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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3

       *** ***

         

       악양 관아에서 근무하는 조 서관.

         

       조 서관은 고요한 연병장 쪽을 바라보았다. 며칠간 이어지던 황군들의 심문도 끝이 난 것일까?

         

       “어째 오늘은 조용하군요.”

         

       “조사를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둘이서 무슨 심문을 하겠다고…”

         

       서관의 중얼거림에 기다렸다는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주 추관. 민감한 주 추관의 언행에 서관은 속으로 생각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딱 떠오르는 광경이라고.

         

       그런 생각을 떠올린 조 서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디 주 추관이 뇌물 받는 도둑이 되고 싶어서 되었던가.

         

       다 주책의 강요 때문이었다.

         

       중앙에 연줄을 대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의 술자리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당연히 뇌물이 필요하고 그런 뇌물을 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했으니 주책은 자신 휘하 관리들을 통해 그 자금을 수급했다.

         

       주 추관은 그런 흐름에 마지못해 따르는 관리일 뿐이었다.

         

       ‘하긴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지…’

         

       감찰이니 뇌물이니…정식 관직도 없는 말단 서관이 끼어들 일이 아니었다. 그저 큰일이 나면 휘말리지 않게 몸이나 사리면 그뿐 아니겠는가.

         

       조 서관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우르르르르!!

         

       심상치 않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듣기에도 적지 않은 수의 발소리에 조 서관은 몸을 일으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아니?”

         

       황군.

         

       수백의 황군이 관아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전장에 출전하는 듯한 살벌한 기세를 풍기며 포승줄과 진압용 육각봉을 든 병사들!

         

       조 서관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들을 바라볼 때였다.

         

       정렬한 황군들 앞에 뇌검낭인과 순안감찰어사 금명월이 나타났다.

         

       “모두 모였는가?”

         

       “충!”

         

       관아를 뒤집어 놓기에 충분한 우렁찬 대답소리. 관의 눈치를 조금도 보지 않는 금명월과 황군의 모습에 조 서관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뭔가가….온다!

         

       그런 조 서관의 직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금명월 어사의 사자후가 터져나왔다.

         

       [지금부터 부정부패에 찌든 탐관오리들을 체포하겠다!]

         

       “충!”

         

       [반항하는 자는 관직의 고하를 불문하고 제압하여 포박하라!]

         

       “충!”

         

       [실시!]

         

       와아아아아아아!!

         

       함성을 울리며 관아 전체로 퍼져나가는 황군들!

         

       때아닌 소란을 확인하기 위해 나와있던 관리 한 명이 그대로 황군들의 물결에 휩쓸렸다.

         

       “이놈! 안찰사의 부관이다!”

         

       “때려눕혀!”

         

       “무, 무슨…! 뭐하는 짓들이냐!”

         

       퍼버버벅!!

         

       순식간에 말랑말랑하게 다져진 채 도롱이처럼 포박되어버린 안찰사의 부관.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던 조 서관과 주 추관의 눈이 마주쳤다.

         

       “도. 도망치세!”

         

       “…어디로 말입니까.”

         

       이미 그들이 있는 건물에 황군들이 들이닥친 상황. 2층에 있었던 조 서관과 주 추관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살벌한 소리에 온몸을 벌벌 떨었다.

         

       우당탕탕!

         

       “이놈! 체포 대상자다!”

         

       “포박해! 아니 일단 패!”

         

       “아악! 악! 따라가겠소! 따라가겠다니까!”

         

       퍼억! 퍽!

         

       비명. 그리고 파열음이 지나간 뒤 남은 것은 황군의 성난 목소리와 발소리뿐! 익숙한 동료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 서관과 주 추관은 그런 동료를 걱정할 새조차 없었다.

         

       “여기도 관리가 있습니다!”

         

       이내 조 서관과 주 추관이 있는 곳까지 황군들이 들이닥쳤으니까. 순식간에 손으로 몽둥이를 두들기는 황군들에게 포위당한 둘은 벌벌 떨며 그들을 지휘하는 백부장을 바라보았다.

         

       손에 든 종이를 넘기며 무언가를 확인한 백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상자가 아니니 풀어줘라.”

         

       “예!”

         

       살았다!

         

       조 서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통판! 통판이 여기 있습니다!”

         

       “으헉! 기다리시오! 나는 죄가 없소!”

         

       죄가 없다는 말에 잠시 멈칫하며 백부장을 바라보는 황군들. 방금 전처럼 백부장이 명부를 확인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러나 백부장은 그런 명부를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즉시 명령을 내렸다.

         

       “당장 체포하라!”

         

       “이놈들! 나는 무고하다!”

         

       “하? 무고?”

         

       백부장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서류를 펼쳤다.

         

       “상보상회! 상도양조장! 우정상단! 위 세 상단에 주류 판매권한을 내어 주었지만 황군을 동행하여 감찰을 한 적은 없으니 권한 남용이요!”

         

       “그 중 상도양조장에서 민간에 판매한 주류 제품들에 문제가 생겨 수십 명이 앓아눕는 일이 발생하였고 명백히 그 보고를 받았음에도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으니 직무 태만이오!”

         

       “그 외에도 도무지 관리의 급여로 감당할 수 없는 사치를 즐기는 모습을 다수 목격하였으니 뇌물 수수 혐의까지 걸려 있는데 뭐? 무고?”

         

       “이, 이놈…!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내가 무사할지 아닐지는 모를 일이나 일단 통판께서는 본인의 몸 간수나 잘하셔야겠소. 뭣들 하느냐! 흠씬 두들겨 패서 끌어내라!”

         

       퍼버버벅!

         

       “악! 아악!”

         

       벼르고 있던 관군들이 팔방에서 달려들어 통판을 먼지나게 두들긴 뒤 포박해 끌고갔다. 벼락과 같이 들이쳐 순식간에 관리들을 체포해 사라진 황군들.

         

       “…갔나?”

         

       “갔나 봅니다.”

         

       재앙이 지나간 뒤 하나 둘 모습을 보이는 관아의 생존자들.

         

       조 서관은 폭풍과 같은 황군들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이들을 살펴보면서 깨달았다. 지금 이곳에 남은 이들은 주책이 만든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동조했던 자들뿐이라고.

         

       “하.”

         

       고작해야 며칠이다. 그 며칠 사이에 이곳의 황군들은 어떻게 설득했으며 진짜 탐관오리들을 걸러낼 조사는 또 언제 마쳤단 말인가.

         

       조 서관으로서는 도무지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그런 이들이라면, 이번에 암행을 온 순안감찰어사라면, 정말 주책을 경질시키고 주책과 붙어먹는 탐관오리들을 처벌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수용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현실을 날려버린 순안감찰어사와 뇌검낭인의 모습을 떠올린 조 서관의 가슴에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조 서관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틀 뒤 태수가 옥에 수감되었다는 소식이 관에 퍼져나갔다.

         

       *** ***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주책인 이곳 태수로 부임한 지 7년. 그 긴 기간동안 금의위 시험은 물론이고 황군 출신들이 중앙으로 갈 수 있는 통로를 막았으니 황군의 불만은 알게 모르게 잔뜩 쌓여 있었고 그 불만은 금의의 추천서를 기폭제 삼아 폭발했다.

         

       특히 금의위와 지방 장군의 기로에 선 백부장들의 불만이 대단했고 그런 백부장들의 휘하에 있는 황군들이 일부 합류하며 순식간에 숫자가 불어났다.

         

       그 결과가 이백 명이 넘는 황군의 출동이었다.

         

       황군들은 관아를 갈아 엎으셨고 ‘너랑 어사랑 둘이서 대체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시선을 보내며 오리발을 내밀던 탐관오리들은 제 행적을 줄줄이 꿰고 있는 황군들의 심문에 순식간에 혐의가 확정되고 말았다.

         

       태수에게 재물을 상납하던 관리들의 비리가 확정되자 태수를 잡아넣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잡혀온 관리들은 중앙에 인맥을 지닌 태수를 마지막 보루라 생각했는지 결코 태수에게 재물을 상납했다고 시인하지 않았지만…유감스럽게도 그들의 노력은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탐관오리들이 떼로 적발되었으니 그 사실 자체만으로 휘하 관리들을 관리해야 할 태수를 잡아들일 죄목이 되니까 말이다.

         

       “흥,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주책은 옥에 갇혀서도 기세등등하게 떠들어댔다.

         

       아무래도 중앙의 인맥을 믿는 모양이었다. 꽤나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나 지금까지 감찰을 잘 피해온 것을 고려해보면 어디 도찰원의 높으신 분과 끈이 있는 모양.

         

       하지만 말이지…지금 당신을 옥에 가둔 건 그냥 어사가 아니라 황제 페하께서 끔찍이 아끼시는 공주님이라고?

         

       뭐 저런 주책의 오판은 우리 입장에서 나쁠 것 없는 일이었다. 낙양에서 처벌이 내려 올때까지 얌전히 있겠다는데 말이야.

         

       그리하여 주책의 일은 일단락되었다.

         

       뭐 일단락 되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처리해야 할 후속조치의 업무량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었다.

         

       관아를 뒤집어엎고 잡아들인 관리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혁기린은 관에 남아 일을 처리하기로 했고 나는 잠시 소가포목점에 들려 중간 보고를 하기로 했다.

         

       “선배! 돌아왔군요!”

         

       “오셨습니까. 대협.”

         

       “오래간만입니다. 어머님. 잘 있었냐? 흑묘, 아니 연화야.”

         

       흑모나 장모님이나 주책에 관한 일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눈치인지라 나는 재빨리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었다.

         

       “주책은 중앙의 인맥을 믿고 있는 듯 하나 태수의 직위에서 해임되어 처벌을 받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이미 주책의 행실은 어사패를 받기 위해 전서구를 띄웠을 때부터 중앙에 전달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어머님께서는 이제 더 이상 태수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으로 큰 은혜를 입었군요.”

       

       장모님이 신뢰 가득한 눈길로 날 바라보았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실 것만 같은 끈끈한 표정을 짓고 계셨으니 일주일이 넘게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이 정도 활약했으니 장모님도 첫 날 복도에 드러누웠던 내 추태를 잊으셨겠지!

         

       …그 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자 살짝 자신감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성공적인 만회임은 틀림없었다.

         

       찍찍!

         

       오래간만에 만난 탓인지 안겨오는 서공을 마구마구 쓰다듬어 준뒤 아쉬움을 달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려고요?”

         

       “아직 후속조치가 다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벌여놓은 일을 말끔하게 처리해 놓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렇습니까. 참으로 아쉽지만 공사가 다망하신 분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겠군요.”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방을 나서자 흑묘가 나를 배웅하기 위해서 따라 나왔다.

         

       “고생했어요. 선배.”

         

       “뭘, 고생은 내가 아니라 혁기린 소협이 하고 있지.”

         

       “후후…혁기린 소협도, 선배도 고생이죠.”

         

       흑묘가 빙그레 웃으며 내 옆에 달라붙었다. 흑묘의 어깨가 내 팔에 닿자 언제나처럼 매혹적인 향기가 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랄까…선배랑 동료들에게 도움을 받으니 참 싱숭생숭하네요.”

         

       “그래.”

         

       “네. 이곳에 남은 세 사람도 열심히 경비를 서고 있어요. 요 일주일간 세 사람이 잡아낸 월담자만 몇 수레는 될 걸요.”

         

       결국 관군이 사라지자 또 월담자들이 속출하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포목점 앞에 떼로 모여서 소란을 피우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몇 번을 감사 인사를 해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지금 흑묘의 표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마음이 간질거리는 표정이라 해야 할까.

         

       흑묘는 일행이 모두 발 벗고 나서 자신을 도와주는 지금의 상황이 꽤 어색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 도움으로 자신이 포기했던 행복을 되찾아가는 지금의 상황이 어색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성에 찰 때까지 고맙다고 전해 줘. 다들 기뻐할 테니까.”

         

       “…후후, 그렇네요.”

         

       흑묘가 배시시 웃었다. 대채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늘 솔직하고 그 감정을 잘 드러내는 흑묘였지만 지금의 웃음은 그야말로 행복을 주체하지 못하고 새어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표정을 지은 흑묘가 나에게 바짝 붙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면…선배에게도 마음껏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요?”

         

       갑자기 흑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경국지색. 어렸을 시절 보았을 뿐임에도 그저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얼굴이 가까워지자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커다란 눈망울에 어린 나를 향한 애정. 그 애정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을 맞추는 흑묘.

         

       그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그 어느 냄새에도 비견할 수 없는 달근한 향이 코를 가득 채웠다.

         

       “…후후.”

         

       쑥스럽다는 듯이 거리를 벌리며 웃는 흑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고마운 일 잔뜩 하고 와야 해요?”

         

       본인이 말하고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힌 흑묘가 후다닥 장모님의 계신 방으로 도망쳐버렸다.

         

       “흠.”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뒤처리 다 뒤졌다 진짜.”

         

       그런 나의 코에는 여전히 달근한 향기가 희미하게 맴돌고 있었으니.

         

       최고의 응원을 받은 나는 관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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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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