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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4

    <534 – 파파의 선물>

     

    와이히엠하이 재단 전속비공정.

    이사장은 지상이 내려다보이는 VVIP룸의 뷰를 내려다보며 상쾌할 정도로 시원스럽게 웃었다.

     

    “하하하. 제 아이지만 참 종잡을 수가 없군요. 제국의 4황녀라. 재단의 품을 벗어나 제국의 힘이라도 빌릴 작정인가요?”

    “지금이라도 황궁에 있는 장학생에게 지령을 보낸다면 황제의 눈을 피해 구출할 수 있습니다.”

     

    비서실장은 그 웃음이 두려웠다.

    웃음에도 이면이 있다.

    누군가는 웃는 얼굴로 운다.

    누군가는 웃는 얼굴로 화를 낸다.

    이사장의 웃는 얼굴은 광기를 보인다.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지를 수 없는.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때마다 저 남자는 꼭 저런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켜보죠.”

    “진심이십니까? 그 황제의 수중에 오크노디를 맡기는 겁니다.”

    “그 아이는 신기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지요. 과연 황제의 위험성이라고 모르겠습니까? <디스트로이어>의 강의를 들은 그녀라면 더욱 잘 알 겁니다.”

     

    디스트로이어는 삼대거악의 탄생의 시초가 모두 황제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는 자.

    그의 교육을 받은 오크노디라면 틀림없이 황제가 디스트로이어의, 나아가 그의 제자인 자신의 적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적지에 발을 들였음은 적에게 접근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위험을 각오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애초에 적색마탑과 마인을 동원하는 제 책략만 해도 쉬이 무너뜨릴 수 없는 책략이었습니다.”

    “이사장님의 큰 뜻은 제 부족한 혜안으로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군요. 지혜를 나누어주시겠습니까?”

    “그 깜찍한 아이가 해낸 일을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제가 보낸 마인 오르데 타코에 박스캣이라는 마왕군 조력자가 따라붙을 것은 저로서도 예상할 수 없는 사태였습니다. 그녀는 마왕군사천왕 <엘니뇨>가 보낸 재단을 향한 ‘성의표현’이었으니까요.”

    “그것을 오크노디는 알아차렸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고양이수인을 감쪽같이 홀린 불꽃쇼를 기획할 수 있었겠습니까? 덕분에 화산폭발은 미루어졌고 디스트로이어가 늦지 않게 지원으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큰 그림을 그리는 정치가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격요건 중 하나다.

    또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의 사건은 철저하게 복기하며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제일 와이히엠하이.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주인이자 이사장인 그는 원인을 궁리했고, 이내 깨달았다.

    오크노디였다.

    모든 변수는 그녀로부터 비롯되었고, 모든 이변은 그녀가 이루어내었다.

     

    “그럼에도 교전을 통해 쌓은 암흑마나로 인해 디스트로이어에게는 요양이 필요해졌습니다. 우리의 충직한 이중스파이 <아케미 웨스커>양이 전달한 정보로 인해 혁명가는 오랜 걸림돌이었던 디스트로이어의 제거에 나섰다가 명을 달리했지요.”

    “아케미 웨스커를 불러들여 경고 아닌 경고로 충동질한 것은 이사장님의 의도이지 않았습니까?”

     

    고급정장의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가볍게 풀며 이사장이 풀어진 옷깃만큼 느슨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렸던 그림은 지금과 같지는 않았죠.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죽고, 혁명가는 숙적을 해치우며 매스각키 황녀를 생포하고, 오크노디는 새로운 ‘친구’를 되찾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제 발로 저를 찾아와야 했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과는 확실히 다르군요. 혁명가의 사망과 혁명군의 붕괴, 디스트로이어의 실종. 매스각키와 오크노디는 황궁으로 떠나 황제의 양녀이자 제국 4황녀로 임명되었으니.”

    “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말로 궁금한 건 따로 있지 않습니까?”

    “…황제타도를 진심으로 노릴 수 있었던 세계에서 세 명뿐인 인간 중 한 명을 오크노디와 디스트로이어가 어떻게 물리쳤는가.”

    “참 흥미로운 이야기였지요.”

     

    이사장의 검지에 한때 명호스님이 소환하고 혁명가가 저주를 떠넘긴 끝에 웨스커 양의 머리에 채워졌던 <긴고아주>가 끼워져 빙글빙글 돌아갔다.

    비서실장은 <성급한 반역>을 일으킨 자의 말로가 어땠는지 감히 묻지 않았다.

    긴고아주가 어떤 경위로 웨스커 양에게 채워졌는지, 현장의 정보를 누구의 입으로 전해 들었는지, 조금의 정보조차도 이사장에게는 내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 긴장감은 비서실장 한 사람만의 몫.

    이사장은 그저 즐겁다는 듯이 빙빙 돌리던 긴고아주를 기습적으로 날아든 나무뿌리에 끼웠다.

     

    !!!

     

    거대영역을 기본으로 타고난 거대종 생명체의 분노가 비공정 내부를 휩쓸었다.

    물론 마나사용을 금하는 긴고아주의 저주에 당하기 전에도 속수무책이었던 뿌리의 주인이 이사장을 어찌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엘프들에게는 <세계수>라 불리고 이사장에게는 <트리 양>이라 불리는 거대종의 초라한 저항은 비서실장을 더욱 고개 숙이게 했다.

     

    “오크노디의 스승. 전 그것이 줄곧 디스트로이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드러난 실체는 의외의 제 3자였지요.”

    “…”

    “누군가의 말로는 재단의 집사장이라고 추정되는 인물이라는데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의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에야 동시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나타날 수는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대체 오크노디의 스승이라 불리는 의문의 집사장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카데미의 사람인가?

    제국의 비밀병기인가?

    그도 아니면 만신들의 발악?

    퀴즈란 어렵다.

    정답을 모르겠고 힌트도 부족하다면 더욱 그렇다.

    주관식 서술형이면 특히나 더욱 그렇다.

    운에 의지해서 찍어서 맞출 가능성마저 희박하기에.

    그래서 이사장은 떠올렸다.

    오크노디가 들으면 좋아죽을 아주 신나는 발상을.

     

    “그러니 한 번 불러보지 않겠습니까?”

    “…그 의문의 집사장을 말입니까?”

    “마침 제게는 <영혼을 부르는 오카리나>가 있지요. 어느 차원, 어느 존재라도 생사와 시계열, 모든 조건을 불문으로하고 불러낼 수 있는 <신물>이.”

     

    못된 짓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친다.

    폐가 되는 것을 아는데도 악인들은 이를 저지른다.

    못된 짓을 저질러 받을 벌보다 얻을 즐거움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느꼈다.

    이건 정말 많이 즐거운 일이 될 거라고.

     

    “물론 이 좋은 선물이 정말로 제국산 선물인지 제도상공에 찾아가서 열어봐야겠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비공정.

    그 목적지는 신성중앙제국의 중심부, 제도.

     

    “우리 괘씸한 딸이 황제의 양녀가 되겠다며 뛰쳐나갔는데 아비 된 몸으로서 이 정도 깽판은 저지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국 법관들도 만장일치로 정당방위로 무죄판결을 내릴 겁니다. 그러지 않을 법관은 제 손에 죽을 테니까요. 하하하.”

    “하하…”

     

    어색한 웃음과 함께 비서실장은 생각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이 이 소동이 지나가달라고.

    오크노디가 제국황녀가 된 것만으로도 이사장이 비공정과 함께 <오크노디의 스승>이라는 초대형 폭탄을 던지러 제국으로 향하고 있다.

    만일 여기에 하나라도 더 이사장을 자극할만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제국와 재단.

    최악의 경우에는 오래도록 서로의 역량을 가늠하기만 해왔던 양지의 정상에 군림하는 세력과 음지의 정상에 암약하던 세력의 전면전쟁도 각오해야겠지.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테러미수는 전면전쟁이 닥치거든 아무것도 아니지.’

     

    이번에 오크노디를 끌어내고자 벌인 사건 하나쯤은 우스울 정도의 대사건이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이사장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수많은 장학생과 하부조직을 거느렸다.

     

    ‘부디, 진심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비서실장의 간절한 기도는 정확히 15분 뒤, 제도에서 날아온 급보로 배신당했다.

     

    “황궁 장학생으로부터의 속보입니다. 제국의 외부강화소와 금기연구소가 파괴되었습니다.”

    “하하하! 우리 딸아이가 참 버릇이 나빠 곤란하군요. 파파도 선물을 보내러 왔는데 딸아이도 황제에게 <테러>라는 큰 선물을 안겨주었으니 우리 부녀의 선물이 황제의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크노디 양이 일시적으로 심정지 상태에 돌입했다가 기사회생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맥박은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제나 웃음을 그치지 않는 사내.

    이사장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멈추었다.

    어색하고 강박적으로 굳어진 근육.

    서서히 차오르는 감정의 격동.

    어떠한 경우에도 미소를 잃지 않겠다는 고지식하다 못해 엄격하기까지 한 신념을 관철하듯 미소는 이어졌으나, 밝고 쾌활한 목소리마저 한결같지는 않았다.

     

    “일시적 심정지. 사망 후의 기사회생. 다른 사람도 아닌 저의 딸을 자처하는 아이가 제국의 황궁에서 그런 꼴을 당했단 말이군요.”

    “…!”

     

    끝이다.

    세계는 이제 끝나지 않는 겁화에 휩싸인다.

    혁명가가 일으켰던 난들이 우스울 정도의 참사가 1년 365일 대륙을 전란으로 끌어들이리라.

    비서실장이 잔혹한 미래를 직감하고 두 눈을 질끈 감으려던 순간이었다.

    이사장과 비서실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보고의 뒷 내용을 듣고 섣부른 결정을 미룰 수 있었다.

     

    “그리고… 제도에서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혁명가가 없는 세상에 혁명이라니. 지옥으로 떨어진 혁명가가 돌아오기라도 했답니까?”

    “그게… 비슷합니다. 진짜 혁명가의 재림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엄청난 선동력을 지닌 인물이 제도에서 최소 백만 이상의 시민들을 이끌고 제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누구의 소행이죠?”

    “시민들의 말로는 제 2의 혁명가라 불리는 사내, <젤지>라는 인물입니다. 알아본 바로는 그의 본명은 지젤. 암흑상회의 최대주주이자 기프트 아카데미의 1년생, 그리고 오크노디 아가씨의 입학동기이자 좋은 관계를 형성한 친구입니다.”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 지령을 내리기 직전에 보고를 받고 멈춘 이사장.

    제일 와이히엠하이의 손이 그의 분노에 짓눌려 저항의지를 상실한 나무줄기를 툭툭 두들겼다.

    한 번의 작은 접촉마다 걷잡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세계수 <트리 양>의 모습에 비서실장은 차라리 안도감을 느꼈다.

    저 고통을 전 세계가 동시에 받지는 않을 테니까.

    뿌리를 드리울 땅도 잃고 이사장의 영역에 강제로 뿌리를 내리게 된 나무 한 그루의 희생으로 세계평화가 지켜진다면 명백한 이득 아닌가.

     

    “여기서는 딸아이를 골려주려는 목적을 겸한 선물보다는 아무래도 황제에게 교훈을 줄 선물을 꺼내는 편이 낫겠군요.”

    “분부를 내려주십시오.”

    “젤지. 지젤이라는 남자를 진짜 혁명가로 만들어봅시다. 혁명의 목적은 황궁에서 의식불명에 처한 황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황실은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정도면 좋겠군요.”

     

    재단의 수장이 직접 지령을 내렸다.

     

    “제도에 머무르는 모든 재단장학생에게 전하십시오. 현 시간부로 제도 내의 재단장학생은 모든 자원을 기용하여 지젤의 혁명을 도우라고.”

     

    제국에게 새로운 혁명가가 탄생하는 고통을 안겨줄 재단의 계획이 실행되었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 해병이 제도상공에 출현하며 세계를 초토화시킬지도 몰랐던 위기는 그렇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던 이사장 본인을 포함하여 누구도 모르게 지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름값 하는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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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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