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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1

    <531 – 졸업챕터를 혼자 깨는 법>

     

    제국의 어둠은 암흑마나 따위보다 훨씬 음험하고 잔인하다.

    세계 모든 국가를 착취하여 얻어낸 곡물로 신물가챠를 벌이는 황제야말로 삼대거악의 일원이었던 혁명가의 진정한 적이지만 황태자의 어둠도 만만치 않았다.

     

    “보는 것이 죄가 된다면 기꺼이 이 두 눈을 황태자전하의 미래를 위해 바치겠다!!”

     

    마력을 일으켜 자신의 의지로 제 눈과 이어지는 핏줄을 터뜨려버린 고관.

    뜻밖의 행동에 책을 든 나는 머쓱하게 다시 페이지를 닫아야만 했다…

     

    “페이즈 강제스킵이라니, 너무해…!”

     

    피눈물을 쏟는 고관의 행동에 시녀장 카타리나와 즈앙이 거의 동시에 반응했다.

     

    “황녀전하, 고개를 돌리십시오!”

    “오크노디! 눈!”

     

    남은 인생 전체를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는 그릇된 충심.

    고관의 마법이 <정신제압의 서의 사본 7번>에 펼쳐졌다.

    그 마법의 종류는 <형상복구>.

     

    “헉! 사본도 원래는 원본이랑 똑같이 만들었구나!”

     

    하나의 사본을 자르고 편집하여 가공하는 과정에서 약화 되었던 성능이 실시간으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다.

     

    [고관의 복원마법이 <정신제압의 서의 사본 7번>을 온전한 사본으로 되돌리기 시작합니다.]

    [사본의 위험도가 실시간으로 상승합니다.]

    [요구 정신력 상승(15)]

    [요구 저주내성 상승(7)]

    [요구 마나제어술 상승(9)]

    [이성판정에 환각내성이 추가됩니다.]

    [이성판정에 마비내성이 추가됩니다.]

    [이성판정에 자살충동저항이 추가됩니다.]

     

    페이지가 제멋대로 펼쳐지며 허공으로 떠오른 사본이 사방팔방으로 불길한 기운을 발산했다.

    눈을 감으면 책을 직접 바라보지 않아서 데미지는 덜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 파동이 금기연구소 내의 모든 사람들을 덮칠 것이다.

    제물인간들은 압축기에 갈리지 않아도 즉사할 것이고 즈앙과 티토소가, 시녀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

     

    ‘여기선 절대로 눈을 감으면 안 돼!’

     

    [당신은 <정신제압의 서의 사본(복원 중)>의 정신지배파동의 확산을 모조리 자신에게 끌어들였습니다.]

    [자살충동저항에 필요한 종합기능 요구치 – 999]

     

    (×0.1 보정리스트)

    [상황파악(199) 기능에 의한 순간판단보너스 19.9%]

    [사고력(194) 기능에 의한 전투지능보너스 19.4%]

    [집중력(265) 기능에 의한 정신집중보너스 26.5%]

     

    (×0.2 보정리스트)

    [따돌리기(215) 기능에 의한 정신보호보너스 43%]

    [마나호흡(145) 기능에 의한 자기통제보너스 29%]

    [평정심(15) 기능에 의한 강제평화보너스 3%]

     

    [총 요구치 경감 보너스 140.8%]

    [술자의 폭주에 의한 위력가산 보너스 -58%]

    [최종변동치 82.8%]

    [요구 정신력 기능치 172]

     

    [정신력 기능이 172 이상입니다.]

    [정신제압의 파동은 당신을 자살시키지 못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즉사패턴>의 필살기를 발동하는 억까의 서!

    상대하기도 무서운 기능이지만 나는 책에서 고개를 뗄 수도, 집중을 풀 수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파장을 놓쳤다가는 자살파동이 이 자리에 있는 시녀들과 시녀장 카타리나, 즈앙과 티토소가를 자살시키기 때문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제격이다.

    가짜최종보스인 황태자 파케 히우그마그의 충신은 고인물인 나를 꼼짝 못 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억까패턴을 발휘했다.

     

    “오크노디, 그거 당장 멈춰.”

    “그거라니, 뭘?”

    “몰라서 물어? 너 혼자 그걸 다 감당하면 정신에 가해지는 데미지가 더 커지잖아.”

    “알면서 뭘 물어봤어? 당연히 풀어줄 리가 없지. 뉴비들은 소중해. 이런 위험한 건 고인물이 어떻게든 알아서 하는 거야!”

     

    뉴비를 아끼는 나, 너무 대견해!

    동시에 함께 온 사람이 베프인 즈앙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안면식도 없고 호감도도 적은 npc들이라면 기능판정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서 역으로 기능치를 모두에게 분담하거나 특정인물에게 판정치를 몰아주는 악성향 플레이도 엄연히 공략에 있단 말이지.

    솔직히 몇 번은 배드엔딩 수집을 위해서 그런 짓을 저지른 적도 있었고!

    하지만 11살 133cm의 오크노디 컨셉플레이에 그런 사악한 짓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런 사악하고 못된 짓은 하지 않을 거다.

     

    “으아아아! 정신제압의 서여, 나의 피와 살을 내어주리니 그 저주에 힘을 더하여라!!”

     

    [제물공양의 의식으로 위력가산 보너스 수치가 변동합니다.]

     

    [총 요구치 경감 보너스 140.8%]

    [술자의 폭주에 의한 위력가산 보너스 -62%]

    [최종변동치 77.8%]

    [요구 정신력 기능치 221]

     

    [정신력 기능이 221 이하입니다.(221>200)]

    [정신제압의 파동이 당신을 자살시킵니다.]

     

    헉!

    저런 비겁한 치트키를 쓰다니, 너무해!

    하지만 치트키는 나도 가지고 있다.

     

    [마나제어술을 사용하여 신체 일부에 정신력을 몰아서 발동합니다.]

    [오른팔의 사용이 자유로워집니다.]

     

    오른손 안쪽의 소매에 넣어두었던 주사기를 꺼내서는 단숨에 팔뚝에 꽂았다.

     

    [정신보호의 물약을 복용합니다.]

    [정신력이 일시적으로 50 상승합니다.]

     

    [정신력 기능이 221 이상입니다.]

    [정신제압의 파동은 당신을 자살시키지 못했습니다.]

     

    될락 말락 아슬아슬하게 연기하며 상대의 신체를 제물공양으로 자멸시키는 가짜사망판정 테크닉!

    제물공양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피와 살을 제물로 바친 고관이 원통함의 감정을 실어 피가 철철 흐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도 <마나감지>를 통해 내가 지닌 마나를 노려보고 있다.

     

    “오크노디!”

    “걱정 마. 주사기는 아직 3개나 더 있어!”

    “그 주사가 문제잖아! 지금 뭘 주입한 거야?”

    “비밀이야!”

     

    고학년이 되면 등장하는 생산학부 선배가 정신력을 증가시킬 때 사용하는 비약이라 그만큼 효과가 쏠쏠했다.

    재료는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일동과 <암흑상회>의 일꾼들, <지고쿠해적단>의 허접해적들과 황궁창고에서 조금씩 모아다가 만들었다.

    수많은 조직의 합작으로 게임에서보다 2년 빠르게 만들어낸 치트키!

     

    “네년만 아니면, 네년만 아니었으면 나는… 우오오오오. 용서할 수 없다, 4황녀 오크노디.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널 파멸시키기 위해서라면 이제는 영혼마저도 제물로 바치겠다!!”

     

    [제물공양의 의식으로 위력가산 보너스 수치가 변동합니다.]

     

    간신히 밀어낸 자살충동의 파동이 고관의 영혼을 집어삼키며 더욱 살벌한 기세로 피격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파동을 발산했다.

    즈앙이 이를 악물고 내게 다가오려 시도했지만 주변에 올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신판정의 압력을 못 이기고 뒷걸음질 쳤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 준비는 만전이니까!

     

    [총 요구치 경감 보너스 140.8%]

    [술자의 폭주에 의한 위력가산 보너스 -75%]

    [최종변동치 65.8%]

    [요구 정신력 기능치 341]

     

    [정신보호의 물약을 복용합니다.]

    [정신력이 일시적으로 50 상승합니다.]

    [정신보호의 물약을 복용합니다.]

    [정신력이 일시적으로 50 상승합니다.]

    [정신보호의 물약을 복용합니다.]

    [정신력이 일시적으로 50 상승합니다.]

     

    [정신력 기능이 341 이상입니다.(400)]

    [정신제압의 파동은 당신을 자살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성가신 치트키를 당해도 고인물의 준비성이 한 수 앞섰기에 정신력이 50 넘게 여유를 남긴 채로 이길 수 있다는 말씀!

    승리의 브이를 만들며 즈앙과 티토소가에게 자랑하려다가 멈칫했다.

     

    이거, 조금 문제가 생겼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 해병>이라면 제자리에서도 <사자후> 기능으로 고함을 내질러 책의 파동을 압도하고 책을 지면에 떨어뜨려 덮을 수 있다.

    근데 133cm응애노디의 몸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견적이 나오지가 않는다.

     

    “이야아아압!”

    “으야아아압!”

    “닫혀라아아!”

     

    열심히 외쳐도 돌아오는 것은 복용 후 시간이 경과하며 서서히 정신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초 단위로 갱신되는 살벌한 알림창뿐.

     

    [당신의 원래 정신력에 비해 현재 정신력 수치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정신력이 빠르게 감소합니다.]

    [당신의 정신력이 가혹한 시련에 의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소모되고 있습니다.]

    [당신의 정신력이 <정신제압의 서의 사본>에 서서히 압도되고 있습니다.]

     

    윽. 어쩔 수 없나?

     

    “티토, 즈앙!”

    “힝잉잉! 오크노디이이…!”

    “너, 괜찮은 거야?!”

     

    즈앙과 티토소가가 친구들을 위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치면서 죽어가는 동료를 보듯이 굉장히 서럽고 절박한 얼굴을 했다.

     

    “미안. 아무래도 너희까지 봐주면서 싸우긴 어려울 것 같아. 조금 아프게 내보낼 거야!”

    “내보내다니, 너 설마! 그러지 마. 만일 우릴 내보내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눈치가 빠른 즈앙이 경악하며 힘을 끌어올리려 들었지만, 아직 정신력에 여유가 남아있던 내가 한발 빨리 마나를 사출했다.

     

    ━━━

    4위계 바람마법 – 거스트 윈드

    발현술식 – [바람][격발][돌파][강타]

    ━━━

     

    “웃기지 마, 너만 두고 갈 것 같…?!”

    “헤헹. 즈앙의 이동기는 전부 꿰뚫어 봤지. 도망치지 못하게 공간 전체를 범위로 삼아서 시전했어!”

    “오크노디이이!”

     

    금기연구소의 문이 강제로 열리며 티토소가와 즈앙, 시녀들을 강제로 연구소 밖까지 날렸다.

     

    쾅!

     

    다시금 닫힌 문에 잠금술식을 사용해서 출입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한시름 놓았다.

     

    “카타리나 언니는 안 나가요?”

    “여기서 오크노디 님이 죽거든 저 또한 이사장님에게 살해당할 겁니다.”

    “와! 저 그거 알아요. 일, 일… 일련탁란인가?”

    “일련탁생입니다. 이승에서 죽어도 극락에서 연꽃으로 함께 환생하듯이 운명을 함께 한다는 감동적인 격언을 남의 둥지를 훔쳐 멋대로 애를 떠넘기는 문란한 탁란에 빗대시면 곤란합니다.”

    “으으. 이런 때에까지 혼나고 싶지 않거든요?! 저, 이제부터 파동을 분산시킬 건데 즉사 안 당하실 자신은 있어요?”

    “방금까지는 저도 시녀들을 지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을 뿐입니다.”

     

    본인이 저렇게 호언장담하니 믿어드려야겠지?

     

    [자살파동의 강제수렴을 해제합니다.]

    [기능판정의 난이도가 하강합니다.]

     

    [당신의 정신력이 안정적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시녀장 카타리나가 자살파장을 가볍게 뿌리칩니다.]

     

    역시 최중요시설인 황궁에 잠입할 정도의 실력자.

    재단의 집에서 보았던 메이드장 못지않은 대단한 기세로 자살충동을 이겨내셨다.

    조나보단 못해도 엔간한 교수들에 비견되는 정신적인 강함이 느껴졌다.

    즈앙이랑 티토소가가 들어올 때는 정말 많이 봐주셨었나 보다.

    친구들인 걸 알아서 재회를 허락했구나!

     

    “몸은 괜찮으십니까?”

    “일단은요! 근데 2페이즈 오니까 준비하세요!”

    “2페이즈…?”

     

    카타리나 언니의 시선이 굳었다.

    캡슐에 안치되어 있다가 방금 막 강제로 깨어났던 영웅의 시체들.

    그들의 육신에 어려있던 희미한 영웅의 의지가 방금 막 분산된 <자살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살해되면서 생기는 영혼의 귀곡성을 느꼈나 보다.

    이제 저 몸은 진정한 의미로 주인 없는 그릇.

    캡슐에서 주입된 양분이 텅 빈 그릇에 더해지며 강제로 인격이 형성됐다.

    <호문쿨루스>나 <제물공양>만큼이나 위험한 금기로 여겨지는 <인공영혼> 생산지식까지 결합된 금기종합세트의 결과물이다.

     

    “화황태태자자전하하에게 추추충서성을.”

    “태태자자자저전하하의 저저적에게게 죽죽음을.”

     

    황태자가 부려먹으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영웅급의 강함은 지녔으면서 성가신 영웅의 정신은 지니지 않은 편리한 도구의 인격의 탄생이다.

    금기연구소 2페이즈, <가짜영웅> 99마리가 순식간에 적으로 등장하는 황제토벌루트 4학년 졸업챕터다운 강력한 이벤트!

     

    “거짓된 육신에 죽음을 고하리.”

    “나의 영육을 더럽히는 일을 허락지 않겠다.”

     

    숭고한 정신을 지닌 용사급 강자들은 영혼이 파괴되기 전에 각자의 의지로 신체를 터뜨려 자결했지만 그러지 못한 그릇만 세어도 도합 65개체.

    하나하나가 교사급의 잠재력을 지닌 영웅들이 떼 지어 등장했다.

    본래라면 수많은 동료를 아카데미에서 사귀고 졸업이벤트에 데려올 정도로 호감도를 올린 뒤에 다 함께 토벌을 와야 했을 이벤트!

    하지만 고인물에게는 그 많은 동료가 없어도 이기는 방법이 있다.

     

    “그럼 이젠 내 차례야!”

     

    고관은 눈을 터뜨려 면역효과를 얻었으나 가짜인격이 정착한 영웅의 육신은 그럴 수 없다.

    [981기 2년차 공략집]을 다시 펼치는 순간, 그 많은 가짜 영웅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즈앙피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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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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