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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9

        

       죽인다.

       저 빌어먹을 루카스를.

       나의 원수를, 죽인다!

         

       그는 그 일념으로 계단을 올랐다.

         

       뛰고, 또 뛴다.

       얼마 없는 재능으로 끌어모은 내공을 소비하고.

       내 생애 이렇게까지 절실하게 뛰어본 적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로 전력을 다하며 그는 루카스의 회사가 있는 층으로 향했다.

         

       콰앙!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그는 가속도가 붙은 몸을 그대로 문에 들이박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문은 우그러지며 저 멀리 튕겨 나갔고, 거대한 소리를 층 전체에 퍼뜨렸다.

         

       “루카스—!”

         

       그는 마침내 복수가 이루어질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에 환희 섞인 미소를 지으며 괴성을 질렀다. 그리곤 루카스가 머무르는 곳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갔고-

         

       “무, 무인? 잘 됐군! 날 좀 구해달라고!”

         

       …루카스가 의문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광경을 보게 되었다.

         

         

         

        * * *

         

         

         

         

       이르기를, 모든 사람은 마땅히 태어났을 때부터 부여받은 권리가 있다.

       이것은 신께서 내려주신 권리이며,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고, 침범해서는 안 될 절대적이라.

       다만 사악한 이들이 그 권리를 침해하고, 삿된 것들은 이러한 사악함을 부채질하며 신을 모독하기를 즐기고 있으니.

       하여 여기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하였으니, 이는 사람을 위한 것이며 신을 위한 것이니 참으로 신성하고 좋은 일이라. 행동할수록 그 선이 하늘에 닿아 천사들을 감동케 하고, 너무나도 좁아 들어가기 힘든 천국의 문을 조금씩 열리게 하도다.

         

       그리하여 이들은 사람의 권리를 위하여,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삶을 위하여 움직였다.

       때로는 소리치고, 때로는 법을 동원한다.

       때로는 사람의 인연에 기대고, 때로는 무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사람을 구원하고,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며, 사람이 자기 발로 걸어 제 뜻대로 삶을 그릴 수 있게 하였으니.

         

       신실한 기독교인들은 이들을 일컬어 참으로 신실한 신도들이라 하였고, 미국 시민들은 깨끗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권단체라 하며 그들에게 믿음을 주기를 망설이지를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인권단체장의 꿈에 천사가 나타났다.

         

       그 천사는 거대한 기둥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하얗게 타오르는 불꽃으로 이루어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땅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크기에 거대한 산맥을 덮을 정도의 커다란 날개를 여러 겹으로 펄럭이고 있었으며, 태양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르기를-

         

       [ 두려워 말라. 나는 천사이며, 신의 뜻에 따라 내려왔느니라. ]

         

       -라 하였다.

         

       천사는 바람을 일으키지 않는 날갯짓으로 그에게 다가왔고, 하나님이 창조물을 내려다보듯 거대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몸에 피어오르는 불꽃으로 세상을 밝히고, 이글이글 타오르되 뜨겁지 아니한 불꽃으로 그의 몸을 살며시 감싸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그것은 날개가 없음에도 하늘을 나는 것과 같아, 부유감과 함께 신의 전능함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는 기적이었다.

         

       그렇게 인권단체장이 천사의 앞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천사가 말하였다.

         

       [ 너 조세프야. 너의 선행에 감동하여 신께서 나를 내려보냈으니, 너는 참으로 신실하고 선한 인물이로다. ]

         

       불꽃과 함께 토해진 그 말은 그의 인생을 보상하는 듯한 말이라.

       인권단체장 조세프는 그 말에 감동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 나는 알고 있다. 노숙자를 구하기 위하여 뛰어다닌 일을 알고 있고, 빈민가의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사흘 동안 앓아누울 정도로 몸을 혹사하며 짐을 나른 일도 알고 있다. 모금을 할 돈을 구하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한 것 역시 알고 있으며, 한때의 미혹에 빠진 이를 일깨우기 위해 얻어맞는 것도 불사한 것 역시 알고 있느니라. ]

         

       아, 신은 전지전능하심이니.

       신께서 보낸 이 역시 그의 행보를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 어린양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일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너는 애를 썼고, 다리가 떨리고 오줌을 지릴 것 같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너는 용기를 내어 그에 맞섰다. 그리고 그 용기는 결실을 이뤄 어린양 하나를 구해내었고, 그 어린양은 훌륭하게 자라나 어려운 이들을 돕는 변호사가 되었음이니. 이는 너에게만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 하늘에서도 참으로 감동할만한 일이라. ]

         

       천사는 조세프가 한 일을 늘어놓았다.

       그가 어떻게 사람들을 구했는지,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가 구한 어떤 아이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가 구한 노숙자는 택배 기사로 일하며 찢어진 가정을 회복하였다.

       그가 구한 알코올 중독자는 중독을 이겨내고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그가 구한 마약 중독자는 마약을 이겨냈을 뿐만 아니라, 마약에 중독된 다른 이들을 치료하는 치료사가 되어 수많은 사람을 구하고 있다.

         

       천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가 바쁘게 달려온 삶을 인정해주는 것이요, 그의 삶을 긍정해주는 것이라.

       그래서, 그래서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사람이었으니.

       힘겹고 어려우며,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은 일에 인생을 바치고 있다 보면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으니까.

       이런 일에 과연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냥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수많은 의문과 갈등.

         

       하지만 천사가 말해주었다.

       네가 한 일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네가 한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었고, 그것을 내가 알고 있다고.

         

       다만 사람의 일에는 반드시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

         

       [ 다만 조세프야, 네가 간과하는 것이 있어 내가 이리 나타나게 되었으니 너는 나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니라. ]

         

       이는 사람이 전지하지 아니하고 전능할 수 없음에서 비롯된 것인즉.

       그리하여 천사는 자신이 내려와 충고하기 위해 찾아왔음이라 말하였다.

         

       [ 조세프야, 너 조세프야. 너에게 묻노니, 사람이란 무엇이냐? ]

         

       천사가 묻기를 사람의 정의가 무엇이냐 하였다.

       그리하여 조세프는 답하였다.

       사람이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며, 그분의 형상을 따라 해 빚어진 존재라고.

         

       그 대답에 천사는 답했다.

         

       [ 틀리지는 않지만, 완전히 맞지는 아니하니라. ]

         

       그 대답에 조세프는 고뇌하였다.

       고뇌하고 또 고뇌하였다.

       하지만 고뇌하여도 그것은 쉬이 답을 낼 수 없는 것이라.

         

       조세프는 자신의 무지함을 한탄하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천사가 다시 질문을 던지기를.

         

       [ 너 조세프야. 사람의 자식은 사람이냐? ]

         

       그 대답은 어렵지 않은 것이라.

       사람은 날짐승을 낳지 아니하고, 물에서 사는 것을 낳지 아니함이니.

       사람의 태에서 나오는 것은 오직 사람뿐이라.

       조세프는 사람에게서 태어난 것은 사람이라 답을 하였다.

         

       천사는 그 대답을 듣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이냐? 사람의 형태만 하고 있다고 사람이더냐? ]

         

       그 질문은 참으로 심오한 것이라.

       쉬이 대답하기 힘든 것이었다.

         

       [ 사람의 형태란 또 무엇이냐?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느냐? 두 눈과 코, 입을 가지고 있어야만 사람이더냐? 손가락이 열 개, 발가락이 열 개여야만 사람이더냐? ]

         

       천사께옵서 묻기를.

         

       [ 형태라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렇다면 결손이 되거나 필요 이상의 것을 갖고 태어났다면 그것도 사람이라 할 수 있느냐? 너 조세프야, 대답해보아라. 다르게 태어난 이들은 사람이냐, 사람이 아니냐? ]

         

       장애가 있는 이들은 사람이냐 물으셨고.

         

       그리하여 조세프는 답하였다.

         

       그들 역시 사람이라고.

       그들 역시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으며, 신께서 자신의 형상을 따라 빚은 피조물이라고.

       그들 역시도 신을 믿을 자격이 있으며, 천국으로 향할 수 있는 이들이라고.

         

       [ 그렇다면 묻노라. 너 조세프야. 사람에게서 태어났고, 형태가 다르지만, 사람의 생각과 말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냐 사람이 아니냐? ]

         

       마침내 조세프는 그 답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입니다.”

         

       [ 바로 그렇다. ]

         

       오래된 미몽에서 깨어난 듯 명료한 대답에 천사께옵서 기쁜 듯 대답하였으니.

       그 기쁨에 하얀 불꽃은 밝게 빛을 발하고, 그 빛이 온 세상을 덮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빛이 그를 감싸 안고 그의 정신을 저 위로 승천시키나니.

         

       오, 그 기쁨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도 그 기쁨은 쉬이 가시지 아니하였고, 화인처럼 박혀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날 이후로, 인권단체는 더더욱 넓게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노숙자나 어린아이에게서 벗어나 장애인, 식물인간의 인권에까지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점차 넓어졌고.

       마침내 발전된 과학이 만들어낸 사람의 피조물에까지 닿게 되었음이니.

         

       그것이 바로 그들이 루카스를 찾아온 이유이며,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유인 것이라.

         

       “루카스. 너에게 혹사당하는 어린양을 해방할 때가 왔다.”

         

       “사람에게서 태어난 것은 마땅히 사람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이라. 사람은 자기 뜻대로 인생을 결정지을 권리가 있으니, 이는 신께서 내려주신 신성한 것이라. 너 위선의 탈을 쓴 불신자여, 마땅히 어린양의 목줄을 풀어주어라.”

         

       “사람의 피조물, 사람에게서 태어나 사람의 생각을 가진 존재. 사람의 지능을 가지고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음에도 한 사람에게 묶여 도구처럼 사용되니 어찌 이런 비극이 있을까? 너 루카스. 다시 한번 말한다.”

         

       “어린 양, 인공지능을 해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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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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