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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0

       *** ***

       

       “크흐흐…!”

         

       호남태수 주책.

         

       ‘지금쯤이면 병사들이 소가포목점에 도달했겠군!’

         

       주책은 오래 전 보았던 흑묘의 모습을 떠올리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채 봉오리가 피기도 전의 나이었으나 그 모습만으로도 훗날 천하에서 견줄 자가 없을 미인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그때부터 소연화를 세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겠노라고 눈독 들이던 주책이었으나 천호문의 소문주 등보위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그 이후 일어난 소란을 틈타 소연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니 천호문의 봉문 소식과 함께 전해진 소연화의 귀환 소식에 주책은 일말의 곧바로 소가포목점에 병사들을 내보냈다.

         

       연회에 초정된 이들이 모두 입을 모아 소연화의 미모를 칭송하고 있으니 망설일 필요가 무엇 있으랴!

         

       사라졌던 소연화가 흑묘라는 이름으로 무림에서 활동했으며, 뇌검낭인과 장기간 함께 활동했다는 사실 같은 건 주책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함께 여행했고 나란히 소가포목점에 방문한 것만 봐도 소연화와 뇌검낭인이 연인관계임을 짐작할 수 있으며, 연인이 있으니 소연화가 청혼을 거절할 확률이 매우 높았음에도 그러했다.

         

       청혼을 거절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면 그만이었으니까.

         

       태수의 힘으로 관군을 풀어 소가포목점을 완전히 고립시킨다. 사람 한 명 드나들 수 없는 상가는 말라 죽을 수밖에 없는 법. 소가포목점이 말라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과연 소연화는 고집을 부릴 수 있을까.

         

       요새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뇌검낭인이라는 자가 소가포목점에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래봐야 일개 무림인이고 개인에 불과하다.

         

       제깟 놈이 태수의 권력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난 그냥 태수도 아니고 무려 호남의 태수란 말이다.’

         

       태수는 자신의 지방에서는 왕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자신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기는 어렵다.

         

       너무 사리에 어긋난 일을 벌이게 되면 중앙의 감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책은 그런 중앙의 감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곳 호남에는 무엇이 있는가? 동정호가 있고 악양루가 있다. 그런 동정호와 악양루는 문인과 관인들 사이에서는 성지 중의 성지로 통한다.

         

       즉 동정호 유람이란 문인과 관인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고 그리 동정호에 유람을 간 고관이나 권문세가의 인물들은 겸사겸사 호남을 다스리는 관리들과 만나 친분을 다지기 마련이었으니 호남의 태수는 그냥 가만히 자리만 지키고 있어도 절로 인맥이 붙는 자리였다.

         

       태수가 병사들을 동원해 상인을 핍박하는 것은 확실히 권력 남용이고 연인이 있었던 이와 혼사라면 미풍양속을 저해하고 관원의 격을 떨어뜨렸다 하여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일이었으나 이 정도는 중앙의 귀에 들어간다 한들 인맥을 동원해 충분히 무마시킬 수 있다는 것이 주책의 판단이었다.

         

       주책이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청혼서를 들고 떠났던 관리가 돌아왔다.

         

       “결과는?”

       

       “죄송합니다. 태수님!”

         

       “크흐흐…그럴 줄 알았지. 태수의 이름으로 명하겠다! 소가포목점에서 큰 소란이 일었으니 절대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물샐 틈 없이 소가포목점을 봉쇄하고 그 누구도 들이지 말라! 알겠나?”

         

       “충!”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떠나는 관리와 관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주책은 생각했다. 과연 소연화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자신이 소연화를 마음에 품고 있었음을 몰랐을 리가 없음에도 괘씸하게 중원으로 도망친 소연화. 그리고 그런 소연화의 등을 떠밀었던 소가포목점의 주인 손미옥까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상하관계를 가르쳐 줘야 할 일이었다.

         

       “소연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하하하하!!”

         

       굴욕적인 표정을 지으며 딸을 바칠 손미옥. 그리고 아리따운 소연화의 자태를 상상하며 파안대소를 터트리는 주책.

         

       그러나 그런 주책이 예상하지 못한 점이 있었으니.

         

       “하.”

         

       소가포목점을 봉쇄한 관군들을 보며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는 황국의 공주, 혁기린의 존재였다.

         

       *** ***

         

       소가포목점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태수의 청혼을 거절한 뒤 손님은 물론이고 소가포목점에서 일하는 이들의 출입조차 용납하지 않은 관군 때문이었다.

         

       현 상황은 누가 봐도 청혼을 거절한 보복성 행위였으니 자연히 소가포목점의 분위기는 초상집이 될 수밖에.

         

       그리고 나와 일행이 머무는 숙소의 분위기는 초상집이라기보다는 서늘한 한파가 몰아친 것과 같았으니.

         

       열받은 표정을 짓고 있는 혁기린 때문이었다.

         

       그 분위기가 어찌나 살벌한지 일행은 물론이고 서공까지 내 품에 처박혀서 찍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전서구만 도착하면…관군들의 주리를…후후. 아니지요. 태수의 명령일 테니 우선 태수부터 족치러 가는 것이…”

         

       “중앙에 인맥이 있다고 권력을 남용하고도 넘길 수 있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아주 건방져요. 건방져….”

         

       나를 향한 분노가 아님에도 절로 등골이 서늘할 지경.

         

       주책이라는 자는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전서구로 어디에 무엇을 요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혁기린이 보낸 전서구가 돌아오는 순간 주책은 태수라는 직함이 사라지거나 주/책이 되어버릴 테니까.

         

       “잠시 어머님이랑 흑묘좀 만나고 오겠소.”

         

       숙소를 빠져나오자 그제야 숨좀 쉬겠다는 듯이 내 앞섶에서 고개를 내미는 서공.

       

       그런 서공의 머리를 토닥이며 흑묘와 장모님께서 머무는 안방에 도착했다.

         

       “아 선배.”

         

       “오셨습니까. 대협.”

         

       찍찍!

         

       기다렸다는 듯이 내 품을 빠져나가는 서공과 그런 서공을 웃으며 쓰다듬어주시는 장모님. 가벼운 안부인사가 끝나자 장모님게서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뇌검낭인 대협께 너무 많은 폐를 끼치는군요…”

         

       “아닙니다. 이 정도는 예상했어야 했거늘 제 각오가 부족했지요.”

         

       장모님의 사과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독의 어르신이 공인한 경국지색이 바로 흑묘다. 나라를 기울게 만들 수 있을 만한 미인이니 그런 미인을 접한 자들이 이성을 잃고 덤벼들 것을 예상했어야 했는데 그 각오가 부족했다.

         

       내 명성만 보고 알아서 떨어져 나갈 것이라 여겼으니 말이다.

         

       “어머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수의 건에 대해서는 황소월 소저가 대응하고 있으니까요. 그저 며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푹 쉰다 여기시며 식구들을 다독이시면 됩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 대답하는 장모님의 얼굴은 밝지만은 않았다.

         

       현실적으로 태수는 그 지역에 한해 권력의 정점이다. 중앙은 그런 태수를 통제할 수단이 있다고는 하나 거리상의 문제로 모든 일이 끝난 뒤에 사후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인맥을 동원해 태수를 막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지수인 셈이다.

         

       물론 혁기린이 쥔 것은 인맥이 아니라 이 황국의 권력 그 자체이니 걱정할 필요 자체가 없지만 장모님께서는 그 사실을 알 길이 없으니 당연 불안해 하실 수밖에.

         

       찍찍!

         

       장모님의 불안함을 느꼈는지 서공이 품에 안기며 머리를 치댔다. 서공의 애교에 장모님의 얼굴이 사르르 녹았다.

         

       “후후, 위로해줘서 고맙구나. 어쩌면 이리 이쁠꼬.”

         

       찍!

         

       서공을 품에 안고 쓰다듬어주는 장모님. 흑묘는 흐뭇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잠시 숙소에 다녀올게요.”

         

       서공의 애교에 마음이 녹아내리셨는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모님. 나 역시 그런 흑묘와 함께 나란히 안방을 빠져나왔다.

         

       안방을 빠져나오자마자 티 없이 맑았던 흑묘의 표정에서 생기가 빠져나갔다.

         

       “수고했다.”

         

       “…아니, 아니에요. 선배가 더 고생이죠. 그리고 혁기린 소협도요.”

         

       수심이 깃든 얼굴로 한숨을 내쉬는 흑묘. 장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밝은 표정을 유지한 반동인지 흑묘의 얼굴은 꽤 우울해 보였다.

         

       “너무 걱정마라. 그리고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혹시 소란을 일으킬 만한 자들에 정보 같은 건 없을까.”

         

       흑묘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선배. 이곳 악양에는 월복당의 정보망을 펼쳐 놓지 않았거든요.”

         

       “그러냐.”

         

       “그래서 후회되네요. 만약 정보망을 펼쳐놓았더라면….”

         

       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이는 흑묘의 뒷머리에 손을 올렸다.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는 흑묘. 그런 흑묘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흑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참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성급하게 다가갔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고. 안 그래?”

         

       “….그렇네요.”

         

       흑묘의 머리가 스르륵 기울더니 내 이마에 툭 하고 떨어졌다.

         

       아무래도 심적으로 꽤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뭐…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흑묘에게 있어 이 소가포목점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자신의 본명을 되찾자마자 몰려들어온 청년들 때문에 소가포목점은 한 시름 홍역을 앓았고 그 이후 들이닥친 청혼서와 관군들 때문에 성업을 하던 소가포목접은 장사를 접고 완전히 침묵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흑묘는 당연히 마음이 아플 수밖에.

         

       나는 그저 흑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침묵 속에서 숙소에 도착하니 여전히 화를 삭히지 못한 혁기린과 눈이 마주쳤다.

         

       “흑묘 소저!”

         

       기운 빠진 흑묘의 모습에 후다닥 달려온 혁기린.

         

       “아니 왜 그렇게 기운이 없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전서구만 오면 그 주책인지 주색인지 하는 태수 놈의 엉덩이를 걷어 차 줄 테니까요! 황제 페하를 대신하여 이 황국을 다스리는 태수가 미풍양속을 해치고 사사로이 권력을 남용하다니 결코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방방 뛰는 혁기린과 그런 혁기린을 물그러미 바라보는 흑묘.

         

       “그놈을 아주 혼구멍 내 준 뒤에 소가포목점에서 입은 손해를 싹 다 계산해서 배로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신속하게 권력 남용을 저지르는 꼴을 보니 평소에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탈탈 털어내서 그놈의 모가지를 그…냥..?”

         

       분노에 찬 혁기린의 말이 끊겼다.

         

       “고마워요.”

         

       돌연 흑묘가 혁기린을 껴안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혁기린은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흑묘를 마주 껴안았다.

         

       “마음을 많이 졸이셨나 봅니다.”

         

       “마음을 졸였다기보다는…미안해서요.”

         

       “무엇이 말입니까?”

         

       “혁기린 소협에게도 부담이잖아요. 이번 건.”

         

       흑묘의 말은 사실이었다.

         

       주책의 행실과 관계없이 한 지역의 태수를 벌하거나 갈아치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흑묘의 말을 들은 혁기린은 도리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권력을 남용하는 관리를 살펴야 하는 것은 황실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도리어 흑묘 소저 덕분에 주책이라는 자의 민낯을 알게 되었으니 도리어 감사를 표해야 할 일이지요.”

         

       혁기린은 흑묘를 안심시키려는 듯 등을 토닥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대체 흑묘 소저와 이 소가포목점이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잘못을 범한 이는 이 재회를 방해하고 짝이 있음을 알면서도 무도한 청혼을 밀어붙이며 제 권력을 남용한 자의 잘못이며 크게는 그런 자를 높은 직위에 올린 나라의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전혀 미안해 할 필요 없다 말한 혁기린은 따스한 시선으로 흑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마음 편히 먹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다 정리하겠습니다.”

         

       “고….”

         

       “어허!”

         

       고맙다고 말하려던 흑묘는 혁기린의 호통에 움찔했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더욱 편하게 혁기린의 몸에 기댔다.

         

       그제야 혁기린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여일예가 입을 열었다.

         

       “태수를 처벌하는데 힘을 보탤 수는 없으나, 관군이 물러난다면 또 소란이 일지도 모를 일. 그때는 이 여일예도 힘을 보탤 것이니 흑묘 소저께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군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저 역시 빠질 수 없지요.”

         

       여일예에 이은 독고이설과 모용연화의 말에 흑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마워요 모두들.”

         

       그리 말하는 흑묘의 표정은 갓 숙소에 돌아왔을 때와 달리 한결 풀려 있었으니 나 역시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후.

         

       삐익!

         

       삼일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혁기린은 전서응을 받아들었고. 그런 전서응의 다리에 매달려 있던 주머니를 풀어낸 혁기린이 나를 보며 말했다.

         

       “시작하시지요.”

         

       “예.”

         

       나와 혁기린은 태수를 잡아 족치기 위해서 숙소를 나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한결같은 후원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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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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