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33

        

         

       물론 루카스는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박진성이 대한민국에서 주술로 유명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주술 유망주로서 주목받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거기다가 한때 일본과 한국이 충돌하면서 흉흉한 장소를 드러냈던 독도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대단한 활약이 뭔지 구체적인 것은 알 수는 없었으나, 그 나이에서는 기대도 하기 힘든 활약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가 있었고.

         

       그렇기에 루카스는 진성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풋내기같이 보이는 외형, 종이에 나열하면 채워진 곳보다는 비워진 곳이 훨씬 많은 실적 등.

       우습게 보기 참으로 좋은 조건들이 가득하지만, 우습게 볼 수 없는-

         

       그래, 소위 말해서 ‘가성비가 좋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가성비가 좋은 정도가 아니라,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주술사와 엇비슷한 수준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품고 있었고.

         

       그래.

       그때까지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널찍하게, 관대하게 진성의 성취를 생각하고 있었고, 꽤 높은 실력을 보여도 놀라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건만.

       박진성은 그의 그러한 예상조차도 뛰어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루카스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왔으며, 그 정보를 가공하고 활용해온 루카스는.

       이러한 박진성의 주술 실력이 ‘비정상적인’ 것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러한 비정상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것은 곧 의혹이 되고.

       의혹은 곧 음모가 되며, 그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만들었으니.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박진성을 이 빌딩에서 나가게 만들어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몇 번을 생각해도, 몇 번을 검토해도 한국에서는 저런 주술사가 탄생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나마 일본과 연관이 있는 가문이라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 ‘수상한’ 주술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상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지. 활발하게 애국 활동하던 집안의 부모님이 갑자기 죽고 재벌 집에서 자라나게 된다? 그것도 입양이 아니라 그냥 그 집에서 키워지는 형태로? 그게 말이나 되는가? 게다가 정보에 따르면 진성 팍의 부모와 그 재벌은 적대관계였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수상하다.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너무나도 수상하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성취까지.

       수상하지 않은 곳이 단 하나도 없었다.

         

       ‘적대관계의 거대 기업. 집안 자체를 박살 내려고 했지만, 그 아들이 주술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키워준다는 명목하에 데리고 가서 병기처럼 사용하거나, 아니면 딸들의 보디가드로 활용하기 위해서 교육했거나, 아니면 세뇌에 가까운 교육과 함께 재벌가에서 활용하기 좋은 존재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

         

       그리고 그 수상함들은 수많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었다.

         

       비인간적인 거대 기업이 재능 있는 아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데리고 간 뒤 세뇌했다는 사이버펑크스러운 시나리오에서부터-

         

       ‘진성 팍이 아니면 어릴 적 사악한 주술을 손에 넣었을 수도 있지. 그리고 대한민국은 주술에 대해 무지한 상태이고, 그 대처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 그 사악한 주술을 사용해 복수하기 위해, 혹은 재벌 가문을 이용하기 위해 그곳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고, 재벌 가문의 힘을 빌려서 수많은 주술 자료들을 수집하여 자신의 성취를 올렸다- 이것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야.’

         

       박진성이 사실 아이답지 않은 악마 같은 심성과 실력을 품고 있어서, 사악한 주술을 부리며 재벌 가문을 이용했다는 시나리오.

         

       ‘아니면 국가가 관여했을 수도 있지. 자유를 사랑하는 서양과는 달리 동양은 단체를, 국가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야. 진성 팍의 부모가 애국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진성 팍이 어릴 적부터 국가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 역시 충분해. 그렇게 국가와 연결이 된 뒤, 국가는 진성 팍에게 주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진성 팍은 국가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래. 일리가 있군. 국가의 도움이라면, 국가가 뒤에 있다면 저런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상한 것이 없어.’

         

       박진성이 국가의 도움을 받아서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시나리오.

         

       ‘아니야. 그렇다면 국가라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가 뒤에 있을 수도 있겠지. 중국이나 일본이 뒤에 있다고 하기에는 실력이 너무나도 뛰어나. 중국은 한국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주술이 박살이 났고, 일본은 아시아 중에서는 뛰어난 편이기는 하지만-그렇군.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서, 혹은 자신의 성취를 위해서 일본과 접촉을 했을 수도 있겠어. 어린 진성 팍이 직접 접촉했을 가능성은 적으니, 일본에서 접근을 했을 가능성이 크겠군. 그렇게 일본의 도움을 받았다면 온갖 주술과 관련된 지원을 받았을 테고….’

         

       박진성이 일본의 도움을 받아서 훌륭한 주술사가 되었다는 시나리오.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일본보다 더 강력한 국가가 있지. 대한민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한민국에 일본보다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그러면서도 세계최강인데다가, 주술에 대한 자료 역시 만만치 않게 보유하고 있을 그런 국가가 말이야. 미국, 그래. 미국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은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서 주술사로서 성장했다면- 주술 불모지인 한국에서 유명세와 더불어 권력을 얻을 수 있을 테고, 미국의 훌륭한 체스 말이자 창구가 되어줄 수 있었겠지. 그래, 아시아에서 왔다고 해서 안심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오히려 아시아이기 때문에, 나처럼 진실을 아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낮출 수 있었을 테니…!’

         

       박진성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서 키워진 주술사라는 시나리오까지.

         

       수많은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수많은 시나리오가, 수많은 음모론이 생성되어 그의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그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점점 커져 나간다.

         

       점점.

       점점 더.

         

       박진성을.

       아시아에서 온 저 젊은 주술사를.

       어린 나이임에도 비정상적일 정도의 높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저 주술사를 믿기 힘들어진다.

         

       물론 이것이 음모론임은 알고 있다.

       음모에 불과하고, 상상에 불과하고,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의심은 그저 의심일 뿐.

       그것이 실제와 같다고 하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말이다.

         

       떠올리게 되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망상?

       그래.

       망상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망상이 사실이라면?

       그냥 기분 탓이라고 넘겼던 것이 사실이라면?

         

       ‘허무맹랑한 것들 사이에는 진실이 숨어있다.’

         

       루카스는 그냥 헛소문이라고 여겼던 것이 진실인 경우를 많이 보았다.

       돈벌이를 위해 수집한 정보가 진짜라고 밝혀졌을 때, 여러 조각의 퍼즐이 맞춰지며 믿기 힘든 진실을 그에게 보여주었을 때 몇 번이고 경악하였던가.

       그 충격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 몇 번이던가.

       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륙 하나를 나라로 쓰는 이 거대한 국가가 온갖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공포에 떨었던가.

         

       이 공명정대해 보이는 나라에 수많은 스캔들이 있고, 그 스캔 중에는 전쟁 통에도 일어나지 않을법한 잔인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놀랐었던가.

         

       물론 그때의 충격은 많이 가라앉았고, 그는 자기 몸을 지킬 방법을 알아낸 상태였지만.

       그런데도 그때의 충격은 그의 마음에 각인이 되어 있었다.

         

       의심할 것은 의심해야 한다.

       의심했다면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그래, 그는 진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온갖 음모론을 믿고, 음모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안전을 끔찍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그는…이제는 박진성을 자신의 가까이에 두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래. 진성 팍. 며칠만 더 확인해주게.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그때 의뢰를 마무리하도록 하지. 아, 물론 점검은 와야지. 그건 계약서에 쓰여 있지 않았던가? 본래 시설이라는 것은 설치하고 적용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보수 역시 중요한 법이니까 말이야. 주기적으로 와서 시설을 확인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

         

       “물론입니다. 계약서의 내용은 확실하게 지킬 것이니, 안심하시지요.”

         

       루카스는 의뢰를 마무리하고 이 빌딩에서 묶이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며 악수를 청했고, 진성은 루카스가 내민 손을 가볍게 쥐며 방긋 웃었다.

       루카스가 그런 말을 한 것이 너무나 기쁘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분명히 아쉬움이 있었다.

       적어도 루카스의 눈에는 그게 보였다.

         

       그래, 루카스의 눈에 보였다.

       보인다.

       눈. 그의 눈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분명히 아쉬움이 보였다.

         

       “…그래. 그럼 며칠 뒤에 식사나 하지. 의뢰가 끝났음을 기념하면서 말이야.”

         

         

         

         

        * * *

         

         

         

       『 표정 스캔 결과.

       기쁨 : 60.00%

       아쉬움 : 3.00%

       슬픔 : 0%

       …

       …

       …

       알 수 없음 : 30.00% 』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