 비키니 아머를 입고 있는 탓에 살결이 훤히 드러난 부분.

       

       공격받으면 자동으로 방벽이 펼쳐진다는데, 이런 건 공격으로 취급하지 않는 건지 그대로 만져졌다.

       

       조금 부드럽네.

       

       “리디아 님 리디아 님. 제 깨달음이 탐나셨던 거죠? 어때요? 따라 하실 수 있으시겠나요?”

       

       “……뭐?”

       

       “에이. 자꾸 모른 척 하실 거예요? 대충 알아들었으면서.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바른 생활 처녀 리디아 님을 위해 제가 좀 더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릴게요!”

       

       그리 말하고는 까치발을 들어 리디아의 귀에 속삭였다.

       

       “리디아 님도 혼자 자위하시다 절정하는 타이밍에 저한테 들켜보시라는 소리예요.”

       

       소리를 먹는 발걸음을 활성화 시켰다. 극도로 희미해지는 존재감. 나와 세상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막이 펼쳐진 것 같은 감각 속에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수치심을 기술로 승화할 수 있게 될 거예요.”

       

       “…….”

       

       파르르 떨리는 리디아의 눈동자. 그녀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입을 열었다.

       

       “…그거 진짜야?”

       

       “네?”

       

       “정말 엄청 부끄러운 일을 겪으면 깨달을 수 있는 거야?”

       

       “으엉?”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 몰라도 일단 나는 그렇게 얻은 스킬이 아니다.

       

       그냥 가챠에서 뽑았는걸!

       

       하지만?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면? 리디아가 혼자 위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은혜를 원수로 갚을 것인가, 유니콘 단검을 바이콘 단검으로 업그레이드시킬 것인가.

       

       아니, 둘 다 똑같은 말인가. 너무 사고가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마구니를 몰아내려 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렇게 인가?”

       

       양손에 V자를 그리며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혀를 쭈욱 내미는 리디아.

       

       아헤가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표정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다. 이건 이것대로의 매력이 있으니까.

       

       다만 진지하게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리디아가 진심으로 감탄했고, 자신도 습득하고 싶어 한다는 걸.

       

       이걸 속이는 건 아무리 나라도 양심이 아프다.

       

       “절박함이 부족한 것 같네요. 일단 눈동자부터 위로 까뒤집어 보실래요?”

       

       그 아픈 일을 내가 해냈다.

       

       “오. 알것 같아. 소리를 안 내고, 호흡을 조절하고, 기운을 숨기고…이런 일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어. 세상으로부터 나를 숨긴다는 이미지구나. 아예 나라는 존재가 다른 곳으로 격리되는 거야.”

       

       그리고 리디아도 리디아 나름대로 뭔가 해냈다.

       

       “???”

       

       당연히 나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다니던 이전에 비하면 확실한 변화.

       

       리디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내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요나. 길드에서 비싼 돈 내고 배운 잠행술보다 이게 훨씬 낫네.”

       

       “엇.”

       

       “응. 아무래도 이건 감각이 중요한 것 같네. 나는 이미 할 수 있는 만큼 갈고 닦았으니, 남은 건 타고난 재능과 오러에 접목시켜 활용하는 정도인가.”

       

       “네에….”

       

       “요나만큼은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껏 익힌 돈으로 살 수 있는 기술들이랑은 비교도 안 될 거야.”

       

       “그, 렇군요….”

       

       “전부 요나 덕분이야. 고마워.”

       

       “…….”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양심의 삼각형이 미친 듯이 회전하다 못해 거의 불타고 있단 말이야!

       

       내면의 절규를 숨기기 위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마침 좋은 기회니 아이언 울프의 서식지까지 은신해서 가는 연습해 볼까요?”

       

       “그거 좋네.”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리디아를 보고 있자니, 다시금 뾰족하게 솟아오르는 양심.

       

       이를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전에 잠시. 리디아 님. 손 좀 줘보시겠어요?”

       

       “왜?”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순히 손을 내미는 리디아. 그런 그녀의 손바닥에 유니콘 단검을 올려놓았다.

       

       화아악-!

       

       환하게 빛나는 검신. 불편하던 마음이 살짝 편해졌다.

       

       그제야 돌아온 평정심으로 던전 깊숙한 곳까지 숨어들었다.

       

       ***

       

       빠르게 달려들어 아이언 울프의 거대한 덩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뒷목에 단검을 쑤셔 넣었다.

       

       푸욱!

       

       “캐앵?!”

       

       그 두꺼운 가죽을 큰 저항 없이 갈라버리는 단검. 다만, 워낙 아이언 울프의 덩치가 크고, 검신의 길이는 짧아 한 번에 절명시키는데는 실패했다.

       

       뭐, 그렇다고 아이언 울프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박혀있는 단검을 단단히 움켜쥔 채, 녀석의 등 위에서 폴짝 뛰었다.

       

       서걱-

       

       내 체중을 실어 잡아당기자 그대로 녀석의 목덜미를 찢어발긴다.

       

       “……!”

       

       목의 절반이 베인 아이언 울프가 울음소리 대신 피를 폭포처럼 쏟아내며 비틀거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풀썩 쓰러지는 녀석.

       

       가까이 다가가서 결정타를 꽂기에는 녀석의 눈빛이 아직 살벌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뿐, 적의는 활활 타오른다는 느낌. 괜히 몬스터가 아니라는 거겠지.

       

       하지만 달리 말하면, 저렇게 노려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소리다.

       

       피식 웃으며 유니콘 단검을 가볍게 허공에 던졌다가 날 부분으로 잡은 뒤, 그대로 아이언 울프의 미간을 향해 집어 던졌다.

       

       쐐애애액…퍽!

       

       손쉽게 꽂혀 들어가는 단검. 이글거리던 녀석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자, 단검이 덜덜 떨리더니 스스로 사체에서 빠져나와 내 손으로 돌아온다.

       

       유니콘 단검의 성능을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지 뒤에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리디아.

       

       오늘따라 놀라는 일이 많은 그녀를 향해 자랑하듯 단검을 치켜들었다.

       

       “템빨은 언제나 옳다…! 리디아 님의 큰 뜻. 이제야 이해했어요!”

       

       “엣헴. …근데 너무 좋은 무기 아냐? 대체 뭘로 만들었길래 이런 게 가능한 거야.”

       

       “저번에 말하지 않았던가요? 유니콘의 뿔로 만든 거예요.”

       

       “이 정도로 성능이 좋으면 제약도 까다로울 것 같은데. …잠깐. 설마 아까 내 손에 가져다 댔더니 빛난 건?”

       

       “헤헤.”

       

       슬쩍 웃어 보였지만 돌아오는 건 꿀밤뿐이었다.

       

       “얍!”

       

       “피해도 소용없어.”

       

       피했더니 2대 더 맞았다. 너무해라 진짜.

       

       입술을 삐죽이며 아이언 울프의 몸뚱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리디아의 도움 없이도 수월하게 벗겨지는 가죽.

       

       너무 잘 잘려서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입을 열었다.

       

       “제약이랄까. 사용 한계는 있네요.”

       

       “한계라니? 설마 한번 휘두를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그건 마검이잖아요. 이 녀석이 순결에 집착하긴 해도 수명이나 영혼을 탐내진 않아요. 오히려 사용자를 회복시키는 힘이 있을 정도니까요.”

       

       우웅-!

       

       마검 소리에 발작하는 단검. 한번 후려치자 다시 잠잠해졌다. 하여간 때려야 고쳐지는 물건이 있다니까.

       

       우웅….

       

       소심하게 반항하는 단검을 무시하고 가죽을 마저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제약은 없어요. …대신 주인을 가려 받지만요.”

       

       “에고 소드?”

       

       “설마요. 그냥 동정 비동정을 가린다는 뜻이에요.”

       

       “?”

       

       “제가 동정이 아니게 되면 반으로 쪼개져 검은 쌍단검이 된다더라고요.”

       

       “아.”

       

       당연한 말이라면 당연한 말이지만, 바이콘이 지닌 힘은 유니콘의 것보다 한참 약하다.

       

       지금이 3성 재료로 만든 4성 무기라는 느낌이라면, 바이콘 쌍단검이 되는 순간 3성 재료로 만든 3성 무기가 되는 셈.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리디아 님! 제 단검이 하얀색일 동안은 아직 순결한 몸이라는 소리니까요!” 

       

       “…요나의 순결 여부는 별로 안 궁금한데.”

       

       “아차차. 제가 깜빡했네요. 리디아 님은 정-통 기사 로망스를 꿈꾸는 분이셨죠! 고귀한 동정 영식보다는, 주군의 남편에게 끌리는 사람!”

       

       “음해 멈춰…!”

       

       부들부들 떠는 리디아의 모습에 히히 웃으며 손질된 가죽을 배낭에 구겨 넣었다.

       

       “읏차. 이 정도면 굳이 아이언 울프에 매달릴 필요는 없겠네요. 오늘은 더 깊게 들어가 보죠.”

       

       “괜찮겠어? 아이언 울프만 잡아도 성장은 충분히 할 테고, 돈도 많이 벌 텐데.”

       

       “하지만 홉 고블린을 잡으면 더 많은 돈이 되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겠죠.”

       

       “대신 위험할 거야. 홉 고블린은 한 마리씩 돌아다니는 아이언 울프와 달리 수십…큰 부락은 백 마리가 넘는 개체가 뭉쳐서 생활하니까. 내가 도와주긴 하겠지만 모든 위험에 완벽히 대응할 수 없을지도 몰라.”

       

       “네? 리디아 님 설마 제가 정면에서 홉 고블린 부락을 몰살시킬 거라 생각하신 건가요?”

       

       “???”

       

       갑자기 뭔 개소리냐는 듯한 눈빛으로 피에 젖은 배낭을 바라보는 리디아.

       

       그런 그녀를 향해 한 손은 허리에 얹고, 다른 한 손은 검지를 치켜세우는 자세를 취했다.

       

       “떽! 너무 잔인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응….”

       

       “저는 그냥 평범하게 전부 암살할 생각이었단 말이에요!”

       

       “…….”

       

       고통없이 죽는다.

       

       이 얼마나 평화로운 일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스 메이커 요나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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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EP.53





       “아헤-”


       


       요나의 아헤가오 더블피스!


       


       효과는 굉장했다!


       


       리디아은(는) 혼란에 빠졌다…!


       


       “어, 그. 어어?”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릴 뿐,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는 리디아.


       


       기본적으로 감정표현이 옅은 리디아다. 이 정도로 알기 쉽게 당황한 모습을 보는 건 그리 흔치 않다.


       


       …그래서 더 장난의 수위가 높아진 감이 있지만! 아무튼 기겁한 리디아를 볼 수 있었으니 됐다.


       


       어버버거리는 리디아의 옆구리를 검지로 쿡쿡 찔렀다. 하프 비키니 아머를 입고 있는 탓에 살결이 훤히 드러난 부분.


       


       공격받으면 자동으로 방벽이 펼쳐진다는데, 이런 건 공격으로 취급하지 않는 건지 그대로 만져졌다.


       


       조금 부드럽네.


       


       “리디아 님 리디아 님. 제 깨달음이 탐나셨던 거죠? 어때요? 따라 하실 수 있으시겠나요?”


       


       “……뭐?”


       


       “에이. 자꾸 모른 척 하실 거예요? 대충 알아들었으면서.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바른 생활 처녀 리디아 님을 위해 제가 좀 더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릴게요!”


       


       그리 말하고는 까치발을 들어 리디아의 귀에 속삭였다.


       


       “리디아 님도 혼자 자위하시다 절정하는 타이밍에 저한테 들켜보시라는 소리예요.”


       


       소리를 먹는 발걸음을 활성화 시켰다. 극도로 희미해지는 존재감. 나와 세상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막이 펼쳐진 것 같은 감각 속에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수치심을 기술로 승화할 수 있게 될 거예요.”


       


       “…….”


       


       파르르 떨리는 리디아의 눈동자. 그녀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입을 열었다.


       


       “…그거 진짜야?”


       


       “네?”


       


       “정말 엄청 부끄러운 일을 겪으면 깨달을 수 있는 거야?”


       


       “으엉?”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 몰라도 일단 나는 그렇게 얻은 스킬이 아니다.


       


       그냥 가챠에서 뽑았는걸!


       


       하지만?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면? 리디아가 혼자 위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은혜를 원수로 갚을 것인가, 유니콘 단검을 바이콘 단검으로 업그레이드시킬 것인가.


       


       아니, 둘 다 똑같은 말인가. 너무 사고가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마구니를 몰아내려 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렇게 인가?”


       


       양손에 V자를 그리며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혀를 쭈욱 내미는 리디아.


       


       아헤가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표정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다. 이건 이것대로의 매력이 있으니까.


       


       다만 진지하게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리디아가 진심으로 감탄했고, 자신도 습득하고 싶어 한다는 걸.


       


       이걸 속이는 건 아무리 나라도 양심이 아프다.


       


       “절박함이 부족한 것 같네요. 일단 눈동자부터 위로 까뒤집어 보실래요?”


       


       그 아픈 일을 내가 해냈다.


       


       “오. 알것 같아. 소리를 안 내고, 호흡을 조절하고, 기운을 숨기고…이런 일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어. 세상으로부터 나를 숨긴다는 이미지구나. 아예 나라는 존재가 다른 곳으로 격리되는 거야.”


       


       그리고 리디아도 리디아 나름대로 뭔가 해냈다.


       


       “???”


       


       당연히 나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다니던 이전에 비하면 확실한 변화.


       


       리디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내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요나. 길드에서 비싼 돈 내고 배운 잠행술보다 이게 훨씬 낫네.”


       


       “엇.”


       


       “응. 아무래도 이건 감각이 중요한 것 같네. 나는 이미 할 수 있는 만큼 갈고 닦았으니, 남은 건 타고난 재능과 오러에 접목시켜 활용하는 정도인가.”


       


       “네에….”


       


       “요나만큼은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껏 익힌 돈으로 살 수 있는 기술들이랑은 비교도 안 될 거야.”


       


       “그, 렇군요….”


       


       “전부 요나 덕분이야. 고마워.”


       


       “…….”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양심의 삼각형이 미친 듯이 회전하다 못해 거의 불타고 있단 말이야!


       


       내면의 절규를 숨기기 위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마침 좋은 기회니 아이언 울프의 서식지까지 은신해서 가는 연습해 볼까요?”


       


       “그거 좋네.”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리디아를 보고 있자니, 다시금 뾰족하게 솟아오르는 양심.


       


       이를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전에 잠시. 리디아 님. 손 좀 줘보시겠어요?”


       


       “왜?”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순히 손을 내미는 리디아. 그런 그녀의 손바닥에 유니콘 단검을 올려놓았다.


       


       화아악-!


       


       환하게 빛나는 검신. 불편하던 마음이 살짝 편해졌다.


       


       그제야 돌아온 평정심으로 던전 깊숙한 곳까지 숨어들었다.


       


       ***


       


       빠르게 달려들어 아이언 울프의 거대한 덩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뒷목에 단검을 쑤셔 넣었다.


       


       푸욱!


       


       “캐앵?!”


       


       그 두꺼운 가죽을 큰 저항 없이 갈라버리는 단검. 다만, 워낙 아이언 울프의 덩치가 크고, 검신의 길이는 짧아 한 번에 절명시키는데는 실패했다.


       


       뭐, 그렇다고 아이언 울프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박혀있는 단검을 단단히 움켜쥔 채, 녀석의 등 위에서 폴짝 뛰었다.


       


       서걱-


       


       내 체중을 실어 잡아당기자 그대로 녀석의 목덜미를 찢어발긴다.


       


       “……!”


       


       목의 절반이 베인 아이언 울프가 울음소리 대신 피를 폭포처럼 쏟아내며 비틀거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풀썩 쓰러지는 녀석.


       


       가까이 다가가서 결정타를 꽂기에는 녀석의 눈빛이 아직 살벌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뿐, 적의는 활활 타오른다는 느낌. 괜히 몬스터가 아니라는 거겠지.


       


       하지만 달리 말하면, 저렇게 노려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소리다.


       


       피식 웃으며 유니콘 단검을 가볍게 허공에 던졌다가 날 부분으로 잡은 뒤, 그대로 아이언 울프의 미간을 향해 집어 던졌다.


       


       쐐애애액…퍽!


       


       손쉽게 꽂혀 들어가는 단검. 이글거리던 녀석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자, 단검이 덜덜 떨리더니 스스로 사체에서 빠져나와 내 손으로 돌아온다.


       


       유니콘 단검의 성능을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지 뒤에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리디아.


       


       오늘따라 놀라는 일이 많은 그녀를 향해 자랑하듯 단검을 치켜들었다.


       


       “템빨은 언제나 옳다…! 리디아 님의 큰 뜻. 이제야 이해했어요!”


       


       “엣헴. …근데 너무 좋은 무기 아냐? 대체 뭘로 만들었길래 이런 게 가능한 거야.”


       


       “저번에 말하지 않았던가요? 유니콘의 뿔로 만든 거예요.”


       


       “이 정도로 성능이 좋으면 제약도 까다로울 것 같은데. …잠깐. 설마 아까 내 손에 가져다 댔더니 빛난 건?”


       


       “헤헤.”


       


       슬쩍 웃어 보였지만 돌아오는 건 꿀밤뿐이었다.


       


       “얍!”


       


       “피해도 소용없어.”


       


       피했더니 2대 더 맞았다. 너무해라 진짜.


       


       입술을 삐죽이며 아이언 울프의 몸뚱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리디아의 도움 없이도 수월하게 벗겨지는 가죽.


       


       너무 잘 잘려서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입을 열었다.


       


       “제약이랄까. 사용 한계는 있네요.”


       


       “한계라니? 설마 한번 휘두를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그건 마검이잖아요. 이 녀석이 순결에 집착하긴 해도 수명이나 영혼을 탐내진 않아요. 오히려 사용자를 회복시키는 힘이 있을 정도니까요.”


       


       우웅-!


       


       마검 소리에 발작하는 단검. 한번 후려치자 다시 잠잠해졌다. 하여간 때려야 고쳐지는 물건이 있다니까.


       


       우웅….


       


       소심하게 반항하는 단검을 무시하고 가죽을 마저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제약은 없어요. …대신 주인을 가려 받지만요.”


       


       “에고 소드?”


       


       “설마요. 그냥 동정 비동정을 가린다는 뜻이에요.”


       


       “?”


       


       “제가 동정이 아니게 되면 반으로 쪼개져 검은 쌍단검이 된다더라고요.”


       


       “아.”


       


       당연한 말이라면 당연한 말이지만, 바이콘이 지닌 힘은 유니콘의 것보다 한참 약하다.


       


       지금이 3성 재료로 만든 4성 무기라는 느낌이라면, 바이콘 쌍단검이 되는 순간 3성 재료로 만든 3성 무기가 되는 셈.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리디아 님! 제 단검이 하얀색일 동안은 아직 순결한 몸이라는 소리니까요!” 


       


       “…요나의 순결 여부는 별로 안 궁금한데.”


       


       “아차차. 제가 깜빡했네요. 리디아 님은 정-통 기사 로망스를 꿈꾸는 분이셨죠! 고귀한 동정 영식보다는, 주군의 남편에게 끌리는 사람!”


       


       “음해 멈춰…!”


       


       부들부들 떠는 리디아의 모습에 히히 웃으며 손질된 가죽을 배낭에 구겨 넣었다.


       


       “읏차. 이 정도면 굳이 아이언 울프에 매달릴 필요는 없겠네요. 오늘은 더 깊게 들어가 보죠.”


       


       “괜찮겠어? 아이언 울프만 잡아도 성장은 충분히 할 테고, 돈도 많이 벌 텐데.”


       


       “하지만 홉 고블린을 잡으면 더 많은 돈이 되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겠죠.”


       


       “대신 위험할 거야. 홉 고블린은 한 마리씩 돌아다니는 아이언 울프와 달리 수십…큰 부락은 백 마리가 넘는 개체가 뭉쳐서 생활하니까. 내가 도와주긴 하겠지만 모든 위험에 완벽히 대응할 수 없을지도 몰라.”


       


       “네? 리디아 님 설마 제가 정면에서 홉 고블린 부락을 몰살시킬 거라 생각하신 건가요?”


       


       “???”


       


       갑자기 뭔 개소리냐는 듯한 눈빛으로 피에 젖은 배낭을 바라보는 리디아.


       


       그런 그녀를 향해 한 손은 허리에 얹고, 다른 한 손은 검지를 치켜세우는 자세를 취했다.


       


       “떽! 너무 잔인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응….”


       


       “저는 그냥 평범하게 전부 암살할 생각이었단 말이에요!”


       


       “…….”


       


       고통없이 죽는다.


       


       이 얼마나 평화로운 일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스 메이커 요나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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