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30

       

        

        

        

        

        

        

        

       “32팀 전원이 배치되었습니다. 각 참가자 및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한 GPS 동기화도 끝났고, MQ-9C 오로라 무인정찰기 역시 투입 완료됐습니다. 현 시간부로 마지막 미션 준비가 끝났습니다.”

        

       “확인. 11월 6일 2100을 기해 요새 공격 작전 시작합니다. 첫 번째 세션 근무는 11월 7일 오전 6시까지고, 그 이후 미션 종료 전까지 3교대 8시간 근무입니다. 자신의 근무 차례가 아닌 사람들은 현 시간부터 쉬러 가시고, 다음 교대조는 인원 파악 후 7일 0700부터 있을 투표를 진동으로 알려주면 됩니다.”

        

       “일반참관인 분들은 통제실 방문에 따로 제한이 없으니, 원할 때 언제든지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반입은 되도록 자제해주시고, 미션 통제실 출입에는 키카드가 필요하니 사전에 발급해드린 키카드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거대한 두 개의 화면이 대형 강당 내부를 가득히 메웠다.

        

        아군임을 의미하는 32개의 녹색 점.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모이자 지름이 120km에 달하는 거대한 16각형의 형상이 그려졌고, 해당 원의 중심에는 성채처럼 생긴 요새가 표기되어 있었다.

        

        해당 중심점을 기준으로 표기된 여러 겹의 붉은색 동심원과 맵 곳곳에 새겨진 붉은 점…다르게 말하면 순찰대 및 은닉초소, 미션용 지뢰지대, 휴머노이드 저격수의 위치였다. 어느 한 지점에 밀집된 것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넓이의 작전구역 내부에 골고루 흩뿌려져 있었다.

        

        그런 대형 홀로그램이 무려 두 개. 왼쪽은 작전구역 A였고, 오른쪽은 작전구역 B였다.

        

        

        고작해야 오후 9시였고, 주요 근무자들이 아닌 사람에게는 상당한 시간적 여유가 난 시점.

        

        그리하여 대부분의 인원들은 구경을 위해 여전히 퇴장하지 않은 채로 있었고, 곳곳에선 누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지에 대해 간단히 토론하거나, 혹은 의자에 앉아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통해 MQ-9C 오로라 정찰기가 제공하는 열화상 혹은 적외선 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수십 개의 점. 당연하겠지만 로렌티나의 눈동자는 로건과 막내가 투입된 왼쪽에 못박혀있었다. 거의 수십 킬로미터 위에서 확인하는 셈이었기에 도트의 움직임은 실로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첫 번째 근무조였기에 그 미적지근한 광경을 오전 6시까지 봐야만 하는 로렌티나는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고는 발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물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머리를 후렸다.

        

        

        

       “아으. 이젠 숨길 생각도 없군요.”

        

       “그럴 리가 있나. 기척 감추고 왔지. 시간 있어?”

        

       “한 30분만 있다가 나가죠.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인간에 비해 몇 배나 늘어난 직감으로도 탐지할 수 없는 스텔스-무빙.

        

        은밀이동은 로렌티나와 올리비아가 동시에 공유하는 일종의…특수 능력인지 뭔지 하는 그것이었고, 아쉽다면 아쉽게도 상어보다는 수리부엉이가 조금 더 능숙하였다. 바로 그 때문에 로렌티나는 그녀의 지인이 다가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고.

        

        그녀 자신조차 몰랐는데 강당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올리비아가 상어를 향해 다가오든 말든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로렌티나는 언제든지 응답 가능하도록 인컴을 세팅해둔 후 대략 십수 미터 옆으로 이동했다.

        

        대형 강당 비스무리한 곳이었기에 자리는 차고도 넘쳤고, 둘은 비교적 은밀한 자리에 앉은 채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볼 건가요?”

        

       “마음 같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싶긴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겠지. 기동 속도만 보면 최소 내일 오후 즈음에나 패트롤이 순찰을 개시할 거고, 참가자들이 본격적인 고난을 맞닥뜨리는 것도 그 즈음일 테니.”

        

       “제 계산이랑 엇비슷하군요. 이따 6시에 들어가서 한숨 푹 잔 다음, 일어나서 씻고 돌아오면 꽤 재밌는 광경이 사방에서 펼쳐지겠죠. 괜찮은 타이밍이겠어요.”

        

       “그렇지.”

        

        

        

        간단한 조작에 이어 두 명의 눈 앞에 펼쳐지는 대형 홀로그램.

        

        어느새 두 명은 로건과 유진의 시야를 동일하게 보고 있었다 – 말 그대로의 헤드캠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11월이 다 된 시점이었기에 여름마냥 나무 사이에 풀까지 빼곡하게 자란 상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나뭇가지에 달린 잎사귀들이 노랗게 물들고, 바닥은 낙엽으로 가득했다.

        

        또한 경사가 그리 급한 산지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고, 중간중간엔 완전한 어둠에 물든 평이한 등산로와 인적이 없는 캠핑장도 간간이 보였다 – 그러나 반대로 위험한 곳들이 없는 건 또 아니었다. 길이 완전히 끊긴 곳 다음에 급경사가 나타나는 곳도 종종 있었으니.

        

        장구류와 음식 무게만 포함하더라도 90kg, 거기다가 이들의 자체적인 몸무게는 평균 240kg에 달했다. 다시 말해 한 번 발을 내딛을 때마다 300kg가 넘는 압력이 안 그래도 그닥 크다고 할 수 없는 발 사이즈만한 영역에 집중된다.

        

        그리하여 이 두 명이 겪은 문제가 무엇이냐 하니,

        

        

        

       -우왁…!

        

       -조심해야지, 막내.

        

        

        

        잦은 미끄러짐이었다.

        

        단단히 다져진 등산로, 또는 적어도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국도 같은 것이 아닌 인적 끊긴 산속 한복판, 혹은 야심한 밤에도 졸졸 흐르는 계곡 근처의 비교적 무른 땅에서나 발생하는 일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꼬라지를 관람하는 두 명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막내랑 로건이 한 번쯤 야생동물을 만나야 재밌는 장면이 나올 텐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저 숲에 뭐가 사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게 흑곰이랑 붉은늑대, 멧돼지 정도?”

        

       “붉은늑대는 쏴죽이는 순간 잡혀갈 것 같은데. 걔네 멸종위기종이잖아.”

        

       “뭐어, 대화로 어찌저찌 잘 풀어가겠죠. 혹시 아나요, 막내나 로건 중 한 명이 간식거리를 던져주고 떠나갈지도. 멧돼지는 모르겠는데.”

        

        

        

        작전 지역이 워낙 광범위한 만큼 야생동물 대응에 대한 교육은 필수였다. 불과 얼마 전 있었던 짤막한 교육이 로렌티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두 명은 말 그대로 쉬엄쉬엄 걸으며 이동 중이었고,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십 킬로미터를 이동했다. 직경 120km에 달하던 16각형이 조금씩 중앙을 향해 좁혀지기 시작했다. 다들 첫날 최대한 빠르게 거리를 좁힌다는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물론 그리 말한 것과는 달리 상황은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그리 월광이 많지 않은 날이었기에 현 위치가 어디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낮보다도 훨씬 귀찮은 과정을 감수해야만 했고, 별다른 지형지물조차 없이 숲과 산이 넘치는 국유림이었기에 더더욱.

        

        더 나아가 컴페티션 주최부는 이들이 쉽게 스스로의 위치를, 그리고 목적지의 위치를 알게 놔두지 않았고, 곳곳에 EMP 발생 장치가 있다고 가정하여 군용 GPS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아놓았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지도와 펜, 각도기, 자, 나침반, 그 외의 여러가지 부수기재 정도.

        

        물론 오늘 이곳까지 온 이들은 진즉 독도법에 통달한 지 오래였으나, 그것이 지형지물을 더욱 극복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길이 끊겼거나 나무가 너무 높이 솟아올라 주변이 잘 안 보인다거나 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있었으므로.

        

        

        로렌티나와 올리비아는 한참 전에 즉각 해당 방을 나가 근방 휴게실로 들어간 상태였고, 따끈따끈한 야식을 즐기며 계속해서 대화가 이어졌다.

        

        

        

       “시작한 지 6시간만에 평균 주파 거리 14km…본격적인 방어선은 28km부터 있었나?”

        

       “첫 날은 얼마나 멀리 가든 그닥 신경쓸 필요는 없죠. 그 즈음부터는 다들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테니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대략…내일 오후 초입부터 그렇게 되겠지요.”

        

       “다른 팀과 조우할 가능성도 있고,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도 있겠지.”

        

        

        

        순찰대, 혹은 은닉 초소.

        

        정찰 드론을 가지고 온 이들이 – 만약 재밍이나 지대공 미사일에 걸려 박살나지만 않는다면 – 지형 정찰을 통해 주변을 싸돌아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위치를 알고 먼저 방어선을 돌파할 수도 있고, 다른 팀 근방에 있는 순찰대의 어그로를 끌어 방해를 할 수도 있었다.

        

        마지막 미션의 모토는 생존 및 작전 목표 달성이었으나, 이 와중 다른 팀을 방해하지 말아야만 한다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타 팀을 괴롭히는 방법은 실로 무궁무진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예상을 주고받던 와중,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올리비아가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그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플랫폼 송출 시작이라고 했었나?”

        

       “그렇죠. 센서링 자체도 문제없이 작동할 거예요. 신원이나 작전이 노출되는 사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한 걸로 진즉 결론이 났고…사실 약간 정치적인 느낌도 좀 나긴 하는데. 당장 결과가 거의 정해진 선거가 내일 있으니까요.”

        

        

        

        요컨대 이번 송출은 거의 공화당 텃밭이라고 해도 무방한 미 국방부 쪽이 헨리에게 보내는 일종의…러브콜.

        

        애초에 공화당 후보였던 어니스트 셰퍼드가 헨리의 핵주먹에 의해 묵사발이 나버린 이상 최소 8년은 민주당의 세계가 올 것이었고, 더군다나 이카루스와 싱크탱크에 의해 트라이던트로 메가-진화한 헨리는 임기를 마치고 내려와도 반쯤 현세에 강림한 신 취급을 받게 되겠지.

        

        공화당은 앞으로 꽤나 길고 긴 암흑기를 걸어갈 확률이 높았고,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어요’ 하고 대규모 미션 중계라는 구애의 댄스 비스무리한 것을 추며 앞으로 있을 대통령의 무자비한 칼날돌풍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지도 몰랐다.

        

        로렌티나는 아마 국방부는 그리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하고 입을 열어 덧붙였다.

        

        

        

       “뭐어, 이 세계에선 휴머노이드 기술이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헨리가 시작부터 무자비하게 군축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군요.”

        

       “어차피 우리 같은 고등급 오퍼레이터는…원격조종기로 나온 휴머노이드를 조종하는 역할이지, 아예 짐 싸서 밖으로 나갈 이유는 더더욱 없을 거고.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어쨌든 로봇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은 멀었지요. 고출력 EMP나 재밍에 의한 무력화, 바이러스 감염이나 해킹의 위협은 빠르게 대두될 문제고…뭐어, 저쪽 세계의 이카루스 및 아르테미스 기술을 가져온 거니 그 또한 아직 미지의 영역이긴 하지요.”

        

        

        

        막내가 가져온 기술들은 미국에 어떠한 형태의 돌풍을 몰고 올 것인가.

        

        새벽 감성 때문인지, 몸 위를 얕게 짓누르는 피로 때문인지, 혹은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서 그런 건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휴게실 안에 있는 두 명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고, 머잖아 내부에는 정적만이 얕게 흘렀다.

        

        저쪽 세계, 다시 말해 전쟁으로 누구나 할 것 없이 깨강정난 세계는…오히려 그렇기에 앞날이 훤히 예측되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짧으면 몇 년 안에 동강날 것이고, 전 세계의 패권은 미국을 중심으로 재구축될 터였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고, 방 안에 있는 두 명은 그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래를 제멋대로 예측하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한숨을 내뱉은 상어가 입을 열었다.

        

        

        

       “뭐어, 슬슬 돌아가봐야겠네요. 이따 봅시다.”

        

       “이따 봐.”

        

        

        

        방을 정리하고, 두 명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서늘한 어둠이 조지아를 감싸고 있었다.

        

        

        

        

        

        

        

        

        

       “…곧 있으면 해 뜨겠네요.”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군요.”

        

        

        

        한편, 그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산골 어딘가. 두 명은 태평하게 모듈형 군장 한쪽의 측면 지퍼를 열어 전투식량을 꺼냈다.

        

        식사 타임은 중요했다.

        

        

        

        

        

        

        

        

        

        

        

        

        

        

        

        

        

        

        

        

       “밥을 먹었더니 순식간에 식곤증이 몰려오는구만…한동안 설렁설렁 지내다 100kg 가까운 무게를 들고 싸돌아다니니 꽤 생경한데.”

        

       “이따 상황을 좀 보고, 여유가 좀 난다 싶으면 30분 정도만 돌아가면서 쉬죠. 지금 거의…12시간 동안 29km 가까이 기동했으니까요. 사실 지금부터는 속도를 좀 늦춰야만 하는 것도 있고.”

        

        

        

        요새 침투 미션 이틀차, 오후 12시.

        

        어제의 차가운 공기가 거짓말이었다는 듯, 다시금 하늘 위로 떠오른 태양은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햇살을 세상 위로 뿌려댄다. 몇 번이고 흐른 땀이 옷에 젖어들고, 말라붙으며, 그 위에는 산길을 걸으며 생겨나는 흙먼지가 달라붙었다.

        

        무수면 기동을 시작한 지 15시간, 여전히 여유는 넘쳤다. 90kg의 군장을 메고 시속 2km로 길도 없는 산을 몇 번이고 등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 안 되는 수준이긴 했지만, 발현자라는 치트키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즈음에서 슬슬 끔찍하게 커다란 물집이 잡힐 법한 발은 여전히 쌩쌩했으며, 무지막지한 근육통과 비오듯 쏟아지는 땀, 그리고 반쯤 혼미해진 정신 같은 평균적인 케이스는 우리와는 그닥 인연이 없었다. 대신 목이 좀 마르고 배가 자주 고플 뿐이지.

        

        

        

       “물 아껴 마셔라. 무슨 맛이냐?”

        

       “선임도 15L짜리 초대형 하이드레이션 백 메고 있잖아요. 전 게토레이 맛이요.”

        

       “평범하구만.”

        

        

        

        당연하겠지만 90kg는 고작 군장 무게였다. 온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온갖 아이템들을 전부 합치게 되면 120kg는 나가지 않을까.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우리는 식성이 참 좋았고, 전투식량을 여러 개 까먹을수록 무게는 삽시간에 줄어갔다. 물론 지난 번에 말했듯이 MRE 같은 쓰레기가 아니라 프랑스군 전투식량인 RCIR을 몽땅 쓸어왔기에 식사의 질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고.

        

        아마 MRE를 갖고 왔다면 몸뚱아리 안에 하루하루 폭탄을 적립하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대략 그런 생각이 들었다.

        

        

        50분 기동 후 10분 휴식.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는 휴식이라기보단 길을 찾는 것이었다.

        

        적당한 위치에 도달하는 순간 사주경계, 그 다음 다용도 주머니에서 대형 천을 꺼내고, 그 다음 제법 경사진 곳을 찾아 천을 고정시킨 뒤 낙엽을 신나게 뿌려 소형 은신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 성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시간대비 가성비가 매우 좋았다.

        

        지도를 펼치고 현 위치를 확인한다. 어제까지와는 다르게 이제부터는 기동 루트를 굉장히 신경써야만 했다. 지뢰 지대는 반드시 피해야만 했고, 은닉 초소에 들키면 패트롤이 출동할 터였으니. 그나마 철조망 지대는 훨씬 편했다. 아음속탄이나 니퍼로 자르면 됐으니까.

        

        

        

       “미확인구역에 돌입한 지 5km 가량 됐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 불안하다고 해야만 할지….”

        

       “이런 느낌으로만 간다면 십수 시간 안에 요새 근방에 훌쩍 도착할 수 있겠는데. 물론 꼬라지를 보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죠.”

        

       “아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긴 좀 그렇기도 하고.”

        

        

        

        그 말대로.

        

        동이 막 트기 전, 그러니까 대략 오전 6시 즈음에 뒤늦게 식사를 하던 중 냄새를 맡고 슬금슬금 다가온 멧돼지 한 마리가 우리한테 깝치다 불귀의 객이 되었다. 사전에 받았던 야생동물 관련 안내사항에 따르면 사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게 분리되어있었고, 멧돼지는 명백히 전자였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뭐어. 그런 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런저런 방법론을 통해 현재 우리의 위치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히나 기동 루트 중에서 등산로가 혼재되어있다면 더더욱 쉬웠다. 말뚝이나 표지판 등을 통해 위치를 공짜로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거대한 어드밴티지였다.

        

        다른 팀도 다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 같지만, 뭐어. 남들이 어쨌든 우리는 우리 길을 갈 뿐이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나는 로건이 사주경계를 하고 찍어놓은 웨이포인트를 확인하는 사이 천을 회수하여 나뭇잎을 털어내고 다용도 파우치에 잘 접어넣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낮은 산등성이 한쪽의 능선이었고, 저 멀리…대략 1km 가량 북서쪽으로 떨어진 곳은 평균 높이가 대략 700m 전후인 산맥이 있었다.

        

        듣자 하니 어떤 팀은 사이드 미션으로 저런 고지 근방을 싸돌아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싸그리 밀어버리고 고지 위의 기지를 점령하는 것도 있다는데, 막상 옆에서 보아하니…우리는 안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많이 귀찮았을 것 같았기에.

        

        

        

       “그러고 보니, 저희는 미션이 뭘까요?”

        

       “다른 팀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러게나 말이다. 상어 자식이 주관했던 사전 브리핑에서는 뭐라고 했더라…사이드 미션을 미리 알고 있는 팀도 있고, 나중에 밝혀지는 팀도 있다고 했나. 우린 명백히 후자겠지.”

        

       “귀찮은 것만 아니면 좋겠는데….”

        

        

        

        그 즈음에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 꽤나 순탄치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딱히 피크닉을 나온 게 아니기에 목소리도 일부러 낮춰서 하고, 되도록이면 낙엽도 별로 없는 길을 우선적으로 택하고는 있지만…글쎄올시다.

        

        과연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드는 기시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보다 대략 7m 뒤에 있었던 죽은 나무의 옆구리가 터져나간 건 그 직후였다.

        

        

        

       ───!

        

        

        

       “…!”

        

       “이런 망할…!”

        

        

        

        소산 및 엄폐.

        

        다행히 주변에는 몸을 숨길 만한 곳이 많았기에 헐레벌떡 몸을 엎드렸다. 누가 보아도 저격이었다. 오차가 수 미터씩 되는 걸 보면 애초에 맞출 생각이 없었던 거겠지.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정교한 계산을 통해 착탄 지점을 조절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들고 왔던 군용 단말기가 옅게 진동하며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알림 : 사이드 미션 <저격수 조우>]

        

       -[알림 : 2분 30초 안에 적 저격수의 위치를 파악하고 역저격에 성공할 것.]

        

       -[알림 : 불이행, 혹은 미션 실패 시 해당 저격팀 중 한 명은 최소 경상에서 최대 중상 판정에 돌입.]

        

       -[알림 :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그래요. 쉬울 리가 있나요. 환장하겠네, 진짜.”

        

       “그러게나 말이다.”

        

        

        

        십수 시간 동안은 무거운 쇳덩이에 불과했던 TAC-50 대물저격총이 드디어 할 일을 할 때가 되었다.

        

        나와 로건이 일제히 약실에 50구경 탄환을 밀어넣었고, 볼트를 전진시켜 약실을 폐쇄했다.

        

        

        본격적인 색적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렵고 힘든 건 몽땅 시킨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