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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8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남자는 손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그의 팔이 그의 동작에 반응해 변형되었고, 폭발물을 집어삼킨 포신이 좀 더 폭력적으로, 더 크게 변화했다.

       여러 개의 폭발물을 한 번에 쏘아내도 될 정도로 말이다.

         

       “Fucking 샷건 맛 좀 봐라!”

         

       파아아아앙-!

         

       아까 전이 평범한 화승총이었다면 지금은 샷건.

       집어삼킨 폭발물 대부분을 한 번에 쏘아낼 정도의, 파괴적인 샷건이다.

         

       남자의 팔에서 굉음이 터져 나오며 폭발물들이 부채꼴로 퍼져나간다.

       아까처럼 손쉽게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탄막을 형성하며 쇄도한다.

       감히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빌어먹을 말을 입에 담은 저 존재를 박살을 내기 위해서!

         

       [ 오, 이런. 이건 피하면 건물이 박살이 나겠군. ]

         

       하지만 게데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보는 순간 삶을 포기해버릴 것 같은 위협적인 공격에도 평온했다. 아니, 평온한 수준을 넘어서 권태감마저 느껴지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 인정하겠다. 네가 진지하게 건물에 성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

         

       게데는 그렇게 소리치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풍차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후웅-!

       후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

       지팡이는 빠르게 돌아갔다.

       새하얀 원을 만들면서, 뼈와 같은 몸을 돌리면서.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원이 커져 나갔다.

         

       마치 뼈가 실시간으로 자라나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팡이가 단순히 지팡이가 아니라, 신축성이 있는 무언가로 이루어진 것처럼.

       그렇게 원은 점점 커져 나갔고, 커져 나가는 원에 맞춰 게데의 몸 역시 길쭉하게 길어졌다.

         

       그것은 거인처럼 변한다고 표현에는 너무나 기괴한 성장이었다.

       몸이 골고루 커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뱀처럼…. 혹은 족제비라도 되는 것처럼 허리만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허리의 두께도 아까와 똑같았기에 더더욱 기괴하게 느껴졌다.

       마치 나무 형상의 괴물이 실시간으로 자라나는 것을 보는 느낌이 이러하지 않을까?

         

       그렇게 종국에는 게데의 몸은 천장에 머리가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길어졌고, 지팡이는 층 대부분을 감쌀 정도로 크게 변화했다. 게다가 단순히 길어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로로는 짧고 가로로는 길게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기까지 했다.

         

       타원으로 돌아가는 지팡이라니.

       마치 지성이 있는 존재가 스스로 자기 몸의 길이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게 층을 뒤덮은 지팡이는 폭발물과 부딪쳤고….

         

       퍼어어엉!

       퍼어어어어엉!

         

       놀랍게도 지팡이는 모든 폭발물을 막아냈다.

         

       [ 이봐, 친구. 건물의 안이 어떻게 부서지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건물이 무너지면 그건 좀 곤란하단 말이지. 특히 자네 같은 이상 성욕자에게 무너지는 건 더더욱 그래. 하하! ]

         

       휘익-!

       파앙-!

         

       폭발물을 막아낸 게데는 지팡이를 돌리는 것을 멈췄다.

       대신에 사람의 뼈로 이루어진 채찍처럼 변화시킨 뒤, 그것을 몇 번 바닥에 내려쳤다.

       뼈가 부서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파앙-!

       파아앙-!

         

       몇 번을 내리쳤을까?

       채찍의 끝부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려칠 때마다 그 금은 점점 깊어졌고, 마침내 쩌억 하고 벌어지며 활짝 피어났다.

       그것은 하얀 꽃이 마침내 피어나는 모습과 흡사함이요, 턱을 빼버린 뱀이 아가리를 활짝 벌리며 먹이를 탐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

         

       지팡이는 채찍이 되었다.

       채찍은 마침내 뼈로 만들어진 뱀이 되었다.

         

       뼈로 만들어진 뱀은 게데의 몸을 휘감았고, 자신이 피었음을 만방에 알리듯 활짝 피어난 채 썩어버린 척수의 향기를 곳곳에 퍼뜨렸다.

       그리곤 이 썩어버린 척수에 영양분이 필요하다는 듯 자라나고 또 자라나며, 마침내 사람 하나는 너끈히 삼킬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피어올랐다.

       그것은 사람을 먹는 꽃과 같음이요, 사람을 삼키기 위해 나타난 신성한 뱀과 같음이니.

         

       그 기괴하면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모습에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 친구. 내 뱀에게까지 성욕을 느끼면 좀 곤란해. 건물 하나만 해도 이상성욕 소리 듣기 충분한데 뱀까지…. 하하. 너무 범위가 넓은 것 아닌가? 좁은데 넓다니. 이거 참. 자네 물건 상태가 어떤지 알만하군그래. ]

         

       게데는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즐겁다는 듯 웃으며 조롱의 말을 던졌다.

         

       “Shit! 입 한번 더럽군. 도대체 무슨 모방체를 갖다 놓았길래!”

         

       [ 이런, 자네 성벽만큼 더러울까. 나 원, 배를 탈 때 생선을 보고 서는 놈은 봤어도 건물이랑 뱀은…. 하하. 오래 살다 보니 별꼴을 다 보는 것 같아. 아주 신선해, 정말로 말이야! ]

         

       천박하기 짝이 없는 말.

       싸움 도중에 하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말투.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듯한 농담들까지.

         

       하지만…입에서 나오는 천박한 말과는 다르게, 게데의 모습은 점차 기괴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광택마저 흐르던 양복은 낡아빠진 천 쪼가리로 변화한다.

       일부는 먼지로 돌아가고, 일부는 썩고, 일부는 헤지면서 넝마 조각으로 변화했다.

       양복이 사라짐에 따라 드러나는 살 거죽은 푸른색으로, 보라색으로, 검은색으로 변화하였고, 종국에는 썩은 물을 질질 흘리며 하얀 뼛조각을 드문드문 드러낸다. 퇴폐적인 느낌의 얼굴은 점차 홀쭉해졌고, 눈은 제빛을 잃더니 구더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구더기가 파먹은 눈알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눈알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텅 비어버린 어둠만이 깊게 자리한다.

       그 어둠은 점차 전염되듯 비어버린 구멍에서 나와 거죽을 녹이고, 흘러내리는 거죽은 산성으로 된 액체라도 끼얹은 것처럼 뼈를 제외한 모든 것을 녹였다.

         

       마침내 제 모습을 드러낸 게데의 형상은 기다란 머리카락과 뼈, 넝마 조각을 걸친 망자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

         

       [ 뭐, 하지만 나는 자네가 어떤 성욕을 가지고 있던 긍정하는 사람이야! 묘지는 그 어떤 존재도 받아들이는 곳이거든! 하-하-하—! ]

         

       뼈로 된 뱀을 휘감은 망자는 웃었다.

       죽을 자리를 찾아온 멍청한 희생양의 존재에 환희하며.

         

         

         

        * * *

         

         

         

       트럭을 건물에 쑤셔 박는다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 테러.

       그 테러는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일어난 것이었고, 충격적이고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마치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강렬한 공포처럼, 테러라는 이름에 걸맞은 충격을 가하며 많은 이들에게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게 했다.

         

       하지만 모두가 도망치고 있을 때.

       도리어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나쁘지 않다.’

         

       혼란을 틈타 건물을 타고 올라가 잠입한 이 남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테러를 저지른 의문의 남성이 폭발물을 이용해 사람들을 위협했을 때, 그 혼란을 틈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갔다. 그렇게 4층까지 올라간 그는 건물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유리창을 깨뜨린 뒤 안으로 잠입, 경공을 사용해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목적은 하나.

         

       루카스였다.

         

       ‘루카스. 건물에 테러까지 일어날 정도라니. 대체 카르마를 얼마나 쌓은 것이냐….’

         

       콰아아아앙!

       쿠드드드득.

         

       아래에서 들리는 폭발음.

       그리고 폭발 후에 따라오는 진동.

         

       지금 당장이라도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경지가 높다면 건물이 무너져도 살아남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수련하는 다른 무인들과는 다르게, 그는 너무나 늦게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기에 높은 경지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승이 말하기를, 몸에 탁기(濁氣)가 많이 쌓인데다가 성장이 끝나 무공에 몸을 맞출 수 없다고 하였던가.

         

       ‘물론 그 뒤에 환골탈태를 거치면 높은 경지를 노릴 수 있다고는 하였지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높은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웃긴 이야기지 않은가?

       높은 경지로 가기 위해 환골탈태가 필요하지만, 환골탈태하려면 높은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한마디로, 더 이상의 경지는 노릴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스승의 그 절망적인 선고에도 실의에 빠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무인으로서의 성공을 바라고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원수, 루카스의 목을 자르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위선자 놈. 오늘이 네가 죽는 날이다.’

         

       평범한 사업가였던 그는 루카스에 의해 모든 것을 잃었다.

         

       회사도, 가정도, 명성도!

       모두!

         

       그는 행복했었다.

       대학 동아리에서부터 시작했던 회사는 거대 신생 기업으로까지 성장했었고, 매력적인 여성과 막 결혼한 뒤 꿈만 같은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업계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졌었으며, 그를 취재하고 싶다는 언론사도 있었다.

         

       모든 것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행복해질 수 있었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루카스만 없었다면!

       갑자기 나타나 온갖 방법으로 회사를 뒤흔들고, 비겁하게 회사를 빼앗아 간 루카스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으리라!

         

       ‘얼굴 가죽을 벗긴 뒤 목을 잘라주마.’

         

       메타트론?

       영웅?

         

       웃기는 소리.

       루카스는 악마였다.

       양의 탈을 쓴 늑대였고,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다.

       아니, 탈을 제대로 쓰지도 않았다.

       저 빌어먹을 놈은 그냥 최소한의 위선만을 앞세운 채, 게걸스럽게 먹이를 탐하는 짐승에 불과하다.

         

       저 악마 놈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와 함께했던 동료 몇은 그를 배신하고 루카스와 손을 잡았고, 몇몇은 대세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포기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그를 도와줄 이는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명성은 시궁창에 처박혔고, 그 뒤에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잊혔다.

       어마어마한 빚더미는 행복한 가정을 박살 냈고, 아내는 떠나가 버렸다.

       아이가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그렇게 그는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유망한 회사의 주인에서 노숙자가 되어버리다니.

       참으로 끔찍한 몰락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몰락했음에도 그가 목숨을 부지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었으니.

       그것은 거세게 타오르는 증오의 불길이라.

         

       그는 오직 루카스를 몰락시키기 위하여, 그를 죽이기 위하여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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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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