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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1

       *** ***

         

       호남태수 주책.

         

       주책은 해가 중천이 넘어서야 등청했다.

         

       “하아암…”

         

       그리 늦은 시간에 등청했음에도 주책은 하품을 입에 달고 있었으니, 각지에서 동정호를 찾아온 관직자나 명가의 인사들과 늦은 밤까지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소가포목점의 일이 중앙에 전해질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대비를 해 둬야지.’

         

       주책은 스스로에게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지만 사실 주책의 등청이 늦는 일은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었다.

         

       태수의 직위에 오른 뒤 일은 다 아랫사람에게 미루어 두고 동정호를 구경하는 김에 찾아온 관직자들이나 명가의 사람들과 인맥쌓기에 몰두한 결과였다.

         

       매일같이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음주가무를 즐기니 어찌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까.

         

       “끄응.”

         

       제 집무실의 자리에 앉은 주책은 쌓여 있는 보고서 중에 가장 위에 있는 것을 집어들었다. 여전히 숙취가 가시지 않는 탓인지 머리는 지끈거리고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으니 주책은 보고서를 덮었다.

         

       “여봐라!”

         

       “예! 태수 어르신!”

         

       “금일 올린 인가는 각 부에서 알아서 해결하라! 그리 전하도록!”

         

       “하오나…태수님의 인가가 필요한 사안들이 있을…”

         

       “시끄럽다! 내 중히 생각할 것이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

         

       생각은 무슨 또 낮잠이나 잘 생각이겠지.

         

       부관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보고서와 재가 서류를 들고 사라졌다. 주책은 부관이 나서자마자 침상에 드러누웠다.

         

       ‘슬슬 소가포목점에서 무언가 반응이 올 법도 한 데 말이야.’

         

       이미 손님 한 사람 받지 못한 지 며칠이다. 단순히 손님을 받지 못했을 뿐인가? 외부 출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니 지금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겠지.

         

       ‘흐흐, 며칠 더 애를 태운 다음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겠군.’

         

       손미옥이 엎드려 빌고 소연화를 품에 안는 상상을 하던 주책은 자연스럽게 감기는 눈꺼풀에 저항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 때였다.

         

       “태수! 태수님!”

         

       방금 나섰던 부관이 요란법석을 떨며 주책의 집무실에 들이닥쳤다.

         

       “끄응! 웬 소란이야!”

         

       “태수님 큰일났습니다! 어사! 순안감찰어사가…!”

         

       “뭐, 뭣!”

       

       주책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순안감찰어사! 지방관들의 사신!

         

       “말도 안 되는 소리! 감찰어사가 다녀간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어찌 또 감찰어사가 방문했단 말이냐!”

         

       “그, 그것이…소가포목점의 손님들 중에서 신분을 감춘 감찰어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뭐라고!?”

         

       주책은 경악했다.

         

       하필이면….암행을 하던 감찰어사가 소가포목점에 있었다고?

         

       “다, 당장 어사님을 뵈어야겠다!”

         

       황급히 관모를 눌러쓰며 소리친 주책. 그런 주책의 말에 답한 목소리는 관리의 것이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였다.

         

       “그럴 필요 없소. 내 이곳까지 왔으니 말이오.”

         

       “헉!”

         

       혼비백산해서 뒤를 돌아본 주책은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가늘게 좁혔다.

         

       “…이 무슨?”

         

       작은 체구의 혁기린이 팔짱을 낀 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책은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되물었다. 아니 어사가 여자라고? 여자인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작다고?

         

       정말 어사가 맞긴 한 것일까?

         

       주책의 머릿속에 의심이 깃들었다.

         

       애초에 상황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아무리 소가포목점이 사람을 여럿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고는 하나 하필 그 안에 암행어사가 들어 있었다니?

         

       그러나 그런 의심은 혁기린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수많은 명사와 관인들을 만나보았던 주책. 기도가 범상치 않은 자들에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주책이었지만 혁기린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주책은 온 몸이 짓눌리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어찌 작은 체구를 지닌 여인을 마주보았을 뿐인데 망망대해에서 태양을 마주보는 것과 같은 막막함이 느껴진단 말인가.

         

       “도찰원 소속 순안감찰어사. 금명월이오.”

         

       주책은 금명월이 중앙의 관직을 제수하거나 명가라 불리우는 이들이라도 지방의 인맥을 챙기고자 하는 아쉬운 이들과는 그야말로 격이 다른 진짜 중앙의 실세임을 직감했다.

         

       “명, 명월 어사님께서는 공사다망하신 중 어인 일로 이곳을 방문해주셨습니까?”

         

       “하? 정녕 몰라서 묻소? 본인은 그대가 사사로이 군과 관리를 부려 소가포목점의 소연화에게 청혼서를 보낸 그 자리에 있었소.”

         

       “그것은 오해가 있습니다. 관리의 손에 개인적인 청혼서를 들린 것은 사실이나…가야할 곳이 같기에 그저 작은 부탁을 한 것 뿐입니다…!”

       

       “그렇소? 그렇다면 청혼을 거절한 소가포목점에 손님 한 사람 드나들 수 없도록 관군으로 목을 죄였던 것 역시 본관의 오해란 말이오?”

         

       “소, 소가포목점에 큰 소란이 일어 그리 조치했을 뿐입니다. 군과 협력하여 그 인근의 치안을 관리하던 문파가 봉문하였으니 기강을 잡을 겸 취한 조치가 과했었나 봅니다.”

         

       “하. 말은 번드르르하게 잘 하는군. 뭐 좋소. 털어 보면 알 일이니.”

         

       주책은 혁기린의 싸늘한 대꾸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큰일이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올 관리가 얼마나 있겠냐만은 주책은 그런 핑계를 일삼는 관리들조차도 민망하여 입을 다물 먼지덩어리 그 자체였으니까.

         

       주책은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수십, 아니 수백에 이르는 정예 황군들이 관을 들쑤시며 휘하의 관리들을 문초하여 자신의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는 광경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

         

       “수사를 시작합니다!”

         

       “예.”

         

       그러나 주책은 우렁찬 장병들의 복명 대신 들려온 작은 대답에 다시 눈을 부릅떴다. 설마…황군을 대동하지 않은 어사인가?

         

       주책은 기운차게 움직이는 혁기린의 뒤를 따르는 자가 삿갓과 대검을 멘 이 한 사람인 것을 보고는 다시 희망의 불길을 피워냈다.

         

       “순안감찰어사께서 대동하신 인원은 저 한사람 뿐인가?”

         

       “제,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그렇군!

         

       주책은 부관의 보고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식 감찰이었다면 많게는 백이 넘는 인원이 동원되고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이 넘는 수행원이 동원된다.

         

       지방관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암행을 해야 하는 어사들이 왜 그리 대규모 인원을 몰고 다니는가.

         

       그 정도 인원이라면 아무리 분산시켜서 움직인다 할지라도 지방의 권력자들이 수상함을 느끼고도 남을 숫자가 아닌가.

         

       감찰어사들이라고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었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최소한 그 정도 인원은 있어야 제대로 수사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똥개도 제 집에서는 반을 먹고 들어간다는 소리가 있다.

         

       하물며 똥개도 그러한데 그 지방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관리들이라면 어떨까. 그 지방의 백성들이 볼 때에는 아무리 어사가 대단한 권한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그저 한때 지나가는 소낙비일 뿐이고 결국 매일 얼굴을 보는 이들은 지방관들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방관의 감찰에 지방관들이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으니 감찰어사들은 연고도 없는 적대적인 외지에서 지방관들의 죄와 그를 입증할 증거들을 수집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 과정이 소수의 수행원만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기에 어지간한 감찰어사들은 암행은 그냥 되면 좋은거고 아니면 말자고 생각하며 수십, 혹은 백이 넘는 이들을 몰고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에 동원되는 인원이 고작 둘이라?

         

       “어서 관원들에게 어사님께 적극 협조하라 이르거라! 수사에 동원되는 이들이 고작 ‘둘’에 불과하니 말이다. 알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부관은 주책의 의도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에 사라졌다. 그런 부관을 지켜보던 주책의 얼굴에 혁기린과 혁기린의 뒤를 따르던 무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그 자, 삿갓에 대검을 차고 있었으니 뇌검낭인이로군.’

         

       뇌검낭인 호천안의 정체를 간파해 낸 주책은 혁기린을 비웃었다. 혁기린은 분명 주책이 본 이들 중에서 가장 위엄 있고 고귀한 자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고귀한 자이고 어사라는 직함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고작해야 한 사람이다.

         

       태수는 지방관의 우두머리고 어사 입장에서는 가장 크고 어려운 상대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 상대에게 홀몸으로 달려들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나마 원군이라고 불러온 것이 관직의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무림인 한 사람이니 주책의 입장에서는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관리들도 감찰에 임하는 인원이 두 명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태수와 어사 어느 편에 줄을 서야 할지 확실히 알게 될 터.

         

       아무리 조사해도 나오는 것이 없을 테니 금명월 어사는 그저 분함을 삼키며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하하하하! 금명월 어사! 어디 뇌검낭인과 열심히 해보시구려! 뭐 그 자그마한 손에 얼마나 대단한 것을 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오!’

         

       그렇게 혁기린을 비웃으며 웃음을 터트린 주책.

         

       그러나 그런 주책이 착각한 점이 있었으니.

         

       그저 문외한이라고 여겨 무시했던 호천안이 정신나간 수완의 소유자이며 또한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기상천외한 방법을 짜내는 폭탄이라는 점이었다.

         

       *** ***

       

       나와 혁기린은 곧바로 관을 누비며 조사를 시작했다.

         

       “글쎄요. 태수님은 그저 평범하신 분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혹여나 평범하지 않은 증거가 나오게 된다면 참의께서도 화를 입으실 텐데 말입니다?”

         

       “허허. 제가 아는 바는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관리들이 그저 입을 싹 씻을 뿐이었으니까.

         

       뭐 역시 단 둘이서 조사를 하는 것이 우습게 보인 탓이겠지.

         

       “역시 지원 요청을 해야 할까요.”

         

       계속되는 탐문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자 혁기린이 그리 중얼거렸다.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놓죠.”

         

       사실 혁기린이 지금과 같이 적당한 위장 신분을 사용하는 대신 공주 신분으로 낙양에 “오라버니, 해줘” 해버리면 주책 같은 놈은 그냥 가루가 되어버리겠지.

         

       그러나 그렇게 일을 처리해 버리면 소연화에게 청혼을 한 주책은 처리할 수 있으나 호남의 관리들과 소가포목점 사이에는 원한이 생긴다.

         

       감히 중앙의 결정을 앙심을 품을 수는 없으니 사건의 발단이 된 소가포목점을 향해 원한의 화살을 돌리겠지.

         

       결국 태수의 자업자득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금이 간 관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소가포목점에게 원한의 화살을 돌리는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나 소가포목점에 인맥을 둔 금명월이라는 어사 혹은 소연화의 동료인 내가 나서 이 태수놈을 족친다면?

         

       미래의 태수나 호남의 관리들이 ‘아, 소가포목점을 건드리면 그 두 사람이 날아와 나를 가루로 만들어버리겠구나’ 라는 경각심을 가지게 될 일.

         

       그러니 나와 혁기린의 힘으로 주책의 모가지를 날려야 했다.

         

       “혹시 좋은 수가 있겠습니까?”

         

       “예. 뭐 늘 수야 있지요.”

         

       솔직히 말하겠다.

         

       관리들의 탐문은 빈말로도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주책이라는 놈의 하는 짓과 꼴을 봐라. 권력 남용으로 남의 여자를 빼앗으려고 드는 모양만 봐도 그냥 반으로 쪼개버리고 싶은데 정오가 넘었음에도 몸에서는 술 냄새를 풀풀 풍기고 집무실에는 그 흔한 재가 서류 하나 없었으며 그나마도 등청해서 자고 있었는지 관모조차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지네 태수가 저따위로 지내고 있는 걸 모르는 관리가 있을까?

         

       당연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그런데 그 태수 하는 꼬라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놈들이 입 꾹 닫고 오리발을 내민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최대한 깔끔하게 태수만 쳐낼 생각이었는데 관리놈들이 조사에 응하는 꼬라지를 보니 그냥 무차별 학살이 마려워졌다.

         

       “근데 꽤나 살벌하게 칼춤을 춰야 할 텐데 괜찮겠습니까?”

         

       “오.”

         

       내 물음에 혁기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히죽 웃었다.

         

       “그거 참 마음에 드는군요.”

         

       아무래도 혁기린도 어지간히 열이 받은 모양.

         

       “그래.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우선. 이곳 호남의 황군을 모아주십시오.”

         

       관리놈들은 감사를 하는 인원이 둘이기에 나와 혁기린을 우습게 보았다.

         

       그렇다면.

         

       어디 몇 명을 끌고 가야 그 면상들이 희게 질릴지 확인해 봐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또 너야 호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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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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