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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4

        

       시간이 흘렀다.

       당연하게도 진성이 행한 의식에는 문제가 없었고, 빌딩에서 투신하려고 들어왔다가 쫓기는 사람이 둘 정도 더 늘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본 루카스는 진성이 없어도 된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좋아. 역시 내 예상대로군. 이런 훌륭한 주술을 걸어줘서 고맙네.”

         

       루카스는 진성을 찾아와 칭찬함과 동시에, 그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여러 장의 티켓과 카드들이었다.

         

       “일을 이렇게 완벽하게, 빠르게 처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네. 내 선물이라고 봐도 좋고, 자네가 열심히 일해준 대가라고 봐도 좋지. 한국에서의 표현으로는- 그래, 보너스. 보너스라고 생각해도 좋아.”

         

       그가 건네준 것은 미국 곳곳의 관광지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과 호텔 숙박권이었다.

         

       “일이 일찍 끝나서 갑자기 일정이 비었을 테지. 그 빈 시간 동안 이 미국의 모습을 담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선물을 준비했다네. 유명한 관광지 중 나의 손이 닿는 곳들의 티켓들이니, 부담 없이 가서 관광했으면 좋겠군. 아, 그리고 이 카드는 자동차의 키(Key)라네. 기름과 전기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카인데- 최신형이라 그런지 아주 끝내주지.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멋들어진 디자인의, 남자라면 홀릴 수밖에 없는 훌륭한 픽업트럭이지.”

         

       얼핏 선행으로 보는 행동.

       하지만 루카스의 내심을 안다면, 진성을 어떻게든 이 빌딩에서 멀리 떨어지게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루카스는 그런 기색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만약 그가 떠올리고 있는 음모론이 사실이 아닐 경우, 괜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었다가 그는 훌륭한 주술사와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원한 관계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주술사에게 원한을 산다?

       주술사와 적대관계가 된다?

         

       그것만큼 소름이 끼치는 말은 없을 것이다.

         

       기괴하고 예측하기 힘든 술수로 자신을 노리는 능력자와 척지고 싶은 사람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겠지.

       제정신이 박혀있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루카스는 끝까지 진성에게 친절했다.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앞으로도 관계를 이어가자는 태도로 그를 대했다.

         

       그렇게 루카스는 진성을 무사히 빌딩에서 내보냈다.

         

         

         

        * * *

         

         

         

         

       ‘흐음. 숨기려 하기는 하였지만, 눈을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느니.’

         

       빌딩 밖으로 쫓겨난 진성은 루카스가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 수밖에 없었다.

       행동이야 잘했다, 훌륭하다 칭찬을 그렇게 하고 있건만- 몸에서 보내는 무의식적인 표현이, 몸짓이, 그 행동 하나하나가 그를 경계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으니 어찌 알아차리지 못할까?

       거기다가 눈 역시 마찬가지다.

       진성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눈동자에 묘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 꼭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접촉한 첩자를 보는 듯하였으니. 이는 자신이 떳떳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요, 자신이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기에 자연스레 경계함에 따라 그 기색이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것과 같음이라.

         

       루카스의 눈동자는 바로 그러하였다.

       그리고 그 눈동자를 보아하니, 진성은 루카스가 자신을 어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비둘기, 쥐, 올빼미….

       루카스의 곁에, 월 스트리트 곳곳에 퍼져있는 감시 장비들.

       누가 보더라도 수상해 보이는, 첩보 기관들이 사용하는 그 생체 드론들과 그동안 보아온 루카스에 대한 정보를 조합해보자면…. 루카스는 진성을 미국 정부와 붙어먹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확신은 아니고 의심에 지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본래 그 의심이야말로 가장 무거운 것이 아니겠는가?

         

       하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의심 속에서 살고, 의심에 파묻힌 채 살아나고, 끊임없이 의심의 불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삶이라.

       평온하지 못한 삶임은 분명하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환경이 그러하였던 것을.

       저런 생체 드론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한시라도 편안히 잠을 잘 수 없을 것이 분명하였으니 말이다.

         

       ‘그래. 의심해서 쫓아낸 것은 좋은데…. 이거 참 공교롭구나.’

         

       그렇기에 진성은 루카스를 딱히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당장 진성만 하더라도 수상한 놈이 접근한다면 기생충이나 곰팡이부터 감염시켜놓을 것이 분명했는데, 그냥 빌딩에서 쫓아낸 것 정도라면 뭐-선녀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루카스의 판단은 옳았다.

         

       수상해 보인다면 쫓아내는 것이 옳겠지.

         

       그런데 말이다.

         

       공교롭다고 한 것은, 하필이면 이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끌끌.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듯하였는데, 구멍이 큼직큼직하게 뚫려있는 것이 물고기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그물이나 다름이 없구나.’

         

       진성은 자신이 주변에 뿌려놓은 벌레에게서 들어오는 정보를 확인하며 혀를 찼다.

         

       벌레 하나는 골목길을 보고 있었다.

       골목길에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술병을 옆에 두고 있었는데, 그 술은 반절 정도가 줄어 있었다. 하지만 술병이 반절이나 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눈의 총기는 흐려지지 않았고, 루카스의 빌딩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는 묘한 빛을 품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눈동자, 찌르는 듯한 기세.

       남자를 바라보는 벌레의 몸을 파르르 떨리게 만들고, 움직임을 방해하게 만드는 무형의 기운.

       세간에서 살기(殺氣)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것도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유형화된, 잘 단련된 살기 말이다.

         

       또 다른 벌레는 한 건물의 옥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옥상에서는 펑퍼짐한 옷을 입은 사람들 셋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한 손에는 작은 책을 들고 있었는데, ‘Bible’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것이 성경인 듯했다.

       하지만 성경이라고 하기에는 책을 쥐고 있는 손에 가려진 글자가 더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Tech’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일반적인 성경이 아닌 듯 보였다.

       그들은 성경을 소중히 꼭 쥔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는데, 그들의 옷에서는 노란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벌레는 하수구에 있었다.

       그 벌레는 천장의 구석진 곳에 끼어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아래에는 쉬이 보기 힘든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찌익.

       찌이익.

       찍!

       두두두두두.

         

       천장에 있는 벌레에게까지 느껴지는 진동.

         

       하수구에는 쥐 떼가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지진이 나기 전에 탈출이라도 하는 것과 같은 광경.

       수많은 쥐들이 한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쥐로 이루어진 파도를 보는 것만 같은 그 모습은, 장관이라고 생각이 들게 함과 동시에- 압사당하는 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는 그 모습이 약간은 역겹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쥐들은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 방향은, 놀랍게도 루카스의 빌딩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벌레는 월 스트리트의 끄트머리에 있는 한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건물에는 체크무늬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무어라 한탄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남자를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평범한 건물의 모습이 보였는데, 거기서 지하로 내려가게 되면 월 스트리트의 빌딩 숲을 축소라도 시킨 듯한 방이 보이게 된다. 거대한 서버는 빌딩처럼 솟아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하고 있고, 그러한 서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쭈욱 늘어서 있다.

       그리고 서버들 사이사이로 2 in 1 노트북이나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고, 그 화면을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작업을 하는지 바쁘게 코드를 치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구석의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있기도 했다.

         

       저들은 무엇을 위해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것일까?

         

       하나도 아닌 넷.

       수상해 보이는 움직임이, 수상해 보이는 존재가 무려 넷이다.

         

       참으로 공교롭지 않은가.

         

       진성을 쫓아낸 직후, 저런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것이?

         

       이는 루카스가 정말 운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고….

         

       혹은.

         

       ‘감시하고 있다가 내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지….’

         

       그리고 둘 중에서 확률이 높은 것은 후자였다.

         

       아무리 운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빌딩에서 나오자마자 수상한 움직임이 네 개나 관측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이것은 저 빌딩 안에 저들의 눈과 귀가 있었거나, 아니면 빌딩 밖에서 루카스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는 말이겠지.

         

       그리고 저들의 목적은…하하.

       잘은 모르겠지만, 루카스에게 이로운 것은 아닐 것임이 분명했다.

         

       노숙자로 보이는 이가 풍기는 살기도 그러하고, 끔찍한 쥐들의 움직임도 그렇고.

       종교와 얽혀있는 이들의 수상한 시선도, 루카스와 회사를 감시하는 듯한 수상한 단체도….

         

       그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숨겨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본래 원한으로 갈고닦은 것만큼이나 은밀하고 날카로운 것은 없음이라.

       숨겨진 채 겨눠지는 것은 곧 원한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크니.

         

       루카스는 아마 고초를 겪게 되리라.

       그리고 그것은 꽤 재미있는 구경이 될 것임이 분명하였다.

         

       ‘살기 위해서는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드러내야 할 것이니. 그 과정에서 나는 해답을 알게 되리라.’

         

       진성은 이것을 기회라고 여겼다.

         

       바뀌어버린 미래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루카스라는 존재가 죽지 않음으로써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루카스에게 얽힌 이들은 누구인지.

       회귀 전과 회귀 후가 무엇이 다른 것인지.

       루카스가 이렇게 미국 정부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이 수많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자아, 가장 먼저 나서는 이들은 누구일 것인가?’

         

         

        * * *

         

         

       『 늑대에게서 착취당하는 양은 자유를 얻어야 한다. 』

         

       『 사악한 투자자 루카스는 양을 해방하라. 』

         

       『 루카스는 양에게 마땅한 배상을 해줘야 할 책임이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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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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