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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황실 파티 2일 차.

         

       나는 곧장 프란체의 방으로 왔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시네요.”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일찍 시작하니까.”

       “어제처럼 저녁 늦게 시작하는 거 아닙니까?”

       “황실 파티 2일 차는 조금 달라.”

         

       게임에서는 그저 퀘스트 지역으로 입장만 하면 됐던 터라, 시간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랐다. 프란체는 그런 내게 황실 파티 2일 차 일정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황제, 황후가 직접 참여하는 만큼 제국에서 영향력이 좀 있다 싶은 귀족들은 모두 참여하며, 타국에서도 손님이 오기 때문에 일찍 시작한다는 모양. 황제가 입장하기 전까지는 황태자가 파티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대국이라 그런지 다르긴 하네.’

         

       황제, 황후 한 번 만나겠다고 각국에서 파견된 엘리트들이 모인다니, 어떻게든 콩고물 좀 얻어먹어 보겠다는 거 아닌가.

         

       “확실히 제국의 영향력이 강하긴 하군요.”

         

       프란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대륙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지고 있는 것도 모자라, 자원도 많고 토지의 질 자체가 좋으니까.”

         

       강대국이 되기 위한 조건이 완벽하다. 인구수가 자연스레 늘어나고, 그 인구수에서 인재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마디로 판타지 아메리카라는 소리.

         

       ‘그럼 바로 옆에 붙어있던 바렌베르크는 어느 정도지?’

         

       나중에 도서관이나 역사관에 갈 일이 있으면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그래도 왕족인데 이런 것도 대답 못 하면 안 되니까.

         

       뭐, 이건 차후에 알아볼 얘기니 넘어가고.

         

       “공녀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데?”

       “파티 일정에 대해서입니다만.”

       “아, 늦게 들어간다는 기준이 궁금한 거지?”

         

       말이 빨라서 좋군.

         

       “맞습니다. 황제 폐하가 입장하시는 시간보다 빨리 가야 하니까요.”

       “음. 기다려봐. 생각 좀 해볼게.”

         

       프란체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계산을 하고 있나 보다.

         

       “시작은 정오니까 한 시간 정도 뒤에 들어가면 될 거 같아. 폐하는 보통 두 시간은 더 넘어서야 들어오시니까.”

         

       음. 그러면 괜찮군. 아무리 주인공이 되는 목적이라고 해도 황제, 황후보다 늦게 입장하면 안 되지. 그건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니…….

         

       “좋네요. 여기서 파티장까지 가는 시간은 30분 정도죠?”

       “그래. 원래라면 더 빨리 가겠지만, 여러 귀족이 모이는 만큼 마차가 막힐 테니까.”

         

       그러면 시간을 좀 더 넉넉하게 잡아야겠군.

         

       “좋아요, 그럼 한 시쯤에 출발합시다.”

       “그래, 그러자꾸나.”

         

       프란체는 창밖을 바라보며 잠깐의 여유를 가졌다. 이 시간을 허투루 쓰기엔 좀 그런데.

         

       “공녀님, 최근 마법 성취는 어찌 돼 가십니까?”

       “마법? 카자르가 알려준 대로만 하고 있지.”

       “어느 정도 마법까지 사용하실 수 있으세요?”

       “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프란체. 눈을 좀 끔뻑거리더니 금방 입을 열었다.

         

       “기본적인 염동력, 흑마법을 이용한 시야 가리기,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을 저하하는 저주 마법 정도?”

         

       프란체는 아! 하며 말을 이었다.

         

       “주변에 흘러 다니는 마력이나 상대방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것도 가능해.”

         

       오우, 벌써 그 정도까지 성장한 건가. 지금도 살벌한 수준인데?

         

       ‘이대로 별 탈 없이 성장한다면…….’

         

       퍼붓는 저주의 능력도 올라갈 거고, 강령술이나 악마 같은 것도 소환해 사역할 수 있을 거다. 거기에 생명력을 뺏어가는 광선 같은 걸 난사하겠지.

         

       ‘게임에서의 프란체 공격 패턴이 그랬으니까.’

         

       나중에 내가 떠나도 자기 몸 하나는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거다. 그래도 보스급의 캐릭터였는데 세계관 최강자급이 아니면 쉽게 상대하지 못하겠지.

         

       ‘흑마법이 까다롭기도 하고.’

         

       이러면 걱정이 없겠군.

         

       “기본 마법은 어느 정도나 배우셨습니까?”

       “카자르가 필요 없다고 해서 염동력만 배웠어.”

       “자세한 이유도 말해줬나요?”

       “희귀한 흑마법인데 기본 마법은 필요 없다고 하더라.”

         

       그런가. 그래도 생활 마법이나 보조 마법도 익혀두면 좋을 텐데.

         

       ‘카자르가 판단했으니 상관없겠지.’

         

       생활 마법은 쉬우니 독학해도 배울 수 있을 테고.

         

       “혹시 카자르가 비행 마법은 안 알려줬나요?”

       “아, 그거라면 알려달라고 하긴 했는데.”

       “했는데?”

       “지금 수준에서는 마법식을 푸는 것도 불가능이라더라.”

         

       비행 마법이 어렵긴 한가 보다. 하긴, 게임에서도 날아다니는 마법사는 보지 못했다. 이번에 내가 이 세상에 들어오고 남자가 되지 않은 카자르이기에 가능했던 거겠지.

         

       ‘카자르보다 강한 마법사는 초월 마법사뿐이려나.’

         

       게임에서의 카자르는 대폭 하향된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보조 마법만으로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이면 그 초월 마법사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걔를 중심으로 탑을 세우는 것도 무난하게 흘러가겠군.’

         

       온 세상의 마법사를 모은다. 그리고 그 마법사들의 최고 정점을 카자르로 만들고, 그 카자르를 움직이는 걸 프란체로 만든다.

         

       ‘이것 하나만으로 벌써 황실의 간섭은 불가능해.’

         

       하지만 모든 일에는 최악이 존재하는 법. 나는 이것 말고도 프란체에게 남겨줄 게 많이 있다.

         

       ‘그때까진.’

         

       그녀의 곁에 있어야겠지.

         

       “무슨 생각을 그리 하니?”

       “아, 별거 아닙니다. 공녀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흐응, 내 미래라. 어떤 생각인지 말해주지 않으련?”

       “제국의 정점에서 군림할 공녀님을 생각하니 뿌듯해져서요.”

         

       정점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프란체.

         

       “…그건 황제가 되라는 소리인데? 대체 나를 어떻게 만들 생각이니?”

       “굳이 황제가 아니어도 정점에서 군림할 수 있습니다.”

         

       내 계획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프란체는 사실상 제국의 실세나 다름없게 될 거다. 황실이 견제하기는커녕, 역으로 황실을 견제하겠지.

         

       “황제가 아니어도 정점에서 군림할 수 있다니. 상상이 안 가는구나. 대체 뭘 하려고 하길래.”

       “지금 말씀드려도 큰 의미가 없어요. 차근차근 단계가 진행되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바라는 최종 목표를 얘기하면 두려움에 빠지거나 조급해질 수도 있다. 컨설팅은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중요하지.

         

       “그런데 지금 시간이 몇 시지?”

         

       프란체는 품에 있던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런. 벌써 한 시가 조금 넘었어.”

       “빨리 출발해야겠군요.”

       “헬레나는 왔나?”

       “왔을 겁니다.”

       “헬레나를 불러주렴.”

       “예.”

         

       나는 서둘러 방문을 나섰다. 집사장에게 물어 헬레나를 찾고, 그녀에게 말했다.

         

       “공녀님께서 부르신다. 시간이 없어.”

       “네, 네!”

         

       허둥지둥,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곧바로 프란체의 방으로 향하는 헬레나. 나는 마차 앞에서 기다리면 되겠지.

         

       별채를 나오고, 마차 앞에 섰다. 공작가에서 온 기사들은 각 잡힌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얘네 설마 처음부터 이러고 기다렸던 건가.’

         

       뭔가 조금 미안해지는데. 날씨가 덥지 않아서 다행이군.

         

       “이봐, 노예.”

       “뭐지?”

       “반말하는 꼬라지 하곤.”

         

       내게 질문을 던진 기사는 말을 말자며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휘젓곤 말을 이었다.

         

       “공녀님께서는 대체 언제 출발하실 예정이지? 지금쯤이면 입장하시고도 남을 시간인데.”

       “공녀님의 계획이시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다.”

         

       기사는 그렇군,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다른 불만은 없는 모양.

         

       “그런데 너는 언제까지 반말할 거냐? 아무리 왕족이라도 해도 지금은 노예에 불과한데.”

       “나는 데카르트 공녀님의 노예. 내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공녀님뿐이시다.”

       “거, 원수와도 같은 국가의 공녀님한테 향하는 충성심이 장난 아니군. 누가 보면 진짜 공녀님의 호위기사라고 해도 믿겠어.”

         

       나한테 유일하게 잘해주는 사람이니 충성하는 거지. 그리고 많이 불쌍한 사람이기도 하고.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마라.”

       “하, 꼴에 왕족 출신이라고 자존심은 강하군.”

         

       이 말을 마지막으로 기사와의 대화는 끝났다.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했겠지.

         

       그러던 그때. 별채의 문이 열리며 프란체가 나왔다. 저번에 봤던 안드레아의 드레스. 마무리까지 마쳐서 그런지 그때보다 훨씬 퀄리티가 올라가 있었다.

         

       ‘대박인데.’

         

       조금 야한 것만 빼면 완벽하다.

         

       ‘근데 다른 귀족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 아니야?’

         

       왠지 기분 나쁜데. 딸처럼 키우고 있는 프란체라서 그런가…….

         

       “가자꾸나.”

       “예.”

         

       그렇게 늘 하던 것처럼 마차에 탑승하고, 기사들은 말에 올라탔다.

         

       “출발하겠습니다!”

         

       덜컹. 마차가 움직였다.

         

       “이제 계획의 시작이네.”

       “마지막 단계예요. 마무리는 잘 합시다.”

       “그래, 그래야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사업 하나 준비하면서 많은 방해가 있었다. 에덴과 라인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시작하고도 남았을 텐데.

         

       ‘뭐, 황실 파티를 이용하게 됐으니 상관없나.’

         

       어쨌든 잘 풀렸으니까.

         

       “긴장하지 마시고, 늘 하던 것처럼 하세요.”

       “알고 있어. 그래도 두근거리는 심장은 멈추지 않는구나.”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실수가 있더라도 제가 해결할 겁니다.”

       “그래, 네가 있는데 뭐가 두렵겠니. 덕분에 마음이 좀 편해졌구나.”

         

       그제야 경직된 표정이 풀린 프란체. 이제 좀 괜찮군.

         

       “그럼 갑시다. 프란체 코퍼레이션의 첫 등장을 알리러.”

         

         

       * * *

         

         

       황실 파티장에 도착하고, 우리는 곧장 마차에서 내려 입구로 향했다.

         

       어제와는 다른 파티장. 규모도 훨씬 크고 주변을 지키는 기사들의 숫자도 많아졌다.

         

       “황제 폐하가 오셔서 그런지 기사들의 분위기가 살벌하군요.”

       “그렇지. 모종의 사건이 터지면 그 날은 제국 전체가 흔들릴 테니까.”

         

       이게 황실 정예 기사들인가. 곁눈질로 보기에도 수준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진의 몸과 동기화가 심화하고, 점점 힘을 사용하는 게 익숙해졌다. 이제는 보는 것만으로 상대의 강함을 알 수 있는 경지.

       

       그들 하나, 하나가 강한 건 맞다만, 오러를 사용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긴, 이 세상에서 마법사가 희귀한 만큼 오러 사용자도 희귀하니까.’

         

       비교적 마법사보다 숫자는 많지만,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사람은 소수. 오러 사용할 줄 안다고 무조건 괴물은 아니라는 소리다.

         

       ‘소울라이크 게임이라서 그런지 다른 판타지 세계관이랑은 달라.’

         

       비교적 개인의 힘이 얕은 세계관. 구르기로 공격과 스킬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 다 했다.

         

       ‘그래도 최종 보스인 진은 다르지만.’

         

       아무튼. 기사 구경은 여기까지 하고. 나는 프란체를 따라 걸었다.

         

       “데카르트 공녀님, 확인되었습니다. 입장하시면 되겠습니다.”

         

       척. 황금빛의 기사가 경례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덜컥! 거대한 아치형 문이 갈라짐과 동시에, 모든 귀족의 시선이 이곳으로 모인다. 지금 시각은 오후 두 시. 황제, 황후가 들어왔나 싶겠지.

         

       멀리서 귀족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길래 뭔가 했더니, 데카르트 공녀님이었네요.

       ―그러게요. 저는 황제 폐하이신 줄 알았는데. 잠깐, 그런데 저 드레스…….

       ―혹시 어제 말씀하셨던 드레스일까요?

       ―확실히 자신감을 가지실 만도 하네요…….

         

       모두가 넋이 나간 상태로 프란체의 드레스를 바라본다. 파티장에 있는 영부인, 영애들이 입은 드레스와는 차원이 다르게 매혹적이며 아름답다.

         

       “심호흡하시고, 이제 자랑하실 시간입니다.”

       “그래, 저들의 콧대를 눌러줘야지.”

       “그리고 프리다의 몰락을 알릴 시간입니다.”

         

       자, 이게 이 세계 최고 장인이 만든 드레스다. 건물까지 보면 턱이 빠지겠지.

         

       즐거운 자랑 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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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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