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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4

       *** ***

       

       동정호.

         

       드넓은 황국의 영토 중에서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호수. 장강의 물이 흘러드는 동정호는 호수라기보다는 땅 위에 놓여진 바다라는 표현이 걸맞을 크기였다.

         

       그런 동정호에는 밤낮과 관계없이 늘 수많은 배들이 떠 있었다.

         

       낮에는 동정호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서 배가 뜨고 밤에는 뱃놀이를 즐기는 이들이 배를 띄우기 때문이었다.

         

       한밤중.

         

       그런 뱃놀이 배들에서 울려 퍼지는 풍악이나 웃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동정호 깊은 곳.

         

       촤아악. 촤악.

         

       네 척의 배가 접선했다.

         

       배의 갑판에 모여든 이들은 모습은 흐릿한 달빛 속에 반쯤 감추어져 있었지만 그 모습이 절반만 드러나 있음에도 느껴지는 흉악함이 범상치 않았다.

         

       달빛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큰 흉터를 지닌 자가 입을 열었다.

         

       “수적놈들이라도 오래간만에 보니 반갑군.”

         

       “그러게 말일세. 다들 죽지도 않고 살아 있었구만.”

         

       “흐흐, 요새처럼 장사가 잘 될 때 죽으면 억울해서 눈도 못 감지.”

         

       두런두런 근황을 주고받는 수적들의 표정은 가벼웠다.

         

       혈교의 준동.

         

       혈교의 준동은 동정호의 수적들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다.

         

       천하 곳곳에서 사파가 득세하고 정파가 움츠러들어 단번에 통행이 위험해졌으니 다들 여행을 삼갔고 그 결과 동정호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씨가 말랐다.

         

       아무리 그래도 동정호에 방문하고 배를 띄우는 이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천하가 어지러우니 무인을 대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호주머니에 든 금전 역시 이전과 달리 넉넉하지 않았다.

         

       먹잇감은 적어지고 그 위험도조차 크게 올랐는데 수익은 또 줄어들었으니 동정호의 수적들은 그야말로 팍팍한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매길 한참.

         

       천마신교가 뇌검낭인과 함께 천하에 등장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모산대전이 벌어지며 혈존이 쓰러지고 천하 각지에 퍼진 혈교의 영물들과 그 영물을 중심으로 뭉쳤던 사파의 세력들은 각지의 정파들의 손에 와해되었다.

         

       그야말로 혼란의 종식이었으니 천하의 사람들은 기뻐하며 다시 평화를 누리기 시작했고 동정호에는 천하가 어지러워 관광의 뜻을 접었던 이들이 몰려들며 성황을 이루고 있었으니 자연히 수적들 역시 호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주머니가 넉넉해지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기는 법.

         

       살벌한 외형을 지닌 수적들의 표정이 가벼운 것은 그러한 이유였다.

         

       적당히 한담을 나눈 수적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래, 손발이 열 개라도 모자란 시기에 우리를 불러 모은 이유가 뭔가?”

         

       “뭐 엄청난 건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그들의 시선을 받은 복천선의 선주, 광윤은 각 수적선의 선장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현 상황이 만족스러우시오?”

         

       뜬금없는 광윤의 물음에 선장들의 고개가 갸웃했다. 지금처럼 호황일 때가 없었거늘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일까.

         

       “호주머니야 두둑해졌겠지. 허나 요새 수적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나뿐이오?”

         

       “음…”

         

       “흠.”

         

       광윤의 말에 선장들의 불편한 신음소리를 냈다.

       

       과거 무림에서 수적이나 산적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무림에서 두려움의 대상은 무엇인가?

         

       혈교나 영물 혹은 천마신교였다.

         

       그저 괴담 속의 존재라 느꼈던 혈교가 괴이한 술법으로 거대한 영물을 길들여 문파를 공격하고 혈인들은 괴담 그대로의 시뻘건 모습으로 천하를 위협했다.

         

       또 그런 혈교 못지않은 사악한 소문을 잔뜩 달고 있는 천마신교가 중원에 나타나 혈교를 박살내 버렸으니 천마신교의 힘에 사람들은 안도감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천마니 혈교니 영물이니 전설적인 존재들이 실질적인 위협으로 날뛰었던 상황이 작금의 현실인데 누가 수적이나 산적을 진심으로 두려워할까.

         

       동정호의 수적은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약탈을 벌이는 선장들은 그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저 벌벌 떨며 재물을 바치기 급급했던 이들이 고작해야 수적에게 돈을 빼앗긴다고 여기며 수치스러워하거나 반항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흥,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혈교고 천마신교고 이미 다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니 천하의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들의 공포를 다시 떠올리겠지!”

         

       “제 주제를 모르고 불손한 눈빛을 보내봐야 물에 빠져 동정호 물을 한 사발 들이키면 정신을 차린다고!”

         

       안 그래도 홀쭉해진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점을 지적당한 선장들은 화를 내며 광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세 선장의 사나운 기세를 받게 된 광윤은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서 내 꾀를 하나 내 보았소.”

         

       “…꾀?”

         

       “결국 지금 우리들의 취급이 이래진 것은 동정호의 수적이 혈교나 천마신교에 비하면 별것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문제 아니겠소? 그러니 우리들이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오.”

         

       선장들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대체 무슨 수로 세인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악양에 뇌검낭인이 머물고 있다는 소식은 다들 들어보았을 것이오.”

         

       “그렇지. 그 자 때문에 천호문도 봉문에 들어갔다면서?”

         

       “자네는 왜 이리 소문이 늦나? 그게 언제적 일인데. 요새는 뭔 어사의 호위로 관아에 들어가 있다는군.”

         

       “그렇다면 뇌검낭인이 소가포목점의 소연화 때문에 이곳 악양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오.”

         

       광윤의 말에 선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이 힘을 합쳐 그 소연화를 납치하는 것이 어떻겠소?”

         

       광윤의 말에 선장들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뭣?”

         

       “자네, 제정신인가? 지금 소가포목점에는 뇌검낭인과 그 일행들이 머무르고 있네. 화경 고수는 물론이고 초절정 고수가 득실거리는 장소를 습격하자니?”

         

       “소연화 본인도 빙공을 익힌 초절정 고수라고 알고있는데 그런 고수를 납치하는 것이 가능할지나 모르겠군.”

         

       “나라고 그대들이 말한 점을 모르겠소? 그러한 점을 고려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겨 제안한 것이오.”

         

       “…어디 들어나 보지.”

         

       “현재 뇌검낭인은 관에 머물고 있소. 태수도 옥에 감금되었다는 말이 돌 정도로 관의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한동안은 그곳에 머물겠지. 그렇다면 소가포목점에는 초절정 고수들만이 남아 있다는 소리요.”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그렇겠지. 그러나 소가포목점 사람들을 인질로 잡는다면?”

         

       인질?

       인질이라는 말에 선장들의 눈이 번쩍였다.

         

       “뇌검낭인의 일행들을 떠올려 보시오. 소연화는 제 식구들이 잡혔으니 당연히 저항키가 어려울 것이고 모용연화나 여일예 역시 명문정파의 일원이니 결코 인질을 무시할 수 없겠지. 만약 안주인인 손미옥을 붙잡는다면 일이 더 쉽게 풀릴 것이오.”

         

       “…과연.”

         

       “우리는 딱 한사람. 소연화만을 내어 줄 것을 요구하면 그만이오. 추후 돈을 지불하면 소연화를 풀어주겠다 하면 그들도 거래에 응할 가능성이 높소. 그렇게 동정호로 도망친다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쉽지.”

         

       “크흐흐, 그렇겠군. 뇌검낭인이 일을 알아차린다 해도 천호문도 봉문했고 관도 감찰 때문에 엉망일 테니 도움 청할 곳도 없을 테니 말이야.”

         

       “뇌검낭인이 동정호를 누비는 우리들을 찾아내기도 요원한 일이고, 최악의 상황이 닥쳐 맞닥들인다 치더라도 물 속의 싸움이라면 뇌공을 익힌 뇌검낭인은 제 힘을 발휘하기 힘들테니 한 몸 건사할 수는 있겠군.”

         

       “일이 잘만 풀린다면 과거의 영광도 회복하고 돈도 두둑하게 뜯어낼 수 있겠어!”

         

       광윤은 아까와는 다르게 계획에 적극적인 동참의지를 보이는 선장들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뇌검낭인은 며칠 안으로 관아에서 돌아올 가능성이 높소. 그러니 일을 치를 수 있는 날은 한정된 셈이지. 시간이 촉박하니 선장들께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뜻을 정해주시지요.”

         

       밝지 않은 달빛 속에서 선장들의 눈빛이 교차했고 이내 세 선장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좋소. 그럼 내일 선착장에서 모입시다.”

         

       “흐흐. 그러지.”

         

       “참으로 기대가 되는구만.”

         

       만족스러운 기색과 함께 떠나는 세 선장. 노 젓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세 척의 배를 보며 광윤은 눈을 번뜩였다.

         

       ‘소연화…’

       

       광윤은 먼 옛날 소연화가 사라질 때의 소동을 떠올렸다. 천둥벌거숭이 등보위가 헛소문을 퍼트렸고 그 헛소문이 기폭제가 되어 소연화에게 연심이 있던 자들은 모두 소연화를 노리고 달려들었고 그 소란을 견디지 못한 소연화는 아무도 모를 곳으로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소연화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뒤 소연화를 마음에 품었던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등보위에게 원한의 화살을 돌렸다.

         

       광윤 역시 그러한 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이런 소란이 일었으니 소연화는 쉬이 악양으로 돌아오지 않음은 물론이고 어쩌면 평생 악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등보위는 이 일대를 주름잡는 거대 문파 천호문의 소문주였으니 천호문은 도리어 등보위를 적대하는 자들을 불온분자로 몰아 악양에서 쫓아내 버렸다.

         

       당시만 해도 전도유망한 청년 무인이었던 그가 악양에서 쫓겨나 수적이 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그렇게 수적이 되어 살아가고 있던 광윤에게 돌연 천호문의 봉문 소식과 소연화의 귀환 소식이 들려왔으니…

         

       광윤은 그때부터 소연화를 차지할 때를 노렸다.

         

       주책이 관군을 동원하여 소가포목점을 압박할 때나 어사와 함께 뇌검낭인이 관에 들어갔을 때도 초조함을 달래며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리고 주책이 옥에 갇히고 뇌검낭인이 소가포목점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광윤은 드디어 최적의 기회가 왔음을 깨닫고 수적들을 불러모았다.

         

       다른 수적들은 그럴싸한 가짜 계획에 속아 광윤이 소연화를 노린다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니 소연화를 손에 넣은 주책인 조용히 사라지리라는 건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겠지.

         

       그들은 뇌검낭인의 분노를 받아내며 광윤이 사라질 시간을 벌어줄 미끼가 될 터.

         

       ‘그렇게 된다면 나는….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소연화의 짝이 될 수 있다!’

         

       광윤은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 ***

         

       요새 손미옥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앓던 이처럼 불편했던 천호문은 박살이 났고 말도 안 되는 짓을 일삼던 주책까지 깨끗하게 정리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천호문과 태수를 정리해 준 것이 뇌검낭인과 일행들이었으니 그 기쁨은 배가 될 수밖에.

         

       찍찍!

         

       어디서 또 땅을 잔뜩 파고 왔는지 온몸이 흙범벅이가 귀환한 서공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손미옥은 그런 서공의 몸에 묻은 흙을 정돈해주며 생각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그래, 뇌검낭인 대협과는 언제 혼례를 올리면 좋겠니?”

         

       “아, 엄마!”

         

       “왜 역정을 내고 그러니? 이 어미는 당장 내일이라도 괜찮으니 부담없이 말하렴.”

         

       “차암, 내가 알아서 할게요.”

         

       흑묘가 불퉁하게 말하자 손미옥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서공을 껴안았다.

         

       “후우, 언제까지 저리 망설이고 있을지 참으로 걱정이구나. 나도 더 늙기 전에 손주라도 보았으면 좋겠거늘…”

         

       찍찍?

         

       “엄마!”

         

       “아직 귀 안 먹었다.”

         

       손미옥에게 찌릿한 눈빛을 보내는 흑묘와 그런 흑묘의 시선에 거짓으로 처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손미옥. 그런 어머니의 장난에 흑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휴, 잠시 바람이나 좀 쐬고 올게요.”

         

       “그러려무나.”

         

       방문을 닫고 나선 흑묘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머니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일에는 전혀 불만이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루종일 방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조금 괴로웠던 탓이었다.

         

       슬슬 밤이 찾아와 사위가 어둑해졌으니 월담자가 나타나더라도 자신이 먼저 눈치채고 숨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흑묘는 천천히 소가포목점 내부를 거닐었다.

         

       그렇게 조금 걷고 있자니 흑묘는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독고이설을 볼 수 있었다.

         

       “산책 중이셨나요?”

         

       “네. 이설 소저는…?”

         

       “뭐, 순찰이지요.”

         

       당연하다는 이설의 말에 흑묘의 얼굴에 미안함이 서렸다.

         

       본가의 일임에도 자신은 그저 어머니와 함께 편한 시간을 보내고 다른 일행들만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린 시절 태음기를 뿜어내던 소연화를 보고 홀려 지금까지 난동을 부리고 있는 청년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의 흑묘는 대부분의 태음기를 제어할 수 있으나 그러한 청년들에게 미약한 태음기나마 영향을 미치거나 현재의 자태를 보여주는 건 현 상황을 악화시키는 길이었으니까.

         

       흑묘의 미안한 기색을 읽어내 독고이설이 피식 웃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런 표정을 지어요? 기껏해야 무공을 익히지 않거나 무공 실력이 일천한 이들을 상대하는 일이니 그저 몸풀기도 되지 않는 일인데 말이에요.”

         

       “…네.”

         

       “저라면 여일예 소저나 모용연화 소저가 제 집의 경비가 되어준다면 신이 나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을 텐데 말이에요? 봐라! 내가 이런 사람들이 보호해주는 존재다! 막 이러면서요. 그러니까 좀더 이 순간을 즐기라고요?”

         

       독고이설은 여전히 흑묘의 표정이 펴지지 않자 포기하고 다시 순찰로 복귀했다. 흑묘 역시 그런 독고이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산책에 나섰다.

         

       “후.”

         

       흑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산책을 나서기 전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혼례를 서두르는 것이 어떠냐는 손미옥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던 탓이었다.

         

       흑묘는 분명 호천안의 청혼을 유보했다. 그러나 그 때 청혼을 유보한 것은 정말로 호천안이 괘씸했기 때문이었다.

         

       좀더 사랑받고 관심받으며 호천안의 애정을 만끽하고 싶었기에 부린 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흑묘가 혼인이라는 단어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태로 호천안과 혼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흑묘는 지금 이 소가포목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다를 바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라 여겼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태음기의 대부분을 다루게 되었지만 결국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두고 호천안과 혼인을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그리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금처럼 호천안과 일행들에게 신세를 질 것인가?

         

       흑묘는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떨쳐내고자 산책을 나섰던 흑묘는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은 채 산책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흑묘는 밝은 표정을 꾸며내며 방의 문을 열었다.

         

       “엄마! 오늘은 같이 자요!”

         

       “후후. 그러자꾸나.”

         

       침상에 나란히 베개가 놓이고 두 사람은 한 이불을 덮고 누웠다. 흑묘는 응석부리듯이 손미옥의 품에 파고들었고 손미옥은 그런 흑묘를 끌어안아주었다.

         

       흑묘는 마음 속까지 따뜻해지는 온기에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으니 응어리진 마음 속 고민이 사르르 사라지는 것만 같다고.

         

       반쯤 잠에 취한 흑묘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선배가 돌아오면…내 심정을 솔직히 전하자.’

         

       그 결과가 어찌 되더라도 흉중에 품은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후…함께 대책을 세우면 되지 않겠는가.

         

       흑묘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깊이 잠들려 했으나.

         

       “웬 놈들이냐!!”

         

       소가포목점에 쩌렁쩌렁 울리는 독고이설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뜨는 수밖에 없었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창문의 틈새로 바깥의 동태를 확인하는 흑묘는 경악했다.

         

       어두운 달빛 속, 못해도 수십은 되어 보이는 이들이 무기를 뽑아들고 소가포목점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밤 중.

         

       수적 연합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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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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