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32

        

         

         

       그리고 이 남자를 시작으로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였다.

         

       한밤중 빌딩에 몰래 침입한 외부인들이 후두부에 상처를 입은 채 빌딩 밖에 버려지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그렇게 상처 입은 사람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마치 도수 높은 술을 미친 듯이 퍼마시며 필름이 끊기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러한 일들이 계속 반복되자 사람들은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을.

         

       ‘치료비도 간신히 내거나 못 낼 사람들인데?’

         

       첫 번째.

       후두부에 상처를 입고 건물 앞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난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난하지 않았다가 가난해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자금 사정은 한껏 쪼들려 있었고, 보험도 끊긴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하게도 입원은 꿈도 꾸지 못했고, 그냥 상처만 꿰매고 돌아가거나 그냥 퇴원 후 알아서 마취한 뒤 다른 사람에게 꿰매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 사람들은 빌딩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빌딩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과 친분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빌딩 안에 있는 회사가 새롭게 일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있는 사람도 잘라야 할 판인데 새로 뽑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조합한다면 이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빌딩에 발을 디딘 것인지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투신.

         

       빌딩에서 몸을 던지려고 찾아온 이들이었다.

         

       월 스트리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의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고, 건물 가격을 낮추고 있는 바로 그들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죽지 않았다.

       그냥 후두부에 상처만 입고 버려졌을 뿐이다.

         

       즉, 그 말은 그들이 죽지 않았다는 말이었으며-

         

       “하하하하하! 이거 정말 훌륭하군!”

         

       박진성이 루카스가 의뢰한 것을 훌륭하게 지켰다는 말이기도 했다.

         

       “훌륭해! 빌딩값 낮추려는 개자식들을 이렇게 막아주다니! 좋아, 아주 좋아!”

         

       루카스는 박진성을 찾아와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기쁨을 담은 손뼉을 쳐주었으며, 아메리칸 특유의 과장 섞인 말투와 몸짓으로 진성을 한껏 띄워주었다.

         

       “빌딩에 수호천사를 불렀다고 했나? 오, 아주 좋아. 말 그대로 수호천사, 빌딩을 수호하고 나의 재산을 수호하는 수호천사가 따로 없군!”

         

       “하하. 재산을 수호하지는 않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군요.”

         

       “오, 그렇지! 빌딩이 곧 나의 재산이니, 빌딩을 지키는 게 나의 재산을 지키는 거랑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게다가 자비롭기도 하지. 역시 천사가 괜히 천사가 아니야. 수호 악마를 불렀으면 저놈들이 다른 데서 죽었을 거로 생각하면 그건 좀 아쉽기는 하지만…. 하, 그래도 수호천사가 저 빌어먹을 놈들의 뒤통수를 한 대씩 친 걸로 만족해야겠지!”

         

       루카스는 그렇게 말하다가 진성에게 은근히 물어보았다.

         

       “…그래, 말 나온 김에 묻겠는데. 혹시 수호 악마 같은 것도 부를 수 있나?”

         

       “가능합니다.”

         

       “그걸 부르면 정말 내가 말한 대로 저 작자들을 내 빌딩에서 내보내는 것과 동시에,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할 수도 있고?”

         

       “그것 역시 가능하지요.”

         

       “오, 아주 끔찍한 일이군. 신실하고 도덕적인 나로서는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이야.”

         

       루카스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머리는 팽팽 돌아가고 있었고, 혹시 수호 악마를 추가로 소환하게 하는 게 어떤가 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방긋 웃고 있는 박진성의 얼굴을 보니, 수호 악마를 소환해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니지. 굳이 지출을 늘릴 필요는 없지. 그것도 ‘악마’같은 꺼림칙한 것을 부르는 것에 쓰이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루카스가 보기에 박진성의 미소가 큰 돈벌이를 기대하는 장사꾼의 그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장사꾼에게 큰 벌이라는 것은 곧 이문을 많이 남긴다는 것이요.

       그 말은 그 이문 속에 자신이 손해를 볼만한 여지가 많이 있다는 것과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등쳐먹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당장 루카스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등쳐먹고 속이면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보의 비대칭.

       정보가 많으면 정보가 적은 이를 손쉽게 속이고, 재산을 빼앗을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주술’에 한해서는 루카스는 한없이 약자였다.

       눈앞의 존재는 주술사였고, 루카스는 주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또 다른 의뢰를 맡긴다고?

       일이 잘 돌아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글쎄….

       현명한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어쨌든 수호천사가 내 빌딩을 수호해주고 있다니 참 좋은 일이야. 그리고, 그 효과가 눈에 바로 보이니 더더욱 좋고. 본래 이익이라는 것은 눈에 확 보이고 체감이 확 되어야 하는 법이지. 그런 면에서 진성 팍의 주술은 아주, 아주 훌륭해. 돈을 굴리는 사람들이 정말로 좋아할 법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가 있어.”

         

       루카스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접은 뒤, 진성을 한껏 칭찬했다.

       마치 자신이 조금 전 떠올린 생각을 숨기려는 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의뢰한 다른 것들 역시 잘 진행되고 있겠다-라는 믿음이 생기는군. 저주가 걸린 것 같은 빌딩의 상황을 해결해주고, 자네가 만든 그 우상이 훌륭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그런 믿음이 말이야. 하하하하.”

         

       루카스는 그렇게 말하곤 잠깐 말을 멈추었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층을 둘러보았다.

         

       진성이 머무르고 있는 층을 말이다.

         

       비어있는 층에는 그가 진성을 위해서 주문해놓은 가구들과 음식들이 있었고, TV나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도 있었다. 거기에다가 태블릿PC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이라 할 법했다.

       물론 장식 같은 것이 없어서 휑하기는 했지만-

       그것 정도야 멋진 야경과 훌륭한 가구들로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성은 이곳에서, 이 훌륭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지냈음이 틀림이 없었다.

       적어도 루카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말이야. 의뢰할 때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좀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어. 못해도 분기 단위로 기다려야 할 거라고 봤단 말이야. 하지만 허, 이건 나의 오산이었지. 그것도 아주 기쁜 오산이었다고 할 수 있겠군.”

         

       한 사람이 머물기에는 과분할 정도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기쁜 오산은 나의 아메리칸으로써의 본능을 일깨워주기도 했어. 이봐 진성 팍, 아메리칸은 말이야. 개척 정신, 뉴 프런티어(New Frontier)가 유전자에 각인된 사람들이라네. 정신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꼼꼼하게 숫자 들여다보고 질서정연하게 맞추려는 독일 놈들과도 다르고, 이것저것 재다가 망해버리는 프랑스 놈들과도 달라. 미국이란 나라는 개척을 하면서 뻗어나갔고, 과감하게, 남자답게 행동하는 것이 미덕이라 이 말이지.”

         

       그래.

       한 사람이 오랫동안 머물기에는, 쓰임새가 너무 많은 공간이다.

         

       “어쩌면 한국인인 자네와 비슷할지도 모르겠군. 팔리팔리-흠, 발음이 어렵군. 뽤리뽤리. 그래, 빨리빨리- 한국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그 말처럼, 우리 역시 과감함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그렇기에 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네. 과감하게, 그래, 과감하게 말이야.”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이다.

         

       진성이 이곳에 머무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주술의 효과가 뛰어나며, 잘 적용되었다는 것을 안 지금에도 문제가 없을까?

       글쎄….

       이 비어있는 층에 입주시키면 돈이 얼마나 벌릴지 모르는데?

         

       “진성 팍. 나는 자네에게 충분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네. 그리고, 결과에도 믿음을 갖게 되었지. 그래, 자네가 이곳에 더 머무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야.”

         

       그렇기에 루카스는 진성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박진성 혼자서 이곳에 머무르기에는, 이 층의 가치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거 아주 다행이로군요. 뭔가 중요한 것을 말하려고 하시기에, 저는 뭔가 문제라도 생긴 줄 알았습니다.”

         

       “오, 그럴 리가. 자네는 아주 뛰어나네. 정말로 뛰어난 주술사야! 이토록 강렬하고 확실하게 의뢰를 마무리해준 주술사는 찾기 힘들 거야.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뒤져봐도 말이야!”

         

       진성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그래.

       정말로, 엄청난 실력이었다.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술 불모지로 유명한 한국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

       …그게 문제였다.

         

       ‘주술 실력이 너무 뛰어나.’

         

       실력이 뛰어나다?

       그럴 수 있다.

       세상에는 천재라는 족속들이 존재했으니까.

       특히 미국에서는, 이 천재라는 족속들이 튀어나와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일이 많은 편이었기에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력이 뛰어나다.’라는 말 앞에 ‘어린 나이인데도’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어떨까?

       나이가 어린데도 뛰어난 실력.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어린 천재라?

         

       여기서 끝난다면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으련만.

         

       그 천재가 자란 나라가 교육 환경이 박살이 난 곳이라면?

       제대로 된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자료조차 구하기 힘든 곳이라면?

       두각을 드러낸 분야가 0에서 시작해도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자료가 없으면 아예 성장할 수도 없는 분야- 그중에서도 어마어마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주술’이라는 분야라면?

         

       당연히.

       수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