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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5

       

        

        

        

        

        

        

        

        

       “빌어먹을, 진짜 끔찍하구만…!”

        

        

        

        달리고, 달리며, 달린다.

        

        아직 흙에서 채 가시지 않은 물기에 의해 군화 밑창은 더러워진 지 오래고, 군복 위로 말라붙은 흙 위로 으깨진 풀 쪼가리와 축축하게 젖어 썩어가는 낙엽이 묻는다. 그러나 그런 것을 일절 신경쓰지 않을 만큼 로건은 빠르게 기동 중이었다.

        

        길조차 없고, 때로는 짜증날 정도로 가파른 산등성이를 최대한 빠르게 내려간다. 기동이라기보단 슬라이딩에 더 가까운 속도였다. 하지만 속도를 늦출 수도 없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적 휴머노이드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던 탓이었다.

        

        거리가 대략 400m 가량으로 벌어진 순간 로건은 급하게 숨을 갈무리하며 나무에 몸을 기댔고, 방아쇠를 당겨 저 멀리에서부터 다가오는 적들의 머리를 하나둘씩 으깨기 시작했다.

        

        북극곰의 기동 속도는 인간을 진즉 뛰어넘은 지 오래였기에 본래라면 잡힐 이유가 없었지만, 최대한 빨리 도망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망할 레이저 총 같으니….”

        

        

        

        현재 상황이 실제가 아니라 훈련이라는 점.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로봇들이 들고 있는 총은 – 당연하겠지만 – 실탄이 아니었고, 레이저가 몸에 맞닿으면 저 멀리 떨어진 HQ가 피해 판정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식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탁 트인 공간에서 도망치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레이저는 총알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랐으니.

        

        더하여 그것과는 별개로, 짐은 줄어들어도 짐이었다. 다시 말해 로건은 대략 100kg 가량의 군장을 몸에 두른 채로 기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 역시도 사람이었고, 3일 밤낮을 기동하고 전투를 치르느라 상당히 몸이 뻐근했다.

        

        그런 여러 악조건과 귀찮은 상황 속에서 로건은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막내, 듣고 있나? 나는 현재 포인트 알파에서 포인트 23으로 이어지는 축선을 따라 이동 중이고, 현재 2/3 정도 도달했다! 기억하기론 M110A1를 들고 있을 텐데, 지원 가능한지?”

        

       “불가능합니다. 보유 탄약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요. 북쪽에서 고강도 교전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서 여기 친구들한테 신경써주지 않으면 다 몰살당할 거예요.”

        

       “그러면 지정사수 친구들한테 가서 탄 좀 달라고 해봐, 빌어먹을! 네 짐까지 몽땅 가지고 달리고 있으니 아주 죽겠어!”

        

       “시도해보죠. 그 정도로 많아요?”

        

       “2개 중대가 나만 쫓고 있다고!”

        

        

        

        총이란 총은 몽땅 가지고 있지만, 하필이면 볼트액션. 거기에 소음기까지 달려 있었으므로 총구도 더럽게 길다. 말 그대로 짐이란 소리였다.

        

        그런 걸 주렁주렁 매단 로건은 그저 열심히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달리면서 수통을 들고 물을 들이킬 정도의, 혹은 카멜백을 사용할 여유 정도는 있다는 것. 후퇴 지점까지는 앞으로 1.5km 가량이 남았고, 그 전까지 로건은 젖먹던 힘까지 다해 달려야만 했다.

        

        10초, 20초, 30초가 지나간다. 지정사수소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의 사격이 이어졌지만, 놀랍게도 그 중 적의 몸을 관통하지 못한 탄환은 단 하나도 없었다. 비상식적인 전투력이었다. 하지만 한 명을 죽이면 다섯 명이 그 자리를 채우는 숫자의 폭력은 실로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막내에겐 별다른 말이 없었고, 로건은 그 즈음에서 지원받는 것을 포기하고는 다시금 다리에 힘을 주고 달렸다.

        

        

        

       “망할, 돌아가면 막내한테 저격 터렛에 자율기동모드 좀 제대로 된 거 박아넣으라고 해야겠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과거 뉴욕에서의 전장.

        

        누군가에게 추격당하고 있을 때 터렛 – 비단 저격 터렛 뿐만이 아니라 – 은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생명이자 동시에 적의 발목을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묶을 수 있는 무기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여전히 싱크탱크-DARPA 협업을 통해 개발 중인 시커 마인이었고.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은, 그리고 아직까지는 로건이 휴대한 저격 터렛엔 그런 기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머리가 바쁘게 회전했다.

        

        때마침 막내에게 다시 통신이 왔으나 대답은 예상했던 것과 엇비슷했다. 탄환은 받았지만 각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것…요새는 계곡의 바닥에 박혀있었고, 로건은 그보다 높은 산맥 위를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기에 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렵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과 동치에 둘 수 없었고, 총을 쏘는 것만이 꼭 유일한 지원 방법은 아니었다.

        

        영원과도 같은 찰나가 흐른 뒤, 유진이 입을 열었다.

        

        

        

       “…들리나요, 로건? 지금 요새 중앙 시스템에 접속한 뒤 적 밀집도를 조정하고 있어요. 긴급 지원 요청을 발신했죠.”

        

       “요점만 말해!”

        

       “로건을 잡으려는 적 절반 가량을 요새 방향으로 돌렸어요. 한결 원활해질 거예요. 그리고 IFF의 강도를 최대로 올린 다음 포인트 23에 도달하면 26 방향으로 방향을 트세요. 아마 감시탑 하나가 보일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근방에 도달한 순간 무슨 방법을 써서든 그 안에 있는 저격팀의 이목을 끌면 됩니다. 로건은 보일지 모르겠는데, 저는 여기까지 내려온 순간 해당 타워의 아군 표식이 UI에 표시되더라구요.”

        

        

        

        대답은 없었다.

        

        아마 인컴이 총성을 걸러내지 않았다면 유진은 소음기가 탄환을 뱉어내는 날카로운 소리를 몇 번이고 들었으리라. 앉은 자리에서 또다시 5기 가량을 골로 보낸 로건이 포인트 23에 도달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녀는 망설임없이 26번을 향해 달렸다.

        

        산기슭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경사진 기동로. 군데군데 보이는 돌벽, 가파른 벽면까지. 하지만 로건은 그 사이에서조차 발디딜 틈을 빠르게 눈여겨보았고, 말 그대로 산양을 연상하게 만드는 몸놀림으로 아래를 향해 폴짝폴짝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략 100미터 가량을 그리 이동한 뒤, 산길을 빠져나오자 보이는…비교적 휑한 완만한 오르막,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감시탑. 거리는 대략 400m 가량이었고, 짐이 없었더라면 무엇보다도 빠르게 주파 가능했겠지만…지금은 아니었다.

        

        로건이 선택한 방법은 간단했다.

        

        

        까가각!

        

        마치 나사를 조이는 듯한, 혹은 푸는 소리와 함께 권총의 소음기를 풀어버린 로건이 새 탄창을 삽입하고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 좀 봐라…!”

        

        

        

        탕, 탕, 탕!

        

        전력질주함과 동시에 로건은 허공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고, 감시탑의 콘크리트 벽면을 몇 번 쏘아 맞추었다.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북극곰은 감시탑 안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두 명의 동양인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저쪽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몰랐기에 실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저 멀리 숲속에서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이 튀어나온 것을 보고는 즉각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감시탑 안에서부터 날카로운 소음이 터져나왔다.

        

        유리창을 마하 3에 가까운 속도로 빠져나온 탄환은 로건을 한참이나 빗겨나갔고, 저 뒤에서부터 찾아오기 시작한 불청객들의 뚝배기를 순식간에 분쇄했다.

        

        

        

       “RUN!”

        

        

        

        감시탑에서부터 터져나온 목소리.

        

        당연하겠지만, 북극곰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모를 리가 없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발바닥이 타들어가며, 온 몸이 땀범벅이었고, 관절은 조금씩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한참이나 초월한 신체능력을 가진 로건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었으며, 거리가 점차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숲을 빠져나온 로건이 감시탑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완만한 언덕을 질주해야만 했고, 자연스럽게 화망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즈음에서 레이저를 막아낸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등에 메고 있는 거대한 군장이었다.

        

        로건이 감시탑까지 도달하기까지 벌어졌던 장대한 똥꼬쇼를 설명하자면 끝도 없었기에 그 결과만 말하자면 – 그녀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건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반격이 시작되었다.

        

        

        

       “살아있나요, 로건? 어디 맞은 건 아니죠?”

        

       “군장이 다 막아준 것 같은데…젠장, 숨차서 죽게 생겼네. 지금부터 남은 적들 요격할 거다. 그쪽은 다 끝나가냐?”

        

       “다 끝나가요. 저도 요새에서 나온 지 꽤 됐고요.”

        

       “됐어, 그럼. 탈출 지점에서 보자.”

        

        

        

        인컴을 통해 들려오는 막내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계단을 오른다.

        

        감시탑을 끝까지 올라가서 다른 저격팀을 만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로건은 영점이 비틀릴 가능성을 감수하며 감시탑 계단 곳곳에 나있는 깨진 창문을 소음기로 훑어내렸고, 줄줄 흐르는 땀을 무시한 채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휴머노이드를 무차별적으로 요격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 상층에서 들려오는 익숙한…한국어.

        

        

        

       “저 자식들 뭡니까!?”

        

       “불청객!”

        

        

        

        얼마 전에 만난 적 있던 사람들이자, 막내와 같은 곳에서 온 참가자들이었다.

        

        그리 생각한 로건은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고, 북극곰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상층의 두 명 또한 애써 쾌활하게 웃으며 로봇-시체를 산처럼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절반으로 나눠졌다고 하더라도 80명. 로건이 이곳까지 달려오면서 요격한 수는 스물, 그리하여 남은 수는 60. 그리고 2분 가량의 교전 끝에 사살한 적 역시도 스무 기 가량.

        

        이 자리에서 계속해서 시간을 끌 수는 없었고, 로건은 후퇴를 종용했으며, 그 순간 타워에 있는 두 UDT 대원은 사전에 설치해둔 패스트로프를 통해 빠르게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짤막한 의사 교환, 그리고 달리기.

        

        아직 남아있는 40기 가량의 로봇이 화망이 사라진 것을 알고 다가오기 전, 이들은 감시탑에서 수백 미터 가량 떨어진 숲에서 완전히 추격조를 뿌리칠 생각이었다 – 두 명이 후방을 경계하고 교전하는 동안 로건은 다시금 젖먹던 힘까지 다해 달린다.

        

        비에 젖어 나는 미묘한 흙 향기가 가득한 숲의 경계선에 들어가자마자 군장을 풀어헤치고 세 기의 저격 터렛을 꺼낸다. 터렛 3기와 연산 장치, 배터리를 연결하고 쓰러진 통나무 위에 일렬로 세워놓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5초 가량.

        

        그 사이 방금까지 이들이 있었던 감시탑 인근에서 하나둘씩 머리를 내미는 추격조. 그러나 로건은 저격 터렛이 부팅되는 와중 TAC-50을 꺼내어 근방을 조준하고 있었고, 묵직하고 날카로운 소음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한 기의 머리가 사라진다.

        

        

        

       “연막탄!”

        

        

        

        그동안 UDT가 아껴놓았던 연막탄 세 개 가량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연기가 뿜어져나옴과 동시에 두 대원이 어떠한 피해도 없이 숲의 경계선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몸을 가렸다.

        

        두 명이 본인이 있는 곳까지 도달한 것을 확인한 로건은 저격총으로 연막탄을 쏘아 저 멀리로 날려보냈고, 그러자 적군의 위치마저 가리던 연기가 순식간에 걷혔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기세의 두 대원이 덧붙였다.

        

        

        

       “이제 어쩌면 됩니까?”

        

       “어쩌긴요.”

        

        

        

       ───피이잉!

        

        

        

        축차로 터져나오는 사격음,  저 멀리에서 반쯤 동시에 고꾸라지는 세 기의 휴머노이드.

        

        한 번 터렛이 작동을 시작한 이상, 로봇들이 이를 피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제는 좀 쉬어야지요.”

        

        

        

        지긋지긋한 미션에 방점을 찍을 때가 왔다.

        

        퇴출을 위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북극곰을 괴롭히던 40기 가량의 추격조가 고철더미로 돌아가고, 헬리콥터가 탈출 지점에 무사히 착륙하기까지 3분 전이었다.

        

        

        

        

        

        

        

        

        

       “오만가지 고생을 하고 온 모양이로군요, 로건.”

        

       “군 생활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TOP 5 안에 당당히 들 정도로 지랄같았지, 빌어먹을. 나 기절하면 네가 좀 깨워줘라.”

        

       “여부 있겠습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탈출 지점에 착륙한 헬리콥터 램프 너머에서 다시금 마주한 로건은 그 사이 10년 가까이 늙어버린 비주얼이었다.

        

        2036 스나이퍼 컴페티션은 그렇게 끝을 맞았다.

        

        

        

        

        

        

        

        

        

        

        

        

        

        

        

        

        

        

        

        

        

        

        

       “마지막 미션이 목요일 오후 8시에 끝났고, 시상식도 전부 끝났는데 왜 일정이 금요일까지 잡혀있는지를 이제야 알겠네. 잠 자는 시간까지 전부 포함이었구만.”

        

       “당연하죠.”

        

       “그걸 아는 사람께서 왜 피곤해서 죽으려고 하는 나랑 막내 방까지 찾아오셨을까?”

        

        

        

        포트 무어, 목요일, 저녁 11시 30분.

        

        비록 중간에 7시간 가량 자긴 했지만, 사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끝도 없이 기동했으며, 막바지에는 무아지경에 가깝게 열심히 싸웠던 여파가 발현자의 강인한 몸뚱아리조차 쉴새없이 두들기고 있을 무렵 – 방에 로렌티나와 올리비아가 찾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한쪽 비닐봉투 안에는 위스키 병과 잔이 가득했고, 다른 쪽에는 안주가 그득하게 들어있었다.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 나와 로건이 반쯤 강제로 잔을 받아드는 사이, 로렌티나는 오늘 그녀 자신이 우리에게 직접 수여한 저격총 모양 상패를 어루만지며 덧붙였다.

        

        

        

       “잘 만들었죠? 여기 놔두고 가면 2주 안에 자대로 배송될 거예요. 크기가 꽤 크니까요. 그리고 막내는 한 달 정도 걸릴 거예요. 정 빨리 수령하고 싶으면 위쪽을 툭툭 건드려서 외교행낭으로 보내면 되긴 하는데, 그럴 필요까진 없겠지요?”

        

       “그렇죠. 그나저나 재질만 다른 1등 상패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1등은 도금이지만, 두 명이 받은 건 적어도 총 부분은 통짜 백금으로 만들었다는 차이점이 있죠.”

        

        

        

        그렇구만.

        

        하지만 뭘로 만들어졌는지는 굳이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가 이번 컴페티션에서 1등을 차지한 JTF-2보다 훨씬 우수했단 점이겠지. 아쉽다면 아쉽게도 SAS는 3등으로 추락했다. 로건이 경고를 해줬긴 했지만 추격조가 너무 많았고, 탈출 도중 사망 판정을 받았기에.

        

        그 부분까지 참작해서 3등에 올라선 거긴 했지만.

        

        좌우지간, 이번 스나이퍼 컴페티션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미션의 난이도와 체계성에서 특히나 더더욱 그러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미션은…뭐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전현직 군인들이 실전보다도 훨씬 난이도가 있다고 평가한 마당에.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로건이랑 막내 덕분에 UDT 친구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나갔다더군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서 그 분들을 가르치긴 했어도, 작전구역 A와 B를 통틀어 생존한 최후의 6팀 중 하나에 들어갈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뭐어, 그럴 때도 있는 법이죠.”

        

       “그 사람들이 없었으면 난 진즉 사망 판정을 받았겠지. 실력은 나쁘지 않든데. 임기응변도 괜찮고.”

        

       “당연하죠. 누구랑 교류한 사람들인데.”

        

        

        

        두 명이 실컷 떠드는 걸 무시한 채 홀짝홀짝. 술이 한 잔씩 들어갈수록 조금씩 몸이 노곤해진다.

        

        그제야 바깥을 볼 여유가 생겼고,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대의 차량이 축차로 포트 무어를 빠져나가고 있었으며, 바깥은 말 그대로 쥐죽은 것만 같은 적막이 감돌았다.

        

        그런 내 모습을 눈치챘는지, 슬그머니 다가온 올리비아가 한 마디 덧붙였다.

        

        

        

       “조기 탈락한 참가자들이 먼저 나가고 있는 거야. 저 친구들은 너희들이 신나게 싸돌아다닐 동안 기지로 복귀해서 잤거든. 어차피 시상식도 끝났기도 하고, 내일 한꺼번에 빠져나가서 상황이 복잡해지는 꼬라지를 볼 바엔 지금 나가겠단 거지.”

        

       “아하.”

        

       “아무튼 그건 그렇고, 내일 아침 10시에 애틀란타 국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 올랜도로 향하는 국내선 비행기는 12시에 있으니 큰 무리없이 갈 수 있겠지. 아마 길어도 내일 2시 안에는 디즈니 월드에 발을 밟을 수 있을 거야. 로렌티나가 전해달랬어.”

        

       “내일 10시 전에 일어날 수 있을지가 두렵긴 한데….”

        

        

        

        몸에 누적된 피로가 상당했던 만큼 완전히 확답은 불가능했지만, 올리비아와 로렌티나는 단 1도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덧붙였다.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막내. 일어나있든 자고 있든 상관은 없거든요. 어차피 들고 갈 예정이라서 말이죠.”

        

       “…눈을 떠보니 버스 안에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되면 꽤 기분이 이상할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막내랑 로건 중에 누가 더 무겁지? 좀 더 가벼운 게 좋은데, 나는.”

        

        

        

        그 말을 듣고 이어지는 생각.

        

        내가 이 세계에 와서 이것저것 많이 먹기도 했고 운동도 꽤 열심히 했으니 대략…15kg 가량을 증량했다. 아마 그래소 지금은 한 240~250kg 사이가 아닐까. 그 말을 해주기 위해 눈동자를 힐끔 돌려 로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내 눈을 피하는가 싶더니, 약간 부끄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난 280kg다. 참고해.”

        

       “막내는요?”

        

       “전 240kg 중반 정도가 아닐까….”

        

       “와우, 역시 북극곰 아니랄까봐 많이 나가-끄아아악!”

        

       “내가 니들한테 그런 소리 들으려고 내 체중을 알려준 거라고 생각하냐!?”

        

        

        

        역시, 누구보다 사람 잘 패지만 그만큼 역으로 잘 두들겨맞는 것도 로건이었다.

        

        그렇게 상어와 북극곰 간의 어메이징 박투술이 방 한 켠에서 벌어지고 있을 즈음, 나는 이카루스 기어를 작동시켜 이 소란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막는 한편 애틀란타의 한 숙박 시설 건물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을 두 대의 슈퍼카의 목적지를 올랜도 국제공항으로 설정했다.

        

        아무 인원도 태우지 않은 차량은 6시간 안에 플로리다까지 내려가있겠지.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전 12시로 수렴했고, 그 즈음에서 로렌티나는 몸을 일으켜 끄응-하고 기지개를 폈다.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아무튼 내일 보자구요. 컴페티션 수고했어요. 두 분이 겪은 비하인드 스토리는 내일 버스 안에서 듣기로 하죠.”

        

       “….”

        

       “…왜 아무 말도 없으신지?”

        

        

        

        아무 것도 모르겠단 표정을 짓는 올리비아.

        

        로건과 시선을 마주친 나.

        

        고개를 끄덕이는 북극곰.

        

        그와 동시에 나는 꼬리로 로렌티나를 낚아챘고, 그녀는 순식간에 꼬리에 돌돌 말린 채 내가 있는 곳으로 홱 끌어당겨졌다.

        

        

        이어지는 로건의 말.

        

        

        

       “밤낮없이 싸돌아다닐 동안 구경한 건 그렇다고 쳐도, 자려고 하는데 위스키까지 들고 우리가 있는 방에 왔단 건…막내의 술버릇을 새벽 내내 감당할 준비가 됐단 뜻이겠지?”

        

       “무, 뭣…둘 다 그닥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그게 무슨 소리, 우부붑…!”

        

       “로렌티나가 이번 컴페티션에서 선임통제관 노릇 하느라 피곤하다고 하니, 막내가 책임지고 재우면 되겠군. 그렇지?”

        

       “물론이죠.”

        

        

        

        당연히 그닥 취하지는 않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뻔뻔하게 나가야만 하는 법.

        

        로렌티나를 꼬리로 꽁꽁 싸맨 뒤 발현자를 위해 특수 제작된 고탄력 매트리스 위에 그대로 다이빙, 그리하여 상어는 오늘 내 안는 베개가 될 예정이었다.

        

        그 꼴을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구경하던 올리비아가 덧붙였다.

        

        

        

       “…오늘도 별 일 없었네. 내일 보자. 불 끄고 나갈게.”

        

       “으브브븝-!”

        

       “잘 가요, 올리비아.”

        

        

        

        불이 꺼졌다.

        

        풀벌레가 울고, 휘영청 달이 떴으며, 꼬리에 붙잡힌 상어가 울부짖는 11월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걸로 스나이퍼 컴페티션은 종료입니다

    정산금 금액조정 때문에 2부를 어떻게 연재할지 상당히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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