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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3

       

        

        

        

        

        

        

        

        

        

        

        

       “한국으로 돌아가면 제출해야만 할 보고서랑 제안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오며 겪었던 모든 일들이 미래에 쓰여질 저격 교범의 주춧돌이 될 거다. 마음 단단하게 먹고…이번 미션만이라도 잘 끝내보자고.”

        

        

        

        차타후치-오코니 국유림 어딘가, 오후 5시, 날씨 맑음.

        

        유진 조가 있는 위치에서부터 대략 3km 가량 떨어진 북쪽, 버려진 감시탑 안. 대형 철제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만든 공간 위에 두 명의 인원 – 한국에서부터 온 UDT 소속 유현호 상사와 정해일 중사가 AXMC .338 라푸아 매그넘 사용 버전 총기 두 정을 바깥에 겨누고 있었다.

        

        끝도 없는 기동으로 인해 군화 및 옷에 달라붙은 진흙과 빗물이 서서히 말라가는 사이, 이 두 명은 미션 시작으로 인해 생겨난 긴장으로도 어떻게 막아내기 힘든 수마와 피로가 눈꺼풀에 달라붙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길조차 없는 산악을 몇 번씩 극복하고, 양말을 십수 번씩 갈아신으며, 그마저도 모자라 나중에는 군화 신발 밑창에 피가 잔뜩 스며들 정도로 걷고 걸어 도착한 이 자리.

        

        하지만 이 두 명이 엎드려있는 지점은 끈기와 노력 뿐만이 아니라 철저한 개인의 실력 덕분에 올 수 있는 자리였고, 그렇게 어렵게 도달한 만큼 이 두 명은 졸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서로 대화하고 신경자극제 알약을 물도 없이 이빨로 씹어 으깨며 졸음을 쫓아냈다.

        

        

        10분이라는 카운트다운이 막 시작됐지만 사격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혹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감적수 역할을 맡은 유현호 상사가 휴머노이드 로봇 정찰대 및 기동타격대, 소규모 전진기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불러주는 동안, 정해일 중사는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사수가 불러주는 목표의 위치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하지만, 그는 한편으론 이번 미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IFF 및 단말기에 따르면, 우리가 있는 작전구역 A에서 살아남은 조는 총 일곱. 다르게 말하면 1km 가량 떨어져있는 해당 요새를 중심으로 7각형이 형성되어있다는 소리겠지.’

        

        

        

        한 저격조의 사격 가능 구역 및 작전반경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HQ가 미션을 조정한 결과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건너편 어딘가에서는 다른 저격조가 각자 맡은 바를 행하고 있을 확률이 높단 소리. 다행인지 불행인지 UDT는 직접적인 침투가 아니라 외부에서의 최대한 적 세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두 명은 이곳에서 여유롭게 한 명씩 적을 사냥하리란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진즉 단정을 내린 상태였다.

        

        

        HQ에서 전송된 데이터는 이에 쐐기를 박았다.

        

        

        

       ‘…남쪽에서 침투한 아군은 북쪽에 위치한 탈출 지역으로 향한다.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는 북쪽이니, 남쪽에서 일이 잘 해결되어도 이쪽에서 제대로 끝마무리를 하지 못하면 말짱 꽝일 터.’

        

        

        

        게다가 극도로 엄격한 개별평가가 이뤄질 터였으니, 이쪽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미션이 끝난 이후 점수가 왕창 깎여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탈출로를 확보를 돕는 것만이 저격지원조의 모든 역할일 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스나이퍼 컴페티션에 참여한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몇 번이고 고심하여 설계된 듯한 미션들의 존재를 고려해본다면…아마 적 병력 추가 증원은 당연히 있을 확률이 높겠지.

        

        라푸아 매그넘 탄환 탄통을 군장 안에 어떻게든 구겨넣고 오긴 했지만, 만약 탄환이 다 떨어진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참사가 발생할 터였다.

        

        

        그런 생각을 끝으로, 이들은 마킹해둔 적의 위치를 일일이 검산한 다음 숨을 깊게 내뱉었다.

        

        

        

       “…지금 하긴 좀 이상한 말이지만, 진짜 어떻게 이렇게 현실적인 미션을 구현했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잘 기억해둬라, 해일아. 이렇게 체계적으로 미션을 디자인하고, 실제로 참가자들이 이걸 수행했을 때 아무 문제 없이 아귀가 딱딱 들어맞게 하는 건…사전지식이 아무리 충분해도 불가능한 일이야. 이런 걸 수십 번, 수백 번씩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수정했단 거지.”

        

       “꼭 이 정도로 방대하지 않아도, 이런 형태의 실전적인 훈련은 본국에서도 반드시…아무리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저희 둘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글쎄다.”

        

        

        

        비록 1일차, 2일차, 3일차에 있었던 미션 영상이 편집되어 한국에 전송되었고, 이번 미션 내용 역시 얼마 후엔 한국에 무사히 도달하겠지만…과연 우리만큼 이러한 실전적 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사람들이 있을까 – 이들의 머릿속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스포팅 스코프를 연신 들여다보던 유현호 상사의 속마음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현실적인 훈련을 시행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하는 게 현실의 벽이라.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 – 하지만 그 순간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상어를 닮은 여인의 모습이 그의 정신을 깨웠다.

        

        어쩌면 될지도 모르지. 근래 미국은 기이하게 여겨질 정도로 한국을 도와주는 모양새였으니.

        

        그는 그리 생각하며 가장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은닉 초소와 그 안의 저격수와 감적수 로봇 두 기를 확인했고, 이를 UI에 표기한 뒤 저격총을 어깨에 견착시켰다.

        

        

        깨진 유리창을, 그리고 계곡을 가로질러 두 발의 탄환이 동시에 허공을 날았다.

        

        800m 떨어진 건너편 산기슭의 소형 건물 안에서 주변을 감시하던 두 휴머노이드 로봇의 머리, 그리고 상체가 박살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중, 적중. 감시초소 무력화.”

        

       “저격 터렛이 있었다면 좀 더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린 벽돌만한 배터리랑 벽돌 두 개만한 연산장치, 그리고 벽돌만한 크기로 돌돌 만 연결 케이블 여러 개를 군장 안에 억지로 구겨박아야만 했겠지.”

        

       “….”

        

        

        

        당연하지만 군장 안에는 그것을 제외하고도 들어가야만 할 필수 품목들이 넘쳐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목표 색적 및 결정은 그리 빡빡한 타임 테이블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이는 저격수보다 감적수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함을 의미했다 – 다르게 말하자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여야 하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죽여야 하는가’였다.

        

        숨막히는 정적과 함께 스포팅 스코프가 계속해서 움직인다. 20초라는 길지만 짧은 시간이 흐른 뒤 감적수는 누구를 죽여야만 하는지를 부르고, 때로는 감적수 역시 가세하여 사격을 가한다. 이는 물흐르듯 자연스럽다기보단 어찌저찌 돌아가는 형세와 좀 더 닮아있었다.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훈련용 SAM을 조작하는 로봇들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기지 주변 감시용 타워에 있는 이들이었다. 다행이게도 초소엔 유리창이 없어 깨지는 소리로 인해 들킬 염려는 없었다.

        

        이것이 맞는 것인지, 들키지는 않았는지, 이보다 더 효율적이고 올바른 방법이 있는지…하지만 실제 작전은, 그리고 한계까지 실전을 닮은 이 훈련은 결코 그에 대답해주지 않는다.

        

        훈련 중에는 그토록 무서웠던 교관들이 정답에 가까운 해답을 알려주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아무도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혹은 잘못된 것인지를 대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왔나.”

        

        

        

        스텔스 형상으로 설계하더라도 결코 완전히 가릴 수 없는 로터 소음.

        

        그것이 계곡 사이에서부터 조금씩 퍼져나간다. 어느덧 남은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고, 깨진 유리창 너머로 남쪽에서부터 아주 약간씩 커져가는 두 개의 점이 두 명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HQ로부터의 메시지.

        

        

        

       -[알림 : 북쪽에서부터 적 증원 병력을 확인.]

        

        

        

        당연하겠지만, 북쪽은 아군의 침투 루트가 아니었다.

        

        이제부터 시작될 남쪽의 소란과 별개로, HQ는 북쪽 방면에 투입된 참가자들이 남쪽이 바쁜 틈을 타 편안하게 적들을 사냥하는 꼴을 절대로 놔두지 않을 예정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10분의 카운트다운이 결코 끝이 아니라 모든 것의 시작임을 의미했다.

        

        

        한탄인지 어처구니의 상실인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짧은 웃음이 어디선가 터져나왔다.

        

        

        

       “하긴. 오히려 마지막이니 여태까지 했던 것보다도 훨씬 빡세게 굴리는 게 당연하겠지….”

        

        

        

        새어나온 부사수의 말에 따로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그 – 유현호 상사는 작은 코웃음을 터뜨리며 북쪽에서부터 슬그머니 다가오는 여러 대의 테크니컬을 확인했다.

        

        그 와중 잠시 유진과 로건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머잖아 생각을 정리하고는 빠르게 테크니컬의 위치를 설명해나갔다.

        

        서서히 낮아지는 태양빛이 이들을 감싸고 있었다.

        

        

        

        

        

        

        

        

        

        

        

       “미국 지도가 아주…푸른 색입니다. 이제부터는 각하라고 불러드리면 되겠습니까?”

        

       “아직 개표가 시작된 지 이틀밖에 안 됐네. 설레발은 그만 치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딱히 의미는 없을 것 같군.”

        

        

        

        한편, 그로부터 1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미 동북부.

        

        누군가는 승리의 기쁨을 조금씩 만끽하기 시작했다.

        

        

        

        

        

        

        

        

        

        

        

        

        

        

        

       

        

        

        

        

        

        

        

        “선거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꽤 이런저런 일을 벌여두고 있었군.”

        

        

        

        뉴욕, 캠프 헨리.

        

        한 달 가량 후에는 캠프 헨리에서 백악관으로 바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이 확인해봐야만 하는 여러 종이묶음 및 전자 데이터는 여전히 끔찍할 정도로 많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올라와있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공화당의 동향이었다.

        

        그 와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근래에 있었던,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국방부의 컴페티션-스트리밍. 지금도 캠프 헨리 소속이었던 분석가들은 이번 한 수가 추후 어떠한 형태로 작용할지를 나름대로의 논리를 들어 분석하고 있었다.

        

        물론, 워싱턴 D.C에서 오래 굴러먹다보면 그런 것 정도는 아래에 맡기지 않아도 한눈에 파악해야만 했고, 설령 나중에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손실을 가져다줄지, 혹은 이익을 가져다줄지 재는 능력만큼은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헨리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이번 스트리밍은…생각보다는 큰 문제로 발전할 이유도 없었고, 오히려 잘만 이용하면 괜찮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었다.

        

        

        

       “이번 스트리밍의 의도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무엇을 얼마만큼 보여주고 있는지를 보면 행간을 유추할 수 있지.”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무엇을’ 송출하는지가 아니었다.

        

        ‘얼마만큼 자세히’ 송출하는지였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국방부의 스나이퍼 컴페티션 송출은…생각보다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민간에 공개될 수 없는 좀 더 ‘민감한’ 정보들이 이번 컴페티션에 온 참가자들이 소속된 부대 사령부에 개별적으로 전달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미션,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실제 군인처럼 싸돌아다니고, 참가자들은 이를 사격하여 실제로 쏴서 부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건…그 자체만으로 미국의 휴머노이드 기술이 어디까지 사회에 접목되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이렇게 대놓고 보여준다는 것은…미국은 진즉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기술을 보유하고 군사 영역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보자면 나쁘지 않아.’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 패권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귀찮게 구는 친구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이전 세계에서도 그랬다. 러시아와 중국은 차차하더라도 아프리카, 중동, 북한, 남아메리카와 같은 곳에도 귀찮다 못해 손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구는 친구들은 많았으니까.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불안한 요소로 꼽히는 파키스탄-인도는…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꽤 귀찮은 일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미국이 저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고, 저들도 그걸 모르지 않을 터. 다시 말해 컴페티션 송출 영상의 존재를 저쪽도 아주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어떻게 보면, 이번 송출은…그렇게 자꾸 엇나가려고 하는 친구들에게 아주 좋은 몽둥이가 되어줄 수 있겠지.

        

        

        다시 돌아와서, 당연하겠지만, 헨리는 이를  보자마자 이번 송출이 공화당의 화해 시도란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진즉 유진의 지인들이 깨달은 사실을 정치 괴물 헨리가 깨닫지 못할 리는 없었다.

        

        

        

       “그것 말고도…일종의 억제력이겠지.”

        

        

        

        현 세계의 기술력을 엄밀하게 정의한다면…근미래라고 할 수 있었다.

        

        유진의 존재 때문에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VR이라는…상당히 나중에나 나올 법한 기술이 대놓고 퍼스널 컴퓨터 대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고, 이번에 다루고 있는 휴머노이드와 같은 물건들이 세상에 꽤나 깊숙히 파고든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과연 다른 나라까지 전부 그렇게 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나라들도 부지기수였으니까.

        

        다시 말해, 저런 휴머노이드 테크놀로지를 보여준다는 것은 동맹국에게도 일종의 간접적인 시위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그 점을 생각한 헨리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쪽에서는 취임하자마자 끔찍한 일에 시달렸건만, 이곳은 그야말로 꽃길이구만….”

        

        

        

        구태여 이 안정적인 판을 깰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현 상황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결과물이겠지. 하지만 이미 저쪽 세계에서 다른 나라를 말 그대로 으깨버린 헨리는 그것만으로는 딱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 물론 그건 기정사실이었으므로, 그는 그 이상 생각하지 않고는 매듭을 지었다.

        

        그는 휴대폰을 들어올렸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할 곳이 있었다.

        

        

        몇 번의 비프음 후 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SOUTHCOM 사령관 하워드 리지웨이 스펜서입니다.”

        

       “아, 반갑군요. 저쪽에서는 몰라도 이쪽에서는 처음 연락하는데, 번호가 같아서 다행입니다.”

        

       “…대통령님?”

        

       “하, 아직 여기선 아니지요.”

        

        

        

        어처구니가 반쯤 사라진 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것은 딱히 적의나 당황이 아닌, 상당히 오래간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가워하는 기색에 조금 더 가까웠다 – 그리고 이 둘은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사소한 안부가 곧바로 본론으로 이어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 퍼포먼스는 잘 봤습니다. 굉장히 흥미롭고 인상적이더군요. 실력이 훌륭한 군인 분들이 전 세계에서 찾아와 이런 경쟁에 참여하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아마 다들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돌아가지 않을까 싶군요.”

        

       “그렇지요. 더하여 그것 뿐만이 아니라, 이번 컴페티션을 주최하기 위해 이면에서 수고해주신 수많은 장병 분들의 노고 역시 크지 않을까 하는 마음 뿐입니다.”

        

        

        

        화해의 손길 잘 보았다 – 오늘의 일이 전 세계에 널리 퍼질 것이다 – 그걸 봐서라도 군비 감축은 살살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로 이어지는 간략한 대화.

        

        누가 보면 서로 덕담을 나누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랐지만, 말과 단어 하나하나에 은유적으로 들어가있는 단어들은 결코 이것이 평범한 대화가 아님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하지는 않았다 – 헨리는 이번 일을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었으며, 덕분에 적어도 군부는 헨리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말.

        

        

        

       “근래 좀 바쁜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이번 컴페티션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분들과는 한 번쯤 만나고 싶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어렵겠군요.”

        

       “정 어렵다면 간단히 홀로그램만으로도 대화할 수 있지요. 누구를 호출하려고 하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컴페티션이 끝나는 대로 그 두 친구들에게 말을 넣어두도록 하지요.”

        

       “하하, 아닙니다. 나중에 제 이름으로 축하한다는 말만 전해주면 그걸로도 족합니다.”

        

       “그 정도라면야 어렵지 않죠. 알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전화가 끊어졌다.

        

        유형무형의 자산을 전부 지지율로 바꾸고, 든든한 슈퍼팩까지 확보해둔 덕에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지해준 이들에게 취임 전까지 감사 인사를 돌리고, 안부를 전하고, 떡값을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만 했다.

        

        적어도 백악관의 의자에 엉덩이를 깔고 앉기 전까지 교통정리를 끝내놓는다면, 큰 문제 및 걱정 없이 미국이라는 배의 엔진에 시동을 걸 수 있으리라.

        

        

        

       “바쁘구만, 바빠.”

        

        

        

        겨울이 찾아오고 있었다.

        

        1년의 끝이, 그리고 새로운 1년의 시작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스나이퍼 컴페티션은 다음 주 주중에 끝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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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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