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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7

       

        

        

        

        

        

        

        

        

       “어트랙션을 못 타서 생각보다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내 덕분에 한 시도 쉴 틈이 없구만.”

        

       “기껏해야 머리에 털이랑 귀, 깃 좀 새로 달린 우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지요. 사람 몸뚱이만한 뱀 꼬리잖아요. 물론 부럽다는 건 아니고.”

        

       “후, 왜 나만….”

        

        

        

        온 몸에서 향수 비스무리한 냄새가 난다.

        

        꼬리 끝으로 들고 있는 소형 백에는 장갑, 장난감, 사인, 리본을 비롯한 수많은 기념품 – 돈 주고 산 게 아니었다 – 이 들어있었고, 시간이 지날 때마다 계속 늘어만 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돌아다니면서 만난 오만가지 캐릭터들이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내주었기 때문이었다.

        

        퍼레이드와 관중의 분리를 위해 설치된 바리케이드에 몸을 기대고 꼬리를 팔랑거리던 와중 호다닥 다가온 캐릭터가 프리-허그를 당했고, 간식을 파는 가게에서 캐러멜을 덧씌운 사과를 하나 사서 후다닥 해치우던 와중 불려서 허그를 당하고, 식사를 하러 가던 와중 허그를 당하고….

        

        그 즈음이 되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같이 동행하던 직원에게 시선으로 질문을 하니 이어지는 말이 상당히…기묘했다.

        

        

        

       “하하, 그야 간단합니다. 저희 디즈니월드는 일종의…발현자 우대가 있거든요. 100년도 더 전에 설립되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상들이 어디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오는 이야기지요.”

        

       “…설마 발현자를 보고?”

        

       “뭐,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그것 말고도 살아 움직이고,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며 사고하는 동물의 오리지널은 전부 발현자 분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나 다름이 없지요.”

        

        

        

        당연하겠지만, 우리 모두는 그 말을 듣고 반쯤 벙찐 상태였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세계의 비밀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세계에서 자신들의 몸뚱아리가 뜬금없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기본적으로 이 세계는 발현자로 인한 역인과가 소급 적용되어 사회 전반에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게 기정사실이 되었지만, 그 단편이자 편린을 이러한 형태로 마주하게 될 줄은…참 상상도 못했다.

        

        

        

       ‘…아니, 진즉 알아차렸어야만 했나?’

        

        

        

        줄까지 서가면서 사진을 찍는 게 당연한 인기 캐릭터들이 우리 일행을 통째로 부르는 것도 모자라, 이미 줄을 서있는 사람들마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우리가 반쯤 새치기를 한 것과 다를 바 없는데도 환호성을 지를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약간 상시로 출현하는 유사 캐릭터들인가. 테마파크 곳곳에 세워진 표지판에 쓰여진 ‘해당 캐릭터는 -시부터 -시까지 나타납니다!’ 와 같은 내용이랑은 실로 상반되는 모습 그 자체라고 해야 할지.

        

        테마파크에 들어오기 전 SNS에 ‘따로 팬서비스는 없다’고 못을 박아두지 않았으면 즉사였다.

        

        

        

       “지금도 사람이 주변에 이렇게 많은데, 막내가 스트리밍까지 켰으면 1km 이동하는 데 40분씩 걸렸을지도 모르겠네.”

        

       “이래서 차 안에 드론캠을 놔두고 왔지요. 내일은 좀 한적할 거예요. VIP 투어는 어지간해선 다른 관광객과는 동선이 겹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길 바라야지.”

        

        

        

        아쉽다면 아쉽게도, 우리는 몸무게가 몸무게인만큼 디즈니 월드에 존재하는 수많은 어트랙션과는 그닥…연관이 없었다.

        

        그나마 한 명씩 나눠 타는 게 가장 현실성이 있을 것 같긴 한데, 꼭 그렇게까지 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글쎄올시다-였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일일 가이드 역할을 맡은 직원은 과장스레 안타까운 척을 하며 내일 있을 투어에선 좀 더 신경써주겠다며 덧붙였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없긴 했는데.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한 것이 무엇이냐 하니-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반가워요! 비록 여러분들의 전문인 군사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방송은 종종 즐겨보고 있답니다. 부디 이 꿈과 희망의 나라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길 바랄게요!”

        

       “아…감사합니다. 아까 했던 공연은 굉장히 인상깊었고, 즐겁게 봤습니다. 비록 제가 공연의 모티브가 된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나…굉장히 안타깝네요. 하지만 이번 공연으로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훨씬 중요하겠지요. 아직 보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직원들 이외에는 갈 수 없는 이런 휴식 공간에서 안면을 트는 것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그닥 잘 기억하지는 못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알 수 있었는데, 테마파크 곳곳에서 느닷없이 열리는 공연의 출연진들이 다수였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캐릭터 탈을 쓴 탓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맨얼굴로 공연을 한 직원들이 없는 건 아니었단 말이지.

        

        아무튼 우리로서는 꽤 당황스러운 이야기긴 했는데, 이 역시도 원 세상과는 조금 다른 디즈니 월드의 모토 때문이었다.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여러분들에겐 조금 당황스럽겠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저희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선망과 상상을 그려냅니다. 이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예외는 될 수 없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파하기 위해선 그게 뭔지 아는 사람들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요?”

        

       “바로 그 때문에라도,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발현자라는 이미지에 대한 대한 일종의…선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시작이 그러했던 만큼, 지금까지도 이러한 프레임이 형성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일부나마 방조하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자마자 이렇게…몇 시간 전만 해도 상상조차 안 하고 있었던 경험들을 겪을 수 있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발현자 우대라는 게 이런 거였나.

        

        이걸 나비효과의 일부라고 말해야만 하나 모르겠긴 하지만, 사실 그런 게 없었어도 운영 측에서는 우리가 적잖이 신경쓰였을 확률이 높았다. 전 세계에 많아봐야 17명 가량인 EM급 중 4명이 느닷없이 동시에 여길 방문했단 거니까. 나였어도 당황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거금을 지불하고 와서도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었다면 몰라도, 그만큼 기브 앤 테이크가 있다면 그다지 문제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그리고 테마파크를 오는 이유가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있거니와, 이런 것도 없으면 우리는 그냥 며칠씩 주변만 둘러보다가 집에 가게 되겠지. 날 포함하여 다들 과거부터 애니메이션 같은 것과는 그닥 연이 없는 삶을 살아온 것도 있고.

        

        

        아무튼 그렇게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식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디즈니 캐슬 앞으로 이동하고,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직전 자리를 잡고는 얼마 후에 있을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각자가 가지고 온 휴대폰이며 카메라 등을 작동시키고는 브이로그 비스무리한 걸 찍는다.

        

        그 광경을 일반 입장객들은 갈 수 없는 건물 상층 좌석에서 구경하고 있는 와중 테이블에 한 잔씩 놓여지는 칵테일.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물어보니, 바텐더가 우리 네 명의 이미지만을 보고는 즉석에서 만들어냈단다.

        

        화이트 레이디를 기반으로 한 백색의 음료 위, 톱니 모양으로 정교히 세공되어 꽂혀있는 체리를 들여다보던 로렌티나가 킥킥 웃었다. 굽어진 입가 사이로 날카롭고 뾰족한 이빨이 보였다.

        

        

        

       “참 솜씨도 좋으셔라.”

        

       “내 건 흰색 사이에 푸른 색이 들어있는 걸 보니…그럼 그렇지, 소다 냄새가 나는구만. 머리카락이랑 눈동자에서 따왔나.”

        

       “막내는 잔 자체가 녹색으로 얼룩덜룩하네요. 그린아나콘다라 그런가.”

        

       “나는 비교적 평범하네. 갈색인 걸 보니 에스프레소 마티니일지도?”

        

        

        

        아무튼, 건배.

        

        디즈니 측에서 준비해준 타이머가 제로로 수렴하기 직전 쨍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와 동시에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를 주제곡 비스무리한 게 들리며 검은 하늘이 찰나의 순간 백색으로 물들었다.

        

        그런 것이 몇 번이고 이어지는 와중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진한 멜론 맛, 그리고 목구멍에서 알싸하게 올라오는 알코올의 기운까지. 달달하고 맛있었다.

        

        물론-

        

        

        

       “저 성을 폭삭 주저앉히려면 지금 하늘에서 터지는 것보다 몇 배는 많은 화약이 필요할지도.”

        

       “그런 걸 일일이 계산하기 귀찮으니 킬로톤 단위의 물건을 퍼붓는거죠. 안 그래요?”

        

       “이런 멋진 배경 앞에 두고 그런 개소리하는 것좀 그만 하면 안 될까? 이 망할 꼴통들아?”

        

        

        

        언제나 그렇듯, 군에 몸담은 이들이 하는 생각은 거기서 거기였다.

        

        눈으로 보이는 광경은 절경 그 자체였지만, 대화 내용은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휴가라고 하기엔 뭐한 일정이 시작되었다.

        

        

        

        

        

        

        

        

        

        

        

        

        

        

        

        

        

        

        

        

        

        

        

        

        

       “엡콧 가상현실 스튜디오? 내일은 VIP 전용 투어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저쪽에서 먼저 제안해왔어요. 내용을 보고 내일 그대로 투어를 진행할지, 아니면 내일 모레로 미룰지에 대해서 토의를 한 번 해봅시다.”

        

        

        

        오후 11시, 플로리다 디즈니 월드-포시즌스 리조트.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면 저 멀리 매직 킹덤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조차 관람 가능하다는 4인 스위트룸, 그 안에서 온갖 룸서비스를 시키며 – 내가 사준다고 해도 극구 거절하고 본인들 돈으로 주문하려 하길래 이카루스 기어로 대리주문했다 – 시간을 보내던 세 명에게 전달된 데이터 파일.

        

        이게 무언가 하니, 방금 말했듯이 디즈니 측에서 우리에게 보낸 일종의…추천 투어 코스였다. 우리가 그닥 인상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기가 막히게 캐치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이들이 추천한 코스는 우리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라고는 하지만, 이게 무슨 소리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설명이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디즈니 월드는 거대한 4개의 테마파크를 통틀어 부르는 것으로, 그 중 하나가 바로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EPCOT, 즉 엡콧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오늘 다녀온 매직 킹덤이었고.

        

        엡콧을 제외한 다른 모든 테마파크의 모티브는 판타지였고, 반면 엡콧은 일종의…미래, 그리고 전 세계의 문화를 다루는 엑스포의 형식도 가지고 있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뒤에 ‘가상현실 스튜디오’라는 딱지가 붙은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겠지.

        

        거기에 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방금 언급했던 스튜디오가 어디와 합작하여 만들어졌는지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딱 봐도 막내 부모님이 전권을 잡고 있는 그 회사가 적잖이 관여한 것만 같은 동네로군요.”

        

       “그, 그 뭐더라…이카루스 이야기하는 거 맞지?”

        

       “두 분이 한 이야기 전부 맞아요.”

        

        

        

        보통이라면 가이드에게 직접 듣지 않는 이상 해당 스튜디오가 언제 어떻게 지어졌는지와 같은 연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그리 많이 없겠지만, 오늘만큼은 우리가 그 소수의 인원 중 한 명이었다.

        

        그닥 오래 설명할 것도 없었다. 다른 테마파크와는 다르게 엡콧 가상현실 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3년만에 순식간에 지어진 곳이었으니까. 이카루스 로지스틱스 산하 건설사가 VR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자재를 시멘트 한 포대 단위까지 계산한 결과였다.

        

        건설 비용의 대부분을 이카루스가 댔고, 지분도 그와 비슷하다-와 같은 사소한 이야기는 뒤로 넘어가고, 가상현실 스튜디오와 관련하여 가장 눈여겨봐야할 점은 해당 테마파크가 다크 존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현실 게임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스크롤을 이리저리 넘겨보던 내 지인들 또한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집중력의 농도 자체가 달라졌다.

        

        

        

       “다크 존은 당연히 있을 것 같았고, 지난 번에 막내가 했던 글로리 앤 아너도 있군요. 테라라는 게임은 처음 보는데….”

        

       “마법 쓰는 판타지 쪽 게임이더라. 나도 해본 적은 없어서 잘 몰라. 인기는 글로리 앤 아너랑 비등비등하거나 좀 더 높은 것 같든데.”

        

       “뭐, 막내가 손대지 않는 이상 제가 신경쓸 필요는 없겠군요.”

        

        

        

        스크롤을 휙휙 넘겨 밑으로 내려간다.

        

        오만가지 가상현실 게임을 모티브로 한 만큼 당연히 스튜디오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하고 독특한 VR 데이터가 있었고, 더하여 이곳에 방문한 사람만이 선물받을 수 있는 각종 스킨이나 복장도 있다나 뭐라나.

        

        하지만 그것보다도 좀 더 이목을 끈 것은 다른 방향에 있었다 – 코스튬 플레이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건 그렇다고 쳐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로그인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위에 홀로그램을 덧씌워 실제로 스튜디오를 걸어다닐 수가 있었다.

        

        외부에서 원격으로.

        

        

        

       “이건 상당히…신경을 잘 썼군요. 몸이 불편하거나 노화로 인해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겠어요.”

        

       “근 1년 사이 부분적으로 시행 중인 사업이라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이 몰려서 휴머노이드를 1만 기까지 늘렸다네요. 부모님에게 듣기로는 1년 안에 전부 이카루스 다이나믹스에서 생산한 물건으로 바꾼다나 뭐라나요.”

        

       “달러 찍는 윤전기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구만.”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래도 내일은 오늘과는 달리 볼거리가 꽤 있을 것 같다.

        

        그리 생각하며 침대에 몸을 기대자마자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글이 아니라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감각. 어떠한 영감이 떠오를 때나 드는 광경이 눈 앞을 차례로 지나갔고, 이어 오만가지 내용들이 차례로 조립되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 위에 홀로그램을 덧씌운다는 건 사실상…뭐가 나오더라도 그닥 이상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다면 이는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꺼내와 복붙하는 것과 상당히 비슷하겠지 – 그렇다면 진과 레인, 혹은 매버릭을 은근슬쩍 꺼내와도 괜찮지 않을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는 이 시점에선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부모님이 이카루스 다이나믹스 및 AI 연구소와의 합작을 통해 포문을 연 시점이었으니 은근슬쩍 여기에 이걸 낑겨넣어도 ‘테스트베드 작동 확인 중이다’라고 땜빵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자리에는 그런 기똥찬 생각을 한 내가 무슨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할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좀 더 빨랐다.

        

        

        

       “로건, 로렌티나.”

        

       “막내가 또 뭔가 하나 떠올린 모양이군. 뭔지 궁금해하지는 않을 테니 결과로 가져와보라고.”

        

       “마음껏 기대하지요.”

        

        

        

        힐끔.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리비아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능글맞게 덧붙였다.

        

        

        

       “잠시 3분 정도만 산책하다 올게요.”

        

        

        

        물론 3분이면 이 커다란 호텔 로비를 벗어나기조차 어려운 시간이었다.

        

        이카루스 기어를 활성화시키고 게이트를 연 뒤, 현관문을 열고는 그대로 어둠 속을 걸어 – 건너편 세계의 대거 팀이 있는 곳으로 슬그머니 향한다. 지난 번에 불붙은 당나귀 작전을 무사히 끝낸 시점에서 딱히 할 일은 없을 것이었고, 그 말대로, 위치를 보니 여전히 센트럴 파크 HQ였다.

        

        본부 이곳저곳에 흩어져서 이런저런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다른 오퍼레이터들과는 다르게 한 지점에 모여있는 세 개의 점. 그것을 가볍게 터치하자마자 위에 떠오르는 이름.

        

        진, 레인, 그리고 마브 – 매버릭이 너무 길었기에 이젠 다들 애칭으로 부른다 – .

        

        이 셋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방 안을 노크함과 동시에 IFF를 작동하여 누가 왔는지를 확인시켰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

        

        

        

       “아니, 발 좀 그만 움직여! 네가 발에 매니큐어 해보고 싶다면서!”

        

       “아으, 감각이 생각보다 이상합니…엣.”

        

       “뭐야. 누구 왔-푸웁!”

        

       “에, 엥…?”

        

        

        

        세 명의 휴머노이드가 기거하는 방이라고 하기엔 좀 많이 소녀소녀한 모습.

        

        이들이 한 명의 인격체로서 무사히 성장한 모습에 기뻐해야만 할지에 대한 생각이 잠깐 눈 앞을 지나갔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우리 막내들. 내일 스케줄 비워두시길.”

        

       “…그, 갑자기 왜…?”

        

       “별 건 아니에요.”

        

        

        

        그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오자구요.”

        

        

        

        마브를 제외한 두 명이 눈을 화등잔만하게 뜨고, 사람보다도 더욱 자연스럽게 활짝 웃었다.

        

        물론, 그 다음 순간, 나는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불어난 기쁨의 육탄공세에 시달려야만 했다.

        

        

        

        

        

        

        

        

        

        

        

       “여, 여기도 북극곰이랑 상어가….”

        

       “오호라. 이 친구가 매버릭…마브군요. 생각보다 귀엽게 생겼네요. 막내를 닮아서 그런 걸지도.”

        

       “다른 건 색깔밖에 없는 줄 알았더니 다들 개성이 흘러넘치네, 흘러넘쳐.”

        

       “물론입니다. 레인이 발가락에 매니큐어도 해주었습니다. 예쁘지 않습니까?”

        

        

        

        그로부터 5분 뒤.

        

        스위트룸은 혼란에 빠졌다.

        

        세상이 실로 요지경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디즈니월드(발현자보고 만듬)

    그리고 발가락에 매니큐어하는 메카비얌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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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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