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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7

        

         

       쿠당탕하는 소음과 함께 바닥에 쓰러진 폭발물들.

       하지만 참 다행스럽게도 폭발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철과 쓰레기들로 만든 듯한 어설픈 외형과는 다르게, 충격에 꽤 강한 물건들이었으니까.

       어설퍼 보여도 전문가가 손을 댄 물건이었다.

         

       물론 만드는 것만 전문가가 했을 뿐.

       정작 지금 그것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전문가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폭탄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던가.

       침팬지가 다뤄도 터지면 무서운 것.

         

       그렇기에 트럭에서 쏟아진 저 양은 쉬이 무시하기는 힘든 것이었다.

       잘만 다루면 건물 하나 정도는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 이봐. ]

         

       이 빌딩에는 그의 행동을 저지할만한 존재가 있었다.

       폭발 소리가 들리자마자 비상탈출구로 빠져나간 경비원이나 직원들 같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얼마 머무르지는 않았지만 매우 믿음직스러운 ‘존재’가 말이다.

         

       그 존재는 길쭉한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부딪치며 소리를 내며 남자에게로 다가왔다.

       묘하게 붉은빛이 도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고, 주먹만 한 해골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거기에 한 손에는 술병이 들려있었는데, 걸어오다가도 잠깐 멈춰서고는 그것을 꿀꺽꿀꺽 호쾌하게 마셨다.

         

       지팡이는 해골로 만든 것 같은 디자인이었는데, 묘하게 조잡해 보이는 것이 악취미처럼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핼러윈 분장을 핼러윈이 아닌 날에 하고 다니는 이상한 놈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남자는 이 기괴한…어쩌면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는 모습을 한 존재를 보고도 웃지 않았다. 도리어 기분이 바닥에 처박히기라도 한 듯, 입꼬리가 내려가고 미간에 주름이 생기기까지 했다.

         

       “오, Suck. 이 빌어먹을 에너지는 또 뭐야?”

         

       남자는 해골 지팡이를 들고 있는 존재를 보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신체 부위 중 하나인 눈동자가 움직이며 게데를 샅샅이 훑었고,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남자의 눈앞에 띄웠다.

         

       『 …

       …

       …

       에너지가 응축되어서 형상을 이루고 있음.

       …

       ??? 모방체로 추정됨. 』

         

       그의 눈앞에 떠오르는 글씨들.

       흐릿하지만 확실하게 허공에 떠 있는 글자들은 남자에게 정보를 말해주고 있었다.

       오직 그에게만 정보를 주고 있었다.

         

       “역시 주술사는 위험한 놈들이라니까! Fuck!”

         

       남자는 욕설을 내뱉으며 팔에 있는 버튼 하나를 꾸욱 눌렀다.

       그러자 버튼이 압력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고, 신호를 받은 팔이 철컥철컥하는 금속음과 함께 변화하기 시작했다.

       평범해 보이는 피부에 균열이 생기고, 규칙적인 균열은 점차 벌어지기 시작한다.

       팔의 어느 부분은 위로 떠 오르고, 팔의 어느 부분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안과 밖이 뒤집히듯 팔 안에 잠들어있어야 할 것은 밖으로 나왔고, 밖에 있었던 것은 안으로 말려들어 간다.

         

       그렇게 남자의 팔은 총으로 변했다.

         

       그 총은 너무나도 특이했다.

       총이라기보다는 옛날 옛적 사용했다던 핸드 캐논(Hand cannon)을 보는 듯했으니까.

       특히나 그 핸드 캐논이 정말로 사람의 팔과 손이 붙어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더더욱 특이했다.

         

       [ 이봐. 대답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

         

       게다가 특이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남자의 팔에서 튀어나온 핸드 캐논은 평범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금속 조각이 접착제로 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들러붙어서 핸드 캐논의 모양을 한 것이었다.

         

       남자는 이 특이한 핸드 캐논을 바닥에 널브러진 폭발물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핸드 캐논의 비어있는 구멍은 마치 청소기의 그것처럼 바람을 빨아들였고, 금속이 자석에 들러붙듯 폭발물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철컥.

         

       그리고 그렇게 끌어당긴 폭발물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마치 뱀이 알을 먹어 치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폭발물을 집어삼킨 핸드 캐논은 중간 부분이 부풀었다.

       그리고 폭발물을 두 개, 세 개…. 점점 먹어 치울수록 중간 부분은 더 심하게 부풀었으며, 나중에 이르러서는 코끼리를 삼킨 뱀이라도 되는 것처럼 뚱뚱한 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지경이 되었을 때, 핸드 캐논은 더 이상 빨아들일 수 없다는 듯 흡입을 뚝 멈췄다.

         

       남자는 핸드 캐논이 포식하는 것을 멈추자 이제 되었다는 뜻 씨익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게데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짜증 섞인 게데의 얼굴에 엿 같은 비웃음을 흘려주고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병신. 수상한 놈이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데 그걸 지켜보면 돼?”

         

       그리고 이러한 비아냥에 게데는 한 손에 들린 술을 마시고는 이렇게 대꾸했다.

         

       [ 오래 산 내가 보기에도 참 신기한 짓을 하길래 방해를 할 수가 없었지. ]

         

       그리곤 다 마셔버린 술병을 뒤로 집어던져 버리곤, 지팡이에 몸을 기대며 웃었다.

         

       “흐흐. 그래, 고맙다 고마워. 어디 무슨 병신같은 존재의 모방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기다려준 덕분에 자신감이 뿜뿜 솟아오르는군! 마치 아침마다 솟아오르는 나의 분신처럼 말이야!!!!!!!!!”

         

       남자는 괴성을 지르며 핸드 캐논을 게데에게 겨눴다.

       그리고 게데는 그러한 남자의 모습에, 자신도 질 수 없다는 듯 지팡이를 겨눴다.

       마치 엽총을 든 것처럼 말이다.

         

       [ 오, 아침마다 솟아오르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거참 볼품없겠어. ]

         

       “지랄하네!”

         

       [ 오, 이건 근거가 있는 말이야. 트럭 하나 빌딩에 제대로 박지 못하는 놈이, 어디 제대로 구실이나 했겠어? 아마 쪼그맣거나, 제대로 서지 않거나, 너무 흐물거리거나, 아니면 선천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거나- 하하!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에는 힘든, 애매한 것이 그 자리에 있겠지! ]

         

       “Fuck!”

         

       남자는 천박하게 자신을 도발하는 게데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핸드 캐논을 쏴버렸다.

         

       “You!!!!!!!!!!”

         

       퍼어어엉-!

         

       남자가 핸드 캐논을 쏘겠다고 의지를 품자, 폭발물을 먹은 뱀이 자신이 삼킨 것을 내뱉었다.

       핸드 캐논은 빠르게 모양을 바꾸며 폭발물 중 하나를 역류시켰고, 불을 뿜으며 그것을 게데를 향해 날려 보냈다.

         

       그렇게 날아간 폭발물은 포탄이라도 된 것처럼 허공을 찢으며 날아갔고, 게데를 뚫어버린 뒤 화염으로 감싸서 죽여버리겠다는 듯 흉흉한 기세를 풍겼다.

       하지만 게데는 그러한 폭발물을 너무나도 쉽게 피해냈다.

       그저 몸을 옆으로 기울이는 것만으로 말이다.

         

       그렇게 포탄은 게데의 뒤에 있는 벽에 그대로 명중.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폭발력 자체는 엄청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었으나….

       폭발물이 쏘아진 속도가 빨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특별한 장치라도 되어 있는 것인지.

       폭발물과 부딪친 벽은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져 버렸다.

       원래 그래야 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게데는 그 모습에 오, 하고 감탄하면서도 크게 긴장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 꽤 재밌는 광경이군. 옛날 무역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던 때가 떠올라. 나쁘진 않아. ]

         

       오히려 흥이 생겼다는 듯 지팡이를 허공에 휘젓는 것이 아닌가.

         

       [ 다 무너져가는 건물. 쏘아지는 포탄. 해적이나 다름없는 미친놈…. 마음에 들어. 다 마음에 드는데. 이거 참, 근데 말이야. 다 마음에 들어. 다 마음에 들지만, 저 빌어먹을 음악인지 뭔지 모를 것만 좀 다른 걸로 바꿔주면 안 되겠나? 지금 우리의 분위기에 걸맞은 좀 더 웅대하고 웅장하면서도 사나이의 심금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그런 걸로 말이야. ]

         

       그리고는 도발인지 뭔지 모를 말을 내뱉었는데-

       그 내용이, 남자가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뭐?”

         

       남자는 게데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이 크게 뜨였다.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이 들은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눈’을 사용해서 게데가 한 말을 문자로 전환해서 읽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도리어 너무나도 또렷하고 명확하게 그의 뇌리에 박혔을 뿐.

         

       남자는 그 내용을 보고, 듣고, 이해하고….

         

       “이 Fucking Son of….”

         

       그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게데에게 욕설을 내뱉었고, 약간의 장난기가 섞여 있던 아까와는 다르게 정말로 살기를 품으며 말했다.

         

       “취소해라, 그 말!!!!!!!!”

         

       [ 뭐? 어떤 것? ]

         

       “감히 이 신성한 음악을 빌어먹을 음악이라고 말해?!!!!!!!!!!!!”

         

       게데는 남자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내가 틀린 말을 했나? 저건 음악이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것 아닌가? ]

         

       음악이라기보다는 소음.

       소음…?

       소음?!!!!

         

       소음이라니!

       감히 이 신성한 쇼크 록을!!!!

       메탈을!!!!!

         

       소음에 비유하다니!!!!

         

       [ 게다가 소리를 지르는 것하고는. 계집애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군. 듣기가 거북해. 무덤가에서 엉엉 울어 재끼는 가족들 울음소리를 듣는 느낌이란 말이야. 좀 바꿔줬으면 좋겠군. ]

         

       “뭐?!! 계집애?!!!!!!!!”

         

       남자는 격분했다.

         

       “오냐! 계집애의 Fucking Piston 맛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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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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