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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5

        

       루카스의 빌딩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물론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딱 5명뿐이었으니까.

         

       게다가 그 사람들의 행색 역시 그리 대단한 것이 없었다.

       마트에서 산 것 같은 옷, 빈티 나는 외모 등.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특이한 것이 있다면 단 두 개.

         

       한 가지는 그들이 들고 있는 팻말이었다.

         

       그들은 시위하고 있다는 듯 글자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어떤 이는 광고 판자를 둘러메고 다니는 샌드위치 맨(sandwich man)처럼 목에 걸고 있었고, 어떤 이는 팻말을 가방에 연결해서 등에 메고 있기도 했다. 어떤 이는 장대에 달아서 높이 쳐들고 있었고, 어떤 이는 팻말을 화단 앞에 박고는 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자그마한 손팻말을 들고 있었고 말이다.

         

       시위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고작 5명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팻말을 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특이한 일이기는 했다.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그들의 눈에 광기가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광기는 광신(狂信)적인 종교인에게서 볼법한 것이었다.

         

       “루카스는 양을 해방하라!”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찾아왔다!”

         

       “루카스는 당장 양을 해방하고 마땅히 배상해라!”

         

       “해방하라!”

         

       “해방하라!”

         

       그들은 건물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저렇게 크게 지르는데도 용케 목이 쉬지 않는구나 생각될 정도로, 아주 크고 열정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과는 다르게,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참으로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피해자의 이름이나 신상 대신에, ‘양’이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단어를 사용한다면 저게 무언가의 암시인지, 사람 이름인지, 단체 이름인지, 아니면 실제 동물인지 알 수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시위라는 것은 당사자를 압박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용도로도 사용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저들이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시위라고 보기 힘들었다.

         

       실제로, 이들을 보고 지나쳐가는 사람들은 이들이 진짜로 루카스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루카스가 동물보호협회인지 단체인지 모를 작자들이나, 방송국 등에 고생을 한 일화는 널리 널리 퍼져있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저들을 보고는 ‘또 루카스에게 이상한 사람들이 꼬였다.’ 정도로만 이해했다.

         

       아마 정신병자 집단이나 음모론자, 사이비 종교, 이슈를 끌어보고자 하는 관심종자들…. 뭐 그런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사람들은 그 5명을 보고 ‘별 특이한 사람들 다 있네.’라고 생각하며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건 타인의 입장에서였고….

       당사자인 루카스는 조금 달랐다.

         

       “저건 또 뭐 하는 놈들이야?”

         

       그들이 비난을 하는 당사자, 루카스로서는 저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신경을 쓰는 건 쓰는 건데….

         

       “양은 또 뭐고, 해방은 또 뭔데?”

         

       …문제는, 저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양?

       해방?

         

       이게 뭔 개소리인가.

         

       “나는 애완동물 같은 건 안 기르는데…?”

         

       루카스는 돈과 안전에 미쳐서 가족조차 만들지 않은 인간이었다.

       그런 사람이, 애완동물이라고 다를까?

       사람들이 많이 기르는 강아지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자그마한 햄스터나 새조차도 그는 기르지 않았다.

         

       그런 루카스한테 양이라니.

       애완동물이 아니라 목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그 동물 이름이 대체 왜 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냐 이 말이다.

         

       게다가 해방이라니.

       누가 듣는다면 양을 감금해놓고 학대라도 하는 줄 알겠다.

         

       ‘진짜 뭐 하는 놈들이지? 새 때문에 내가 곤욕을 치렀다는 걸 알고 놀리러 온 놈들인가? 경쟁사의 함정? 또 동물보호협회랑 지저분하게 얽혀서 곤욕을 치르고, 스트레스를 팍팍 받게 하려고 누군가가 음모를 꾸몄나?’

         

       루카스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빌어먹을. 월 스트리트가 미쳐 돌아가더니, 정신병자들도 꼬이나 보군.”

         

       큰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안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작자들이라니.

       안심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해방하라! 해방하라!”

         

       “양을 해방하라!”

         

       양.

       양….

       양….

       양이 뭔데?

         

       “양을 해방하라!”

         

       “양을 착취하여 부를 쌓은 루카스는 반성하라!”

         

       양이 뭔데 해방하라 마라야?

       착취는 또 뭐고, 반성은 또 뭔데?

         

       루카스는 들을수록 자신도 미쳐가는 느낌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정말 이 나라는 미친놈들이 많아….”

         

       루카스는 한숨을 푹 쉬며 무선 이어폰을 귀에 끼웠다.

       노이즈 캔슬링이 저들의 소리를 지우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같은 시각.

         

       루카스와 비슷한 소리를 밖으로 내뱉는 이가 있었다.

         

       “정말 이 나라는 미친 것들이 넘쳐나는군….”

         

       한숨과 함께 나온 중얼거림.

       그 중얼거림은 자그마한 소리로 나와 흩어졌고, 그 누구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뒷골목에서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하.”

         

       루카스와 같은 시각, 비슷한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이는 남자였다.

       노숙자처럼 보이는 남자.

       몸에서는 술 냄새와 악취가 풀풀 풍기고, 얼굴에는 정돈되지 않은 수염이 지저분하게 나 있었다. 거기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은 보기만 해도 혐오감이 들게 했으며, 길게 자라난 손톱은 제대로 관리조차 받지 않은 것인지 흉한 모양으로 끝이 깨져있었다.

         

       하지만 눈.

       그의 눈은 흉흉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몸에서 풀풀 풍기는 술 냄새를 맡으면 그럴 리가 없음에도.

       취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신을 잃고 곯아떨어져야 할 수준의 냄새를 풍기고 있음에도.

         

       “양…. 착취…. 해방…. 이단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군….”

         

       술 냄새가 어찌 이렇게 풍기는데 이 남자의 눈은 멀쩡할 수 있을까.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하기 때문인가?

       술을 마셔도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고, 그냥 몸에 뿌려 위장했기 때문일까?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남자는 기감을 한껏 넓혀 빌딩을 훑었다.

       빌딩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여러 개.

       저 수많은 기척 중에는 루카스가 있으리라.

         

       ‘루카스. 주술사도 사라졌으니, 너는 이제 끝이다.’

         

       남자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떨궜다.

       흉흉한 살기를 속으로 삼킨 채.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조만간 찾아올 것임을 확신하면서 말이다.

         

       ‘계획대로만 이루어지면, 너는 끝장이다….’

         

         

         

        * * *

         

         

         

       사람들이, 단체가 몰려든다.

       루카스의 빌딩이 맛 좋은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먹이라도 되는 것처럼.

       씹지 않고는 도저히 배기지 못할 간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술사라는 걸림돌이 사라지기 무섭게, 네 개의 세력이 빌딩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먹이를 노리고 짐승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인지라.

       그렇게 균형을 이루고, 루카스는 불안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가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면 말이다.

         

         

         

        * * *

         

         

         

       둥!

       둥!

       둥!

         

       Fight———–!!!!!!!!

         

       거대한 울림.

       트럭이 떠나가라 울리는 드럼 소리.

       목을 찢어서 지르는 듯한 거대한 소리.

       듣기만 해도 심장을 울리는 베이스!

         

       둥!

       둥!

       둥!

         

       사나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차.

       트럭의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

         

       I’m not a slave to a god—!!!

       that doesn’t exist!!!!!!!!!!

         

       남자는 끝내주는—-심장을 드럼처럼 두들기고, 뇌를 미친 듯이 뒤흔들며 자신을 천국으로 보내는 듯한 정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Fucking great 한 음악을 들으며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리곤 그 흥을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듯 허공에다가 주먹질하기도 하고, 음악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운전대를 주먹으로 강하게 짓누르며 빠앙-하는 거대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열이 너무 오르면 그것을 식히기 위해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기도 했고, 바람이 자신을 식혀주기 힘들다는 것을 눈치챌 때마다 액셀을 밟았다.

         

       더.

       더.

       더!!!

         

       엑셀을 살짝.

       아니, 엑셀을 콰악.

       아니, 부족하다.

       강하게!

       강하게!!!

       엑셀이 부서질 듯이!

       강하게!

         

       음악이 그렇듯이!

         

       Fight!

       Fight!

         

       싸움을 하는 것처럼!

       이 몸에서 끓어오르는 고양감을 그대로 담아서!

       엑셀, 엑셀, 엑셀!

         

       엑셀을!

         

       Fight!

         

       “Fight-!”

         

       Fight!

         

       “Fight-!”

         

       트럭이 가속한다.

       볼륨이 커진다.

       Fight, Fight-!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커지고, 귓가를 울리고, 머리를 울리고, 몸을 울린다!

       몸을 울리고, 좌석이 흔들리고, 트럭 전체에 음악이 퍼지고, 소리가 반사되며 증폭되고!

       지금, 이 순간!

       남자와 트럭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한 몸이다!

       그래, 그는 지금 트럭과 한 몸이었다!

       이 남자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트럭과 그는 한 몸이다!!!!!!!

         

       “Yes!!! Yes—–!!!!!”

         

       몸에서 들리는 이 두근거리는 소리는 심장 소리인가?

       그것도 아니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끝내주는 음악 소리인가?

       아니면 버스의 엔진 소리인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아니, 그게 전부 자신의 것이라면!

       지금 그는 예수나 다름없는 것이 아닐까?

       삼위일체가 따로 있을까?

       이게 바로 삼위일체지!

         

       “록은 하나님의 복음이니 내가 지저스라고 해도 이상한 것이 없지!”

         

       삼위일체!

       오, 엔진과 록과 열정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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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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