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36

       

        

        

        

        

        

        

        

        

        

        

       “…에으.”

        

       “일어났군요. 궁금할 것 같아 미리 말하자면 지금은 오전 11시고, 버스가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됐어요. 공항 도착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슬슬 뭐라도 마시고 정신 차리길.”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어쨌든 궁금한 점은 전부 풀렸네요. 고마워라.”

        

        

        

        눈을 뜨니 모르는 천장이었다.

        

        주변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마지막 기억에 의하면 상어는 내 꼬리에 돌돌 묶여있었으나, 지금은 한창 어디론가로 이동 중인 리무진 버스의 앞자리에 앉아 내게 음료를 가져다주었고, 그제야 나는 지금 내가 무슨 상황에 놓여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거의 11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잔 건 확실했다. 바로 그 때문에 적어도 일어날 기미가 없는 나는 버스로 강제-이동당한 거겠지.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 와중에도 안 깼을까 싶긴 했다. 스나이퍼 컴페티션의 마지막 미션 강도를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긴 했는데.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어가는 이온음료 특유의 달짝지근함이 잠기운을 점차 몰아내는 사이, 나는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로건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시도했고-

        

        

        

       ───!

        

        

        

       “…어으, 이게 무슨 소리야.”

        

       “이제 일어난 건 알았으니, 소음 방벽을 좀 쳐주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요. 저 망할 자식은 일어날 기색이 없는 것 같거든요.”

        

        

        

        이게 여자의 입에서 나와도 되는 소리인지 싶은 소음이 저 뒤쪽에서 터져나왔다.

        

        소음을 방벽으로 억지로 가리는 대신, 의자에서 일어선 나는 저 뒤에서 간이 침대 비스무리한 곳에 대자로 뻗어있는 로건의 몸을 꼬리로 절반 정도 돌렸다. 시끄러운 소리가 말 그대로 제로로 수렴하고, 로건은 마치 고양이처럼 고롱고롱대며 뒤척이더니 얌전히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 꼬라지를 직관한 로렌티나는 내게 박수를 쳐댔고, 올리비아는 큭큭대며 덧붙였다.

        

        

        

       “슬슬 깨워야 하는 거 아냐?”

        

       “막내도 일어났으니 곧 깨겠지요. 확실히 단정하긴 좀 어렵긴 한데…마지막 미션 종반 즈음 100kg 가까이 되는 군장을 메고는 2km 가량을 전력질주했으니, 상당히 누적 피로가 많을 거예요.”

        

       “그건 그렇긴 한데…공항에 내려서까지 저 모양이면 꽤 골치아플 것 같기도.”

        

       “…아으, 누가 이렇게 떠들어.”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조금만 떠들었을 뿐인데 공항에 도착해도 안 깰 것 같던 로건이 그걸 듣고는 기어코 일어나고야 말았다.

        

        로렌티나가 내게 했던 것처럼 대형 이온음료 보틀을 건네자, 로건은 앉은 자리에서 숨도 쉬지 않고 절반을 비운 다음 그대로 버스 옆에 몸을 기대었다. 일종의 재충전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나 역시 그 근방의 빈 좌석에 앉아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러고 보니 보통 공항 라운지에는 샤워실이 하나둘씩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이따 올랜도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면 거기서 좀 씻어야겠다.

        

        

        그리 생각하고 있었을까, 어느덧 버스는 애틀란타로 진입하고 있었다.

        

        내리기까지 5분 정도가 남은 시점에서 이어지는 말.

        

        

        

       “살다살다 막내 덕분에 디즈니 월드를 다 가보네. 거기서 뭘 만들었는지는 하나도 모르는데, 망할.”

        

       “이리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동감이군요. 이번에도 막내가 지갑을 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막상 가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손해가 아닐지….”

        

       “…아니, 너희들 태어나서 한 번도 TV 안 봤어?”

        

        

        

        올리비아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나는 헛웃음을 흘리면서도 로건과 로렌티나가 왜 저렇게 말했는지를 반추했다.

        

        로렌티나 – 버몬트 출신. 뒷산을 돌아다니다보면 종종 곰이나 늑대를 볼 수 있는 동네였다. 이 양반은 당당하게도 ‘자기는 총을 4살부터 잡았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어릴 때부터 산지를 쏘다니며 크로스보우와 .22구경, 버드샷 샷건을 쏘고 다녔다나 뭐라나.

        

        마찬가지로, 로건은 알래스카 출신이었다. 언젠가의 TMI에 의하면 당사자의 부모님은 그녀가 거주하는 인근에서 가장 거대한 총포상을 운영하고 있었고, 적어도 2년에 한 마리씩 갈색곰 혹은 회색곰, 무스 등을 자기 손으로 잡아죽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자기가 곰으로 변한 이유가 곰들을 너무 죽여서 저주를 받은 거라며 자조할 정도였으니.

        

        

        아무튼, 다르게 말하자면, 적어도 상어와 북극곰은 비슷한 유년기를 보냈고, 산과 들을 쏘다니며 TV인지 뭔지보다 훨씬 더 익스트림한 경험을 했고, 반대급부로 남들이 간간이 보는 애니메이션 무비 같은 거랑은 그닥 연관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사수로 두고는 오퍼레이터로 무럭무럭 커갔으니, 자연스럽게 나도 그쪽에 신경을 끄게 되었다.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와서 그런 거에 발이라도 담가볼 수 있다는 느낌이 아닐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뭐, 그걸로 납득한다면 상관은 없는데.”

        

       “일단 가보면 알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머잖아 애틀란타 국제공항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시간이 그닥 여유롭지 않았기에 식사도 따로 없었고, 최단거리 루트를 이카루스 기어로 팝업한 뒤 신나게 달린다. 휴대폰에 미리 다운로드받아놓은 전자 티켓을 찍고는 헐레벌떡 미국 국내선 비행기 안으로 뛰어들어가자마자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이륙할 정도였으니.

        

        실로 아슬아슬했다.

        

        티켓 자체는 반쯤 염가에 예약해둔 거였기에 좌석이 그닥 편하지는 않았고, 엉덩이에 꼬리가 있는 나는 1시간 20분 가량 끔찍한 불편함에 시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시간은 결국 언젠가는 끝나는 법이었다.

        

        항상 꾸무레하고, 이따금씩 비가 내리는 조지아에서 날씨 하나는 기가 막히는 플로리다로. 작은 유리창 너머로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개인주택단지가 사방팔방에 널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캐나다를 연상하게 만드는 호수 천지의 땅이 그 자태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조지아 산지를 누비고 있었건만, 감회가 참 새로웠다.

        

        

        

       “두 명은 내린 뒤 샤워실이 있는 MCO 라운지로. 이쪽은 먼저 주차장에 가있을 예정이니 너무 늦지만 않게 오면 된답니다.”

        

       “후, 조금만 일찍 일어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야.”

        

       “때로는 피로를 이길 수 없는 법이지요. 그건 그렇고 저랑 올리비아가 두 명을 들고 수백 미터를 걸어 버스에 태웠는데도 안 깨고, 당신은 그 버스가 애틀란타 시내에 도달했을 즈음에나 일어난 주제에 무슨 자신감으로 그리 말하는…끄아악!”

        

       “꼭 한 마디를 덧붙여서 그렇게 매를 벌어야만 하겠니, 너는?”

        

        

        

        당연하겠지만, 로렌티나는 착륙과 동시에 북극곰에게 실컷 두들겨 맞았다.

        

        아무튼 일행 중에서 아직 샤워를 하지 않은 건 나와 로건 뿐이었고, 수리부엉이와 상어가 먼저 바깥으로 향하는 동안 우리는 MCO 라운지로 향하여 30분 가량 샤워 후 몸단장의 시간을 보냈다. 새삼스러운 말이었지만 이제는 공항에서도 샤워를 하고 나갈 수 있는 시대가 왔구나 싶었다.

        

        그렇게 한결 개운해진 몸을 이끌고 공항 출구로 향했을까-

        

        

        

       “드디어 왔군요.”

        

       “이런 미친, 깜짝이야. 왜 갑자기 기척까지 지우고 기둥 뒤에 숨어있던 건데.”

        

       “사람이 수백 명씩 돌아다니는 출구 앞에서 미쳤다고 기다리겠어요? 팬미팅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단 말이죠.”

        

       “…뭔 소린지는 알겠네. 아무튼 가자.”

        

        

        

        행여나 누구한테 들킬까 은밀한 기척으로 숨어있는 두 명을 발견했다.

        

        주차장에서 두 대의 슈퍼카를 호출하고, 해당 차량 두 대가 공항 바깥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동안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파 사이에 섞여 – 나는 남들보다 배로 이목을 끄는 외형이었기에 이카루스 기어의 광학미채 기능까지 빌렸다 – 밖으로 나간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에서 빙 돌아오는…누가 보아도 무지막지하게 비싸보이는 두 대의 차량. 그것이 우리 네 명의 앞에서 순식간에 멈춰서고, 동시에 문이 마치 날개처럼 하늘로 치솟듯 열린다.

        

        근방에 상주하던 다른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허둥지둥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을 켜는 사이, 우리는 발현자다운 매우 신속한 몸놀림으로 문을 닫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올랜도 국제 공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몇 번이고 굽이치는 도로를 빠져나와 30분 가량을 달린다.

        

        점차 적어지다 못해 없는 수준의 차량. 그 사이 이어지는 대화.

        

        

        

       “막내 덕에 태어나서 이런 곳을 다 와보는구만. 항상 고맙다.”

        

       “뭘요. 너무 부담 가지지 마세요.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하하, 앞으로도 막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아우, 허벅지 좀 그만 때려요.”

        

       “너 진짜 속물이다.”

        

        

        

        이게 평균 나이 40세가 다 되어가는 사람들의 고품격 대화인가.

        

        나는 그냥 신경을 끄기로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의 출국 전 즐기는 짤막한 휴가의 시작이었다.

        

        

        

        

        

        

        

        

        

        

        

        

        

        

        

        

        

        

        

        

        

        

        

       “…막내. 이것도 혹시 VIP 예약인지 뭔지의 일환으로 해주는 서비스냐?”

        

       “어…아니요. 그건 내일부터인데.”

        

        

        

        휴가라고 생각하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입성한 지 10분도 안 됐을 때는 그랬다 – 그러나 손에 저작권 괴물-생쥐의 풍선을 들고, 머리에 저작권 괴물-생쥐의 머리띠를 쓴 꼬맹이가 날 보더니 느닷없이 ‘엄마! 저기 카아가 있어!’ 하고 외칠 즈음 무언가 상황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아는 뭔데.

        

        아무튼 우리가 발현자라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려는 친구들이 넘쳐났고, 나는 그 시점에서 반경 50미터 내에 있는 수백 개의 휴대용 전자기기를 일시에 마비시켰다. 인과응보라고 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그리고 그 즈음에서 우리는 유유자적 관광을 즐긴다는 것이 말 그대로 물 건너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누가 봐도 직원처럼 생긴 사람 두 명이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우다다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를 어쩌나, VIP 투어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부터인데.

        

        

        

       “막내나 북극곰처럼 비교적 튀는 외형이 아니라서 다행이로군요. 올리비아도 애매한 편이고.”

        

       “젠장. 모자라도 쓰고 왔어야 하나? 그랬으면 그냥 머리카락 염색한 사람으로 보였을 텐데.”

        

       “막내를 여행에서 빼버릴 것도 아닌데, 이미 늦었지. 정 뭐하면 이따가 모자 하나 사서 윗부분 뜯어낸 다음 쓰든가.”

        

        

        

        당연하겠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이카루스 기어로 해결이 가능했다.

        

        헐레벌떡 이쪽으로 뛰어온 두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곳까지 먼걸음한 두 분 중 한 분은 돌려보냈다.

        

        구태여 한 분에게 남아달라는 요청을 한 이유는 별 건 아니었고,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거의 없으시다고요?”

        

       “정확히는 아는 것만 안다고 해야겠죠. 몇 개는 본 적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열성적인 팬만큼 이곳을 만끽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네요.”

        

       “하하, 그 정도면 문제라고 할 수도 없지요. 매직 킹덤 파크가 어떤 테마파크인지 알고 오신 분들이 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모르는 분들이 아무 것도 즐길 수 없다는 건 아니죠. 결국 이곳은 만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곳이니까요.”

        

        

        

        …그런가?

        

        꿈과 희망을 주는 곳치고는 음식값이 천정부지에 한없이 수렴하는 것 같긴 한데, 뭐어. 테마파크란 원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법이지.

        

        그런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뒤로 한 채, 시설을 소개해주겠다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잘 됐군요. 앞으로 1시간 정도 후에 퍼레이드가 열릴 예정입니다. 아마 30분 가량이 지나면 지금 걷고 있는 길을 따라 백설공주, 신데렐라, 후크 선장, 피터 팬, 에리얼과 라푼젤, 미녀와 야수 등이 퍼레이드 카에 탑승한 채 지나갈 겁니다.”

        

       “방금 이 분이 말했던 것 중에서 아무 것도 모르겠다 하는 사람?”

        

       “내가 설마 동화책도 안 읽어봤을 것 같아? 백설공주 정도는 안다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숲 속 거점에서 나이트비전을 끼고 왕비가 보낸 바운티 헌터들과 맞서 싸운 다음, 역으로 왕비를 저격하는 내용이잖아.”

        

       “….”

        

       “…뭐야. 이거 아니야? 우리 아빠가 야밤에 겨울산장에서 말해준 내용은 그랬다고.”

        

        

        

        숨막히는 듯한 정적.

        

        로건의 입에서 상상도 못한 내용이 튀어나오자마자 직원을 포함한 모두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서로의 눈치만을 보았다. 정작 당사자는 눈을 끔뻑끔뻑 뜨면서 진심으로 이게 아닌가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녀의 부모님이 진짜 저런 내용으로 각색한 모양이었다.

        

        시간, 혹은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로건의 부모님이 각색해준 다른 동화의 내용들도 듣고 싶었지만, 아쉽다면 아쉽게도 눈치가 굉장히 빠른 안내원이 정면에 보이는 성을 가리키며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저, 정면에 있는 성이 바로 디즈니 캐슬입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에서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 한 번씩 꼭 등장하는 바로 그 성이지요.”

        

       “오호라. 뭔지 알겠네요. 한두 번 본 적은 있었던 것 같군요.”

        

       “그렇죠. 아예 한 번도 보지 않은 분들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이번에는 올리비아랑 시선이 닿았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지 눈치를 보내길래 포메이션을 좀 바꾸어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자, 귓속말 아닌 귓속말이 이어졌다.

        

        

        

       “…저 성, 옛날에 플로리다 수복 작전 하던 와중 내가 TACP 하다가 0.3kt짜리 B61 Mod12 가지고 날려버렸던 그거 같은데.”

        

       “…태스크포스 레이저는 그런 것도 했어요?”

        

       “우리 옛날 별명 중 하나가 디즈니 살해자였잖아. 그때 얻은 별명이야.”

        

       “아, 그거….”

        

        

        

        그 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과거의 기억.

        

        아마 그 즈음이…뉴욕의 발현자를 싸그리 긁어모아 전투 병력으로 육성시키는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내가 대략 1인분 가량을 해낼 수 있는 전투인력으로 활동하고 있을 즈음, 그리고 올리비아가 정식으로 태스크포스 레이저 부분대장으로 활동한 지 반 년 가량이 되었을 때의 일인가.

        

        년도로 따지면 내가 뉴욕에 발을 들인 지 대략 1년 반 정도가 지났을 때.

        

        맨날 칙칙한 이야기밖에 없던 와중 들려온 농담인지 아닐지 모를 웃긴 별명 탓에 다들 낄낄대곤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무슨…101km² 가량의 디즈니 월드를 크레이터와 엿가락처럼 휘어진 고철, 그리고 고열로 인해 녹아붙은 지면밖에 없는 곳으로 만들어버렸단다.

        

        그 즈음 또 하나 붙었던 별명이 뭐더라….

        

        

        

       “동심 파괴자였나….”

        

       “응? 방금 뭐라고 했어, 막내?”

        

       “아뇨. 그냥…생각보다 디즈니 월드랑 얽힌 인연이 좀 있다 싶어서요.”

        

       “하하, 다들 그렇죠. 아예 접점이 없다기보단 과거에 얼핏 스쳐지나간 기억을 이제서야 떠올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당장 지난 달에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조금만 일찍 오셨으면 훨씬 즐겁고 성대한 광경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직원 분은 우리가 중얼거린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물론 로렌티나도 로건도 나도 전부 어느 정도는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었다. 당장 이번 년도 초에도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를 말 그대로 개박살낸 적이 있었으니까. 물론 우리가 직접 한 건 아니고 그림자들이 했던 일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리 생각해보면…우리 넷은 동심 살해자라는 악명을 받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행보를 저지른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물론 필요에 의해 행해진 일 중 일부였으니 그 부분에서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런 걸 느끼기에는 너무 멀리 왔으므로.

        

        

        저 멀리 앞서가는 직원을 슬그머니 뒤따라가며 덧붙였다.

        

        

        

       “이번에는 여기 있는 건물들을 싸그리 밀어버리려고 방문한 게 아니라 다행이네요.”

        

       “재수없는 소리 그만 좀 해요, 다들. 아직 컴페티션에서 덜 벗어난 건 아니죠?”

        

        

        

        그러게나 말이다.

        

        꿈과 희망이 가장 많이 흘러넘치는 동네까지 와서 하는 말치곤 참…괴상했다.

        

        가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물론 2부 연재를 안 한다는 건 아닙니다

    우로보로스 라이즈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