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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1

       

        

        

        

        

        

        

       ───퍼억!

        

        

        

       “어우,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여, 역시 미국에서 하는 건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입김이 절로 나오는 한 자릿수대의 기온과 구름이 끼어 우중충한 하늘, 하지만 그것과는 완벽하게 대조되는 아름다운 창 밖의 풍경 – 다이스와 하모니를 포함한 스무 명의 인원들이 앞으로 2주일 가량 머물게 될 호텔의 창문이 이들을 가장 먼저 반겼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프로젝터가 뿜어내는 홀로그램, 그리고 이를 수용 가능한 대형 스크린이 존재하는 극장에 방문하여 의자에 누운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그 옆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LED 시계 – 아침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까지.

        

        마치 1인칭 영화, 혹은 FPS 게임처럼 보이기도 하는 광경. 그러나 그곳에 담긴 현장감은 여태까지 나왔던 게임이나 영화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전 세계의 시청자들 역시 동일한 생각이었는지 우측에 놓인 채팅방은 감속이 걸려있음에도 무지막지한 화력을 자랑했다.

        

        그래서 이게 무어냐 하니 – 미 국방부와 제휴를 맺은 이카루스가 송출하고 있는 스나이퍼 컴페티션 중계였다.

        

        

        생중계가 아닌, 중계였다.

        

        

        

       “그래서, 이게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차를 기준으로 하면…대략 2~3시간 전에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거라구요?”

        

       “그렇죠. 송출 내용 중에서 외부로 나가면 안 된다 싶은 내용은 검열하거나 잘라낸다네요. 지금은 그 편집본을 내보내는 거죠. 그래서 중계고.”

        

       “아하.”

        

        

        

        마지막 미션이 있기까지 불과 24시간 전, 이카루스라는 입을 빌려 나온 일종의…스트리밍 예고.

        

        요약하자면 간단한 내용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번 저격수 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에 미 국방부는 극히 이례적으로 마지막 미션이기도 한 요새 공략전을 보여줄 수 있는 만큼에 한해 송출하겠다고 하였고, 이것이 승인되었다는 것.

        

        워싱턴 D.C에 드글거리는 정치 괴물들은 이것이 공화당과 연이 깊은 국방부가 앞으로 여당이 될 민주당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행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 이면에도 무수한 이권이 얽히고 설켜있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국을 대표하여 나간 특수부대원들 간의 치열한 랭킹 싸움은 일종의…게임 경기와도 비슷했고, 바로 그 때문에라도 이면을 신경쓰는 사람이 없는 탓이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유진 씨는…작년에 파이널 챔피언십 우승을 했으니, 이번 년도에는 저기서 우승을 거머쥐려는 걸까요?”

        

       “번외 참가자라 아쉽게도 우승컵은 못 들겠지만, 비슷한 건 가지고 오겠죠, 뭐.”

        

        

        

        동아시아 예선전, 유럽 예선전, 북미 예선전, 남미 예선전, 아프리카 예선전 등등.

        

        당장 다음 주부터는 파이널 챔피언십 출전 인원을 뽑기 위해 수많은 나라에서 예선전이 벌어질 예정이었고, 적어도 게임에, 그리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인원들이 출전하는 다크 존 경기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잠재적 시청자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와중 각국에서 2명씩 뽑힌 – 어떻게 보면 자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최정예 특수부대 인원이 동일한 과정을 거쳐 선택된 타국의 특수부대와 대결한다는 사실. 순식간에 장안의 화제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뤄진 결과.

        

        일일이 세기도 힘든 숫자의 시청자들이 이번 요새 공략 미션 영상을 시청 중이란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유진과 로건 – 당연하겠지만, 이 둘이 정확히 어느 부대에 소속되어있는지에 대해선 세상이 뒤집혀도 알려지지 않을 예정이었다 – 의 1인칭 영상을 시청하던 이들은 말 그대로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와, 설마 진짜 쏘는 거예요? 나무가 막 퍽퍽 터져나가는데…?”

        

       “일부러 빗맞추는 거 아닐까요? 설마 진짜 노리고 쏘겠어요.”

        

        

        

        화면 너머로 보이는 유진. 그녀는 죽은 나무가 퍽퍽 터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탄환이 닿지 않는 계곡 인근에 몸을 숨겼고, 군장을 수풀 사이에 벗어던진 뒤 단말기에 뜬 미션을 확인했다.

        

        민감한 내용은 일부 검열을 먹었지만, 해당 영상을 시청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로건 팀이 받은 미션이 어떤 건지를 빠르게 알아차렸다.

        

        실탄을 가지고 하는 여러 발의 위협사격. 하지만 탄환 내부엔 스마트 미사일이 내포된 덕에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명을 맞추지 않을 것이었으나, 일정 시간이 넘어가면 마일즈 레이저가 유진 혹은 로건 한 쪽을 조사照射하여 최소 경상, 혹은 중상 판정을 띄우게 만들 것이었다.

        

        로건 조는 이를 시도하려는 휴머노이드 저격수를 저지해야만 했고. 

        

        요컨대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역저격 미션이었다.

        

        

        말 그대로 숨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에 박진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들은 없었다.

        

        

        

       -탄환 적중 지점이랑 나무 꺾인 각도 확인해!

        

       -서쪽에 있는 고지 쪽에서 날아왔어요. 크랙뱅 확인 결과 3초는 안 넘었으니 아무리 길어도 서로간 거리가 1km를 넘지는 않을 거예요.

        

       -빌어먹을, 축척 표시해둔 줄자가 어디 있더라….

        

        

        

        크랙뱅, 다르게 말하면 탄환이 적중한 시점 이후 들리는 소닉붐.

        

        최대 450m 가량에서만 감지할 수 있는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유진과 로건은 발현자였고,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진 소닉붐 사운드를 아슬아슬하게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로건은 유진이 보증한 2~3초라는 시간의 평균값인 2.5초에 340을 곱하여 나온 850m라는 결과값을 축척으로 바꾸어 줄자에 펜으로 마킹했고, 가슴팍에서 후다닥 지도를 꺼내든 뒤 가상의 선을 눈으로 그리고는 펜으로 적이 있을 만한 곳에 빗금을 그어 유진에게 보여주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순식간에 이뤄진 카운터-스나이핑 택틱 중 검열된 것은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일반인들은커녕 같은 특수부대원들조차 이 과정을 동일하게 따라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이 토해낼 반응은 정해져있었다.

        

        

        

       “…와, 진짜. 이런 말하면 고리타분한 거 아는데 진짜 멋있다.”

        

       “가끔 보면 저 둘은…저런 상황을 많이 겪어본 것 같단 말이죠. 저런 반응이 가능할 정도의 훈련은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건지 모르겠네. VR 기기 같은 걸로 했으려나….”

        

        

        

        그러는 사이에도 유진과 로건은 빠르게 거리를 벌렸고, 자리를 옮겼다.

        

        적을 더 잘 저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은엄폐가 잘 되는 지점을 찾기 위해서였으며, 이동하는 와중 보이는 상대 스나이퍼의 사격을 확인하여 더더욱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콰직. 이번에도 나무가 터졌고, 미미한 사격음은 그 이후에나 들려왔다. 하지만 인간 이상의 기감을 가진 것도 모자라 평정심마저 되찾은 두 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자리를 잡았다.

        

        몇 번의 크고 기계적인 호흡이 이어짐과 동시에 심장 박동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래서 체력소모를 실컷 시킨 다음 사격하는 훈련을 하는 거구나.”

        

       “…참 별의별 게 다 있네.”

        

        

        

        흥미진진한 눈으로 이를 바라보는 억 단위의 시청자와는 다르게, 유진과 로건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두 명은 TAC-50 저격총의 바이포드를 펴고는 몇 번이고 스코프로 주변을 훑었고, 그것도 모자라 레이저 거리측정기가 달린 쌍안경을 꺼내어 적이 있을 법한 위치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재었다. 850m. 유진이 예상한 어림값이자 로건이 계산한 결과값이었다.

        

        둘은 머잖아 태양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스코프 반사광을 목격했고, 휴머노이드 로봇 저격수 측면의 첨탑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속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두 명은 그것을 보자마자 풍속값과 풍향값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적 위치 확인. 풍속 9mps, 풍향 남서쪽에서 북동쪽. 좌에서 우로 부는 측풍이란 소리야.

        

       -습도 50%. 850m. 현재까지 소요한 시간 1분 23초…갑시다.

        

       -제로잉 끝. 첫 사격은 내가 먼저 한다. 혹시나 도망가기라도 하면 네가 축차로 사격해서 잡아.

        

       -물론이지요.

        

        

        

       ───피잉!

        

        

        

        그리고 사격이 시작된다.

        

        첫 발은 미스였으나 휴머노이드 저격수의 아래쪽에 떨어진 탓에 적은 도망가지 않았고, 저 멀리서 별도로 하강풍이 분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로건은 재장전을 이어가며 유진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인컴을 통해 들려오는 짤깍거리는 소리는 그녀가 상하 클릭을 조절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로부터 1초도 지나지 않았을 즈음, 로건이 차탄을 삽입하고 약실을 폐쇄할 즈음, 재차 폭음이 울렸다.

        

        그렇게 영원과 같은 적막이 흘렀고-

        

        

        

       -…왼쪽 어깨. 살짝 빗맞았어요. 저 자식 일어나려고 하는데…!

        

       -팔이 아주 그냥 너덜너덜하시구만. 어딜 도망가려고.

        

        

        

        그 즉시 로건은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콰직!

        

        

        

       -와우.

        

       -꽁무니를 빼고 도망가면 이렇게 되는 거지.

        

        

        

        기이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탄환이 막 일어서서 오른쪽으로 빠지려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허리를 정확하게 강타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는 광경. 로봇은 말 그대로 허리가 절단된 채 능선 건너편으로 굴러떨어졌다. 흡사 하늘에서 날아온 칼날이 휴머노이드를 두 동강 내버리고 건너편 절벽으로 밀어버린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걸 도대체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시청자들이 그리 생각하는 사이에도 화면 너머의 유진과 로건은 사이드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며 단말기가 얕게 진동하는 것을 보고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짤막한 말이 이어졌다.

        

        

        

       -후, 진짜…상황 종료. 다시 갈 길 갑시다.

        

       -이러니까 특수부대원들이 제 명에 못 살고 배기음만 들려도 놀라지, 망할.

        

        

        

        1인칭 캠에 담긴 급박한 1분 30초.

        

        어쩐지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특수부대원들의 노고와 고충을 알 것만도 같았다.

        

        

        

        

        

        

        

        

       “…귀가 간지럽네. 상어가 우리를 욕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거 그냥 슬슬 우리처럼 사이드 미션 받은 친구들이 교전 시작해서 그런 거예요.”

        

       “역시 그렇겠지?”

        

        

        

        한편, 조지아 주 국유림 어딘가.

        

        그로부터 두 시간 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어느 누군가들은 다시금 태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총소리가 들리네요. 소음기 때문에 먹먹하긴 한데.”

        

       “때가 됐지, 때가. 아직까지 미확인구역에 진입 못한 친구들은 없을 거고…뭐, 총소리 말고는 들릴 소리가 몇 개 없으니까 그런 것도 있긴 하겠지만.”

        

        

        

        요새 공략 작전이 시작된 지 31시간, 이튿날 오전 4시.

        

        요새까지 남은 거리 18km.

        

        해가 떴을 때와는 천지차이의 온도. 산기슭을 타고 부는 매서운 바람과 월광마저 가려진 하늘 아래, 16팀에서 11팀으로 줄어든 상황 속에서 길리슈트를 뒤집어쓴 로건과 나는 주변을 관찰하며 UI 위에 휴머노이드 순찰대의 위치를 마킹했다.

        

        완전히 불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곳곳에 인공적으로 난 도로, 혹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일정 간격으로 지나다니는 차량이 뿜어내는 헤드라이트는 어둠 속에서 그 무엇보다도 잘 보였다 – 거의 전부가 휴머노이드 순찰대였지만 때로는 훈련과 관련 없는 민간인 차량이기도 했다.

        

        4시간 가량 같은 자세로 차가운 흙바닥 위에 배를 깔고 주변을 관찰하고 있자니 슬슬 배가 시려웠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얍삽한 짓거리를 해대는 것은 실로 즐거웠으니까.

        

        이게 무슨 소린가 하니-

        

        

        

       “…C4 트랩은 무지 재밌었지요. 아마 저 건너편에 있는 친구들은 차가 왜 폭발했는지도 모를 거예요. 촘촘해진 방어선을 보면서 있는대로 짜증을 낼 것 같은데.”

        

       “그게 묘미지.”

        

        

        

        합법적인 선에서의 타 팀 견제.

        

        작게는 다른 방향에서 침투하는 타 팀의 근처에 있는 휴머노이드 순찰대에 사격을 가해 경계 경보를 높이거나, 은닉 초소에 사격을 가해 적 경계병을 좀 더 빠릿빠릿하게 만들어주거나, SAM 사이트에 사격을 가해 방공망 가동에 좀 더 박차를 가해주거나.

        

        앞에 나열한 두 방법이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모두의 머릿속에 금방금방 생각이 나겠지만, 마지막은 뭔가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기에 덧붙이-려고 했으나.

        

        

        

       ───피유웅!

        

        

        

       “장관이구만, 장관. 누가 또 정찰 드론 하나를 부숴먹었군.”

        

       “정보 공유가 안 되니 이런 상황이 많이 나오긴 하네요. 휴머노이드 순찰대가 들고 있는 PDA만 주워서 확인해봐도 될 텐데.”

        

       “뭐어, 그게 꼭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지.”

        

        

        

        어디선가 쏘아진 미사일 한 발, 그리고 어둠을 밝히는 화구.

        

        마치 불꽃놀이를 연상하게 만드는 광경. 하지만 저것이 모두가 생각하는 불꽃놀이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어딘가에서 쏘아진 지대공 미사일이 어둠 속을 무소음으로 부유 중이었던 중형 정찰 드론을 격추해버린 것이었다.

        

        오늘만 저 광경을 세 번은 본 것 같다. 허망하게 드론을 날려먹은 팀은 꽤나 아픈 페널티를 받겠지. 고장나 추락한 게 아니라 공중에서 산산조각난 것이었기에 파편을 회수할 필요가 없다는 건 그나마의 위안이 아닐까.

        

        아무튼 저게 가능한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이번 미션에선 평소엔 대기 상태에 돌입한 SAM 사이트, 즉 지대공 미사일 포대가 있었고, 이는 경계 단계가 격상하는 순간 작동하였다. 그리고 경계 경보는 아까도 얼핏 말했지만 순찰대나 초소를 제때 처리 못하면 발동했고.

        

        

        정찰 드론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애초에 대놓고 하늘을 떠다닌다는 건 레이더에도 색적될 수 있단 것이었다.

        

        잘 보이지도 않는 높은 하늘에서 적이 어딨는지를 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권능. 그게 견제받지 않으면 개나소나 전부 정찰 드론을 들고 다녔겠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2차 C4 트랩 폭발까지 3,2,1…붐.”

        

       “폭발 확인. 저 멀리서 불꽃이 보인다.”

        

        

        

        폭발음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대략 10km 가량 북쪽으로 떨어진 도로 어딘가에서 폭발이 일었다. 자그마한 불꽃이 어딘가에서 확인되었다.

        

        C4 트랩은 상당히 간단했다. 휴머노이드가 운전하는 차량 근방에 트랩을 만들어 숨겨놓은 뒤,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 이를 차량 하부에 부착한다. 방법은 꽤나 간단했다. 요는 어떻게든 하부에 폭약을 부착하면 되는 것이었고, 얇은 철사든 자석이든 끈끈이든 방법은 여러가지였으니.

        

        원격조종으로 어떻게 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어지기도 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선택한 것은 타이머. 5분에서 25분 사이의 시간을 랜덤으로 고른 뒤 타이머를 세팅하고, 시간이 다 되면 폭발하는 식이었다.

        

        최대한 폭발 파편이 튀지 않도록 하부에 폭탄을 설치했으니 파편이 튈 일은 거의 없을 거고, 차량을 탈취하는 건 불가능하기도 했거니와 차에 탑승한 휴머노이드는 색적 범위가 타 기체보다 넓었기에 참가자들이 차량에 가까이 접근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튼, 이 C4 트랩은 폭발한 곳으로부터 반경 1km 근방에 있는 모든 휴머노이드 패트롤의 네트워크-조인트를 까는 효과가 있었고, 다시 말해 폭발 지점 인근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난단 소리였다.

        

        어디서 폭발하는지는 잘 몰라도, 재수없게 그 근방을 지나가는 타 팀이 있다면 꽤나 고초를 겪게 되겠지 – 물론 타 팀이라고 해서 이런 비슷한 짓거리를 안 하는 건 아니었다. 결국 이번 미션은 말 그대로 적자생존 및 약육강식 그 자체였으니까.

        

        물론 이런 식으로 사방팔방에 엿을 먹이는 건 우리밖에 없긴 하겠지만.

        

        

        슬슬 움직일 시간이었다.

        

        

        

       “만약 현실이 아니라 VR이었으면 다른 친구들이 저흴 잡으려고 아주 죽일 듯이 쫓아왔겠죠?”

        

       “지금도 죽일 듯이 쫓아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업보를 좀 많이 쌓긴 했죠.”

        

        

        

        하늘은 어두컴컴했고, 수많은 별들이 백색으로 반짝거렸다.

        

        몸은 무거웠고 눈이 감겨왔지만, 공기만큼은 참 맑았다.

        

        

        마지막 미션 종료까지 37시간이 남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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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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