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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5

        

       순식간에 소가포목점이 소란스러워졌다.

         

       “비상!”

         

       “침입자다!”

         

       몇 없는 경비무인들이 뛰쳐나와 횃불에 불을 켰고 여일예와 모용연화가 머무는 숙소의 창문이 벌컥 열렸다.

         

       그 사이 독고이설이 습격자들에게 덤벼들었다. 초절정의 실력자답게 한 사람을 간단하게 제압한 독고이설의 도가 이내 막혔다.

         

       적어도 독고이설의 한 수는 버틸 수 있는 실력자가 있다는 증거였다.

         

       “비켜라!”

         

       당장 상대해야 할 자가 많은 독고이설 단번에 강기를 끌어올리며 도를 휘둘렀으나.

         

       쩌엉!

         

       독고이설이 상대하던 무인의 도에도 강기가 피어오르며 가로막혔다.

         

       “칫!”

         

       “흐흐, 어림도 없다.”

         

       초절정의 침입자가 독고이설을 막는 사이에 재빨리 소가포목점 전체로 흩어지는 나머지 침입자들.

         

       마치 미리 목적지가 정해진 듯한 산개에 흑묘는 이들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침입했음을 깨달았다.

         

       흑묘는 곧바로 손미옥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미 소란스러움에 눈을 뜨고 있는 손미옥을 확인한 흑묘는 손미옥의 손을 잡아끌며 속삭였다.

         

       “이동하죠.”

         

       “이곳이 제일 안전하지 않겠느냐…?”

         

       흑묘는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철저하게 작전을 세우고 들어온 이들이니 평소 손미옥이 어디서 지내는지도 알 가능성이 높았다.

         

       손미옥의 방이 구조적으로 안정된 위치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작정하고 들어오는 침입자를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요새인 것은 또 아니었으니 필히 다른 곳에 숨어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흑묘가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어디로?

         

       이미 사방으로 침입자가 퍼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공을 모르는 손미옥을 데리고 가야 할 안전한 장소가 있을까.

         

       찍찍!

         

       막막함에 잠시 발걸음이 멈춘 흑묘. 그런 흑묘를 바라보던 서공이 흑묘의 소매를 물고 잡아당겼다.

         

       마치 어딘가로 끌고 가려는 듯한 의도를 보이는 서공이었지만 흑묘는 그런 서공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안전한 곳을 생각해 낼 때까지는 차라리 이곳에 머무는 것이 나았으니까.

         

       찍!

         

       서공이 답답하다는 듯이 꼬리로 땅바닥을 탁탁 치더니 이내 마구 바닥을 긁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흑묘의 머리에 한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굴?”

         

       찍찍!

         

       고개를 끄덕이는 서공. 그런 서공을 바라보는 흑묘의 머리에 매일 흙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온 서공의 모습이 떠올랐다.

         

       눈에 불을 켜고 서공을 감시하던 화경 고수 혁기린도 결국 늘 서공을 놓치고 말았으니 그런 서공이 파 놓은 굴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아닐까?

         

       찍!

         

       흑묘는 자신감 넘치게 자신을 이끄는 서공의 태도에 홀린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서공이 도착한 곳은 청소도구나 생활 용품이 쌓여 있는 방. 서공은 꼬리로 능숙하게 바닥의 목판을 뜯어냈다.

         

       그 모습을 보며 내심 흑묘는 기가 막혔다. 굴로 향하는 출입구를 이런 절묘한 곳에 만들어 놓았으니 혁기린도 굴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건.”

         

       그리고 목판 사일로 드러난 굴의 크기에 흑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냥 거칠게 파여진 작은 굴을 생각했거늘 몇 사람은 쉬이 숨길 수 있을 것 같았고 바닥도 평평하게 다져진 것이 진짜 제대로 된 은신처였다.

         

       서공은 꼬리로 미옥의 손을 감아 굴로 이끌었다. 미옥이 굴에 들어오자 굴의 입구에 자리잡는 서공.

         

       찍!

         

       미옥은 자신이 지키겠다고 말하는 듯한 서공의 행동에 흑묘는 서공을 꼭 껴안아 주었다.

         

       “…고마워.”

         

       작은 상태도로 어지간한 고수들은 상대할 수 있고 여차하면 본체로 돌아갈 수 있는 서공이다. 서공은 흑묘의 뺨에 코를 콕 찌르고는 꼬리를 사용해 야무지게 목판을 원위치로 되돌렸다.

         

       그야말로 감쪽같은 모습이었으니 흑묘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기를 끌어올렸다.

         

       그런 흑묘의 몸을 휘감는 경은 언제나와 같은 빙영기공의 푸른 빛이 아니라, 흑영기공의 검은 빛이었다.

         

       흑묘는 흑영기공을 몸에 휘감아 자신의 몸과 기척을 죽이며 생각했다.

         

       한밤중에 습격을 감행한 침입자들. 그들은 밤의 어둠이 자신들의 편이라 여기며 이런 계획을 수립했겠지.

         

       그러나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밤은 고양이의 시간이라는 것을.

         

       그러니 지금부터 그 무지의 대가를 치러야겠지.

         

       밤의 어둠. 그리고 흑영기공. 두 가지 수단으로 자신의 기척과 신형을 완전히 없앤 흑묘가 자리를 박찼다.

         

       사냥의 시작이었다.

         

       *** ***

         

       콰아아아아!!!

         

       폭풍과 같이 쏟아져 내리는 여일예의 경력에 광윤의 계획에 동참한 선장 중 한명인 참정은 힘겨운 신음소리와 함께 겨우 몸을 뺐다.

         

       명성이 상당한 여일예였지만 그래봐야 한 사람의 초절정에 불과하다고 여겼거늘 막상 실물을 마주하니 절로 오금이 저렸다.

         

       한 자루도 아니고 두 자루의 검에서 곧게 뻗어나오다 못해 불길처럼 타오르는 검강. 그런 검강을 두 개나 피워내는 것도 놀라울 지경인에 온 몸에 휘감긴 저 기운은 호신강기가 분명했다.

         

       여일예의 강함은 수적들의 계획을 어그러뜨렸다. 본래대로라면 선주들이 각기 호천안 일행을 한 사람씩 상대해야 했는데 네 사람이 여일예와 독고이설 그리고 모용연화 세 사람을 상대하는 형국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연화까지 나타나게 된다면 필패다.

         

       그렇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 있었다.

         

       ‘인질을 잡을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본래 계획대로 소연화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하인들을 인질로 잡으면 적어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는 있을 터. 그리 생각하며 참정은 광윤과 함께 짓쳐 들어오는 여일예의 쌍검을 막아냈다.

         

       폭풍과 같은 몰아치는 여일예의 공격을 겨우겨우 받아낸 참정은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곡도를 바라보며 자신의 수하들과 다른 선장들의 수하들에게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기껏해야 무공조차 익히지 않은 자들을 잡아오는 간단한 일이거늘 왜 아직도 나타나는 놈들이 없단 말인가!

         

       그렇게 참정이 수하들 욕을 하고 있을 때.

         

       수적 중 한 사람은 부엌 항아리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하인 한 사람을 발견했다.

         

       “여기 숨어 있었나?”

         

       “히익! 제, 제발 목숨만은!”

         

       수적은 하인의 목에 검을 들이대며 짜증을 냈다.

         

       “당장 일어나! 네놈 하나 찾으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한 줄 알아!”

         

       “예! 예에에!”

       

       한밤중에 처음 와보는 모르는 장소에서 무언가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사람이고 건물 안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요새들어 소가포목점에서는 계속해서 큰일이 일어났으니 하인들도 경각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 야습이 시작되자 나름대로 숨을 곳을 찾아 숨어들었고 수적들은 하인들을 찾고자 건물을 이 잡듯이 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이! 여기 하나 찾았다!”

         

       “그럼 어서 가봐!”

         

       “빌어먹을! 다들 어디에 숨은 거야!”

         

       건물 안 어딘가에서 소음과 함께 답이 돌아왔다. 돌아온 답에 수적은 인상이 찡그려졌다.

         

       대체 어느 배의 잡놈이기에 이리 싸가지가 없단 말인가?

         

       일이 끝나면 드잡이질이라도 한 번 해야 하나 생각하던 수적은 폭발적으로 퍼지는 기파에 몸을 흠칫 떨었다. 초절정인 선장의 기세를 몇 번 경험해 본 수적이었지만 그런 선장의 기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기세였다.

         

       자연스레 수적의 머릿속에는 저런 살벌한 기세를 뿌리는 고수에게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는 공포심이 서렸고 그 공포심은 곧 작전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저런 고수가 하인을 인질로 잡는다고 순순히 말을 들을까?

         

       아니 그냥 인질을 잡고 나타나는 순간 나 같은 건 그냥 머리가 시원하게 날아가 버리는 것이 아닐까?

         

       의심을 품기 시작하자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는데 인질을 잡아 돌아간 수적이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좀 이상했다. 어쩌면 이미 인질을 잡아 돌아간 수적이 있었는데 저 살 떨리는 고수의 공격에 고혼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아무리 선장들이 초절정 고수들이라 한들 저런 고수를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수적은 벌벌 떨고 있는 하인이 짐짝처럼 느껴졌다. 괜히 이놈을 잡아가지고 위험에 뛰어들어야 할 처지가 되어버렸지 않은가.

         

       ‘혼자서는 안 돼. 한놈이라도 같이 가야지.’

         

       “너! 움직여!”

         

       “예, 예에!”

         

       수적은 하인을 전각안으로 밀치며 소리쳤다.

         

       “이봐! 인질을 너무 많이 잡을 필요도 없잖아! 적당히 하고 돌아가자고!”

         

       “한 명으로 되겠냐? 이곳에만 지금 열 명이 들어왔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대답이 너무 정론인 탓에 수적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과 함께 돌아가기 위해서는 직접 녀석들을 찾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른 수적은 하인의 등을 쿡 찌르며 말했다.

         

       “움직여!”

         

       벌벌 떨며 굼뜨게 움직이는 하인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수적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까 그놈의 말처럼 이곳에 들어온 수적은 대략 열 명. 좀 넓은 곳이긴 하나 그렇다고 한들 고작해야 이층 건물이니 곧 아무 놈이나 마주칠 수 있으리라.

         

       쿵!

         

       어떤 녀석이 성질이 나 가구라도 뒤엎은 모양인지 2층에서 소음이 났다.

         

       “2층으로 가라.”

         

       “히익! 예!”

         

       삐걱. 삐이걱.

         

       하인의 뒤를 따라 2층으로 향하는 수적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놈들은 수색의 기본도 모르나? 사람이 열이나 있으면 하나씩 흩어져서 사방을 살펴야지 왜 몰려다니면서 수색을 한단 말인가.

         

       이러니까 한 놈도 못 찾지.

         

       그리 성을 내면서 이층에 올라온 수적은 이내 2층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야.”

         

       분명 열 명이 올라갔으니 인기척이 가득해야 하건만 어찌 이리 조용하단 말인가.

         

       수적은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지만 그 이상의 유추는 해낼 수가 없었다. 그저 본능적인 공포감에 휩싸여 아까 붙잡은 하인을 감싸안고 목에 무기를 겨누었다.

         

       “헉! 살려주십시오!”

         

       “닥쳐! 조용히 해!”

         

       이 정도 소란이 일었으면 누구 하나 목소리라도 내야 하거늘 들리는 소리라고는 벌벌 떠는 하인의 숨소리뿐이었으니 수적은 긴장감에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 새끼들 다 어디갔어!”

         

       와장창!!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수적이 복도에 놓인 장식장을 걷어찼고 그 충격에 장식장 안에 있던 항아리가 떨어져 깨져나갔다.

         

       힉!

         

       수적의 머리가 홱 돌아갔다. 분명. 분명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수적은 하인의 목을 휘감아 방패 삼으며 천천히 그쪽으로 향했다.

         

       사방팔방을 살피던 수적의 눈에 옷장이 들어왔다. 충분히 사람 하나 아니 구겨넣으면 둘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

         

       하인을 앞세워 바짝 옷장에 가까이 간 수적은 돌연 발을 뻗어 옷장을 걷어찼다. 만약 누가 안에 있었다면 상대방을 당황시키기 위한 수였다.

         

       쾅!

         

       “히익!”

         

       그러나 수적의 예상과 달리 목소리가 들려온 쪽은 뒤에 있는 침상에서였다. 수적은 곧바로 몸을 돌려 이불을 확 걷어냈다.

         

       그러자 울먹거리고 있는 하녀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긴장하고 있었던 수적의 맥이 탁 풀렸다. 숨어있던 하인이었나.

         

       “너…”

         

       이 하인을 다그쳐 지금 상황에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내려 했던 수적의 검에 누군가의 손이 올려졌다.

         

       그야말로 천장의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손에 기겁한 수적이 반사적으로 검을 당겼으나 고운 손에 잡힌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그야말로 어둠을 몸에 두르고 있는 듯한 인영이 나타났다. 모든 것이 어둠에 삼켜진 그 형상이 사람임을 증명하는 건 영롱한 두 눈동자뿐이었으니 수적은 이 자의 손에 모든 수적들이 정리되었음을 직감했다.

         

       그게 인질을 잡은 수적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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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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