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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0

        

         

       ‘역시 따라붙었구나.’

         

       빌딩은 크지만 작다.

       높이 올라간다 한들 얼마나 높이 올라가겠으며, 넓다고 한들 얼마나 넓겠는가.

         

       넓디넓은 미국, 빌딩 숲이 이루어진 월 스트리트에서 루카스의 빌딩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한 빌딩에 이토록 많은 눈과 귀가 따라붙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사람이 아닌 것까지 말이다.

         

       “스민테우스 가로되 빛이 드는 곳과 빛이 들지 않는 곳에 있는 쥐는 모두 자신이 부릴 수 있다 하시었음이니, 마땅히 그들의 도시를 알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계심이라. 태양이 찬란하게 빛이 나듯, 새하얀 대리석이 그 빛을 잃지 아니하듯 털가죽을 뒤집어쓴 네 발 달린 쥐들은 마땅히 그분의 은혜에 감읍하며 살아가야 하리라.”

         

       주언을 읊어 쥐의 기척을 탐지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느껴진다.

         

       또한 쥐들의 위치를 찾아본다면 빌딩 전역에 골고루 퍼져있었다.

         

       이는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쥐도 둥지가 있고 거처가 있는데, 어찌 이렇게 골고루 퍼져있을 수 있단 말인가?

       먹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것은 명백히 누군가가 조종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정부.’

         

       미국 정부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론 거기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간다면 좀 복잡하긴 할 것이다.

         

       뉴욕만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행한 것인지, 미국 전역을 담당하는 첩보기관에서 행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 산하의 세무 범죄조사국(Criminal Investigation Division)이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지….

         

       그건 더 자세히 조사해봐야 알 수 있겠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정부가 나섰다는 것.

       정부가 이 빌딩을 ‘감시’할 만큼의 중요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요도는 무엇일지….

         

       ‘모르겠군.’

         

       모른다.

         

       루카스는 회귀 전 미래에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었으니까.

         

       다만 정부가 이렇게 나설 정도라면 그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은 어렴풋이 알 수 있음이라.

       특히 루카스가 외국인이 아닌 미국인임에도 이 정도라는 것은….

         

       그 ‘이유’가 무거운 것은 물론, 깨끗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리라.

         

         

         

        * * *

         

         

         

         

       진성이 빌딩을 매개로 로아를 부른지, 며칠이 지났다.

         

       진성이 부른 게데(Ghede)는 천박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활발해 보였던 인상과는 다르게, 매우 조용하게 빌딩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묘지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숨을 죽인 채 빌딩의 분위기를 가라앉혔고, 빌딩에서 일하는 이들의 정신을 차분하게 안정시켜주었다.

         

       물론 그 차분하게 안정시켜주는 것이 평화를 느껴서 안정된다기보다는, 묘지에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적막함과 을씨년스러움에 의해 차분해지는 것 같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으로 가라앉는 것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이는 진성이 사용한 주술의 힘이라.

         

       빌딩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뇌에 주파수 13Hz 이상의 베타파와 감마파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낮추고, 되도록 알파파 상태가 유지되도록 만드는 효과였다. 물론 이것에 약간 부자연스러움이 존재하기는 하였고, 건물 전체에 퍼져있는 힘인지라 그 효과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분명히 효과는 있었다.

       과하게 흥분한 상태를 짜증 나는 수준으로 낮추고,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가 쌓인 것을 안정시켜 차분하게 만드는 그런 효과가 말이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뇌파가 너무 낮아져서 ‘서파수면파(徐波睡眠波)’라 불리는 뇌파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식곤증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체력이 부족한 이들의 경우 근무 중에 꾸벅꾸벅 조는 경우도 생겼다.

       이러한 졸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커피의 소비가 늘어난 것은 덤이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것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

         

       졸린 것 정도야 커피를 마시거나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 되는 문제다.

         

       직원들의 건강?

         

       알게 뭔가.

       건강을 챙기는 이들은 알아서 챙기니 상관이 없고, 평소에 챙기지 않았던 이들은 알아서 살아남았던 것이 바로 미국이다.

         

       애당초 미국이란 나라가 건강에 관심이 있다면, 어마어마한 몸집을 가진 사람들이 활보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야 했다. 그러니 커피를 마셔서 카페인에 절여지든, 에너지 음료 때문에 위장이나 신장에 문제가 생기든- 그것은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였다.

       게다가 뭐, 회사에서 의료보험도 지원해주는데 그 정도면 할 도리는 다한 것이 아니겠는가.

         

       루카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진성 역시, 직원들이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과하게 섭취하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 세계적으로 개판이 나고,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런 마당에 무병장수니, 뭐니 신경 쓰는 것만큼 웃긴 것이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빌딩에 있는 이들이 진성의 지인도 아니고, 친인도 아니다.

       심지어 선한 이들도 아니고, 오히려 돈을 만지면서 수많은 업을 쌓기까지 하였으니….

       그들이 어찌 되던 진성은 큰 상관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많이 섭취할수록 좋았다.

         

       저들이 이런 음료를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그가 카페 같은 곳에 가는 것이 더 정상적으로 보이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푸드덕.

         

       진성이 밖에 나갈 때마다 따라붙는 저 새들의 숫자도 훨씬 줄어들지 않겠는가.

         

       ‘죽은 새를 사용해서 만든 드론이라.’

         

       새들의 숫자도, 종류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이식한 비둘기.

       그다음에는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되어있는 부엉이.

       그다음에는 아예 죽은 새를 사용해서 만든 생체 드론이다.

         

       진성을 끊임없이 관찰하겠다는 ‘기관’의 의지가 노골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끊임없이 따라붙는 새의 무리.

       유리창에 가까이만 가도 눈이 마주치고, 자그마한 창가에 고개라도 돌리면 반드시 새가 보인다. 무기질적인 눈알과 항상 마주치고, 어디를 가든 시선이 따라붙는다.

       밖으로 나서기라도 하면 어디선가 날개를 푸드덕 움직이며, 항상 그가 보이는 곳에서 그를 관찰한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아마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정신병에 걸리고도 남겠지.

         

       실제로 루카스의 경우, 정신병에 걸린 것 같기도 했고.

         

       ‘안전을 끊임없이 챙기고 음모론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습이 보였지.’

         

       누가 보더라도 저 새들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정상이 아니라고, 저 새들은 정부에서 보낸 감시 장비라고 말하기에는 또 정신병처럼 보이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흐음.’

         

       그런 와중에 자신의 빌딩에서는 사람이 뛰어내리고.

       돈은 제대로 벌리지 않고.

       전 세계의 경제가 침체하여 있기까지 하고-

         

       아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겠지.

         

       정말 저주라도 걸리지 않았을까, 액이 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이 빌어먹을 상황을, 미국 정부와 관련이 되지 않았을 먼 나라에서 온 진성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루카스, 루카스…. 자네는 운이 좋아.’

         

       아마 그것은 반신반의에 가까운 것이었겠지.

       어쩌면 늑대로서 활동해오며 쌓은 육감이 정해준 선택지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보라.

       지금 루카스의 빌딩에서 나오는 저 사내를.

         

       본래 정하였던 죽을 자리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정처 없이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 * *

         

         

         

       늪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한 발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고, 아래에서 망자가 악취 나는 썩은 손으로 발을 꼭 붙잡고 끌어내리는 듯한 그러한 감각을 느낀 적이 있는가?

       발 하나가 푸욱 빠져서 무릎께까지 가라앉고, 점점 내려앉아서 허리까지 잠기고-

       마침내 목 끝까지 잠겼을 때의 그 기분을 아는가?

         

       산 채로 거대한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그 기분을.

       거대한 뱀의 아가리에 들어간 듯한 그 기분을 아는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맨착 늪지대(Manchac Swamp)의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게 만든다.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답게 곳곳에서 음산한 기운이 풍기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끊임없이 느껴진다.

       그 시선은 유령의 것인가, 아니면 늪지대에 몸을 숨기고 있는 악어의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늪지대 어딘가에서 돌아다닌다는 괴물의 것인가?

         

       그 미지의 공포는 마치-

       늪지대 자체가 하나의 괴물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늪지대가 풍기는 끔찍한 악취는 괴물의 입 냄새요.

       늪지대의 끈적한 진흙과 물은 괴물의 침이요.

       살과 피를 뜯어먹으려 달려드는 벌레와 거머리들은 괴물의 입에서 사는 벌레이며.

       나무토막인 양 의태 하다가 아가리를 쩌억 벌리는 악어는 괴물의 이빨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늪지대를 성큼성큼 걷다 보면-

       끔찍한 진흙에 발이 빠지면-

         

       아, 그때 느끼게 된다.

         

       나는 서서히 죽고 있다.

       나는 지금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괴물의 위장 속에서 서서히 녹아가는 것처럼, 독이 몸의 말단부터 썩어가게 만들며 마침내 머리까지 썩어가게 만들려는 것처럼.

         

       나는 죽어가고 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이러한 감각은 참으로 끔찍한 것이라서.

       참으로 역겨우면서도 실감이 나게 만드는 것이라서.

         

       그래서 결국은 죽음을 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망했다.’

         

       끈적한 진흙이 온몸을 감싸는 것처럼 우울감도 몸을 지배한다.

       한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가만히 있다 보면 땀이 흐르고 마르기를 반복하며 몸이 끈적해지듯이, 우울감 역시 그렇게 끈적하게 달라붙어 쉬이 씻어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나는 파산했다.’

         

       우울감 역시 참으로 그러한 것이라.

       그리하여 사람은 그 우울감을 씻어내기 위하여 움직인다.

         

       그 방식이 참으로 과격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움직였다.

       이 몸을 지배하는 무력감과 우울함을 어떻게든 떨쳐버리기 위해서.

       아무리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희망 따위 보이지 않는 이 빌어먹을 인생에 작별을 고하기 위하여.

         

       그렇게 그는 한 빌딩으로 향했다.

         

       이름?

       모른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향했다.

         

       어디서 뛰어내린들 큰 상관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그는 발을 디뎠고, 기이할 정도로 그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을 지나서 위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옥상에 도착해 문을 열려고 하였을 때-

         

       [ 오, 이봐. 뭔가 고민이라도 있나? ]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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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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