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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3

    <533 – 그녀가 잠든 사이에>

     

    “숨이 멎었습니다. 전기충격으로 심장박동을 인위적으로 되살리는 중입니다.”

    “당장 비켜요. 맥이 멈출 땐 전기충격만 준다고 다가 아니야.”

     

    목숨도둑 륭의 제자 즈앙.

    그녀도 한때는 목숨도둑의 수제자로서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자신의 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승은 다른 가르침 또한 베풀었다.

    멋대로 이승을 떠나 죽은 자.

    그들의 목숨을 강제로 현세로 불러들인다.

    죽음조차 자유롭게 허락하지 않는 잔인함이야말로 목숨도둑의 진가.

    거두는 것도 되돌리는 것도 자유자재.

    살인술과 활인술을 모두 능숙하게 다룬 뒤에야 완전한 목숨도둑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살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

     

    오크노디는 달랐다.

    바로 직전까지 자신과 티토소가를 살리기 위해 한껏 무리했던 사람이 오크노디다.

    같은 암살자이기에 서로가 어떤 입장인지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은 삶도 있다.

    어쩌면 오크노디 본인은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녀와 만나기 전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크노디를 만났고 티토소가를 만났다.

     

    “으앙앙앙! 오크노디가 숨을 안 쉬어. 즈앙, 오크노디 죽는 거야?”

    “시끄러워.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안 죽어.”

     

    뒤늦게 달려온 티토소가가 울음을 터뜨렸지만 지금은 그녀를 달랠 여유가 없다.

    거미줄처럼 끈끈하게 펼치는 즈앙의 마나.

    심장을 넘어서 오크노디의 전신에 뿌리를 드리우듯이 펼친 마나가 그녀의 신체 상태를 감지했다.

    호흡은 확실하게 멎었다.

    마나의 이탈현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지 않았으니 소생현상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태였다.

     

    <목숨도둑의 활인단>

     

    손이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이것은 즈앙조차 단 하나밖에 지니지 않은 비약.

    입에 물고 암살임무에 뛰어들면 한 번은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을 <여분의 목숨>이나 다름없다.

    동시에 그녀는 알고 있다.

    티토소가가 울지 않았으면 끝내 자신이 먼저 울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른다고.

     

    ‘오크노디가 죽는 건 내가 죽는 거나 다름없어.’

     

    즈앙은 여분의 목숨처럼 아끼던 단약을 오크노디에게 먹였다.

    스승의 설명대로라면 복용자의 체력을 급격히 상승시켜서 강제로 활기를 되찾게 만드는 전설적인 효과를 지닌 단약.

    어떤 부상도 치료하는 엘릭서나 10분 내에 죽은 사람도 되살린다는 피닉스의 깃털에 비견될만한 대단한 생명비약이다.

     

    “멋대로 우릴 도움이 안 된다고 내보내고 덜컥 죽을 셈이야? 어림도 없어. 절대로 죽게 두지 않아.”

     

    하지만 오크노디는 약을 먹지 못했다.

    의식을 상실하고 숨마저 멎은 아이가 약을 씹어먹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바보. 왜 줘도 먹지를 못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직접 씹을 수 없다면 대신 씹어주고, 직접 삼킬 수 없다면 대신 넘겨주는 수밖에.

     

    “오크노디이이… 조명대에 셀로판지 붙여도 못된 아이라고 머라 하지 않을 테니까 얼른 일어나… 으앙앙앙. 으앙앙…? 헉!!”

     

    울보 티토소가가 울음을 그칠 정도로 충격적인 단약전수가 이루어지고 잠시 후.

    즈앙이 약효의 확산을 돕기 위해 오크노디의 몸을 꾹꾹 눌렀다.

    티토소가도 얼른 달려와서 눈치껏 반대편 팔다리를 주물렀다.

     

    “즈앙… 오크노디 죽은 거 아니지…? 다시 일어날 수 있지??”

     

    1시간처럼 긴 1분이 지나자 즈앙이 티토소가의 어깨를 짚었다.

     

    “티토. 이제 됐어.”

    “안 돼. 우리가 포기하면 어떡해…!”

     

    앙증맞은 주먹으로 메챠쿠챠 오크노디의 가슴 위를 토닥토닥 때리려는 티토소가의 뒷덜미를 즈앙이 가볍게 붙잡았다.

     

    “아니, 살았다고.”

     

    눈 밑에 다크써클이 드리울 정도로 죽음에 성큼 다가섰던 오크노디.

    그녀의 심장이 다시금 뛰는 소리가 들렸다.

    스승의 비약이니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확신은 할 수 없었던 도박이 성공했다.

    오크노디를 눈물에 담가버릴 작정인지 살아서 다행이라며 끝도 없이 잉잉 울어대는 티토소가를 떼어내자마자 즈앙은 큰 후회를 했다.

    자신의 품에 안겨서 그녀의 옷을 다 적실 정도로 울어댈 줄은 또 몰랐으니까.

    현타가 온 즈앙에게 시녀장 카타리나가 말했다.

     

    “오크노디 님이 쓰러지기 전에 남긴 부탁이 있습니다. 제도 밖의 몬스터군단과 매스각키 황녀에게 속히 합류해야 합니다.”

     

    그래, 아직 끝이 아니지.

    즈앙은 긴장이 풀리려던 마음을 다잡았다.

    죽다 살아나기는 했어도 아직 의식조차 회복하지 못한 오크노디.

    그녀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제물인간을 기르고 영웅의 시체조차 능욕하는 사악한 제도를 떠나야 한다.

     

    “저것들을 해치우면 되는 거지?”

    “아뇨. 영웅들은 이미 오크노디 님이 지배했습니다. 특별히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따라오며 적을 배제할 겁니다.”

    “제물인간들은?”

    “시녀들과 함께 나른 강화재료박스에 담아서 마차에 실으면 됩니다.”

    “…그럼 우리가 도울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오크노디 님과 함께 탈출하는 일만 생각해주십시오.”

     

    스승님의 생명비약으로 목숨을 살리기는 했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이것은 자신이 아닌 스승님이 오크노디를 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은 무엇 하나 오크노디를 위해 해내지 못했다는 초조함을 느끼던 즈앙.

     

    “…티토소가는 마차에 타.”

    “왜 같이 안 가…? 즈앙, 어디 가는 거야?”

    “이대로 당하고만 떠날 수는 없어. 제국에 복수할 거야.”

    “상대는 황제인데? 즈앙이 뭘 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

    “힘으로 싸우면 그렇겠지.”

     

    즈앙은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학습했다.

    싸움이란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님을.

    제국에는 지금, 복수를 위한 수단마저 존재했다.

    혁명의 불씨.

    일치단결한 민중.

    그리고 그들을 선동하는 제 2의 혁명가까지.

     

    “지젤에게 이를 거야. 오크노디가 사경을 헤매다가 간신히 살아났다고.”

     

    암흑상회의 주인.

    정치력으로는 981기 동기들 사이에서도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마저 능가하는 자.

    즈앙은 그가 진심을 발휘하게 만들기로 작정했다.

     

     

    * * *

     

     

    지젤은 쓰나미처럼 제도를 덮치는 혁명의 물길을 보고도 민중들처럼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공감 따위는 조금도 품지 않았다.

     

    ‘참으로 인생을 쉽게 사는군.’

     

    오히려 그가 품은 감정은 연민조차 넘어선 혐오에 가까웠다.

    절대권력과 더불어 절대무력마저 지닌 황제에게는 반기를 들어봤자 애초에 민중들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피와 살로 대지를 비옥하게 만들 작정이라면 모를까, 시체만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고 전보다 더한 공포정치로 세계가 어둠에 가까워지겠지.

    황제가 그런 무력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곡물소출량이 줄어드니까.

    적당히 저들 좋을 대로 지껄이게 두어도 그의 숙원을 벌이는 과정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작은 여흥과 헛된 희망은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오크노디가 한 번 죽었어.”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하지만 황제는 선을 넘었다.

     

    “1분 이상 심정지상태를 유지했지만 스승님이 주신 활인단을 사용해서 간신히 맥박을 되찾았어. 의식은 회복하지 못했고 영혼이 육체에 정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해.”

    “자신이 직접 양녀로 받아들이고 제국 4황녀로 공표한 오크노디입니다. 어떤 정치적 이득을 목표로 받아들였을지는 몰라도 그가 양녀의 아버지라면, 제국의 황제라면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황궁 한복판에서 들인 지 한 달이나 겨우 될 법한 양녀를…!”

    “나한테 화를 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언제나처럼 냉정하고 차가운 즈앙의 목소리.

    얼음에 손을 덴 것처럼 서늘한 감각에 정신이 확 들었다.

    그제야 지젤의 시야가 넓어졌다.

    즈앙은 자신과 다르지 않았다.

    오크노디에게 벌어진 일을 제 일처럼 분노하고 슬퍼하는 사람.

    옷깃을 꼭 움켜쥔 작은 주먹이 그 증거였다.

    태연함을 가장해도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이 급박한 움직임으로 흐트러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그 증거였다.

    지젤의 분노는 황제에게 향했다.

     

    “그 불쌍한 아이를 황녀로 들여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죽이기까지 하다니. 하하. 제가 어리석었군요. 혁명가를 향한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그래서 혁명가가 거사를 앞당겨 황제토벌에 성공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지젤의 실눈이 핏발이 설 정도로 커졌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꼬마숙녀에게 위해를 끼친 제국과 황제도, 멋대로 사지에 뛰어든 꼬마숙녀도, 혁명가를 믿지 못했던 저 자신도.”

     

    지젤의 분노는 즈앙이 의도한 것이기는 했다.

    그러나 분노한 그의 눈을 보았을 때, 즈앙은 무심코 생각하고 말았다.

    자신은 지금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린 건지도 모른다고.

     

    “혁명의 물길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도를 불사를 혁명의 불길을 일으킬 시간입니다.”

     

    제 2의 혁명가.

    혁명투사 젤지가 만인에게 선언했다.

     

    “황제는 자신이 양녀로 들인 아이까지 해치울 정도로 선을 넘었습니다. 자신의 양녀조차 죽일 황제가 자식처럼 여겨야 할 백성들은 어찌 바라보겠습니까? 우리는 황녀의 비극을 제 일처럼 여기며 공분하고 일어나 외쳐야 합니다.”

     

    지젤의 격한 발언은 파도처럼 들고 일어나며 거리로 모여들었던 시민들의 가슴속에 억눌려왔던 분노를 일제히 점화시켰다.

     

    “황제를 폐위합시다!”

     

    미쳐버린 황제를 옥좌에서 끌어내린다.

    시위대의 목적이 황제폐위로 돌변했다.

     

    “지젤. 뒷감당은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손오천이 무리해도 말려줘야 할 네가 손오천보다 더 심하게 날뛰니까 애가 주눅이 들어서 지가 어떻게 백만대군을 인솔하냐고 주눅 들었잖아.”

     

    화가 나기는 해도 이러다 대학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 상식인 이사벨의 제동.

    그러나 지젤 역시 무작정 일을 크게 벌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암흑상회는 돈이 많습니다. 혁명군에 자금을 대어왔을 정도로 많지요. 그런 상회의 자금이 혁명군이 아닌 한 사람의 고관에게 몰려들면 어떤 일이 가능한지 아십니까?”

    “…뭘 꾸미고 있는 거야?”

    “후후.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지젤의 내숭 떠는 웃음이 오늘만큼은 두렵게 느껴지는 이사벨이었다.

     

     

    * * *

     

     

    분노한 민중들 사이에는 진상규명을 외치는 치안대나 용병들마저 포함되어 있었다.

     

    “마, 막아라. 이 소란이 황제폐하의 귀에 들어가거든 어떤 소란이 일어날지 모르느냐? 당장 저들의 입을 막으란 말이다!”

    “제도의 시민 모두가 모여든 것처럼 엄청난 수의 시위대가 모였거늘 저들을 어찌 막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저희는 황궁을 지키는 황궁근위병이자 이 나라를 수호하는 상징이란 말입니다, 대장님!”

     

    황궁근위병Imperial Guard들조차 힘을 썼다가 벌어질 참사가 예측되어 차마 무력으로 진압하지 못하고 어찌하지 못하는 가운데, 황태자의 가신들마저 소리를 높였다.

     

    “몬스터군단을 포위하던 제국19강과 주둔군들을 불러들입시다.”

    “제국민들을 학살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려는 군단장이나 강자가 어디 있겠느냐? 모두 소집명령을 거부하며 몬스터군단의 위험성을 핑계로 드는 꼴을 보고도 깨달은 바가 없다면 그 하등한 머리는 개나 주어라!”

    “라면에 마요네즈나 타서 먹는 비천한 놈이 어디서 감히 막말을 해? 네놈의 그 더러운 말버릇은 저주받은 마요네즈 가문의 추악한 식습관에서 비롯됐냐!”

    “네놈들의 더러운 문화야말로 널리 알려지거든 천식포만신교 신도들을 집단탈주 시킬 거다. 김밥에도 초코 시럽을 찍어 먹는 역겨운 초코가문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배처럼 가문싸움으로 치닫는 가신회의.

    파케 히우그마그가 짜증이 담긴 눈으로 손짓하자 그를 따르는 근위기사단장이 창대로 바닥을 쿵쿵 내리쳤다.

    고관의 자리에 오르며 금기강화소의 <버튼>을 눌러 경험치를 얻어본 최측근들을 제외한 모두가 근위기사단장의 고강한 내력에 짓눌려 안색이 창백해졌다.

     

    “정국이 요지경이거늘 어찌 그대들은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우며 서로를 헐뜯기 바쁜가. 내 그대들의 언성을 높이는 광경을 보고자 이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생각하는가?”

    “송구하나이다 태자전하!”

    “신들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 시국을 타파할 묘책을 지닌 자가 정녕 단 한 명도 이 자리에 없단 말인가!”

    “소신에게 방책이 있습니다.”

     

    답답한 고관들 사이에서 자신 있게 나서는 이의 등장에 황태자의 얼굴이 환히 펴졌다.

     

    “아이스크림 후작!”

     

    삼대공신가문의 공신파벌을 견제하는 수도귀족들 사이에서도 중진으로 손꼽히는 대표주자인 터르키 아이스크림 대법관에게 모두의 시선이 몰렸다.

     

    “소신은 시민들을 밀어버리지 못한다면 역으로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이용한다? 폭동을 넘어서 혁명가의 반란에 못지않을 대사건으로 이어지기 직전의 시민들을 어찌 이용할 수 있는가!”

    “현왕께서는 고강한 무위와 수명의 한계가 짐작되지 않는 강함으로 황제의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네, 설마…?!”

    “시민들이 황제폐위를 원한다면 그 소원을 이루어주십시오. 그리고 파케 황태자님께서 태자의 직위를 넘어서 진정으로 제국의 1인자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어찌 내 아바마마의 지위를 노릴 수 있단 말인가!”

    “두려우십니까?”

    “…!”

    “두렵다면 포기하십시오. 백만 시민들의 외침을 등에 업고도 얻지 못할 자리라면 평생 황위는 물려받으실 수 없을 겁니다.”

     

    당차기까지 한 도발에 황태자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터르키 후작의 건방진 언동 때문이 아니라 그의 말이 사실임을 내심 인정했기 때문이다.

     

    “태자전하,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소신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전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반역으로 몰릴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계책에 다른 귀족들이 모두 고개를 넙죽 숙이며 책임을 면하기 위해 태자에게 모든 선택을 떠넘겼다.

    여느 때라면 터르키 후작 또한 저들과 다르지 않은, 오히려 나서려는 귀족들마저 뒤로 물릴 작자였지만 지금 황태자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들을 가치가 있는 계책을 진언한 자는 오직 그 한 사람뿐이었다.

    특별한 한 사람이 전한 말이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결단을 내릴 용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터르키 후작. 그대가 나를 겁쟁이라 여기게 두지는 않겠다.”

    “결단이 서셨습니까?”

    “그래. 백만 시민들의 목소리, 기꺼이 내 것으로 취해보겠다.”

    “태자전하의 용기 있는 결단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밖에서는 퇴위를 요청하는 시위가 빗발치는 가운데 안에서도 황태자와 고관들이 움직인다.

    사태를 더욱 키울 결단을 유도한 터르키 후작은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암흑상회에서 돈을 바치며 내어달라 요청한 책략이 제대로 유효했군. 천한 장사치들이지만 이번만큼은 신세를 졌음을 인정해야겠어.’

     

    거래는 지켰다.

    터르키 후작이 속삭이자 그의 손가락에 채워졌던 암흑상회의 낙인이 찍힌 반지가 빛을 잃고 스르륵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암흑상회는 확실하게 키워주마. 지나치게 좋은 눈을 지닌 주인은 해치우고 내 수족을 심어준 뒤에나. 흐흐흐!’

     

    계약조건만 이행하고 통수를 칠 작정인 터르키 후작의 사악한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통신마법진에 자리가 비어있느냐?”

    “이용하려는 고관분들이 많지만 특별히 한 자리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지요.”

     

    차기황제가 될지 모를 황태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눈도장을 찍겠다.

    이를 위해서라면 가문의 중진들을 모조리 수도로 불러들여 시민들의 통제 및 지휘권을 장악하여 아이스크림 가문의 이름을 드높여야 한다.

    통신마법으로 본가와 연락할 생각에 신이 났던 터르키 후작은 메이드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장소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여기는 화장실이 아니냐? 다른 것들의 용변 보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방음마법까지 설치한… 오호라. 여기에 통신마법진을 하나 빼돌렸구나?”

    “들어오시지요.”

     

    센스 있는 황태자의 메이드의 실력을 칭찬하며 화장실에 들어온 터르키 후작.

    문이 닫히기 무섭게 그는 목덜미를 파고드는 날붙이에 풀썩 쓰러졌다.

     

    “어, 어째서…”

     

    태자전하의 메이드가, 귀중한 책략을 제안한 내게 이런 짓을…?

    피눈물을 쏟으며 바닥을 기는 그에게 다가온 메이드가 그의 머리를 붙들고 귓가에 속삭였다.

     

    “세상 모든 위험은 우리들의 것이니.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당신의 죽음을 결정했다.”

    “재단, 재단이 개입했단 말인가…! 네놈들, 암흑상회와는 대체 무슨… 끄르륵!”

    “쓸모를 다한 사냥개는 이만 잠드십시오.”

     

    메이드가 손을 휘두르자 칸막이에 피가 튀었다.

    볼일을 보고 나온 옆칸 이용자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지나갔다.

    방음마법의 효과는 아주 좋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혁명가와 흑막 포지션을 동시에 강탈하는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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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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